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gger warning

본 소설은 체벌 요소, 폭력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장편] wE will N D 03











W. 편백












철컥, 탁.




차가운 감촉이 옆통수에 정확히 꽂혔다. 교육생은 거울을 통해 S를 바라봤다. 초면부터 저에게 얼빵한 새끼라며 혹설을 하던 그는 두 번째 만남에 총구를 들이밀었다. 교육생은 S가 무언가를 꺼내는 인기척을 진작에 파악 했었기에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고 그에게 관자놀이를 내어준 이유는 '어차피 날 쏘지 못할테니까'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대체 저한테서 뭘 보고자 이런 행동을 취하는 것일까.



"안 피하는 이유는?"



S가 나즈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차피 안 쏘실 거 잖아요."



당돌하네.



"장담하는 이유는."

"Exi도 저를 못 건드리는데 작전 팀장님이 절 쏠 리는 없으니까요."




교육생은 거울 속 S의 눈을 단 한 번도 피하지 않고 대답했다. Exi도 본인을 못 건드린다? 어디서부터 근거해 결정내리고 저리도 당당하게도 뱉는 거지? 미간을 찌푸린 S가 교육생의 머리를 겨눈 총의 장전을 풀었다. 




퍽, 교육생의 머리가 모래주머니라도 단 것 마냥 앞으로 훅 숙여졌다. 억소리를 내며 자신의 머리통을 쥔 교육생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당한 건지 상황 파악을 했다. 고개를 천천히 들곤 S를 바라보는 표정이 참 가관이었다. 그럴 만도 하지. 오늘 처음 본 상사가 대화하다 난데 없이 총으로 대가리를 쌔리는데 나 같아도 황당해서 포커페이스가 불가능 할 것이다. 놀란 표정이 꽤 볼 만 했다. 총을 들이밀어도 눈 하나 안 피하던 놈이, 속마음을 알 수 없는 표정만 내비치며 따박 따박 말 대답하던 놈이 저런 바보같은 표정을 하니 인간미 느껴지고 좋았다. 나름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며 교육생을 내려다봤다.




"저, 혹 날 것 같아요."




저한테 왜 이러세요? 따위의 질문도 아니고 머리에 혹 날 것 같다는 표현은 또 색다르네. 대체 어떤 사고의 흐름을 지닌 놈이기에 상상도 못한 대답을 내놓는 건지 모르겠다. S가 다시 총을 쥔 손을 들어 올렸다.




"아,"




교육생은 S의 위협에 곧장 팔로 가드를 쳤다.




"옳지."


"...네?"




수석 입사라더니, 역시 눈치가 빨라? Medi 말대로 가만 보자니 좀 귀엽긴 하다. S는 총을 다시 허리춤에 꽂아 놓고는 아직도 맞은 곳을 매만지는 교육생의 머리를 꾹 눌러 쓰다듬었다. S도 교육생이 속을 알 수 없는 새끼였듯, 지금 교육생에게 S도 속을 알 수 없는 작자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험한 사람.




"수고해라. 마주치면 인사하고."


"......"




진짜 뭐지? 작전 팀장한테 맞은 머리가 얼얼하게 아파 왔다. 아무리 힘을 빼고 때려도 저건 철 덩어리인데 힘을 주고 후려쳐 준 덕에 총으로 머리를 뚫는 방법은 다양하다는 걸 깨달았다.




"갈 때도 인사 해야지, 이 새끼야."


"......안녕히 가세요."




'인사하기 싫은데.' 속마음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다. 아까까지만 해도 포커페이스 장인이더니 머리 한 대 맞았다고 풀리는 거 봐. 하마터면 또 웃음 지을 뻔 했다. 인사는 하기 싫고, 안 하면 또 맞을까봐 겁났나보지? 시커먼 놈들만 보다가 저렇게 파릇파릇 새싹 같은 어린 놈을 보니 신선했다. 그동안 차올랐던 분노들이 동심 여행 한 번 다녀왔더니 흔적도 없이 사그라들었다. 놈의 젖살 덜 빠진 볼을 툭 치고는 화장실을 나갔다.




"뭐야..."




