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뉴욕에 없는 조의 부탁으로 이보네의 갤러리로 가는 도중 몇 번이나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어지러움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갤러리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나는 애써 태연한 얼굴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는 날 알아보는 스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나는 곧장 이보네의 오피스로 가서, 문을 노크한 후 들어갔다.



자신의 데스크에 앉아서 무언가를 읽고 있던 이보네는 내가 들어오자 고개를 들었다.


“잭..!”


그러나 나를 보자마자 충격을 받은 듯 얼어붙었다. 나는 그녀에게 괜찮다는 듯 웃어 보였다.


이보네는 데스크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이보네를 내려 보며 환하게 웃기 위해 노력했다.


“미안해요. 걱정하게 만들어서.”

“오 세상에.. 이렇게 아픈지 몰랐어요.”


이보네는 내 뺨을 만졌다. 나는 이보네의 손의 감촉에 약간 움츠려들며 눈을 감았다.


“아직도 열이 있잖아요..!”

“괜찮아요. 많이 좋아진 거예요.”


이보네가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나는 웃으며 내 뺨에 있는 이보네의 손을 잡았다.


이보네는 내 뺨에서 손을 내렸지만 내 손을 놓지 않고 계속 잡고 있었다.


나는 그저 이보네의 시선을 피해 눈을 내리 깔았다.


“식사는 제대로 하고 있어요?”

“네. 먹고 있어요.”


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무언가를 제대로 먹어본지가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이보네는 조용히 나를 보더니 말했다.


“식사하러 가요, 우리.”

“아니에요. 난 괜찮아요.”

“나도 아직 못 먹었어요. 제발요.”


나는 내키지 않았지만 이보네가 그렇게 말을 하니까 결국 따라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보네의 갤러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었다.


우리는 레스토랑 밖 테라스에 앉았다.


잠시 뒤 지배인이 직접 자리로 와서 이보네에게 인사를 하자, 이보네도 그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아무래도 이곳은 이보네의 단골인 듯 했다.


나는 지배인과 얘기 중인 이보네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이보네는 무언가를 말하자 지배인은 친숙함이 넘치는 손길로 이보네의 어깨를 만진 후에 떠났다. 이보네가 나를 다시 본 후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왜요?”

“이탈리아어도 하는지 몰랐는데요.”

“오.. 잘 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그의 남자친구가 이탈리아로 함께 돌아가서 그의 부모님과 만날 약속을 잡았다는 얘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 못하는 것이 아닌데요.”

“예전에 잠깐 이탈리아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난 지금 잭에게 더 놀랐는걸요~?”

“..나도 잘 하지 못하고 겨우 듣기만 하는 정도에요.”


나는 물 잔을 집어 들고 물을 마셨다.


목 안으로 억지로 물을 삼키면서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이보네가 날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그 시선을 피해 눈을 내리깔고 메뉴판을 보는 척 했다.


“여긴 정말 제대로 된 미네스트로네가 있으니까 한 번 먹어봐요.”

“네, 그러죠.”


나는 옆에 주문을 받기 위해 서있던 서버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네스트로네를 주문했다. 이보네는 샐러드를 주문했다.


이보네는 계속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나는 이보네의 걱정을 좀 줄이기 위해 다른 화제를 꺼내기 위해 역시 물어보고 싶지 않은 것이었지만 물어야 했다.


“....크리스는 캐나다로 갔나요?”

“네. 며칠 전에 캐나다로 갔어요... 오..! 크리스에게도 연락을 안했던 거예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내게 키스를 당하던 크리스가 굳어진 듯 서있던 모습이 뇌리에 떠오르자, 또다시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태연하게 있기 위해 조용히 마른침만 삼켰다,. 그런 후 마침 생각난 조의 전시회에 대해 물었다.


“아참, 전시회 상황은 어때요?”

“정말 굉장한 수준이에요. 이제 곧 전시회 일정이 끝나는데도 사람들이 조의 사진을 보러 많이 오고 있어요.”

