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너라는 또 다른 갈림길에서

멈춰 서 발을 떼지 못 하네

어느 쪽을 가든 늘 후회하지 않았나

다른 쪽 길을 걸어보지 않은 우리는

 

미련 아니면 후회였고

시작 아니면 끝이었던

네가 아니면 내가 아닌

시간들 속에 멈춰있던

 

나는 여전히 원래 그랬던 사람처럼

막다른 갈림길에 그냥 서 있을 뿐

 

우리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 위해서

어느 날 불같은 사랑을 했고

잊을 수 없어 매일 울었고

우리는 또다시 한 번 더 남이 되지 않기 위해서

적당한 사랑을 해야 해서 슬펐고

 

 

우리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 위해서

– 안녕하신가영

 

 

 

 

 

 

 

아침 7시,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침잠이 많은 레너드로써는 이 시간에 일어나는 게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출근 시간도 아직 한참이나 남아 있었고 집에서 연구소까지는 고작 10분도 채 안 되는 거리였다. 8시에 일어나 준비를 해도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레너드는 서둘러 씻고 거울 앞에 섰다. 한참을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다듬다 8시가 되기 전 집에서 출발했다. 중간에 카페에 들려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물론 이건 다 핑계일 뿐이다.

딸랑- 종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레너드는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계산대에는 벌써 손님이 줄을 서 있었다. 일행으로 보이는 두 사람은 여기 커피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며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레너드는 그 말에 동의했다. 이 근방에서 이곳만큼 맛있는 커피를 찾기란 힘들다. 레너드는 내심 뿌듯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계산대로 다가섰다.


“사장님, 애인 있어요?”


레너드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아, 유난히 목소리가 들뜬 것 같더니. 손님은 내심 사장을 마음에 두고 있던 모양이었다. 사장이 원채 잘생겼으니까. 금발의 푸른 눈, 제임스는 마치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왕자님 같다고 조안나는 말했다. 그러고 보니 못 본지 꽤 오래됐네. 이혼 후 엄마와 살고 있는 딸아이를 생각하며 레너드는 오늘 밤 통화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없어요.”

“어머! 정말요?”

“마음에 둔 사람은 있지만요.”


또다. 제임스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상대를 거절했다. 그러나 레너드는 안다. 이것이 상대를 거절하는 제임스의 방식이라는 것을.


“짐, 커피 한잔만 줘.”

“왔어?”

“아까부터 보고 있었으면서 뭘.”


제임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손님을 돌아보며 웃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커피를 든 손님 둘이 카페를 떠나고 레너드는 창가 쪽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계산대 안쪽에서 일하는 제임스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였다. 레너드가 자리에 앉는 모습을 보며 제임스가 물었다.


“커피만 주면 돼?”

“토스트도.”

“너 집에선 아무것도 안 해먹지?”

“알면서 뭘 물어.”


분주히 원두를 내리는 모습을 훔쳐보다 제임스가 돌아볼 타이밍이 되면 자연스럽게 창밖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티가 나지 않게 그를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자, 제임스 커크 특제 토스트와 카페 라떼.”

“시럽도 넣었어?”

“네가 니 입맛을 모를까봐?”

“흠…….”

“생긴 건 안 그러면서 단 것만 좋아하잖아.”

“야, 생긴 걸로 사람 차별하는 거 아니야.”


헛기침을 하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촘촘한 우유 거품이 입안에 들어왔다. 제임스는 레너드가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보며 웃어보였다.


“어때? 맛있지?”

“어, 끝내준다.”

“많이 마셔둬. 당분간 카페 닫아야 하니까.”

“뭐?”


레너드는 저도 모르게 크게 터진 목소리에 목을 가다듬으며 제임스의 눈치를 살폈다. 제임스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너무나 평온한 표정에 도리어 마음이 상했다. 넌 진짜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가 보다. 가슴 한 구석이 따끔거리는 느낌이었다.


“카페가 내 본업이 아니잖아.”

“아…….”