S가 나간 뒤에도 멍하니 화장실 입구를 바라보던 교육생은 제가 방금 꿈은 꾼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아니, 화장실에 들어왔으면 거울을 보든 소변을 보든 대변을 보든 볼 일을 보고 나가야할텐데 순전무결한 저의 대갈빡만 후려치고 나가는 건 좀.




좀이 아니라 많이 이상하지 않나?




"저 개...,


...팀장."



개새끼라고 하려다 말았다. 혹여 아직 근처에 있을까봐. 아오 씨, 아파. 아무래도 의료실을 다시 들러야 할 것 같다. 어찌나 세게 갈기는지, 이정도 고통이면 뇌출혈이나 두개골 함몰을 의심해보는 게 합당하다.








*






2번 교육생과 10번 교육생이 대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은 현장 실습 교육이 있는 날이었다. ND의 현장 실습은 첫 수업은 대련이다. 같이 교육을 받는 동기 중 한 명과 치고 박고 싸워야하는. 룰이라고 해봐야 도망가는 것이 반칙인 것, 기권이 있다는 것 밖에 없다. 2번과 10번의 대련이 오늘의 마지막 대련이었다. 교육 담당 직원들과 타 교육생들이 제일 기대하고 있는 대련. 2번은 Exi에서 모든 팀에 지원하여 각 테스트를 통과한 교육생이었고, 10번은 경호팀에 지원하여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교육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호구를 착용한 뒤에 링 위로 한 명 씩 올라와선 자리를 잡았다. 




"어엇, 안녕하,"

"쉿, 됐어."




S의 등장에 교육 담당 직원 하나가 인사를 하려 하자 필요없다는 듯 손을 저었다. 작전 팀장님이 여긴 왜? 그가 들어오는 것을 발견한 J가 S에게로 다가가 조용히 목례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냥 구경하러."




승급 테스트에서나 얼굴을 겨우 비추는 바쁜 사람이? 왜? 갑자기? 무슨 연유로?




"그러십니까... 뭐, 딱 타이밍 좋게 오셨습니다. 마침 지금 대련 준비하는 놈들이 다들 기대하는 조이지 말입니다."


"쟤네?"


"예, 왼쪽이 2번 교육생, 오른쪽이 10번 교육생입니다."




2번 교육생, 화장실에서 본 그 교육생이다. 그래, 내가 여기로 발걸음하게 만든 장본인.

  



S는 그날 2번 교육생과 화장실에서 대면하고 난 이후, 조직 생활 처음으로 교육생이라는 하찮은 직급을 가진 자들에게 관심이 생겼다. 그는 본인 팀의 직원들에게도 찬밥대우하며 정 한 번 내비추질 않아 개차반으로 유명했다. 그 다재다능하다는 작전팀원들도 S의 앞에서는 기 한 번 못 펼쳤다. 그는 더 다재다능하고 훌륭했으니 다른 직원들이 눈에 안 차는 게 당연했다.




작전을 짜는 사람은 많을 수록 좋은 게 아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한 오케스트라에 지휘자가 둘일 수 없듯이 전략을 짜는 사람은 각 팀의 의견을 종합하여 최상의 작전을 짜야한다. 작전팀에선 머리가 똑똑하다고 해서 유능한 직원이 되는 게 아니다. 작전에 있어서 가지고 있는 정보력을 써먹을 줄 아는, 변수에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그 능력을 가진 자들이 유능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경험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작전 팀원일지라도 현장 팀원으로 작전에 여러번 투입 된다. 또는 현장팀에서 경력이 많은, 머리도 좋은 자가 작전팀으로 차출되기도 한다. 아무리 머리가 좋더라도 작전을 구축하는 직원이 되기까지 그 현장들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투쟁 실력, 체력이 뛰어나야 가능한 것이다. 




모든 걸 알아야하는 작전팀에서 훌륭한 사람이 나오기란 힘들다. 다들 다재다능하다고 해봐야 뭐 얼마나 다재다능 하겠는가. 뭘 하나를 잘 하면 다른 하나는 덜 잘 하는 게 대부분 인간들이지. 유능한 동시에 생명력도 강한 사람이 뭐 얼마나 많다고. 




