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내용입니다 !!

드디어 이어지는 !!!

쿠로츠키
수인물

5200자입니다.





" 찾았잖아 이 바보야 !!!!!! "

아카아시 답지 않게 큰소리가 나고, 이제는 본인 보다도 커진 고양이를 와락 안았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는 건지, 손바닥을 들어 하나하나 확인하는 아카아시의 행동과 말은 전혀 달랐다. 소리치고 있으면서 , 사실은 걱정하고 있었다. 헝크러진 머리칼, 추웠는지 빨개진 코, 훌쩍이는 소리

" 너 진짜 혼날래? 내가.. 얼마나.. 찾았..는데.. (훌쩍훌쩍) "

이제는 커져버린 고양이 한마리, 아카아시 눈에는 작은 고양이 한마리. 울먹이면서도 하나하나 차근차근 살피는 눈짓에 ,

".... "

어떤 말을 , 어떤 말부터 해야할지 떠오르는 말들은 많은데 어떤 것부터 먼저 해야할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아카아시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나를 알아봤고, 나는 더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 버려질까봐 두려워 도망쳤던 나를 , 이제는 뒤가 막혀버린 막다른 길목에 웅크리고 있던 나를 아카아시가 다시한번 구해주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 나를 지나치지 못했던 아카아시의 손길에 머리를 기대었던 처음처럼.. 그에게 다시 기대고 싶어졌다.

도망치고 싶지 않아. 아카아시와 계속 ..

수인들은 공명을 통해 말을 하기도 한다. 될 때도 있고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서로의 주파수가 잘 맞는 수인들끼리는 자주 쓰는 대화법 중에 하나로 알려져있다. 난 할줄 몰랐지만, 쿠로오상은 할 줄 알았던 것 같다.그 말을 꺼내는 쿠로오상의 표정이 슬퍼보여서 , 웃고 있지만 슬퍼보여서 신경이쓰였다. 나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고 어서 어서 가라며 ..등을 떠밀었다.

' 거봐- 걱정할거라고 했지? '

쿠로오의 목소리가 머리에서 들렸다.

아카아시, 아카아시.. 아카아시가 만약에라도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면 ,

아카아시가 혼자 슬퍼하고 혼자 아파하고, 곁에 있어주고 싶었고... 그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가 우는게 싫었다. 그가 슬퍼하는게 싫었다.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말해주고 싶었다. 하고 싶은게 많았다.내가 사람이라면, 그랬다면 아카아시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잠시 두려움에 잊고 있던 거였다.

비록 나때문에 우는 거였지만.

나보다도 작아진 그를 잡아 안았다. 수인이라서, 사람이라서, 동물이라서, 그런 이유로 그가 나를 싫어할리 없었다. 나는...

" 미안.. 해요... 울지마요.. 당신이 우는게.. .. 너무 .. 힘들었어.. "

내게 안겨서 엉엉 하고 울어오는 아카아시의 얼굴을 어루만져주고 , 그렇게 그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혼자 쓰러져 그에게 짐이 되는건 이제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수인이고, 그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가족이었다.  

" 걱정했..잖..아.. 으. .. "
" 아 ! 아카아시 - ! 둘이서 뭐해 !! "

이런 훈훈하고도 따듯한 분위기를 말아먹은 건 보쿠토였다. 갑자기 어디서 등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밖을 쏘다닌듯 깃털이 붙어있는 채로 터벅터벅 집 안으로 들어와 안겨 있는 아카아시를 끄집어내듯 제 품속으로 가뒀다. 수인 대 수인으로 만나게된 보쿠토.

부엉이는 고양이에겐 포식자였다. 잡아먹힌대도 할말이 없을 정도로

" 여기 있었어? 아- 정말- 얼마나 찾았는데 "

노란 눈동자가 깜빡이고, 아랑곳하지 않은채로 아카아시의 얼굴을 확인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다행이다 아카아시 - 하고 차근차근 흥분해버린 아카아시를 잠재우느라 고생이었다. 그에게도 마찬가지로 한기가 느껴졌다. 오래 밖에 있었던 것 같은데, 체력적으론 훨씬 우위이니 지친 기색은 없었으나 그에겐 오로지 아카아시만 보이는듯 했다.

