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08.

*주문한 LP
-Radiohead [KID A MNESIA] (예약판매)
(알라딘)

-Oasis [Knebworth Live] (예약판매)
(아마존)

*주문 취소된 LP
-David Bowie [Let's Dance]
-Portishead [Roseland NYC Live] 
(라보엔드, 재고 부족)

월요일에 알라딘에 주문한 앨범이 예상보다 빨리 출고되어 오늘 밤에 배달될 예정이라고 문자 왔다. 어차피 나는 4시 조금 넘어서 집에 가야 되니 화요일 오전까지 작업실 앞에 놓여 있게 되었다. 괜히 빨리 보내줘서 알라딘…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예전 회사 대표가 회식 때 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행복하십니까? 대표는 직원들에게 묻고, 대답은 듣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했다고 한다. 이런 말이었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가망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 말은 지금 돈이 많지 않으면 가망 없다는 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

돈이 될 것 같지는 않은 기획 하나도 떠올라서 트위터에 썼다. 

"<레코드 레코드> 라는 제목의 책을 기획함 8,90년대 노래만 듣고 또 들으며 스트리밍=BGM일 뿐인 삶을 살다 어느날 우연한 계기에 바이닐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사람이 전에 듣던 음악 안 듣던 음악+새로운 음악을 바이닐로 찾아 듣고 관련한 사람들을 만나며 음악의 기쁨을 되찾아 가는.. [더보기]"

그렇게 산 음반들에 대한 일종의 리뷰 같은 것도 들어가고, 내가 좋아하는 밴드들의 자질구레한 일화들도 들어가고, 그러면서도 한 권의 단행본으로서의 일종의 서사도 가지고 있는... <문학의 기쁨>과 <한국영화에서 길을 잃은 한국 사람들>(a.k.a. 영화의 기쁨)을 잇는 기쁨 3부작의 마지막 편으로 아예 <음악의 기쁨>이라고 해도 좋고. 잠깐, 그럴려면 지돈씨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끌어들이지... 

그런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쁘지 않은 기획처럼 느껴졌고 당장 시작해야 하는 시급한 기획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LP를 계속해서 살 수 있는 핑계가 되어주기도 하고... 

왜 바이닐로 음악을 듣는가? 단지 몇 번의 클릭으로 음악이 재생되고 각각의 알고리듬에 따라 말 그대로 '끝없는 플레이리스트infinite playlist'를 들을 수 있는 세상에서? 물론 불편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고르고, 슬리브에서 알판을 꺼내고, 먼지를 닦고, 턴테이블 위에 놓고, 바늘을 올리고, 한 면이 끝나면 바늘을 내린 다음 뒤집어주는(물론 내 턴테이블은 완전 자동이지만...) 불편한 행위가 음악에 집중하게 하고 귀를 기울이게 해준다. 일종의 리추얼. 모두가 하는 말이고 너무 뻔한 말이지만 그걸 직접 하는 건 '또 다른' 일이겠지. 그리고 거기에 대해 쓰는 것 역시 또 다른 '일'이겠고... 

라보엔드에 주문한 보위랑 포티셰드가 재고부족으로 취소되었다는 알림이 왔다. 어쩐지 포티셰드 라이브가 너무 싸더라. 보위는 메타복스에서 사면 되지만, 포티셰드는 전부 5-6만원대고 3만원대는 라보엔드가 유일했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꾸 뭔가를 잃어버린 듯한, 어딘가에 구멍이 뚫린 듯한, 공허하면서도 간질간질한 이 기분은 뭐지? 

그 기분을 달래기 위해 라디오헤드와 오아시스 예약구매했다. R.E.M. [New Adventures In Hi-Fi] 25주년 기념반도 예약판매 중이었는데 그건 참았어. 내게도 양심이랄 게 조금은 남아 있으니까... 


21.10.09.

*주문한 LP
-Daft Punk [Random Access Memories]
-The Smiths [Haful of Sorrow]
(레코드 스톡)

LP 판매점들 즐겨찾기 해놓고 틈날때마다 새로 등록된 거 없나 들어가보는데 스미스가 등록되었길래 샀다. 모리씨를 더는 좋아하지 않고 스미스 앨범을 LP로 살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Hatful of Sorrow]는 못 참지... 배송료 줄이려고 다프트 펑크도 같이 샀다. 조금 비쌌지만(4만원대 후반) 다프트 펑크는 엘피 하는 사람이라면 하나쯤 갖고 있는 뭐 필수요소 그런 거 아닌가요? 


21.10.10.

*주문한 기기 및 용품
-스피커 스탠드 
-오석(마그낫 프라임원에 받치는)
-방진 매트(턴테이블 받치는)
-아크릴 엘피랙 

오늘도 금융치료가 필요한 기분이어서 이것저것 샀다. 금융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쇼핑중독입니다... 아무튼 LP판은 많이 주문했으니 시스템을 조금 변화시켜보자는 생각으로, 그렇다고 스피커나 앰프를 새로 살 수는 없으니까 이런저런 자잘하고 꼭 필요하지 않은 악세사리들을 주문했다(이게 내 문제인 것 같다. 큰 거는 잘 사지 않으면서 자잘한 것들을 많이 사는 것... 그걸 모으면 큰 것도 살 수 있을텐데...). 