그래서 작전팀엔 제 뒤를 이을 만한 마땅한 인재가 없다. 몇 년 전, S가 팀장의 자리에 앉기 전 계셨던 구 작전 팀장님이 사망하신 이후부터 모든 작전은 S가 독박 쓰며 구축해냈고, 이젠 그 노릇도 지쳐가기 시작했다. 업무 스트레스는 무능력한 팀원들에게로 돌아갔다. 그러니 개차반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옛날엔 구 작전 팀장과 그당시 유능한 작전 팀원이었던 S가 활약했다지만 현재는 활약할만 한 사람이 S밖에 없다. S는 늘 유능한 팀원에 대해 목이 말라 있었다. 그리고 이틀 전 지하실 3인방 사건은 그 갈증을 더 유발시켰다. 




그리고 그 때 등장한 놈이 2번 교육생이었다. 의료 팀장에게 예사롭지 않은 질문을 하고, 수석 입사에다 화장실에서 제 주먹을 잽싸게 가드하던 그 놈. 짙은 어둠 속에서 옅은 빛 한 줄기를 본 기분이었다. 그때부터 S는 하등 하찮게 여겨왔던 교육생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게다가 또 마침 어제 흥미로운 소식을 들었지 뭔가. Exi에서 모든 입사 테스트를 통과한 놈이 ND에 들어왔다는. 이러니 교육생들에게 눈이 안 돌아가나.




"누구야?"




S는 링 위에 올라 선 2번과 10번 교육생 그리고 그 밑에 옹기종기 앉아있는 여러명의 교육생을 훑어보더니 J에게 물었다.




"뭐 말씀이십니까?"


"Exi 입사 테스트 다 통과한 교육생이 누구냐고."




J는 비장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S에게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빠르게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S가 날카로운 눈초리를 했다. J는 큼, 헛기침을 했다. 그리곤 손을 뻗었다.




"저기 링 위에 있는 2번 교육생입니다."




J의 손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린 S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쟤가? ND마저 수석 입사? 그래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 네 놈일 줄은 몰랐다.



"...몇 살이야?"


"올해로 스물 하난가... 모릅니다. 여기선 아마 제일 어린 걸로 압니다."


"대련 상대인 10번은 Exi 경호팀 지원자들 중에서 1등이었지 말입니다."


"그래?"




한 명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더니 다른 놈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10번에 대한 설명은 그저 2번의 대련 상대의 정보로만 받아들여질 뿐 10번이라는 사람에 대한 흥미를 끌진 못 했다.



"J, 네가 눈독 들이고 있는 놈이겠군."

"맞습니다. 두 놈 다 현장팀 스카웃 대상이죠."



"욕심도 많다. 좋은 놈은 무조건 다 데려가려고 그러지?"

"현장팀에서 잘 나가는 직원들은 작전 팀원으로 발령나기도 하잖아요."



"작전 팀원들도 현장에선 현장팀 인력자본으로 뛰어."



누가 보면 내가 현장 팀원들 빼가는 줄 알겠네. 어차피 쟤는 작전팀 와도 현장 뛰어다닐텐데 저렇게 다재다능 하다면 작전팀으로 오는 게 훨씬 낫지. 현장팀에서 몸만 단련하고 있기엔 너무 아쉬운 능력을 가진 애를 스카웃 하는 건 낭비지.





"그리고 걔네들은 작전을 잘 짠다는 보장이 없잖아."





이 팀장님이 오늘따라 왜 자꾸 안 하던 짓을 하는 거지? 언제부터 제 말을 그렇게 잘 들어줬다고 하는 말마다 대답을 해주는 건지 모르겠다. 눈길 한 번 안 주던 교육생들한데 관심을 가지질 않나, 제 말에 신경써가며 반박하질 않나. 




"흐음..."




J가 S를 빤히 쳐다봤다. 뭐, 뭐. 왜 그렇게 보는데. S가 J의 부담스러운 얼굴을 위 아래로 훝어봤다.




"S! 관심 있는 교육생 생기셨습니까?!"




