룡은 남의 집 문 앞 돌계단에 다소 처량맞게 앉은 운영의 안색을 살피었다. 앉은 폼이 이상하지도 않고 특별히 특정한 부위가 고통에 시달리는 듯 보이지도 않았다. 룡이 빤히 그를 보자 운영도 그를 빤히 마주 보았다.

 


 

"자네가 그렇게 촉촉한 눈으로 나를 보아도, 난 이미 꽤 마음이 상했다네."

 


 

운영은 룡의 시선을 자의로 해석한 듯했다.

 


 

"... 이만 가보겠습니다"

 


 

"허허 자네는 어찌 그리 속이 좁은가. 잠깐 앉았다가 같이 가시게나. 내 잠깐 충격을 받았지만 곧 정신이 날걸세"

 


 

룡은 영의정이 운영은 그런 쪽?으로 마음이 동하여 불렀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운영이 그와의 만남에서 충격을 받을 일이 무엇이 있을까? 룡은 그 이유가 짐작 가지 않았다. 룡은 그와의 밤에서 운영이 보기와 다르게 그 방면에 예상외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음을 확인하였으나 겉으로 보기에 운영은 특출날 게 없지 않은가.

 


 

'설마... 그가 위쪽을 강요받은 건 아니겠지...?'

 


 

스스로 생각해 봐도 오른손을 높게 들어 자신의 머리를 내려치고 싶은 가정이었다. 짧지만 운영과 영의정이 나체로 엉겨있는 모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웩'

 


 

룡은 고래를 절래 저은 후 운영의 옆에 가 앉았다. 서 있을 때는 저 양반 체통도 없이 저래 아무 곳이나 앉나 싶었는데 앉아보니 운영을 기다리며 다소 오랜 시간을 서있던 터라 편하기는 하였다.

 


 

'충격을 받았다고?'

 


 

운영은 정색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금 실실 웃는 것을 반복하는 게 확실히 정신이 나간 사람의 행태였다. 그러다 한숨을 땅이 꺼지게 쉬며 고개를 다리 사이에 처박더니 갑자기 벌떡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세나. 가"

 


 

집으로 돌아간다는 뜻이겠지만 어떤 결심을 한 건지 음성이 매우 단호하였다. 운영은 생각에 골똘히 잠겨 있는지 뒤에 룡이 따라오고 있는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에 둘은 갈림길에서 헤어졌다.

 


 

이른 서리가 내려 기온이 부쩍 내려갔다. 운영은 어쩐 일인지 방앗간처럼 들리던 미호당에도 두문불출하여 둘은 그날 밤 이후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였다. 룡은 그가 자기에게 화가 나서 그러는 것이라고 짐작하였지만 먼저 찾아가려니 사뭇 내키지 않는 마음이 들었다. 처음에는 자존심 같은 게 그를 방해하였지만 나중에는 잘못도 없는데 부당한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화가 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늘 밤 그 두 마음은 황당함으로 가득채웠졌다.

 


 

"운영 그 자식... 흠흠흠.. 월성군께서 영의정의 사위가 된다는 말인가?"

 


 

"호호 모르셨어요? 저런, 두 분은 그리 친하게 지내시는 것 같아도 정작 중요한 이야기를 안 하시는가 보군요"

 


 

화사하니 웃었지만 어투에 가시가 들어있는 건 미호의 옆에 서있는 이었다. 그는 운영이 나타나기 전 나름 룡에게 자신이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운영을 대놓고 싫어했으며 그것을 룡앞에서 숨기지도 않았다.

 


 

'그가 말하지 않은 게 아니라 내가 그를 피해서 그런 걸지도'

 


 

"그럴 리가 있나,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듣고 와서 이리 말하는군"

 


 

"그렇죠? 룡님 영의정이 시라면 나는 새도 바닥에서 기어 다녀라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분인데 그가 뭐가 아쉬워 여식을 월성군께 보낸다는 거겠습니까?"


"....."



"게다가 아무리 왕족의 부인이라 한들 정실부인이 있으니 첩의 지위가 아닙니까 "

 

대단히 뛰어나고 권세가 있는 이라면 첩의 지위도 마다않고 부인으로 보내는 경우가 있지만. 이건 경우가 반대가 아닌가? 룡의 속도 모르고 룡이 자신의 말에 동의했다고 생각하며 미호쪽을 바라보았다. 세상의 뜬소문 대부분의 것들이 말 많은 남정네들이 모이는이곳에 모여들었다. 소문의 진위에 관하여 가장 공정히 파악하는 것은 미호였다.

 


 

룡또한 미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또한 허허 웃으며 그런 소문을 누가 퍼트립니까 하면 같이 웃고 이 대화는 끝날게 분명하였다. 그러나 미호는 대답 없이 묘한 미소를 띤 채 입가를 만지작거렸다.

 


 

'소문의 진상을 그가 파악하지 못했단 말인가? 그 정도로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미호의 침묵에 속이 타는 것은 룡이었다. 눈치 빠른 미호는 룡과 운영이 이미 만리장성을 쌓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운영이 일부러 세상에 널리 알린 것은 아니지만 그는 속마음을 능히 감출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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