제임스는 사진 작가였다. 카페는 이를테면 부업 같은 것이었다. 제임스가 찍는 것은 풍경사진으로 인물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간혹 제의가 들어오기는 했다. 제임스는 일 년에 한두 번 훌쩍 떠나 사진을 찍고 돌아왔고 그것을 모아 사진집을 냈다. 레너드는 제임스에게 일종의 방랑벽이 있다고 생각했다. 한 곳에 머물기를 싫어하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떠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오래 가지 못했다. 제임스는 레너드의 친구이자 전 애인이었다.


“이번엔 어디로 가는데?”

“아프리카.”

“전에도 다녀오지 않았어?”


그러니까 둘이 사귀던 무렵에. 그때 아프리카로 떠나 한 달은 연락이 끊어졌을 것이다. 그게 결정적으로 두 사람이 헤어진 이유였다. 연락 없는 애인을 기다리며 걱정하고 마음 졸이고, 끝내 연락이 닿았을 때는 화가 났다. 너무 멀쩡하고 밝은 그 목소리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다. 마치 혼자서만 사랑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헤어지고도 제임스는 뻔뻔스레 레너드를 찾았다. 우리 이제 애인은 아니지만 아직 친구잖아. 웃으며 말을 하는 그 잘생긴 얼굴을 보며 레너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래, 친구지.’


다 개소리다. 친구라니. 적어도 레너드는 아니었다. 사귀다 헤어져도 아무렇지 않은 친구? 그건 감정이 없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지! 여전히 질척이는 감정을 품고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만 했다. 친구라도 돼야 옆에 남을 수 있을 테니까.


“너도 알잖아. 그때는 장비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제임스의 말소리가 끊겼다. 그랬었지. 짐을 쫄딱 도둑맞은 덕분에……, 레너드는 생각을 끊으며 주먹을 꾹 쥐었다.


‘네 핸드폰 번호를 모르겠더라고.’


귓가에 환청처럼 들리는 목소리를 쫒아내며 레너드는 애써 웃음 지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것은 이골이 났다. 눈치 없는 제임스 덕분에 들키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


“이번엔 조심해. 짐 관수 잘하고.”

“응, 그럴게.”


제임스는 다시 어여쁘게 웃었다.


“언제 출발해? 술 한 잔 해야지.”

“영영 가는 사람 보내는 듯 그런다?”

“핑계 김에 마시자는 거잖아. 다들 부르자고.”

“좋지, 언제 모일까?”


 

-


 

문을 나서는 레너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제임스는 한참을 넋을 놓았다. 창밖 너머로 그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하염없이 레너드의 모습만 쫒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몸을 움직였다. 젠장, 멍청한 제임스 커크. 헤어진 옛 연인을 언제까지 이렇게 넋을 놓고 볼 셈인지.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마음을 정리하고 말 것이다.

또다시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일종의 오기였다. 너를 잃게 만든 곳이라 두 번 다신 가고 싶지 않았지만 거기가 아니면 도무지 정리할 자신이 없었다. 짐을 잃어버린 것은 순전히 제임스의 실수였다. 설마 주소를 잘못 기입했을 줄이야. 잃어버린 장비를 다시 되찾을 때까지는 자그마치 한 달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도 찾은 게 다행이었다. 그 사이 어떻게든 레너드에게 연락을 취할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제임스는 그러지 않았다. 수중에는 카메라 한 대가 남아 있었고 약간의 돈도 있었다. 레너드가 걱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안 한건 아니었다. 하지만 멍청하게도 제임스는 둘 사이가 아직 친구였던 때를 떠올리며 안일하게 대처했다. 그 결과가 이거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그리고 다시 친구로.

제임스는 하나에 꽂히며 다른 것은 둘러보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무언가에 빠지면 다른 건 안중에도 없이 뒷전이 되어 버렸다. 낯선 땅, 새로운 풍경에 홀려 레너드를 새까맣게 잊어버린 것은 제임스의 탓이었다. 건강하게만 돌아가면 웃어줬으니까 이번에도 그럴 거야. 어떻게 그런 착각을 한 거지?