목소리 텐션을 높이며 눈을 반짝이는 J의 돌직구에 S는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걸 무슨 기분이라고 표현해야 하지? 취미가 바비인형 모으기인 걸 들켜버린 기분이랄까. 숨기고 싶었던, 아니 굳이 들추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정곡으로 찔리니 당황스러웠다. 맨날 교육생을 투명인간 취급하던 사람이 교육장에 등장해서 교육생에게 관심을 보이니 J가 저렇게 소눈깔을 할 만 하기도 했다. S는 더이상 저 시선을 못 견디겠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J도 S의 대답 거부에 더이상을 요구하지 않고 피식 웃으며 물러났다.





 "3년 전, Exi 해킹 사건 말입니다."






J의 목소리에 S가 귀를 기울였다. 그의 뒤에선 심판인 현장팀 직원 하나가 링 위에 올라 선 2번과 10번 사이를 손으로 가르고 있었다. 곧 시작하니 준비하라는 뜻이다.





"그 해커가 2번이랍니다."


"......"





그것마저 너라고?




"정보 팀장님께서 직접 알아내시고 데려오셨지 말입니다."




Exi 합격자들한테 ND 홍보하러 간다더니 설마 쟤를 데려오기 위함이었나? 정보팀장이 직접 발 벗고 Exi에 가서 ND를 홍보한 적은 이번이 처음인 걸로 기억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어서였지? J의 말에 온 잡생각들이 밀려 들어왔다. 대체 네 안에 잠재된 능력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그런 너의 능력은 어떻게 끌어내야하는 걸까. S는 링 위의 2번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1라운드 4분, 휴식시간 1분, 2라운드 4분. 총 9분의 시간 동안 대련을 한다. 반칙이라고 해봐야 공격이 들어가지 못하게 도망가는 것 뿐, 그 어떤 수비도 공격도 구애받지 않는 이 싸움에서 그는 과연 어떤 활약을 펼칠까?




심판이 2번 교육생과 10번 교육생 사이에 둔 손을 들어올렸다. 대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S가 침을 꿀꺽 삼키고 집중했다.







*




스트릿에서 주먹질로 짱 먹은 자와 실전 경험은 없는 무술 유단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은가? 두 사람이 같은 체구적 조건을 지닌 이상 후자가 더 승률이 높다고 봐야 한다. 상대의 급소를 아는 자가 싸움에서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니까. 상대에게 100대를 맞더라도 급소 한 곳만 제대로 찌르면 이후는 결정 난 승부다. 맨 몸으로 싸움 경험을 쌓은 자와 무술을 전공한 자는 차원히 다르다. 역대를 통틀어 살펴보면 체력 특화로 들어온 교육생들 중에는 태릉원 출신이나 차이나타운과 같은 곳에서 무술을 연마한 자들도 있었고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복싱 선수들도 많았다. 싸우는 폼만 봐도 답이 나온다.




S도, J도 표정이 좋진 않았다.




처음에야 둘 다 긴장하고 서로를 간보더니 한 놈이 치고 난 후부터는 다른 한 놈은 거의 맞기만 했다. 어떤 무술이든 기술이든 국한되지 않고 싸우는 데다 심판은 선수가 무기를 들지 않는 이상, 기권을 외치지 않는 이상 경기를 중단하지 않는 게 룰이기에 자칫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고, 심하면 트라우마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수준 차이가 꽤 나는 사람끼리는 웬만해선 대련을 붙이지 않는다.





현재, 2번이 현저히 밀리고 있었다.





'삐익-!'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가 훈련장을 가득 메웠다. 1라운드 종료, 휴식 시간이라는 소리다. 2번 교육생이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와 턱을 타고 주륵 흘러내리는 피를 팔로 문질러 닦았다. 으, 아프겠다. 아까 발로 머리를 차이더니 입이 터졌나보다. 




"...기대했지 말입니다."


"...누구한테."


"2번 교육생 말입니다. Exi 입사 테스트 다 통과한 놈이라길래 대단한 실력이든 경력이든 있는 줄 알았어요."




흠...


S가 콧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난 보이는데, 저 안의 실력과 경력이. 맷집이 꽤 강해보였다. 맞아도 안 쓰러지고 쓰러지더라도 꿋꿋히 일어난다. 기권을 외칠만도 한데 결코 입을 달싹이지 않았다. 그리고,

 



절대 눈을 감지 않았다. 




