꺅 죠은 리퀘 해주셔서 감사해요 유엽님!

쓰면서 즐거웠습니다!!










볕이 잘 드는 마당은 쏟아지는 햇살이 아니라 더위로 가득 차 있다. 여름도 하루이틀이지, 햇살이 따사롭다 못해 쏴 죽일 듯한 기세로 내려치면 사람도 지치기 마련이었다. 노인과 아이들은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픽픽 쓰러졌다.

다들 걱정이네. 그 중에서도 우리 집이 제일 걱정이지만.

신생아는 겨우 벗었지만, 아이는 여전히 신경써야 할 게 많았다. 주위의 이야기를 참고하자면 소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슬슬 복직도 생각해야 하는데. 팡팡 시원한 소리를 내며 빨래를 털던 오이카와는 뻐근하게 저려오는 허리에 아구구 소리를 냈다. 붙잡은 허리는 아이를 낳은 지 일 년이 다 되어가는 데도 회복되지 않고 있었다.

영광의 상처지.

가끔 제 허리를 붙든 그를 보며 우시지마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럴 때마다 오이카와는 검지로 주름을 펴 주었다. 아이가 어려도 다 듣는 법이었다. 오이카와는 나중에 아이가 커서도 그럴 거냐고 종알거렸다. 그는 대놓고 타박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다만 그로서는 드물게 내놓고 불만을 표하는 통에 오이카와가 집안일을 할 땐 그를 멀찍이 떨어뜨려 놓는 일이 잦아졌다.

유우쨩은 이번 달로 꼭 팔 개월이 됐다.

제 품에서 눈도 뜨지 못하던 아이가 벌써 벽을 짚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건강하고 튼튼한 그들의 아이는 우시지마의 이름에서 한 글자, 행복에서 한 글자를 따왔다. 우시지마는 그걸로 정말 괜찮냐고 물어봤지만, 오이카와는 그걸로 충분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결혼한 건 좋았다. 아이를 가진 건 행복했다. 그러니까 오이카와는 우시지마의 이름 옆에 행복을 새겨 놓았다.

우시지마 토시유키.

시댁에서는 톳시나 윳키라고 부르는 모양이지만, 오이카와는 뱃속에서부터 부르던 이름이 익숙했다. 우시지마는 유우라고 부르지만, 오이카와는 꼬박꼬박 유우쨩이라고 불렀다. 어쩐지 그게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유우쨩.”

뭘 하고 있던, 제 이름을 부르면 아이는 하던 걸 멈추고 오이카와를 돌아보았다. 아이는 유독 공놀이를 좋아했는데, 그런 때는 우시지마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건 오롯이 오이카와에게만 허락된 작은 기쁨이었다.

나중에는 분명히 배구를 하겠지.

머리를 맞댄 둘은 유우가 노는 걸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벌써 공이 한 가득이었다. 아이는 다른 것보다도 공에 관심을 보였다.

“자아, 유우쨩. 점심 먹어야지. 와카쨩,”

“알았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척척이었다. 이런 때는 연애를 오래 한 덕을 봤다. 오이카와는 아이를 얼러 안고 피식 웃었다. 커다란 덩치로 아이가 갖고 놀던 공을 정리하는 게 우스웠다. 이제는 바닥에 늘어놓는 게 익숙해진 아이 장난감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았다. 배구공, 농구공, 축구공 모양은 다르지만 모두 부직포로 만들어진 말랑말랑한 공이었다. 저걸론 아직 굴리는 것밖에 못하면서. 오이카와는 아이를 받쳐 안고 부엌으로 향했다. 오늘 점심 당번은 우시지마였다.

“자아, 유우쨩은 여기.”