방랑벽이 있다며 타박하면서도 네가 좋아하는 일인데 해야지 어쩌겠냐며 등을 밀어준 것은 레너드였다. 다치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라며 배웅하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돌아온 핸드폰을 손에 쥐고 레너드에게 연락했을 때 제임스는 레너드가 자신을 반겨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비난과 분노였다. 너의 무신경함에 질렸다. 내 생각은 하나도 안했지? 나는 너 때문에! 뒷말을 삼키는 레너드의 목소리에 물기가 어려 있었다. 그 순간 정수리부터 축축하게 땀이 솟았다.


‘본즈, 내 말을 좀 들어봐.’

‘……헤어지자.’

‘뭐?’

‘못 견디겠어.’

‘잠깐…….’

‘너한테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었다.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데 입이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아무것도 아닐 수 있어? 절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느끼게 만든 것은 분명 저였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헤어지고 나니 무슨 미련인지 레너드가 눈에 밟혀 한동안은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여행도 아무런 재미가 없었다. 사진이라곤 한 장도 찍을 수가 없어 슬럼프가 왔다. 고작 이별이 뭐라고 이렇게 까지 무기력해질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제임스는 인기가 많았지만 고백만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고백을 한 적도, 차인 적도 있었다. 사귀다 헤어진 게 처음도 아닌데 이별 한 번에 온 후유증이 너무 컸다.

어느 날은 멍하니 집에만 있다 레너드 생각에 무작정 집을 나섰다. 차를 끌고 레너드의 집 앞까지 갔다가 불 꺼진 창문을 훔쳐보며 눈물만 뚝뚝 흘렸다. 레너드가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미안하다고 하면 레너드가 용서해줄까? 한 번만 봐달라고 빌어볼까? 머릿속을 난잡하게 어지르는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만 흘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두 사람은 원래 친구로 시작했다. 둘에게는 공통된 친구가 많았고 모임 약속이 잡히자 만날 기회도 생겼다. 제임스는 어떻게든 레너드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광을 내고 참석했다. 젠장, 레너드가 더 멋졌다. 멀쩡해 보이는, 심지어 더 멋있어진 레너드의 모습에 제임스는 직감했다. 쟨 나 같은 건 이미 다 잊은 지 오래됐어. 나 같아도 한 달 동안 죽었는지 살았는지 연락도 안 되는 애인 따위 잊고 싶을 거야. 완벽한 실연이었다.

술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길이 없었다. 더 있어봤자 체할 게 분명해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정말 미안한데 내가 좀 피곤해서 먼저 들어가야겠다. 안색이 어지간히도 나빴는지 그날따라 친구들은 붙잡지도 않았다. 다행이다 싶어 술집을 빠져 나오는데 레너드가 손을 잡아왔다. 제임스는 그 순간 레너드에게 매달릴 뻔 했다. 하지만 걱정스런 표정으로 어디가 아프냐, 뭘 잘 못 먹은 건 아니냐 등을 물으며 의사의 본분이라도 지키겠다는 모양새로 말을 하는 레너드 덕분에 입을 꾹 붙들어 맬 수 있었다.


‘나 괜찮아. 피곤해서 그런 거야.’

‘안색이 많이 안 좋은데…….’

‘저기, 일단 손 좀 놓고 말할래?’


레너드는 머쓱하게 손을 떼며 입술을 달싹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헤어진 후 처음 보는 자리였으니 어색할 만도 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의사 친구가 이럴 땐 좋네.’

‘……친구?’

‘응, 친구.’


어떻게든 친구로라도 남고 싶어 유난히 친구라는 말을 강조했다. 레너드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청승맞게도 눈물이 줄줄 흘렀다. 친구 좋아하시네! 레너드의 멍청함과 자신의 미련스러움에 제임스는 눈물을 훔칠 생각도 못했다. 붙잡아나 볼걸, 아니 잘 한 거야. 수 십 번 뒤바뀌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고 다음날 퉁퉁 부어터진 얼굴로 거울을 봤다. 그 흉한 몰골을 보며 제임스는 정말 간신히 그래, 내가 잘 한 거야. 친구로라도 남아서 다행이다. 그렇게 여길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린 다시 친구가 됐다.