“잘됐네요.”


나는 진심으로 좋아하며 조의 주제로 대화를 전환시켰고 방금 전보다 분위기는 나아졌다. 우리가 한창 대화 일 때 음식이 서빙 되어 왔다.


우리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첫 입부터 삼키기 힘들었다.


음식 맛이 느껴지지 않았고 억지로 스프를 먹기 시작하게 위가 급격하게 수축되는 것 같았다. 나는 당장 숟가락을 내려놓고 싶었지만 앞에 이보네가 있었기에 억지로 몇 입을 더 먹었다.


“...잭?!”


갑자기 나를 부르는 소리에 나는 스푼을 입에 문채로 고개를 들려다가 빠르게 스푼을 그릇에 내려놓고 빠르게 냅킨으로 입을 닦은 후 고개를 들었다.


테라스 밖 도로 가에서 루크가 서서 날 보고 있었다.


“이보네~”


루크는 고개를 돌려 이보네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루크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이보네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말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사람이 같이 있군요. 합석해도 될까요?”


갑작스러운 루크의 등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보네는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 입을 열었다.


“루... 우리는 지금...”

“고마워, 이보네.”


이보네에게 부탁한 것이 아닌 듯 이보네의 말을 자르며 루크는 꽤 높은 테라스 난간을 가벼운 몸놀림으로 훌쩍 뛰어넘어 테라스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걸어와 빠르고 매끄럽게 앉았다. 의자를 당겨 앉은다음 태연하게 다리를 꼬고 앉은 루크는 손을 들어 서버를 불렀다.


나는 거침없는 루크의 행동에 웃었지만, 이보네는 무척이나 못마땅한 듯 루크를 쳐다보았다.


루크는 메뉴판을 보지도 않은 채 다가온 서버에게 빠르게 음식을 주문한 후 그제야 나를 봤다.


장난기 넘치던 루크의 표정이 순식간에 없어지며 인상이 구겨졌다.


“잭, 괜찮은 거예요?”

“...네. 난 괜찮아요.”


내 얼굴이 그렇게 병자 같은 건가? 요 근래 제대로 거울도 안 봤더니 알 길이 없었다.


“루크 우리는 금방 식사를 하고 일어나야 해요. 갑작스럽게 이렇게 합석하는 법이 어디 있어요?”


이보네는 루크에게 나무라는 말투로 말을 했다.


“걱정마, 이보네. 두 사람이 식사 시간이 끝날 때 나도 함께 일어날게.”


루크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은.. 무언가 크리스와 이보네가 함께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 다투는 모습조차도 말이다.


그렇게 두 사람을 보다가 나는 불현 듯 내가 조건반사적인 행동으로 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내가 영혼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자.. 또 그게 가능한 것이 내가 오랜 시간 삶을 살아왔던 것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쓰디쓴 웃음이 지어졌다.


끝나지 않은 긴 삶과 살아가는 것에 지쳤다...


라는 생각으로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이보네와 루크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한순간 멍해져서, 내가 어디에 있고 누구와 함께 있는지 깨달았다.


눈을 깜빡거렸다.


“...미안해요. 잠깐.. 다른 생각을 했어요.”

“잭.. 몸이 안 좋으면 그만 일어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보네는 테이블 위에 있던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는 멍하니 내 손과 이보네의 손을 보다가, 고개를 들고 쾌활하게 대꾸했다.


“괜찮아요. 잠깐 어지러웠던 것뿐이에요.”

“하지만 지금.. 잭 얼굴이...”

“난 괜찮아요. 정말로요.”


루크는 표정 없는 얼굴로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나는 루크의 눈길을 피해 다시 스프를 떠마셨지만 역시 세 입 이상은 먹을 수 없었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식사를 계속 할 때 이보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보네는 벨이 울리는 핸드폰 액정을 보다가 미소 지었다.


“잠깐만 실례할게요.”