혼자 의자에 앉을 수 있게 된 유우쨩을 위해 부엌에는 아기의자가 놓였다. 오이카와는 아이를 안는 게 부쩍 힘이 부친다는 걸 깨달았다. 저울에 올려놓은 아기는 십오 킬로그램을 넘었다. 전화로 이와이즈미에게 쌀푸대 하나 정도는 될 거 같다고 농담한 게 어제의 일이었다. 우시지마는 아직 유우쨩을 번쩍번쩍 들었다. 뱃속에 열달 동안 넣고 다녀서인가? 오이카와는 허리를 톡톡 치며 자리에 앉았다. 우시지마가 바지런하게 차려놓은 식탁은 지중해 풍이었다. 둘 다 이탈리아에서 오래 살아서 그쪽 음식이 익숙했다.

“오랜만이네, 이거~”

전체로 만든 가지 파르미지아나는 우시지마와 오이카와가 이탈리아에 살 때 오븐 가득 구워놓고 간식처럼 집어 먹던 요리였다. 만드는 것도 간편하고 별다른 재료도 필요 없다. 사실 그 때는 지금보다도 먹성이 좋을 때라 두 사람이 오븐이 달궈지기 무섭게 먹어댔다. 오이카와는 연애할 때 기분을 한껏 음미하며 파르미지아나를 씹었다. 우시지마는 부지런하게 스토브를 오가며 음식을 날랐다. 아이가 다칠 수 있으니 프라이팬이며 달궈진 냄비 따위는 전부 식탁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 그 덕에, 우시지마는 식사시간에 조금 더 부지런해졌다.

다들 이 맛에 결혼하는 건가.

식탁에 턱을 괸 오이카와는 포크로 스파게티를 돌돌 말았다. 유우쨩은 아직 이빨이 두 개 뿐이라 고형물을 씹어 먹긴 힘들었다. 그런 아가쨩을 위한 이유식까지 대령하고 난 후에야 우시지마는 자리에 앉았다.

“고마워 와카쨩.”

“많이 먹어라.”

식사는 또 다른 전쟁이지만, 제 앞으로 그릇을 밀어놓는 우시지마를 보면 마음이 풍족해졌다. 오늘은 진짜 서비스 해줘야지. 유우쨩을 일찍 재울 결심을 세운 오이카와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고 전투에 임했다. 우시지마가 정성껏 차린 식사는 금방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에 휘말렸다. 유우쨩이 숟가락을 휘두르고 있었다. 저말은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흘리는 게 더 많을 거라는 예고였다. 오이카와는 능숙하게 아이의 손을 피해 조그만 입술 안으로 이유식을 밀어 넣었다.

“먼저 일어나도 괜찮아.”

아까부터 가만히 있던 우시지마를 돌아보지도 않고 오이카와가 말했다. 유우짱은 이빨이 난 후로 잇몸이 가려운지 자꾸 혀를 내밀었다. 삐져 나오는 음식을 손가락으로 훑어 입에 넣어주던 오이카와가 베시시 웃었다. 저를 바라보며 우시지마가 한숨을 내쉬었다. 한 숟가락 남았으니까, 이거만 먹일게. 제 말에 그가 겨우 엉덩이를 뗐다.

속 편하게 먹는 건 아이를 가질 때부터 포기했다. 우시지마는 유우쨩의 아침만큼은 꼭 혼자서 먹였다. 하루에 한 끼는 거들어 차려 주기 위해 노력하고, 이것저것 배려 해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울리는 동안 오이카와가 등 뒤로 내가 할게, 하고 소리쳤다. 얻어먹었는데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마음이 불편했다. 몇 년 전의 자신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배려였다.

그만큼 우시와카쨩이, 노력하고 있으니까.

오이카와는 속으로 기특한 자신을 맘껏 칭찬해주었다. 우시지마와 자신은 노력하고 있었다. 자고 먹는 것 밖에 모르던 아이가 기고 일어서기까지 숱한 밤들과, 그보다 더 스펙타클한 연애를 뚫고 이렇게 어엿한 가정을 만들었으니까.

“뒷정리 하는 동안 아이는 내가 데리고 있지.”

