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치는 갑자기 사라졌다.
     
고등학교 3학년 입시가 끝난 뒤, 겨울에.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사와무라 아키라 할아범은 경찰서에 가서 다이치가 사라졌다고, 실종 신고까지 냈다. 아키라 할아범은 우째, 말도 없이 짐도 그대로 나두고 옷만 덩그러니 침대에 내버려두고 나갔는지 모르겠다며 울부짖었다.
     
그 당시에 찾아갔던 다이치의 방은 다이치만 사라지고 다이치의 짐이 그대로 나앉아 있었다.  다들 졸업식에서도 사와무라 다이치의 실종에 관한 갖가지 추측과 으스스한 이야기만 내놓았다. 시골마을이란 으레 소문이 쉽사리 퍼지는지라. 마을에서는 사와무라 다이치가 카미카쿠시(神隠し)를 당했다는 말이 낭자하게 나돌았다.
     
다이치가 사라진 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 다이치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키라 할아범은 제작년 겨울에 돌아가셨다. 사와무라 라고 음각 된 나무 현판만이 음습한 소리를 내며 삐걱삐걱 울 뿐이었다. 산 속에 있는 사와무라 가의 저택은 새와 짐승들의 보금자리가 된 지 오래다.
     
스가와라는 가끔씩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마다 본가에 내려와 폐가가 되어버린 사와무라 저택에 방문했다. 그곳은 휑한 바람과 함께 짐승의 발자국이 저택 주변으로 큰 원을 그리며 지저분하게 찍혀있었다. 발자국의 크기로 봐선 등치가 꽤나 있는 짐승인 것 같았다.
     
스가와라 가문은 이 지역에서 가축병원을 몇 대 째 해온 수의사 가문으로 유명했다. 스가와라는 당연히 아버지의 말에 따라, 수의사 쪽으로 진로를 정해놓은 상태였다. 시골의 남자고등학교는 한 곳 밖에 없는 깡촌 중에 깡촌이라 이 지역 중학교를 졸업한 남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그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게 수순이었다.
     
스가와라 코시가 사와무라 다이치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입학식 때 이었다.
     
스가와라는 지루한 입학식이 언제 끝날까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어깨가 널찍하고 키가 큰 남학생이 스가와라의 시야를 가렸다. 키가 큰데다가 어깨 근육이 카쿠란 교복 등판에 선명히 드러났다. 짧은 스포츠머리. 짧게 잘라진 머리는 가을의 밤송이처럼 까슬까슬했다. 카쿠란 교복의 소매 끝단에 드러난 손목이 굵고 튼실한데다가 손은 크고 굳은살이 드문드문 박혀있었다. 손가락 마디에 감긴 붕대는 더 험악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스가와라는 입 안이 바싹 말라 혀가 오그라들었다. 스가와라는 맨 앞에 서 있는 남학생이 소위 말하는 학교 뒷골목의 지배자라던가. 야쿠자의 아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중후한 분위기를 풍겼다. 남학생의 등과 헐렁한 교복 바지에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딴지 근육이 불룩 튀어나와 있을 정도로 건장한 몸이었다.
     
     
스가와라는 마른 침을 한 번 더 삼키며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남학생의 몸을 찬찬히 다시 훑어보았다. 같은 줄에 서 있는 것을 보아서는 1년 동안 같은 반에서 지내게 될 모양이었다. 스가와라는 그 현실에 정신이 아득히 나가버렸다. 이런 험한 녀석에 눈 밖에 났다가는 3년 동안 고등학교 생활이 얼마나 피비린내가 날지.. 스가와라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학생을 발목에서 엉덩이 등판까지 서서히 시선을 위로 옮기던 순간, 뒤를 돌아보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스가와라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는 스가와라를 보며 웃음을 슬그머니 짓고 손을 흔들었다. 스가와라는 순간 입에서 아차. 하고 탄성이 새어나왔다.  짙은 눈썹과 다정하고 둥글둥글한 눈매 직선으로 잘 뻗은 콧대 굵직한 턱선. 몸과 다르게 다정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다. 그게 사와무라 다이치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이었다.
     
코시 구나.
     