" ... 죄송.. 해요 "

느린템포의 목소리, 겨우 공간을 비집고 내뱉은 한마디. 이 한마디로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알렸다. 아카아시네의 작은고양이의 가출기가 끝이 났다. 처음으로 통성명을 했다. 이름이나 나이나, 사실 나이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여러가지를 알게 되고 나서 아카아시는 조금 버벅였다. 내가 키워온 집고양이가 사실은 수인이었다 ! 고 하면 이해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수인인 보쿠토가 없었다면 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잠시 모두가 모여 정모아닌 정모를 하다가,

가야할 시간이 되버렸다. 솔직히 나는 쿠로오상네를 나올때 단한번도 뒤를 돌아본 적은 없었다. 뒤를 돌았을때 , 인사라도 하고 있을까 하고 가끔 생각해본 적은 있었지만. 아카아시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가게 되었을 때, 처음으로 문앞에서 뒤를 돌아봤다. 나를 보내는 쿠로오상의 얼굴은 어떨까. 한 순간이었다.

아주 잠깐

" ..? 응? 왜그래? 냔..아..츠키...? "
" 아..아뇨 "

 다시 모른척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와 , 셋이서 조금 늦은 저녁을 먹었다. 같이 먹는 음식은 조금 낯설었다. 내 이름을 부르는 아카아시조차도 낯설었다. 다만 계속 생각이났다. 혼자 남겨질 쿠로오상이 생각났다. 쿠로오상이... 걱정이 됬다. 그는 혼자였다. 옆집에 있을 쿠로오상과 가까운 벽에 등을 기대고 몸을 구부려 앉았다. 고양이처럼

쿠로오상...

쿠로오는 모두가 가고 나서 , 혼자 남아 다시 의자에 앉아 엎어놓았던 책을 집어 들었다. 혼자는 그에게 익숙했다. 그리고 다시 기다림이었다. 누군가 올때 까지 기다리는 일. 계속 같은 페이지를 읽는 것도, 자리를 따듯하게 데펴놓는 것도 그의 할일 중 하나였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집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습관처럼. 기다리는 거였다.

처음으로 본 쿠로오상의 얼굴은. 나를 보내고 난 뒤의 쿠로오상은 ... 깊은 밤이 되도 생각이 났다. 웃고있을거라곤 생각 안했지만, 내겐 조금 충격이었다. 가고 있는 나를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채로 조금 입술을 물고 있었다. 그 정도로 보내기 싫어하면서. 나와 똑같았다. 같이 있고 싶은 거면서.

새벽이 다되가는 시간에도 몸을 웅크리고 ..

고민하는 것 처럼 , 더 웅크리고 웅크리고, 뭘 할지도 어떤 고민도 사실은 하질 않으면서 정체된 듯이 멍하니 웅크려있었다. 그런 . 그렇게 , 혼자 있는게 싫으면서 왜 나를 보낸걸까.

이제 도망은 치고 싶지 않았다.

늦은 저녁을 끝내고 , 나는 아카아시에게 다가갔다. 지금이야 말로 직면해야 할 때였다.앞으로 나가야할 때. 나도 조금은 성장해야 할 때.

쿠로오상에게 가야할 떄였다.

그 때 쯤, 쿠로오는 멍하니 보고 있던 책을 테이블에 내려두고 눈을 코등으로 이어진 미간을 두손으로 잡아 문질렀다. 피곤했던 걸지도 모르지만, 고개를 뒤로 젖히고 목이 뻐근한지 두어번 스트레칭을 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는지 잘 있을 작은 고양이 한마리의 보금자리쪽으로 , 한쪽 벽면에 손을 대어본다.

"... 잘.. 있겠지 "

쿠로오는 , 글을 읽을 줄 몰랐다. 정확히 말하면 수인들의 글을 읽을 줄 몰랐다. 어렷을 적부터 인간의 언어를 배워왔기에 처음부터 다시 수인의 언어를 배우기란 어려웠다. 게다가, 그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 사람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조금씩 배척받았다. 모르는새에 미움을 받았고, 외톨이가 됬다. 처음 사람에게 버려졌을 때부터 그는 줄곧 혼자였다. 보쿠토에게 발견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사람의 손을 타버린 상태로 홀로 어쩔줄 몰라했다. 첫 1년간은 다시 올지도 모른다는 믿음에 서성였으나, 오지 않는 다는 걸 깨달은 뒤론 체념하듯 수인들에게 미움받는 것을 수용했다.