이보네가 일어서려고 하자 나와 루크가 동시에 일어서서 그녀를 배웅했다.


이보네는 전화를 받으면서 자리를 피했다.


“hey.”


이보네는 전화를 받으며 사랑스런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이보네가 누구와 통화 중인지 알아차렸다.



갑자기 눈앞이 핑 돌아 살짝 비틀거리며 테이블을 잡았다.


루크는 비틀거린 내 팔을 잡아주며 내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루크에게서 고급스러운 애프터 쉐이브 향이 맡아질 정도로 가까웠다. 또다시..


“고마워요.”


나는 되도록 괜찮은 얼굴로 미소 지으려고 했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어지러움 증으로 비틀거리면서 넘어지지 않게 루크를 의지했다.


루크는 내 허리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내 뺨에 손을 댄 후 말했다.


“세상에.. 잭! 당신은 지금 병원에 가야 돼요.”

“병원은 며칠 전에 다녀왔어요...”


나는 내 뺨을 잡고 있던 루크의 손을 잡아 내리려고 했지만, 루크는 내 뺨에서 손을 내리지 않고 이마를 짚었다.


“당신 지금 너무 뜨거운데요.”

“...루크.. 난 괜찮아요.”


나는 천천히 말하면서 괜찮다고 강조했지만, 루크는 나에게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괜찮다니까요. 제발 좀...”


나는 떨어져 달라는 뜻을 담아 루크를 올려다보았지만 루크는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말했다.


“안돼요.”

“네...?”

“지금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잖아요.”

“아...”


나는 이제 정말 루크까지 흔들려 보일 정도로 어지러움이 심해진 것을 깨닫고 눈을 깜빡거렸다.


그리고 그걸 깨닫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완전히 루크에게 의지했다. 루크는 강하고 단단하게 나를 받쳐주었다.


“일단 앉아요.”


루크는 나를 의자에 앉혀줬다. 그리고 내 앞에 서서 내 어깨를 잡아주며 내가 비틀거리지 않게 잡아주었다.


“세상에, 잭..!”


놀란 이보네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나는 이보네가 다시 테이블로 돌아 온 걸 알았다.


무의식 적으로 그녀를 맞이하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눈앞이 흔들리더니 의식이 순식간에 멀어지며 몸이 통제되지 않기 시작했다.


“oh god..."


나는 손 안으로 얼굴을 묻으며 그대로 무너졌다.


내 움직임에 테이블이 덜컹거리며 흔들렸다. 접시와 유리잔이 떨어지며 깨어지는 소리가 멀리 느껴지며 나는 또 다시 의식을 잃었다.


~


정신을 차려지긴 시작했지만 의식은 빠르게 돌아오지 못하고 자꾸 나에게서 까마득히 멀어지는 것 같았다.


힘겹게 눈을 뜨고 초점이 겨우 바르게 잡혀졌을 때 나는 낯선 곳에 누워있는 것을 깨달았다. 높고 낮선 천장을 보며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졌다.


한 번도 와보지 못한 처음 보는 곳이었는데 높은 천정에서 눈길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자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곳에 있었다. 몸을 감싸는 듯한 푹신한 매트리스도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었고 몸 위로 덮여 있는 리넨 시트도 지금까지 만져보지 못한 감촉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어리둥절한 기분을 느끼며 몸을 일으키려고 하다가 팔에 꽂혀있는 링거를 보고 움직임을 멈췄다. 고개를 들고 침대 헤드 부분을 보니 쇠로 된 스탠드 위에 링거 팩이 걸려 있었다.


고개를 젖히자 또다시 엄청난 두통이 가늘고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머리를 찔러대기 시작했다. 그 고통에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두통이 가라앉길 기다렸다.