스가와라는 등 뒤에서 들려 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치코 할머니 였다. 가끔씩 이곳을 산책을 하신다. 이치코는 넝쿨과 성인 남자 키만큼 자란 잡초가 뒤덮은 사와무라 가의 앞뜰을 눈꺼풀을 슬쩍 들어 보다가
     
여기에 큰 짐승이 돌아다닌다구나.
     
하고 스가와라가  오른손에 든 하얀 국화 다발로 시선을 옮긴다.  그렇구나.. 이치코는 다이치에게 인사하러 왔니? 하고 쓸쓸한 시선으로 스가와라를 훑는다. 네. 스가와라는 짧게 대답하고는 국화 다발을 바닥에 놓는다.
     
다이치가 죽었다고 생각하니?
     
이치코의 물음에 스가와라는 발걸음을 멈췄다. 스가와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흔적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진 다이치는 사와무라 아키라 장례식에도 오질 않았다. 살아있었다면 다이치는 아키라의 장례식에 슬쩍 얼굴을 내비쳤으리라. 고아인 다이치를 입양한 것이 사와무라 아키라 할아범 이었으니까. 사와무라 다이치가 집을 등지고 탈선했더라도 아키라 할아범이 죽었다는 소식을 알음알음 듣고 조심스럽게 묘지에도 오지 않았을까 싶어서 찾아가 보아도 꽃다발이 놓여있지도, 향을 피운 흔적도 없었다. 비석에 이끼가 군데군데 껴서 사와무라 아키라의 이름이 군데군데 얼룩졌다. 향로는 재가 아니라 빗물이 고여 있거나 낙엽 또는 눈이 쌓여있었다.
     
스가와라는 메마른 입술을 떼어서 힘없이 말한다.
     
늘 불안한 듯이 떨고 있었으니까요.

그래? 이치코는 그래. 그 애가 아주 어디론가 가버린 모양이구나. 인간의 영역이 아닐지도 모르지. 하고 느긋한 말투로 읊조리며 서서히 수풀 너머로 멀어져갔다.
     















다이치는 입학식 때에 본 인상과 다르게 성실하고 다정한 아이였다. 스가와라는 다이치의 손의 상처가 배구 활동으로 인한 부상이라는 걸 알게 된 건 며칠이 지난 뒤였다. 다이치는 배구부 권유 포스터를 책상에 엎드린 스가와라에게 넘겨주며,
     
같이 부활동 하지 않을래? 하고 말을 건넸기 때문이었다. 스가와라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왜, 너랑 같이 배구부에 들어가야 하지? 하고 날카롭게 묻자. 스가와라 앞으로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너랑 하면 즐거울 것 같아서. 라는 대답을 했다. 스가와라는 포스터에 그려진 그림을 검지로 툭툭 치며, 이거 벌래야? 하고 퉁명스럽게 물었다. 사와무라는 자신의 손에 들린 또 한 부의 포스터를 인상을 찌푸리며 보더니, 역시 미술 부원에게 부탁이라도 할 껄 그랬나 하고 혼잣말을 한숨과 함께 내뱉었다.
     
설마 니가 그린 거야? 스가와라는 포스터의 그림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가르치자. 다이치는 고개를 말없이 끄덕였다. 스가와라는 웃음을 와락 터트려 큰 소리로 웃었다.
     
진짜. 조잡한 그림이잖아. 이거 설마 배구 선수야? 나는 뭐 그물망에 걸린 벌렌 줄 알았다고... 라고 말하고 끅끅 웃는 스가와라를 흘겨보던 다이치는 스가와라 손에 들린 포스터를 낚아채며, 주먹 쥔 손을 입 앞에 대고 헛기침을 하더니,
     
그러니까 가입 할 거야 말 거야?
     
라고 입을 삐쭉이며 물었었지...  
     