맞더라도 상대의 공격은 똑바로 보고 얻어 맞았다.




"스트릿 파이터와 무술자들의 차이점이 뭔 지 알아?"




"뭔데요?"


"배우지 못한 놈이랑 배운 놈."


"그거야 당연히...,"




아주 간단하고 누구나 다 아는 대답이었다. 그 말은 즉슨, 이 말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배우지 못한 스트릿 파이터는 싸움 경험이 많은 게 대부분이고, 배운 무술자는 '대회'라는 멍석 위의 경험 외엔 실전 경험이 현저히 적은 것이 대부분이다. 배우지 못한 스트릿 파이터는 보통 피지배 계급으로서 가정사가 불우하고, 배운 무술자들은 집안의 서포트를 받는다. 삶에서 겪어 온 경험 자체가 남다르기 때문에 적어도 눈치만큼은 스트릿 파이터가 더 셀 거라는 것. 직접 맛을 보고 연구해온 음식점과 본사의 레시피를 받고 운영하는 체인점은




'삐익-!'


"깊이부터가 다르지."




준비하라는 신호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S가 중얼거렸다. J는 삑소리에 그 중얼거림을 듣지 못하고 다시 링 위를 바라봤다.




"전 그래도 2번이 마음에 듭니다."


"......"


"배우지 못한 스트릿 파이터가 무술을 배우고 나면 더 날고 기지 말입니다."




내 거라고 걔.




제발 적당히 좀 튀어라 2번 자식아. 왜 다들 딴 놈보다 실력이 딸려도 널 더 좋아하는 거냔 말이다. 의료팀장도 네가 탐난다 하고, 나도 널 탐내고, 현장팀장도 탐내질 않나, 스카웃은 정보 팀장이 직접 했다질 않나. 제발 적당히 해라. 아니, 적당히 하면 내가 널 안 데리고 가겠구나.




하, 젠장.




대체 저 놈을 어떻게 데려와야 할까.




2번은 S가 자신을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는지도 모르고 링 위에서 분주하게 움직여 댔다.




2라운드가 시작된지 1분이 넘었는데도 10번은 2번에게 공격을 날리지 못 했다. 그새 10번의 동작과 패턴을 이해한 것인지 날리는 족족 피했다. 이 둘은 체력 특화로 들어온 교육생으로서 주먹 한 번 씩 번갈아가며 날리던, 개싸움 마냥 머리카락 쥐어뜯고 싸우기도 하던 타교육생들의 대련과는 다르게 봐야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물에서 커온 애들이다. 잘못 걸려서 한 대 맞기 시작하면 반격이 성공하지 않는 한 계속 맞게 된다.




2번의 철벽 수비에 약이 오르기 시작한 10번이 발을 높게 들어올렸다. 한 방에 K.O 시키겠다는 심산이었다.




'휘익-'




아.




'쿵-!'


"커헉...!"


제대로 걸렸다.




10번이 그대로 바닥에 머리부터 박으며 쓰러졌다. 아무리 헤드기어를 차고 있어도 충격이 컸다.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이 링 위에서의 룰은 어떤 무술도 기술도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을. 태권도 동작을 쓰려하니 뇌가 무의식적으로 태권도의 룰을 적용시켜버렸다. 잡으면 안 된다는.




10번이 발차기를 하기 위해 들어올린 다리를 2번이 순식간에 잡아 당긴 것이다.




2번은 1라운드 때와는 현저히 달랐다. 아까 라운드까지만 해도 제게 공격을 읽혀 족족 막히고 제게 두들겨 맞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정세가 바뀌었다. 바닥에 나자빠지자 마자 정신차릴 틈도 없이 발로 머리를 한 번 더 짓밟혔다. 농구공 마냥 머리가 바닥을 딛고 튀어올랐다. 스치듯 본 2번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의 눈깔을 하고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발 틈 좀 줄래?




