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4)


* 일부 등장인물의 설정이 드라마와 다를 수 있습니다.

* 맞춤법, 오타가 많으니 지적 환영


다음 날, 일어나는 몸 전체가 찌뿌둥하고 불쾌했다. 어젯밤 불쾌한 자리에 함께해서겠지. 은수는 역시 무리수였던 계획이었던걸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렇게 반쯤 넋이 나간 채로 있는 은수에게 계장이 다가왔다. 

"영검사님, 영검사님"

"아, 네"

"오늘부터 이제 자리 옮기시면 된답니다."

아 그게 벌써 오늘이었구나. 사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공판 끝나고 바로 옮겨갔어야 할 자리는 최근 리모델링에 들어간 몇몇 검사실때문에 분주해서 은수의 정식검사실배정이 미뤄지게 되었다. 

"저 계장님 저 몇호로 옮기면 되죠?"

"어..206호인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어요. 계장님. 실무관님도요."

방 안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비어있는 황시목검사의 자리를 흘긋 보았다. 그래 당신도 내가 이창준과 한패로 보이겠지? 나중에 인사하면 되려니 하고 짐을 들고 206호로 향했다. 

"20..7..어..20..6"

매일 가던 곳들인데 호수로 보니 낯설었다. 

"...이건 뭐지"

206호는 차장검사실 맞은 편이었다. 문 열면 마주 보이는 방. 보통 막내에겐 구석 방을 주는 일종의 관례에서 어긋나도 한참 어긋났다. 서동재보다도 차장검사실에 가까운 방이라니. 어젯밤이 바로 이렇게 돌아오는건가. 은수는 당황했다. 짐을 옮기면서 창준에게 직접 왜 그랬는지 물어야한다는 마음과 굳이 묻지 않고 받아들이라는 마음이 공존했다. 

똑똑 ㅡ 

"들어오세요."

창준이었다. 머릿속을 채 정리하지도 못한 상태에서..낭패였다. 

"새 방은 마음에 드나?"

"...차장검사님..이 방은.."

"왜? 너무 좁아? 마음에 안드나?"

"그런 뜻이 아니라.. 보통 구석방 주시지 않습니까?"

"영검사도 알텐데? 지금 리모델링 곳곳에 들어간 거. 남는 방 중에 막내에 어울리는 작은 방 준거야."

"그런 뜻이 아니라.."

"뭐 내가 총애라도 한다는 건가? 영검사, 착각하지 마. 아무 방이나 준거니까."

창준은 아무런 감정 없다는 듯 무심히 말하고는 방을 빠져나갔다. 

"자주 보자고, 영검사."


은수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창준이 나를 믿는 것일까 아니면 나를 감시하려는 것일까. 자기 턱 밑에 둬서 뭘 어쩌겠다는거지? 


은수는 이 일이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가설을 세웠다. 

하나는, 차장검사가 서동재처럼 자신을 키우려한다는 생각.

다른 하나는, 영일재 장관의 딸인 자기 자신의행적을 감시하려 한다는 생각. 


첫번째 이유라면 계획대로겠지만 두번째라면 곤란하다.. 은수는 생각했다. 서동재처럼 입안의 혀처럼 굴어야하는 것일까? 자신의 바닥을 보여 충성을 증명해야 하는 것일까..? 


또 한번 노크소리가 나고 이번 사람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문을 열었다. 서동재였다. 

"오~영은수? 수단 좋은데? 벌써 나도 못와본 차장님 근처에까지 와있고 말이야."

"아..네.."

"앞으로 잘하자고 우리."

쓸데없는 충성다지기 따위를 이야기하다가 서동재는 돌아갔다. 그래 서동재의 말처럼 창준이 생각하고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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