사와무라 가축병원 간판이 걸린 건물 앞에 서서 스가와라는 주머니 코트 속에서 열쇠를 꺼내어 자물쇠를 풀었다. 대학 졸업이 2년 정도 남은 겨울이다. 대학교 6학년을 보내고 나면 삿포로에서 수의사 자격 국가고시를 치루고 가축병원을 물려받을 뻔한 미래였다. 스가와라는 뭐, 그렇게 살려고 이 고생하고 온 건데.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미닫이문을 연다. 어스름에 푹 젖은 마을은 인적도 없다. 별과 달의 빛과 뭇 짐승의 울음소리가 어둠을 흩트릴 뿐이다. 나무문이 뒤틀어지는 소리가 뻐근하게 공기를 울린다.
     
나무문은 습기를 먹었다가 건조가 되면서 문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쉽게 틀어졌다. 비 오는 날이 되면 나무문은 부피가 늘어나 문이 잘 안 닫혔다. 스가와라는 등 뒤에 스치는 스산한 공기에 몸을 떨었다. 스가와라는 산짐승의 울음소리가 오늘따라 가까이 들려 소름이 돋았다. 가로등 빛이 둥그렇게 어둠을 오린다. 희미하게 스가와라의 입김에 희미한 빛이 꿰뚫고 지나간다. 어둠 너머에 노란 빛이 스윽 스친다. 어둠을 두른 채로 거친 숨소리와 형형한 눈동자만 드러낼 뿐이다. 스가와라는 눈동자만 조심스럽게 천천히 옆으로 굴리면서 침을 삼켰다. 숨소리를 혀로 짓눌렀다.
     
산짐승이다.
     
     
스가와라는 눈빛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숙이며 문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공기를 이빨사이로 거칠게 굴리는 소리가 났다. 짐승의 울음소리가 척추골을 울리는 것 같았다. 몸의 근육이 차갑게 굳고 뭉쳤다. 스가와라는 비명소리가 입술 사이로 조그맣게 새어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엽총을 하나 씩 지니고 있는 것일까. 스가와라는 조금씩 마을사람들이 산짐승을 왜 그렇게 경계하는 지 처절하게 깨달았다. 이러다가 잡혀먹거나 발톱에 살이 찢겨서 죽는 것이 아닐까 하는 끔찍한 상상이 스가와라의 정신을 마비시켰다.
     
짐승의 숨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스가와라는 발을 떼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스가와라는 눈동자를 서서히 돌려 어둠 너머의 ‘짐승’의 정체를 확인했다. 가로등 빛으로 어둠이 서서히 걷히자, 그것의 정체가 드러났다. 큰 앞발과 역삼각형 머리와 위로 단정하게 솟은 두 귀 그리고 아몬드 모양의 눈매, 노란빛을 띈 눈동자
     
늑대였다.
     
스가와라는 하늘에서 하나 둘 떨어지는 눈송이를 올려다보는 늑대를 가만히 응시했다. 이 촌구석에 늑대도 살았나. 사슴이나 멧돼지나 다람쥐 그리고 청솔모 따위는 자주 출현한다고는 들었지만 스가와라는 이 곳에 살면서 ‘늑대’가 산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바람이 스윽 하고 스가와라 쪽에서 늑대 쪽으로 분다. 늑대의 회색 털이 바람에 부드럽게 쓸린다. 늑대는 노란 눈동자를 단 한 번도 끔벅이지 않은 채로 스가와라를 눈동자에 한 가득 담고 있다. 스가와라는 늑대의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늑대는 공격할 의사가 없는 듯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스가와라를 훑어볼 뿐이었다. 늑대는 귀를 뒤로 넘기며 고개를 숙이고 스가와라 앞으로 슬금슬금 다가와 가로등 밑에 엎드려 앉았다. 스가와라는 비현실적인 광경에 두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늑대를 바라봤다. 늑대는 앞발을 혀로 핥고는 콧김을 훅 내뿜었다.
     
스가와라는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까는 죽일 듯이 자신을 벼려보고 있던 짐승 하나가 자신 앞에 배를 깔고 엎드려 앉아 자신을 가만히 구경하는 광경이 너무나도 웃겼다.  자신 보다 두  배나 큰 늑대가 고양이처럼 앞발을 핥으며 느긋하게 있는 모습자체가 현실과 너무 거리가 멀었다. 꿈일까. 늑대가 저렇게 크나?
     
스가와라는 입을 떼었다.

어디서 왔니?
     
