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골목길이었다. 흐릿하게 길을 밝히던 가로등 하나가 외로이 서 있던 흔해 빠진 공간. 매일같이 지나 더 이상 감흥도 없는 김빠진 콜라.


그 날은 달이 뜨지 않았고―어쩌면 구름에 가린 거였을지도― 모르는 그런 밤이었다. 어둑한 밤은 달 대신 내 뒤를 따랐고 별은 성글게 짜인 그물처럼 하늘을 덮었다. 그 무성한 눈동자들을 보면서 나는 또다시 너를 떠올렸다.


안녕.


사랑은 지독했고 우리는 보통 연인들처럼 타올랐었는데. 이 끝이 고통일지라도 우리는 불나방처럼 무모했었지. 네가 가짜 달임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진 나를 모두가 못마땅하게 여겼던 건 기억나?


저건 그냥 둥근 전구일 뿐이야. 달이 아니라고.

나도 알아.

가까이 가면 너는 불에 타 죽을 거야.

나도 알아. 나는 달에 가보고 싶었어. 하지만 그러기에 내 날개는 너무나 연약하고 나는 사랑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어.

미쳤구나.

내 진짜 달은 저 곳이야. 세상 사람들이 달이라 부르는 것도 빛나는 유리 조각일 뿐이야.


우리가 달이라 부르는 은색의 조개껍데기. 오늘도 밤은 부질없고 내 머리 위에 담긴 별들은 덧없다.


사랑하는 사람아, 언제쯤 나는 당신을 과거로 부를 수 있을까.


새벽의 옷자락에 얼굴을 묻었다. 혹시 그거 아니, 밤하늘은 너를 꼭 닮았다.


네가 웃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아서 숨죽여 울었다.


사랑하게 해 줘서 고마워. 너의 마지막 사랑을 나로 정해줘서 고마워.

단어와 문장과 어쩌면 그 사이 틈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 글을 쓰고 올리는 곳입니다! 사담 및 문의는 트위터 @dearest_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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