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구독을 다시 신청했을 때는 단지 <프란시스 하>가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가입을 다시 한 날 밤 바로 <프란시스 하>를 봤고 다음 날부터 또 뭘 볼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제이 애셔의 <13 Reasons Why>라는 책이 넷플릭스 시리즈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2년 전에 사 놓은 책을 아직도 안 읽고 있다는 생각에 이때다 싶어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를 함께 보기 시작했다.

슬펐다. 무섭기도 했다. 책과 드라마를 함께 끝냈을 때 슬픔보다는 무서움이 더 컸다.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봤지만 모든 영화와 드라마가 눈을 돌리고 싶어했던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학생들간의 서열, 자살, 성폭력, 우울증, 따돌림.

남자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여자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배우게 된다. 뭘 해도 좋은지, 하면 안되는지. 물론 남자들 사이에서. 그리고 한번 '걸레'로 낙인 찍힌 여자애들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닌 물건이 되어버린다. 걔는 걸레니까 내가 아무거나 해도 상관없을거야 라는 생각을 남자애들에게 심어주면서. 어린 남학생들은 그게 옳은지 그른지 따질 겨를도 없이 다수의 의견에 순응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만의 우애로 합의가 되고 그 합의 하에 이뤄진 내용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남자로서 이해를 해줘야한다. 그게 우정이고 의리니까.


<13 가지 이유>는 한 여학생, 하나 베이커의 자살로 시작된다. 아직 왜 그녀가 자살을 택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인공 클레이게게 소포가 도착한다. 반송 주소는 써있지 않은 익명의 소포에는 7개의 카세트 테이프가 들어 있고 동네 지도가 함께 들어있다. 그리고 그 테이프에는 하나 베이커가 자살을 택한 이유 13가지가 녹음되어 있다. 그녀가 죽음을 택하게 끔 만든 열세가지 상황들, 그리고 거기에 있던 열세명의 사람들. 그녀의 첫키스, 새로 전학 온 학교의 첫 친구들, 같은 반 아이, 등 열세명의 사람들은 한명씩, 순서대로 그 테이프를 듣게 된다.


책은 주인공이 테이프들을 받게 되는 날 오후부터 다음 날 아침 까지의 일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하나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지만 하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테이프들을 여러 날에 거쳐 들으며 테이프를 들을 때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하나의 죽음을 풀어나가려고 한다.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에게 이유를 묻고 해결을 하려고 한다. 그 어떤 것을 해도 하나가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학생들은 그저 청소년들이 아닌 한 명의 사람들로 바라본다. 그들이 숨기는 비밀들, 그들이 선택하는 행동들을 의심없이 바라보며 내려다 보지도 않는다.


영화는 결국에는 자살에 대한 이야기다. 자살까지이 과정을, 그리고 하나의 자살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 후의 이야기를. 드라마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어떤 것도 숨기려 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야기하기 꺼려하는 주제들, 우리가 보기 싫어하는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모두 다 보여 준다. 그리고 몇몇의 이야기는 작가 제이 애셔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실제 이야기들에 바탕을 두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하나는 '모두들 신경을 썼지만 충분히 신경을 쓰지 않았고 나 역시 그랬다. 미안하다.' 라는 말을 하며 끝을 맺는다. 


-저번달에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보고 마음에 들지 않아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버리긴 아까워서 6월 말이 돼서야 올리는 글 



I ramble

햇빛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