밥을 다 먹은 유우짱이 쑤욱 들렸다. 우시지마는 한 팔로 가볍게 아이를 얼렀다. 이제 등을 두드려 주지 않아도 토하지 않을 텐데, 습관적으로 등을 쓸어주는 그가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이래서 사람들이 가정적인 남편을 좋아하는 걸까.

“그릇들 깨끗하게 닦아 둘게.”

“커피도 한 잔 마시고 나오던지.”

무심한 듯한 배려에 돌아서는 등이 근사해 보이는 건 오이카와가 주부 9단을 찍어서는 아닐 거였다. 자신을 위해 남긴 살을 발라놓은 고등어 스테이크를 먹으며 오이카와는 찡한 감동을 십분 즐겼다.

 

식사 후 느긋하게 마시는 커피는 즐거웠지만, 물기 묻은 손을 닦은 오이카와는 머신을 켜놓고 부리나케 거실로 나섰다. 우시지마와 아이가 조용한 게 이상했다. 그는 활기 넘치는 아들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기꺼이 한 몸을 희생했다. 아이는 아직 제 몸 하나 다룰 수 없었다. 힘조절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토라져 고집을 부릴 때는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누가 우리 애 아니랄까봐.

떼가 난 아이를 어르고 달래 겨우 재워 놓은 오이카와의 십팔번 대사였다. 먹기 싫은 반찬도, 좋아하는 토끼 인형을 놓고 가야 할 때에도, 아이는 어른 못지 않은 힘을 보였다. 우시지마는 내심 강한 스파이커가 될 거라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었다. 오이카와는 배구로 행복했지만 아이가 다른 걸 원한다면 기꺼이 도와줄 생각이었다.

“허이구.”

조용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오이카와는 비식비식 튀어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팔짱을 끼웠다. 거실 쇼파도 아니고, 푹신한 아이용 매트 위에 우시지마가 누워 있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배 위에 유우쨩을 얹은 채였다.

더울텐데.

햇빛이 정면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에어컨을 틀었다곤 하지만 한낮의 온도는 무시할 수 없었다. 서둘러 커튼을 치려던 오이카와는 황급히 안방으로 향했다. 충전중이던 핸드폰은 어느새 녹색 게이지가 끝까지 차 있었다.

“이런 거 흔치 않지~”

배가 부른지 유우짱은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있었다. 표정 변화가 많지 않은 아이니 제법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그에 비해 불편한지 슬쩍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우시지마는, 그 와중에도 안전하게 아이의 엉덩이를 받치고 잠들어 있었다.

요 며칠 애 본다고 잠을 설치긴 했지.

시즌에는 오이카와가 절대 안 된다며 유우짱을 데리고 작은 방에서 잠을 잤다. 우시지마는 중요한 경기가 끝나자마자 부부가 떨어져 자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내가 따로 잔 건 네 수면을 위해선데. 벙찐 오이카와 앞에 우시지마는 그러니까.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고 오이카와를 설득했다. 오이카와로서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유우짱의 잠투정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었으니까.

물론 우시지마는 꽤 고달픈 모양이지만.

찰칵.

셔터 소리와 함께 우시지마와 아이의 얼굴이 담겼다. 쏟아지는 햇살과 함께 제법 괜찮은 얼굴이었다. 피식 웃은 오이카와는 그 옆에 달라붙어 핸드폰을 셀카 모드로 바꾸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과 사랑스러운 남편.

찰칵.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카메라에 담겼다. 언제 어느 때라도 멋진 오이카와씨와 행복한 가족. 오이카와는 인스타에 올리려던 손가락을 멈췄다. 어쩐지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간질간질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Fin


꺄 너무 달달한 시츄여서 쓰는 저도 즐거웠어요

애기 있는 우쇼이 넘 좋지 않나요?

애기 이름은 유엽님께서 생가하신 설정입니다!!!





레즐리Lesely Christmas=체리크렉Cherry Crack 마약처럼 중독시킬 수 있는 글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Miss, 크리스마스라고 불리고 싶었던 라스트네임은 잊혀진 지 오래. with all my XO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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