말발굽 소리가 힘차게 이어진다. 길이 아닌 곳으로 발을 들이니 온통 가로막는 것 투성이다. 그러나 개의치 않는다는 듯, 선두로 달리는 이는 소맷귀로 내칠 뿐이다. 쪽빛 도포자락이 휘날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덤불을 헤치고 나아간다. 그 뒤를 또 하나의 말이 빠르게 좇는다. 도포자락 끄트머리 사라지기 무섭게 그 뒤를 묵묵히 따르는 자는, 운검雲劍 무휼이었다.




"여기가 좋겠군."




수풀이 넓적다리만큼이나 자라 올라온 곳에 다다르자, 고삐를 당겨 멈추었다. 말을 달래며 금빛 안장에서 미끄러지듯 내려, 이제 막 내깔리기 시작한 석양을 바라다본다. 약속이나 한 듯이 같은 절차를 밟고 무휼도 말에서 내려 눈부신 앞을 바라다보았다. 높다란 산 중턱의 절벽, 부는 바람에 금수의錦繡衣 부지런히 펄럭인다.


코언저리로 비린내가 타고 흐른다. 그런 까닭에, 저도 모르게 석양빛 등진 검은 뒤통수에 시선을 둔다. 한 때, 검은 머리칼에 수많은 핏덩어리가 엉겨붙었던 자다. 단언컨대 이 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묘한 자였다. 짧은 머리 단정히 빗어넘긴 자의 출현을 여즉 기억한다. 무신경한 낯으로 얼마나 많은 피를 보았던가.


이제 뒤통수 아래, 연한 살갗을 눈에 담는다. 제가 칼을 겨누었던 목이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 낯은 도통 변하지 않더랬다. 무엇 하나 괘념치 않는 무無의 얼굴. 무신경했던 낯은 어느순간 웃는 낯으로 변모한다. 께름칙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뜻밖이게도 덤덤했다. 잔혹한 죄를 수없이 저지른 자의 낯빛이 저리 아름다워도 될까. 그 옛날, 두만강 너머의 땅에서 나라를 자멸自滅로 이끈, 잔혹한 피로 물든 꽃이 피어났다는 이야기를 떠올린다. 어째서 잔혹한 것은 아름다운가.


도포로 정제整齊한 자, 이 나라 조선의 제일검이요, 운검인 무휼이 보필해 마땅한 자였으니 보위寶位에 오른 임금이라. 창민이다.


상념하는 사이, 쪽빛 도포 입은 자가 빠르게 움직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니 잔가지 겹겹이 쌓인 수풀 위, 움직임이 일었다. 곧바로 안장에 달려있던 화살통을 들고 허리춤에 매어둔 활을 빼어든다. 다음으로는 시위에 화살을 걸어 당긴다. 창민은 팽팽해진 줄에 걸린 화살을 손끝으로 비틀고 수풀 위 움직임을 좇기에 여념없었다.




"보아라."


"……."


"단단히 박힐 것이다."




답하지 않은 채, 비튼 화살깃에 시선을 둔다. 예상해보자면, 이 화살은 수풀 위의 짐승에게는 닿지 않을 것이었다. 바람이 돕지 않는 데다, 이미 그 실력을 아는 터다. 궁에서의 활쏘기를 떠올린다. 활시위를 당겼다 놓는 순간, 화살은 사라져버렸다. 과녁에는 흠집 하나 내지 못하는 솜씨다. 번번히, 아주 간간히, 과녁 가까이 지나칠 뿐인 그 솜씨로 수렵은 불가했다.


그러나 팽팽히 당겨진 줄을 바라보며 무휼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고 만다.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 창민의 손끝에서 놓아진 화살이 쏜살같이 날아갔다. 바람살 가르고 날아간 화살은 여기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고목 한가운데, 나뭇결을 갈라내고 박힌다. 지척에서 위협적인 화살 소리가 나자, 수풀 근처 배회하던 짐승은 놀라 달아나버렸다. 짐승이 사라진 수풀 위, 허공의 석양빛이 약해졌다. 서산에 걸려있던 해가 그 모습을 완전히 감추어 사라진다. 어스름한 하늘 아래, 자신만만하게 고목 등허리를 맞춘 자가 웃는 낯으로 곁을 주목한다. 활시위 당기기 전, 의기양양한 모습 여전하다.




"어떠하냐."




묻는 바를 모르지 않는다. 뜻을 짐작해보지 않아도 무얼 가리켜 저리 자신만만하게 말하는지 아는 터였다. 웃는 낯에, 웃는 낯으로 답해야 마땅하나 날아온 화살에 가슴이 박힌 채 어찌 웃을 수 있으랴. 이것은 관통당한 자의 비애悲哀다. 이미 오래 전 일이다. 화살처럼 불현듯 날아온 이가 가슴에 턱 하니 박혔을 때, 그는 신하로서의 충忠도 버리고 함께 해온 벗으로서의 의義도 버렸으며, 마땅히 지켰어야 할 신념과 도리마저 버리게 되었다.



그가 쏜 화살은 정확히 명중했다. 

또한 그의 말마따나,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전하."




단단히 박히었다.







부제가 먼가 좀 도라이같지만....,히히 어찌되었든 좋슴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창민무휼이 같이 사냥이라니 히히 그저 조쿤효.....


창미니가 쏜 화살은 무휴리의 심장에 단단히 박히었겠지효,, 크......덕통당한 무휴리........더쿠의 운명도 이와 다를 바 업스니.....흑흑.....((대체


미흡한 글,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성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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