늑대는 대답하는 듯이 고개를 들어 어둠에 묻힌 산기슭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스가와라를 응시했다. 스가와라는 조그만 목소리로 저기? 라고 묻자 늑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끄덕이는 것처럼 보였다. 스가와라는 늑대 쪽으로 서서히 다가가 늑대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꺼슬꺼슬한 감촉이 손바닥을 스쳤다. 늑대는 기분이 좋은 듯이 얕게 그르렁 그르렁 울었다. 늑대의 털에서는 짐승의 비린내가 뭉클 피어올랐다. 스가와라는 너 여기 있으면 총알이 박혀서 죽을 거야. 하고 속삭였다. 마을사람들은 산짐승이 마을에 내려오는 것을 싫어해서 덫이나 밭에는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까지 둘렀다. 멧돼지가 내려와 뿌리 식물을 먹으려 땅을 헤집어 놓는 경우가 허다했고 가축이 있는 농가는 소나 닭이 물어뜯기거나 하나 씩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 손해를 입은 경우가 많았다. 늑대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하품을 늘어트렸다. 스가와라는 어서, 어서 가. 라고 손으로 재촉을 해도 늑대는 눈을 한 쪽 눈꺼풀만 들어 올렸다가 내리며 굵직한 꼬리를 흔들었다. 너나 먼저 들어가라는 것처럼 꼬리를 땅바닥에 탁탁 내려쳤다.
     
짐승이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다. 스가와라는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늑대에게 자꾸만 말을 걸고 싶었다. 늑대의 눈빛은 친숙하고 아늑했다. 마치..
     
다이치.
     
스가와라는 자신의 입에서 발음 되는 옛 친구의 이름에 화들짝 놀랐다. 늑대는 혀를 내밀고 자신의 코를 핥았다. 늑대는 몸을 일으켜 스가와라 앞에 바싹 다가와 스가와라의 얼어붙은 왼손을 뜨끈한 혀로 핥았다. 마음에 들었다는 듯이 컹 하고 짧게 짖었다.
     
다이치 라는 이름이 마음에 드니?
     
스가와라는 다이치, 이 곳은 인간의 영역이야. 이곳으로 오면 넌 죽어. 라고 말을 덧붙였다. 늑대는 스가와라의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뭔가 아쉽다는 듯이 우울한 울음을 길게 끌어내자, 동네의 개들이 하나 둘 씩 짖기 시작했다.
     
어서 가. 다이치.
     
늑대는 슬쩍 발걸음을 돌려 다시 어둠으로 향하여 걸어갔다. 자꾸만 늑대는 아쉽다는 듯이 서 있는 스가와라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 늑대의 실루엣이 완연히 사라질 때 까지 스가와라는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스가와라는 몽롱한 기운이 가시지 않은 몸을 일으켰다. 방 안의 공기는 차갑고 낯설다. 유리창에는 서리가 얽어져 바깥의 풍경이 윤곽만 보였다. 스가와라는 오른손로 왼손 손등을 쓸었다. 어제 늑대가 핥았던 손이었다. 끈적하고 따뜻했다. 늑대의 몸집은 매우 컸다. 이 고장의 숲에서 사람의 눈에 안 들어왔을 리가 없는 몸이었다. 그렇게 큰 몸을 이끌고 이 고장에서 어떻게 버텨온 걸까. 하는 의문이 샘솟았다. 스가와라는 책장에 놓인 책들을 눈으로 훑어보았다. 그 중에서 스가와라 눈에 들어 온 것은 사와무라 다이치의 침대에 옷가지와 함께 덩그렇게 놓인 ‘미녀와 야수’라는 그림책이었다. 다이치의 마지막 흔적이라고 아키라 할아범이 스가와라에게 넘겨준 것이었다. 스가와라는 책장에서 그림책을 꺼내어 펼쳤다. 그림책은 팔락 소리를 내며 기분 좋게 펼쳐졌다. 그림책 끝 장은 거칠게 뜯겨져 있었다. 다이치의 편지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스가와라는 아키라에게 넘겨받자마자 책장 사이사이를 이리저리 뜯어보아도 종이 한 조각도, 그 흔한 책갈피도, 단풍잎도, 말린꽃도 없었다.

