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운전은 떠넘겼지만 장시간 운전석에 앉아 있어야 함에도 순순히 동의한 모습을  보고 괜시리 죄책감이 들었다. 자정을 지나 새벽에 이제 막 돌입된 시점에 조슈아는 여전히 쉬지 않고 차량을 운전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 쯤 지나 국도를 탔다. 새벽 세 시 쯤에 조슈아는 차량 시동을 껐다. 베벌리 힐즈를 벗어난지 한참이나 되었다.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수송 수단이기에 기름이 떨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참 다행이었다. 


그리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대부분의 아포칼립스나 전쟁 영화를 보면 으레 그렇듯, 베벌리 탈출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샤넬의 생각을 경쾌하게 - 사실 그 상황 자체가 그리 경쾌하지는 않았다 - 깨부순 날이었다. 샤넬은 참 모호한 기분을 느꼈다. 예상이 통념이 깨졌다는 사실에 패배를 무지를 인정하고 우울해해야 할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조이 머레이가 자주 하듯 오 하느님을 외치며 기도라도 하며 기뻐해야 하는 건지. 


 그런 고민들은 점점 머릿속에서 사라져 갔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이런 상황에 쓰는 말은 아니겠지만.) 복잡한 생각들은 머리를 지끈대게 하며 우당탕 뛰어다니다 지친 듯 잠잠해졌다. 돌을 던지기 직전 호수의 수면마냥 고요해졌다. 생각보다 샤넬은 평온했다. 


 조슈아는 그런 샤넬이 참 신기했다. 대체 몇 시간동안이나 표정 변화가 없는 거야. 태생부터 잔잔한 성격의 소유자인 건지 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한 7배정도 큰 건지 아니면 포커페이스 장인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참 신기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샤넬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저 멀리에 일렁이는 빛이 들기 시작한다. 운전 중 까무룩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조슈아도 차를 도로에서 벗어난 곳에 대어 놓고 눈을 감았다. 

Ssib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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