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가 토니에게 청혼했다가 까이는 로코를 써보고 싶었으나 실패했습니다.











“자네는…우리 사이를 뭐라고 생각한 건가?”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가 머뭇거리며 일어나 다소 아연한 음성으로 묻자, 길지 않은 정적이 흘렀다. 토니 스타크는 드물게도 그답지 않게 할 말을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숨을 멈추었다가, 음…하고 뜸을 들인 뒤 어물거리며 입을 열었다고 한다.


“돈독한…섹스 파트너?”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는 듯, 대답보다는 질문처럼 말꼬리를 올린 그의 말을 듣고, 벌겋게 달아올랐던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의 얼굴이 이내 시퍼렇게 굳어졌노라는 것이 그 자리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았던 사람의 증언이었다.

‘캡틴 아메리카가 토니 스타크한테 무릎 꿇고 청혼했는데 까였대, 그런데 전부터 떡은 존나 치던 사이였대.’ 하는 소식은 그날 밤이 지나기도 전에 지구를 한 바퀴 반 돌았다. 소문의 주인공들이 또 ‘존나게 떡을 치던’ 그 사이에 말이다.


여느 때였다면 더 빨리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평소와 같았으면 페퍼가 상황을 보고 받고 바로 대응을 했거나 토니가 알아채고 조치를 했을 테니까. 그러나 하필 그날 밤, 페퍼는 시차가 있는 다른 지역으로 출장 중이었고 토니는 스티브와 할 일을 방해받기 싫어 전화를 꺼둔 상태였으며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자비스는 필수 기능만 남긴 휴면 상태로 자체 점검 중이었다.

하지만 마냥 토니를 탓할 수 없을 터다, 토니는 스티브와 저녁만 먹고 집으로 돌아와서 섹스를 하기 전에 다시 자비스를 원래대로 돌려놓을 생각이었고, 그 계획대로 되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테니까. 호텔에서 머물고 돌아가자는 스티브의 부탁에 깜박 넘어간 게 방심이라면 방심이긴 했으나, 스티브가 준비한 프로포즈를 완전히 망쳐버렸으니 그 정도는 들어주고 싶었던 마음을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어쨌든 이렇게 누군가 노리기라도 한듯 절묘한 타이밍 덕분에, 스티브→토니의 ‘망한 프로포즈 목격담’은 SNS를 타고 엄청난 속도로 퍼졌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비상 상황을 맞닥뜨렸으나 결정권자 중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던 스타크 인더스트리 언론대응팀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인 일이니 만큼 추측성 기사는 삼가주길 바란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전부였다.


토니가 스캔들을 일으킨 적이 한 두 번도 아니고, 오너 리스크 처리에 이골이 난 페퍼였지만 이런 일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난 여론에 따르면, (구)무기상에 난봉꾼이었던 토니 스타크가 구국의 영웅이자 미국의 고귀한 상징이며 어벤져스의 리더 캡틴 아메리카를 “따먹은(직접 인용)” 것만으로도 천인공노할 일인데, 거기다 “단물만 쏙 빨아 먹고 버리기(역시 직접 인용)”까지 한 꼴이니 욕 먹어 마땅했다. 

뉴욕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상황을 들은 페퍼는 언론대응팀과의 회의 끝에, 확산의 정도와 부정적인 여론의 수준으로 볼 때 보통의 방법으로는 일이 잠잠해지지 않으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된 것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토니가 예상하지도 희망하지도 않은 전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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