사와무라의 마지막 모습은 어땠지. 기억의 우물에서 사와무라에 대한 것을 길어 올려보려 해도  안에 담겨진 말과 풍경이 닳고 닳아서 뚜렷하지 않았다. 온통 감정의 형태만 뭉툭하게 남아서 스가와라의 왼쪽 늑골에 이따금 서늘한 바람이 스쳤다. 다이치는 책을 읽는 성정이 못되었다. 다부지고 올곧은 외모와 달리 책을 싫어했다. 그가 오로지 읽던 것은 ‘미녀와 야수’ 동화책 한 권이었다. 스가와라는 다이치가 이따금 쉬는 시간 마다 읽었다. 다이치가 진학 상담 이후, 그 동화책을 자꾸 들척이며 심각한 고민에 흠뻑 취한 듯이 보였다. 그의 눈동자는 무언가 헤매는 듯했다 어쩔 때는 이상을 꿈꾸는 듯했고, 저녁 어스름에는 세상에 버림받은 것처럼 눈빛이 가라앉아 퍽 처량해보였다.
     
그 때 알아챘어야 하는데.
     
스가와라는 쓴 입맛을 설탕 커피로 덮었다 커피가 목구멍이 들어가 뜨끔뜨끔한 열기로 목구멍을 쑤셨다. 때 늦은 사춘기인 줄 알았다. 우울증이라던가, 조울증이라던가. 그런 걸로 알아챘다면 자살징후 일수도 있는 몸짓이었다. 그 때 다이치는 물건을 정리해서 나눠주었다. 일종의 졸업식 전에 후배들에게 베푸는 아량으로 보였다. 스가와라는 다이치에게 어느 대학으로 원서를 썼냐고 물었지만 그는, 스가 랑 같은 대학은 못 갈 것 같아. 라고 슬픈 웃음을 지었다. 몹시도 괴로움이 뚝뚝 떨어지는 말투였다. 그에게 어째서 라고 되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가업’을 이어 받기로 했어. 라는 말만 무뚝뚝하게 반복할 뿐이었다. 다이치의 성적으로 충분히 자신과 같은 대학에 입학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약속했었다. 스가와라는 배신감과 슬픔이 뒤엉켜 분노의 말들이 와륵 쏟아졌다.
     
약속이 그렇게 너에게는 가벼웠구나? 다이치?
어디서 뒈져버려도 난 널 찾지 않을 거야.
     
     
악에 받친 헛소리를 다이치는 날 것 그대로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그게 다이치와 나눈 마지막 대화의 순간이었다. 다이치는 어깨를 잔뜩 앞으로 구부린 채로 시선을 내리고 헤어지자. 스가와라 라고 말한 뒤, 메마른 입술을 스가와라에게 겹치고 스가와라의 몸을 끌어안은 채로 하느작거렸다. 단단한 골격이 그날따라 습기 먹은 분필처럼 물러보였다. 어미 잃은 야생동물처럼 스가와라 품에서 자세가 무너졌다. 다이치의 울음은 짐승의 울음과 닮아있었다. 입술을 뗀 다이치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동화책에서는 키스로 저주가 풀린다던데. 라는 실없는 말이었다.
     
스가와라는 마지막 장이 왜 찢겨나갔을까 라는 의문이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마지막 장에 중요한 무언가가 적혀있었던 걸까. 다이치는 죽지 않았다면 어디에서 살고 있는 걸까. 스가와라는 동화책 겉 표면을 손으로 쓸었다. 다이치는 정말 가미카쿠시라도 당할 걸까. 순식간에 사람이 마치 증발한 것처럼 사라질 수 있나.  사람의 눈에도 띄지 않고,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게다가 다이치는 이 시골에서 나가는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기차도 타지 않았다. 야간 기차표를 끊었다면 사와구치의 눈에 안 띄었을 리가 없었다.
     