 


-


 

야, 너희 왜 안마시냐? 술이라면 환장하는 새끼들이. 술에 취에 웅얼거리는 친구들의 말을 무시하며 레너드는 줄지 않는 술잔을 필사적으로 지켰다. 제발 나한테서 신경 꺼. 여기서 술에 취하기라도 해봐라. 누가 저 자식한테 술을 먹였냐며 모르는 사람인양 도망칠 자식들이. 만취해 실수라도 할까봐 레너드는 그 좋아하는 술을 아끼고 또 아껴 마셨다. 짐, 나랑 다시 만나자. 내가 잘 할게. 염치도 없이 매달릴게 뻔했다. 헤어지자고 한 건 저면서 다시 만나자는 소리를 어떻게 할 수 있냔 말이다.

제임스는 과하지 않게 술을 홀짝이며 친구들의 농담에 맞장구쳤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저 얼굴을 보면 속이 쓰렸다가도 마음 놓고 얼굴이라도 볼 수 있는 게 어디냐 싶었다. 홀린 듯 멍하니 제임스의 얼굴을 보다 눈이라도 마주칠 새라 다급히 시선을 돌렸다.


“내일 약속이라도 있어?”


시끄러운 소리들 속에서도 제임스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선명하게 박혀들었다.


“본즈.”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거는 줄 알았다. 본즈, 제임스만이 부르는 그의 별명을 듣자 레너드는 다급히 고개를 돌려 제임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허공 너머로 제임스와 눈이 마주치자 머리가 흐려졌다. 레너드는 얼빠진 목소리로 답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

“약속 있냐고.”

“뭐? 아니, 아니, 어.”

“아니란 거야 있다는 거야?”

“있어, 약속 있어.”


그래서 자제하는 중이야. 혹시라도 오해할까 싶어 얼른 말을 덧붙였다. 술에 취해 진상을 부릴까봐 네 앞에선 술을 자제하는 중이야. 그렇게 말할 순 없잖은가. 사실 제임스 앞이 아니더라도 그와 헤어진 이후 레너드는 술에 진탕 취해 본 적이 없었다. 밤에 전화라도 걸면 어떡해? 왜 있잖은가. 새벽 2시의 구 남친. 제임스가 구질구질하다고 손가락질이라도 할까봐 하지도 않은 일에 걱정이 앞선다.


“약속이 있어?”

“어, 약속 있어.”

“넌 니가 먼저 모이자고 해놓고, 약속이 있다고 몸을 사리는 거야? 배웅해준다니 배웅은 무슨!”


어느 순간 제임스의 목소리가 툭 튀어 올랐다. 어딘가 화가 난 듯 보이는 제임스의 표정에 레너드는 안절부절 못하고 입을 뻐끔거렸다. 내가 뭔가 섭섭하게 했나? 그렇지, 친구가 멀리 가는데 재미없는 표정으로 술잔만 만지작거리면 역시 기분이 나쁘겠지? 내가 잘못을 해서……. 머릿속이 빙빙 돌아 아무 말도 못하고 제임스만 바라봤다.


“짐?”

“안 마실 거면 그거 이리내.”


제임스는 레너드의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빼앗아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곤 그 잔에 술을 따라 연거푸 들이 마시곤 잔을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오, 제임스.”

“왜 이렇게 안마시나 했다. 좋아, 마셔, 마셔.”

“여기, 한 병 더.”


제임스는 빈 술병을 흔들며 새로운 술을 주문했다. 만류할 새도 없었다. 짐하고 부르자 다른 친구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레너드를 외면했다. 그게 마치 ‘너는 꼴도 보기 싫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가슴이 따끔거렸다.

술을 끊임없이 위로 흘려보내던 제임스는 끝내 진탕 취해버렸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취해 길을 걷는 내내 흐느적거렸다. 친구들과 헤어질 때까지만 해도 멀쩡해 보이더니……. 따라오길 잘했다 싶었다. 레너드는 제임스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어느새 집 근처에 도착해 겨우 안심하려는 차에 제임스는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는 한참동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떡하지? 가서 잡아줘야 하나? 생각을 하고 움직일 심산이었으나 레너드도 몸이 먼저 움직이는 타입이었다. (중략)



(이후는 책에서 확인해 주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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