잡혀야 기술을 넣지. 차라리 위에 올라타서 주먹질을 했다면 뒤집어 엎기라도 할텐데 잡을 만 하면 공격이었다. 팔부터 꺾어버리니 손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점점 감정이 실리기 시작했다. 10번이 작정하고 2번을 붙잡고 넘어뜨렸다.




개싸움 시작이다. 품위따윈 버렸다. 이전의 교육생들과 다를 바 없이 마구잡이로 링 위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와,"


'퍼억-!'




되려 그게 독이었다. 마구잡이 싸움은 스트릿 파이터가 유리하니까.




콜로세움 마냥 흥미진진한 싸움이었다. S도 J도, 1라운드만 해도 심심하니 재미가 없었는데 2라운드에 가니 2번이 각성을 하고 10번이랑 뒹굴어대니 보는 재미가 쏠쏠 했다. 다른 교육생들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참... 별..."




S가 저도 모르게 속삭였다. J가 본인에게 시선을 꽂자마자 하려던 말을 멈춰세웠다.




"팀장님도 그 생각하십니까? 쟤 왜 갑자기 후광이 비치는 것 같지?"

"......"

"별 같아요, 별."

"아니, 별나다고."





'삐익-!'





그들의 대련이 막을 내렸다.








*







"어..., 안녕하세요."



챠르륵, 의료용 베드를 둘러싼 커튼이 걷히는 소리에 2번 교육생이 고개를 들고 제게 찾아 온 사람을 확인했다.




S였다.




"너 말이야."


"네?"


"작전팀 와라."


"......"





2번은 난데없는 스카우팅에 황당함을 느꼈다. 내보이는 표정은 무표정에 가까웠지만 내심 놀랐다. 갑자기 찾아와선 작전팀으로 오라니.




"제가 왜요?"




순수한 의문이었다. 안 가겠다는 뜻이 아니라, 나를 왜 스카우트 하는 건지 묻고 싶었다. 난 들어온지 며칠 안 된 햇병아리 교육생일 뿐인데.




"난 널 최고로 만들 자신 있으니까."




질문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나의 어떤 부분이 팀장님의 심금을 울린 건지 궁금한 거였는데.




그 말이 나의 심금을 울렸다.




"알겠어요."




작전팀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신중히 결정 내려야 하는 사안일지도 모르겠지만 저 확신에 찬 눈빛이 좋았다. 나를 보는 저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건 S도 마찬가지였다. 너의 능력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모르고, 본 지 고작 며칠 채 안 됐고, 그저 소문 밖에 들은 게 없지만. 네 능력이 여기서 그만일 수도 있겠지만. 신중히 결정 내려야 하는 사안일지도 모르겠지만.




네 눈동자 안에 담긴 내가 마음에 들었다. 너를 확신하는 내가.




그리고 난,




한다면 하는 놈이니까.



















안녕하세요, 여러분. 편백입니다. 드디어 3편이 나왔네요. 캐붕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슺니다. 주인공이 넘사벽이다보니 다른 캐릭터들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서사를 짜내야 하더라구요. 스토리 짜느라 죽어나가는 중입니다... 이미 완결까지는 큰 틀을 다 잡아놨어요. 여러분 근데 제가 장담합니다. 정말 재밌을 겁니다. 저도 빨리 쓰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을 정도로 재밌어요. 물론 제 기준이긴 하다만, 제 취향이 곧 독자님들의 취향이 아닐까요?


캐릭터의 이름을 설정하지 않는 것이 이 소설의 컨셉이기 때문에 조금 혼란스러우실 것 같네요. 일단 아래에 설명을 적어드리고 나중에 캐릭터가 다 등장하고 나면 따로 정리하여 공지로 올려드리겠습니다.  



현재 등장한 캐릭터들만 정리해보자면,


[2번 교육생 = Exi 입사 테스트 다 통과한 놈 = 펭귄새끼

S = 작전 팀장

J = 현장 팀장

Medi = 의료 팀장 

1회에서 Exi에서 ND 홍보하던 대장 아저씨 = 정보 팀장]


이 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10일 안에 두 편이 올라오겠네요. 미리보기 형식이기 때문에 다음 편은 유료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그럼, 좋은 밤 되세요.




트위터: @PB20220721

편백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