어쩌면 산짐승에게 먹혔을 지도 몰라. 다이치가 실종 된 뒤에 퍼진 소문 가운데에 산짐승에 먹혀 흔적도 안 남은 거일지도 모른다는 괴담이 돌았다. 정말 그런 걸지도. 스가와라는 온갖 추측과 소문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다이치가 없어지기 전 저녁에 산짐승이 저녁 공기를 먹먹히 떨칠 만큼 기이하게 울어댔기 때문이었다. 그 짐승이 다이치의 몸을 이빨로 짓이겨 살점을 뜯어먹었을까. 어째서 다이치는 한 밤 중에 집을 나갔던 걸까. 눈보라가 쳐서 한치 앞도 안보이던 저녁 이었을 텐데.
     
스가와라는 동화책을 끌어안았다. 늑대. 스가와라는 기이하게 울었던 산짐승을 떠올리다가 어제 저녁에 본 커다란 늑대를 생각해냈다. 마을에 저녁에 내려와 어슬렁거리던 늑대. 그 정도 크기라면 성인 남자도 너끈히 해치울 만 했다. 그 튼튼하고 날카로운 이빨과 커다란 발과 발톱이라면.. 스가와라는 소름이 돋았다. 그런 늑대가 마을에 내려와 어슬렁거리다가 사람을 하나씩 씹어 먹었지 않았을까. 그것도 늦은 저녁에 산책하는 다이치를 우연히 만나 주린 배를 채웠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이치는 비명 한 마디도 못 지른 채로 순간 먹혀버렸을까. 스가와라는 그 장면을 상상한 순간 구토가 치밀었다.
     
다이치는 그것에게 먹힌 것 일지도….
     
사람 맛을 본 짐승은 그걸 잊지 못한다지. 포수인 고쿠 영감이 담배 한 개비를 물고 총구를 닦으며 종종 하던 소리였다. 예전에 불곰이 민가를 습격해서 사람을 덮쳐 씹어 먹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훗카이도 산케베츠 지방에서 라고 한숨이 뒤섞인 말을 내뱉었다. 내 친척한테 건너건너 들은 이야기야. 산짐승이 겉으로는 귀여워 보여도 알고 보면 굉장히 무서운 족속이거든. 이케츠 영감? 그 녀석도 저녁에 밭에 어슬렁거리다가 멧퉤지 녀석에게 치여서 허리 아작 난 거 몰라? 그 영감도 다행이지 사실 그 속도로 돌진해왔으면 내장이 다 으스러져서 뒈졌을 거라고. 그거.  고쿠는 인상을 찌푸리며 노란 가래를 퉤 하고 뱉어냈다. 고쿠 영감은 산짐승을 조심하라고 으름장을 놓았었다.  
     
   
『야수는 본래는 ‘사람’이었으니까. 믿음이 있었던 거야. 자신은 사람이라고.』
     
스가와라는 뭔가 생각 난 듯이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다이치와 1학년 때와 마찬가지로 같은 반으로 배정되었다. 스가와라는 ‘질기다.’라는 표현을 하며 다이치의 등을 손바닥으로 탁 내려쳤지만 다이치는 행복하다는 듯이, 스가와라의 얼굴을 한 반에서 매일 볼 수 있다는 게 행복해. 라는 말을 할 뿐이었다. 1학년 때는 갈 리가 없었던, 관심 밖이었던 배구부에 들어가게 되었다. 스가와라는 다이치의 언어에는 뭔가 주문이 걸려있는 가 싶을 정도로, 다이치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홀려서 어느새 배구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도 웃겼지만 다이치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신뢰’를 줘버렸다. 다이치가 옆에 있으면 어디든지, 어떤 일이라도 같이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 중간고사가 끝난 무렵에 등나무 그늘 밑에 벤치에 사와무라 다이치는 무릎에 가방을 올려놓고 텅 빈 운동장을 바라보며 이온 음료로 마른 목을 축였다. 스가와라는 다이치 옆에 앉아, 시험 잘 봤어? 하고 심술궂은 말을 내뱉었다. 다이치는 중간. 이라고 짧게 대답하고는 다시 음료수로 입을 축였다.
     