솔직해지자면, 부럽기도 했다. 버림받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정말로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다. 동질감도, 느꼈던 감정도 , 그리움도, 이젠 작은 고양이 마저도 점점 오지 않게 되겠구나하고, 감정을 정리해나갔다. 버려진 이후로는 정을 준적이 드물었다. 정을 준건 , 쿠로오를 떠나지 못하는 것들 뿐이었다. 물건이라 던지, 식물이라 던지, 오히려 쿠로오가 떨쳐내버린다면 떨쳐낼수 있는 것들에게 정을 줬다.

살아서 자신을 떠날 , 떠날 수 있는 것에게 정을 준건. 그 고양이가 처음이었다.

겁을 먹은 듯한 노란 눈동자에 , 움츠러든 어깨에 ,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 그리워지게 했다. 그 때, 좋았었던 한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게 쿠로오도 반해버렸다. 작게 떨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 어떻게 모른체 한단 말인가.

' 똑똑똑'

이제 막 불을 끄려 스위치에 손을 올려뒀었다. 잠깐의 순간에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귀를 간지럽히는 주저하는 발자국 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왔다. 알고 있는 소리였다. 이 소리는 작은 고양이가 내게 올때마다 냈던 발자국 소리.

쿠로오는 잠시 불을 끄기를 멈추고 다시 난로를 켜 따듯하게 자리를 데폈다. 올지도 모르니까. 먼저 부를만한 명목도 없었고 이미 잘 지내고 있을 아이에게 괜한 말을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성적으로는 차분히 정리를 해내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기대감이 생긴다. 서성이는 발자국소리에, 이윽고 가까워져 문앞까지 도달해 망설이고 있는 소리를.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을 때,

쿠로오는 자리에 따듯하게 대펴진 갈색의 담요를 들었다. 한발, 한발 다가가 문고리에 손을 올리고 힘을 주고 문고리를 돌렸다. 오래된 집이라 삐걱하고 소리가 나고, 열리자마자 보이는 .... 역시나 작게 떨고있는.. 작은.. 고양이

"... 츠키 왔어? 춥지 - "

성큼 담요를 두르고 집안으로 들어오는 기다렸던... 쿠로오가 기다리던 재회였다. 언제나 오는걸까, 저 차에 타고있진 않을까, 날 알아보지 못하면 어떡하지하고 애타게 기다렸던 지난날의 기대감이 꼭  지금의 기대감과 같아서.. 만족해버렸다. 이 작은 재회에.

"... 저. .. 그. 쿠로오..상 "

어쩌면 감격스러울 재회에

" 저..집.. 나왔어요 "

무턱대고 내뱉은 한마디에, 쿠로오는 움찔 할수 밖에 없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집에 돌아가고 싶어하던 아이였기에.

"..에..에? 그게 무슨소리야 츠키 혹시 아카아시가 "
" 아뇨 그게아니라 제가 나가겠다고 했어요. 그..그데 그러니까 저 이제 갈때도 없고 그러니까.."

그.. 쿠로오상.. 혹시.. 남는 방 았으면..

머뭇거렸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하지 못해 머뭇거렸다. 남는 방이 있으면.. 여기서 지내도 되겠냐고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밑도 끝도 없는 처사였다. 고양이 주제에, 꽤나 대담한 한걸음이 쿠로오의 한걸음으로 이어져왔다.

따듯한 담요를 차근히 둘러주며 난로 근처로 데리고가 나긋하게 한마디를 했다.

"... 괜찮겠어? 츠키는.. ? "

끄덕임과 동시에 와락 작은 고양이를 당겨 안았다. 쿠로오는 도베르만, 여느 개와 다르지 않게 사람을 좋아하고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면 꼬리를 흔들었다. 얼굴을 부비고 놀아달라고 떼쓰고 싶은 걸 겨우 누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안아달라고, 놀아달라고, 좋아한다고, 같이 있고 싶다고 엉겨붙어 앞발을 내미는 여느 개와 다르지 않았다. 정말로 쿠로오는 이 순간을 바라고 바래왔다. 수인이라고 해서 사람이 그립지 않은게 아니었다. 여느 개들 처럼 자신도 다르지 않음을 실감하고 싶었다. 반가워서, 좋아서 감정을 숨기지 못할정도로 마음이 급박하게 떠올라 두근거렸다. 표현할 대상이 눈앞에 있다는 것. 쿠로오가 늘 바래왔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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