예전부터 오디오에 대한 미신들, 그러니까 전기로 돌아가느냐 배터리로 돌아가느냐에 따라 음질이 다르고 심지어 근처 발전소가 수력이나 원자력이냐에 따라서도 음질이 다르며 하드디스크를 세워놓았느냐 눕혀놓았느냐도 음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그런 이야기들은 종종 들어왔다. 

그중에는 다양한 소재로 오디오 기기를 받치는 것도 있는데, 물론 스피커 밑에 깐다면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스피커는 진동을 통해서 소리를 내니까 스피커를 돌 같은 단단한 물질이 받치고 있으면 진동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겠지. 그걸 듣고 구분할 수 있는지는 둘째치고라도... 그래서 한 번 사봤다. 궁금해서.

그밖에도 턴테이블 밑에 깐다? 그것 역시 마찬가지다. 바늘이 LP 표면의 소리골을 '아날로그적으로' 읽는 것이니 회전하는 동안 생길 수밖에 없는 진동을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역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그 경우에는 돌을 까는 것보다는 방진용으로 나온 매트를 까는 게 더 낫겠지. 그래서 나도 그걸 샀고. 

그런데 CDP나 앰프 밑에 까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돌을 깔면 소리가 날카로워지고 고무를 깔면 탄력적이 되고 자작나무를 깔면 부드러워진다는 식으로 소재에 따라서 음질이 달라진다는 사람도 있다는 걸... 21세기에 사는 한 사람의 시민이자 '합리적인 소비자'로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나는 정말 모르겠다... 음질의 변화라는 게 받침대의 재질에 따라 찰떡같이(돌-날카로움, 고무-탄력적, 나무-부드러움) 일어난다는 것도 역시... 

작년 초던가? 컴퓨터 바꾸면서 pc-fi 용으로 앰프랑 스피커 검색하다가 그런 식의 미신들을 접하고 일종의 오디오파일 미스버스터 같은 논픽션((<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같은 제목으로)을 아주 잠깐 구상했던 적이 있는데,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그런 기획에 들어갈 적절한 시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나도 조금씩이지만 관련된 것들을 사고 있고 경험하고 있고. 물론 10살 이후로 지금까지 내가 산 모든 음반과 워크맨이나 mp3p 같은 기기나 오디오 등을 다 합쳐도 어지간한 오디오파일들의 케이블 가격도 안 나오겠지만... 그런 부분은 인터뷰를 할 수도 있다. 출판계에도 오디오파일들이 좀 있는 것 같던데 마티 박정현 편집장? 안나프루나 김영훈 대표? 같은 분들. 문제는 내가 그분들과 별로 친분이 없다는 건데... 

그치만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음악을 듣는다는 사실을 늘 잊지 말아야하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메타복스 온라인 디깅했다. 전체 LP 목록을 하나하나 훑었다. 새벽 4시까지... 


21.10.11.

바이닐의 단점은 책과 달리 배송에 지나치게 늦다는 것이다. 사실 책이 지나치게 빠르다고 해야겠지만... 분명 이것저것 많이 사긴 했는데 실물을 받지 못하니 실감이 나지 않고 그래서 계속 사게 되는 것이다. 금요일 저녁에 진, 스텔라 도넬리, 뉴오더가 배송되어 작업실 앞 현관에 있긴 하지만 그것도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니... 

광고 메일 정리하다가 예스24에서 주말 특집 적립금 2천원 준다는 소식을 보았고, 한달에 한 번 어플 접속해서 투표하면 주는 적립금 1천원을 더하면 3천원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꿀. 그래서 예스24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훑다가 굴드 [골드베르크 변주곡] 1981년 녹음을 발견했다. 전에 알라딘에서 검색했을 때는 없었는데, 아마 다시 풀린 것 같았다. 현대를 살아가는 합리적인 소비자로서 금액대별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 같이 살 앨범들을 고르느라 엘피관을 디깅하는데 딱히 살 게 없었다. 그래서 억지로 오아시스 [Masterplan] 앨범을 고르고 7만원 이상 7천원 쿠폰을 쓰려고 했는데, 어라, 왜 5천원 쿠폰밖에 못 쓰지? 알고보니 예스는 알라딘과 달리 8만원 이상을 사야 7천원 쿠폰을 살 수 있었다. 제기랄... 그렇지만 나의 합리성은 포기를 모르고 고르고 고르다 레코드 판 닦는 극세사 천을 장바구니에 넣어 8만원을 채웠다. 드디어 결제를 하려는데, 어라, 왜 적립금을 쓸 수가 없지? 확인해보니 직배송 중고 등을 제외한 모든 몰에 사용할 수 있는 알라딘 적립금과 달리 국내도서에만 쓸 수 있는 적립금이었다... 

일단 진정하고 알라딘에 글렌 굴드를 검색해보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같은 앨범이 등록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하고 알라딘 엘피 목록을 디깅하기 시작했다. 전체보기 하고 품절/절판 제외 하니 대략 3천 장이 조금 넘는 목록을 최저가로 정렬해놓고 처음부터 끝가지 훑어가며 주로 저가반 위주로 보관함에 넣었다. Bill Callahan, IDLES, The Orwells, Mogwai, Autechre, Future Island, Gill Scott-Heron, Beirut, Arcade Fire, The Radio Dept 등등... 그중에서 아케이드 파이어와 아이들스를 글렌 굴드와 함께 주문하기로 마음 먹고 결제 직전까지 갔으나 화요일에 앱레터 500원 퀴즈 적립금을 준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겨우 참았다. 어쩌면 나는 합리성의 화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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