쳇. 하고 스가와라는 입을 툭 내밀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다이치를 흘겨본다. 다이치는 숨은 고요했다. 다이치는 빈 음료수 통을 왼쪽에 놓으며,
     
스가와라. 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가와라는 왜? 라고 대답했다. 다이치의 얼굴에 석양이 붉게 퍼진다. 하늘이 노란색에서 붉은 색으로 짙어졌다. 운동자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고 채도가 낮아졌다. 색들이 명도가 낮은 붉은 빛으로 점멸했다. 다이치의 시선은 운동장 너머 철봉으로 향해있다.
     
스가와라. 좋아해.
     
스가와라는 뭘, 새삼. 이라고 대답하며 구부정한 어깨를 펴고 기지개를 폈다. 다이치는. 아니. 그런 게 아냐. 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뭔데?
     
다이치의 입이 움찔하고 경련했다. 스가와라는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이미 친구잖아 라고 딱딱한 목소리로 말하자, 다이치는 또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런 것도 아냐. 하고 힘없이 말을 뱉었다.
     
그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다이치의 얼굴이 스가와라 쪽으로 향했다. 가까워 졌다. 스가와라는 고개를 뒤로 물리며, 뭐, 뭔데 뭐라도 묻었나? 하고 말을 하는 순간. 스가와라의 입술에 다이치의 입술 끝이 닿았다. 다이치가 스가와라의 어깨를 두 손으로 꽉 움켜잡았다. 다이치는 입술을 스가와라의 입술에 깊게 파묻었다. 이게 무슨 이라고 말을 내뱉으며 스가와라가 입술을 여는 순간 다이치의 혀가 스가와라의 입 안으로 감겨들어 왔다. 마치 끈적거리는 뱀이 기어다는 것처럼 입천장을, 치열 사이사이를 그리고 스가와라의 혀를 얽어 들어갔다. 다이치의 숨이 입 안에 녹아내리고 입 안에서는 짜고 단 이온음료의 맛이 났다. 스가와라는 몸에 힘이 빠졌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다이치의 입이 스가와라의 입술을 삼키고 다이치의 손이 어깨에서 스가와라의 두 뺨에 놓였다. 다이치가 입술을 떼고, 숨을 파하 내뱉으며
     
좋아해.
     
라고 말했었다.
     
그 다음엔….
     
스가와라는 ‘미녀와 야수’를 책장에 다시 넣으며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차가운 두 손으로 쓸었다. 입이 말라서 텁텁했다. 스가와라는 차가운 물로 마른입을 적셨다. 써늘한 공기가 옷소매 사이로 슬금슬금 들어왔다. 스가와라는 담요로 몸을 감았다. 난로라도 켤까. 스가와라는 난로에 전원을 켜고 의자에 앉았다. 난로 열선이 달아올라 열기가 발과 손에 닿았다. 스가와라는 몸에 감은 담요를 두 손으로 꽉 쥐었다.
     
그 ‘늑대’는 어디서 사는 걸까. 어둠에 묻힌 마을 어귀를 매일 돌아다니는 걸까. 어슬렁어슬렁. 스가와라는 오늘도, 오늘도 마을로 내려올까. 하고 생각했다. 그 늑대의 눈빛에는 슬픔이 엉겨있었다. ‘다이치’라는 이름을 마음에 들어서 순순히 말을 들은 건가. 아니면 ‘우연’이 맞물린 행동이었을까. 난로 쪽으로 뻗은 오른손이 난로의 강한 열기에 화끈거렸다.
     
산기슭. 늑대가 코끝으로 가리킨 곳은 사와무라 가 저택이 있는 산 이었다. 그런 행동마저도 ‘우연’. 스가와라는 이마를 왼손으로 거머쥐다가 이마를 쓸었다. 늑대는 뭔가 아는 걸까. 아니면 늑대가,
     
사와무라 다이치를 죽인 걸까.
     
겨울바람이 창문을 탁탁 내려쳤다. 오늘 저녁에 스가와라를 늑대가 찾아온다면 스가와라는 그 늑대의 뒤를 쫓을 생각이었다. 늑대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다이치의 마지막 흔적이라도, 백골이라도 나온다면. 스가와라는 그것으로 만족하리라 마음을 다잡았다. 다이치의 죽음이 늑대의 소행이라고 명백히 증거가 나온다면, 스가와라는 엽총으로 늑대를 쏘아 죽이는 미래까지 생각했다. 물론 스가와라의 몸도 성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그 커다란 늑대는 마을 사람의 눈에 띄면 죽을 것이다. 스가와라가 죽이지 않아도. 스가와라는 어째서 늑대가 다이치와 관련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고 가설이 세워진 건지 스가와라 자신도 알 수는 없었다. 늑대의 눈빛은 깊고 친근했다. 그리운 사람을 보는 눈빛처럼.
     