눈을 감고 두통이 가라앉길 기다리고 있자 귓가로 무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웅성거리는 듯한 소리였다. 계속 귀를 기울여 무슨 소리인지를 알기 위해 노력하자 그것은 누군가가 빠르게 얘기하고 있는 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다시 반쯤 눈을 뜨고 고개를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렸다. 반쯤 열려진 문 사이로 누군가가 빠르게 서성거리며 통화를 하고 있었고 초점을 겨우 맞추고 그를 보자 그는 루크였다.


“..루크?”


루크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깜빡였다.


내 목소리는 내 귀에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고 약했다.


나는 통제가 되지 않은 내 몸 상태에 대해 어리둥절했지만 곧 깨달을 수 있었다.


몸 상태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던 상태였다.


만약 지금 보다 더 내가 스스로를 조절하지 않았다면 분명 이번 생을 마무리 할 만큼 몸 상태는 망가졌을지도 몰랐다. 아니 거의 확실했다. 내 몸에서 생명의 기운이 빠져나가 소진되어 버리는 것에 대해 몇 번의 생을 통해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몸 상태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나는 루크에게 집중했다.


루크는 이제 거의 소리치다시피 전화로 무언가를 얘기하는 중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평소 때의 장난기 가득하고 언제나 웃고 있던 표정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핸드폰으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는 루크의 모습은 진지하면서도 매우 날카롭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루크를 낯설어 보이게 할 정도였다.


나는 멍하니 루크를 쳐다보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머리는 여전히 어지럽고 두통은 여전했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잠으로 빠져 들었다.




“잭.. 잭... 일어나요.”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귓가를 채우며 내 의식을 깨우고 있었다. 눈을 뜨자 루크가 침대에 앉아 나를 보고 있었고 그의 손은 부드럽게 내 가슴 위에 놓여 있었다.


“루크..”


내가 루크를 부르자 루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줬다.


“hi."

“여기가 어디에요?”

“내 집이요.”

“네?”

“그 근처가 내 집이라서 일단 이곳으로 데려왔어요.”


나는 루크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병원에 있는 것 보다는 나았다.


하지만 또 의식을 잃었다면 지금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것인지 몰랐기에 몸을 일으켰다.


“워워~ 천천히 움직여요.”

“...내가 얼마나 누워 있었던 거죠?”

“꽤 오랫동안이요.”

“아...”


나는 손목시계를 보며 회전이 되지 않은 머리를 흔들었다. 내가 시계를 제대로 본게 맞다면 지금 현재 아침 7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곤히 자고 있어서 깨우기 싫었지만 얼마 있으면 비행기를 타러 가야해서요.”

“아.. 내가 폐를 끼쳤네요! 미안해요.”

“전혀요. 그런 생각하지 말아요. 의사가 일단 열을 내리게 했지만 병원에 꼭 가보도록 해요.”

“...네. 고마워요.”

“집으로 갈건가요?”

“아.. 아니요. 출근해야 해요.”

“병원을 먼저 가는 게 좋지 않겠어요?”


루크는 내가 회사에 출근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투로 말했다.


“며칠 전에도 계속 결근해서 나가야 해요.”


나는 시트를 젖히며 침대 밖으로 나가려다가 다시 빠르게 시트를 덮었다.


나는 아무것도 입고 있질 않았다. 나는 놀란 얼굴로 루크를 봤지만 루크는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옷을 입힌 상태로 침대에 눕힐 수는 없어서요.”

“아.. 으음... 그.. 그렇군요.. 내.. 내 옷이 어디 있죠?”

“모르겠어요.”

“네?”

“메이드인 마티나가 치웠는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느긋한 건지 아니면 뻔뻔한 것인지 헷갈리는 표정으로 루크를 쳐다보았다. 루크는 내 몸을 훑어보더니 말했다.


“다행히 내 옷이 당신에게 얼추 맞을 것 같으니까 내 옷을 입고가요.”

“아니 그럴 수는..!”

“자~! 로브 여기 있어요. 일어나요. 물론~ 천천히요.”


