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론가 아버지가 쓰러져 모더니즘 건축의 메카라는 콜럼버스로 오게 된 ‘진(존 조)’은, 건축을 좋아하는 도서관 사서 ‘케이시(헤일리 루 리차드슨)’와 ‘건축’이라는 접점으로 마주친다. <콜럼버스>는 두 사람이 함께 건축물을 둘러보며 스스로를 직시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담긴 영화이다.

케이시와 진은 두 번째 만남에서 케이시가 두 번째로 좋아한다는 건물, 어윈 컨퍼런스 센터로 향한다. 카메라는 그들의 뒷모습과 건물 전경을 롱 쇼트로 같이 보여준다. 가운데 난 길을 중심으로 나무가 두 그루씩 대칭을 이루고 건물 또한 대칭적인 모습이다. 건물 앞에 있는 케이시와 진은 조금 떨어져 서서, 각 대칭의 한 축을 맡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로를 마주 보며 대화하긴 하나 두 사람이 서 있는 위치는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쇼트는 영화 전반에 깔린 대칭적인 이미지 중 하나이다.

케이시가 건물에 관한 설명을 쉼 없이 이어나갈 때 카메라는 조금 더 들어간다. 그러나 케이시의 정면이 아닌 유리창에 비친 모습이다. 유리창에 비친 케이시의 미디엄 쇼트는 선명하지 않고 다소 흐릿하다. 그렇기에 관객은 케이시의 목소리는 듣지만, 그가 어떤 표정과 눈빛을 하는지 볼 수 없다. 케이시의 설명에 주관적인 감정이나 생각이 들어있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롱 쇼트로 돌아왔을 때 진이 손을 흔들어 보이며 ‘누구세요?’ 묻는 장면에서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진은 가이드처럼 말하지 말라며 이 건물이 왜 좋은지, 건축이 어떻게 당신 마음을 움직였는지 묻는다. 그러자 이번에는 케이시의 정면을 비추는 미디엄 쇼트가 이어진다. 동시에, 영화를 채우던 새 소리와 바람 소리는 물론 케이시의 목소리까지 사라진다. 관객은 케이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그의 표정과 몸짓, 눈빛을 볼 수 있다. 이 쇼트는 앞선 미디엄 쇼트와 대비된다. 그래서 보다 효과적으로, 건축을 향한 케이시의 열망을 짐작하고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콜럼버스> 스코어를 맡은 Hammock의 곡 ‘Eliel’이 잔잔하게 깔리며 장면에 더욱 몰입하도록 만든다.







공백 포함 1,018자.


(주관적 해석이 들어간 장면 분석...)
학부 때도 이렇게 써본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되게 묘했다. 좋아하는 영화의 좋아하는 장면이라 즐겁게 적긴 했지만, 역시 이런저런 문제로 톰보이 과제를 못 낸 건 아쉬움..^.ㅜㅎㅎ 개인적으로라도 정리해 쓸 수 있길. 

“너를 만나 내 삶은 무한대가 되었어.” (by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The Fault in Our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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