나는 어쩔 수 없이 부드러운 로브를 걸쳐 입었다. 침대에서 일어나자 나는 루크에게 팔을 잡힌 채 루크의 손에 이끌려 루크의 드레스 룸으로 걸어갔다.


그의 드레스룸은 내 아파트 방보다도 넓었다. 그리고 그 안에 빼곡하게 걸려있는 옷들은, 내가 봤던 수트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샵에 걸려있는 옷보다도 많아 보였다.


루크는 수십벌의 수트를 이리 저리 골라 보다가 나에게 꽤 고급스러운 재질의 수트를 꺼내 건네주었다. 그리고 수트 보다도 더 많은 셔츠가 걸려있는 곳으로 가서 나에게 하얀 셔츠를 집어 나에게 건네주고 넥타이 쪽도 마찬가지였다.


“잭은 지금 열이 있으니 샤워는 무리고 화장실은 여기로 나가면 되요. 난 밖에 있을게요.”


루크는 나에게 얘기한 후 또다시 누군가와 연락을 하기위해 핸드폰을 꺼내 들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정말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기에 면도도 하지 못하고 간단하게 세수만 했다.


그리고 루크가 주는 옷을 입어보자 나와 키와 덩치가 비슷했기에 다행히 나에게 잘 맞는 편이었지만.. 내가 그동안 입고 있던 옷과는 가격에서 몇 십 배는 차이가 날 것이 분명했다.


옷을 입고 밖으로 나오자 루크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얘기했다.


“잭..! 정말 환상적으로 멋있어요.”


나는 고맙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고개만 끄덕였다.


“미안해요. 내가 시간이 없어서요. 일단 나가죠.”


그를 따라 나가면서 집 안이라고 하기에도 무척이나 넓은 그의 집은 내 아파트를 세 개 합쳐 놓은 것보다도 넓어 보였다.


그의 집은 이보네처럼 펜트하우스였다.



펜트하우스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1층에 도착하자 도어맨이 열어주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곳에는 두 대의 차가 서 있었다.


루크는 내게 가까이 다가와 뺨을 만지며 말했다. 그리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장난기가 섞이지 않은 루크의 미소는 무척이나 남성다우면서 멋져 보였다.


“다행히 어제보다는 열이 많이 내렸네요. 그리고 이 차를 타고 가요. 당신의 목적지를 말하면 데려다 줄 거예요.”

“오.. 아니에요! 그렇게까지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아요.”

“잭.. 이 정도쯤은 하게 해 줘요. 당신은 많이 아파요. 그럴 땐 다른 사람 도움 정도는 받아도 된다고요.”

“하지만..”

“난 지금 두바이를 갔다가 3일 후에 돌아올 거예요. 그 때 만나요. 지금 보다도 더 건강하게 말이죠.”

“아...”


그렇게 말한 루크는 차 문을 열어줬다.


나는 할 수 없이 루크의 호의를 받아들이며 차에 올라탔다.


내가 타자 문을 닫아준 루크가 창을 내려 보라고 손짓했다. 나는 윈도우 버튼을 찾아 눌렀다.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열린 창문 사이로 루크가 날 보며 말했다.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병원 가서 진찰 받고 건강해지세요, 잭.”

“...”

“그리고 그때는 정말 데이트하기로 해요.”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루크는 몸을 바로 세웠다.


루크는 차 지붕을 가볍게 친 후 앞으로 가서 다른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차는 곧바로 출발했다.


“어디로 모실까요, sir?"

“아... 윌 스트리트로 가주세요.”


시동이 걸려 있는지도 몰랐던 차는 부드럽게 출발했다.


나는 시트에 몸을 묻으며 눈을 감고 한숨을 쉬었다. 열은 내렸지만 이 두통은 도대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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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날 혹시 업뎃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내일 중으로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불금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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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가 꿈인 몽상가가 레인이라는 예명으로 적은 소설이 있는 곳입니다. 2차 창작인 팬픽을 많이 썼지만, 창작소설도 업데이트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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