『스가와라, 만약에, 아주 만약에 내가 저주에 걸려서 무언가로 변한 게 아니라 아예 본질이 사람이 아닌 것이라면 그래도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어?』
     
다이치는 종종 그런 질문을 했었다. 미녀와 야수 그림책을 들고서. 그런 질문은 길이와 단어만 조금씩 바뀌었지만 내용은 같았다. 나를 정말, 참으로 사랑하느냐고. 사랑의 진실성을 묻는 것과 동시에 다이치는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듯 했다. 스가와라는 늘 대답했다. 다이치는 다이치 인데. 본질이 따로 어디 있겠어. 라고. 사와무라는 두 눈을 두 손으로 가리며 한숨을 푹 내쉬며, 그렇지…. 그렇겠지…. 라고 혼잣말을 길게 내뱉었다.
     
다이치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스가와라는 수의대에 진학하고 나서 여름방학 기간에 다시 고향을 찾았지만 다이치는 없고 다이치의 실종에 관한 괴담만이 시꺼멓게 뭉쳐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사이에서 부유할 뿐이었다. 1학년 때는 다이치가 어디선가 살고 있겠지, 잘 살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대학교 분위기나 공부에 적응하느라 다이치의 실종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겨를을 주지 않았다.’ 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곁이 생기지 않게, 스가와라는 시간이, 계절이 흐르는 대로 휩쓸려 주었다.
     
2학년이 될 때는 스가와라는 슬슬 다이치가 어쩌면 이 세상이 아닌 곳으로 가 버렸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이치의 이름이 마을사람들 입에서 점차 불리는 횟수가 줄었다. 아키라 할아범도 다이치의 이름을 꺼내지 않고 야윈 몸을 옆으로 뉘이며, 이제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아도 괜찮다. 라고 말했다. 아키라 할아범이 시골 파출소에 걸음을 하는 횟수도 줄었다. 3학년 겨울 방학에는 아키라 할아범이 마당으로 나와 다이치의 사진이 있는 실종 포스터를 아궁이에 넣어 한꺼번에 태웠다. 아키라 할아범은 매캐한 연기 때문에 찡그려서 인지 눈가에 주름이 더 깊어보였다. 연기가 눈에 들어가서 맵다. 라고 중얼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연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건지, 아니면 돌아오지 못한 손주가 걸려 울분이 터지는 건지 분간 할 수 없었다. 하늘도 낮에서 저녁으로 교차하는 어스름이었다. 아키라 할아범은 다 탄 것을 보고서 불쏘시개 작대기를 던지며,
     
이제 다이치는 없단다. 스가와라. 라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에 아키라 할아범은 숨을 거두셨다. 아키라 할아범이 돌아가신 날에 짐승 울음소리만이 마을을 공기를 음습하게 적셨었다.
     
스가와라는 다이치가 그리웠다. 돌아올 지도 모른다는 희망과 아예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절망이 수 만 번 오갔다. 다이치가 갑작스럽게 ‘스가와라. 나 돌아왔어.’ 하고 방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했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 걸 까. 이것들은. 스가와라.』
     
다이치의 목소리는 외로움에 푹 젖어있었다.
     
다이치와 함께 체육관 창고를 정리하고 있던 참이었을 때 다이치가 갑작스럽게 꺼낸 혼잣말이었다. 다이치는 바람이 빠진 공이나 찢어진 코트 그물이나 녹슨 철봉 같은 것을 꺼내고 물품을 각 자리에 있을 곳에 차곡차곡 쌓고 분류했다. 스가와라는 다이치의 말에, 아마도 다른 곳에, 필요한 곳에 가지 않을까. 하고 대답하며 버릴 물품을 흘긋 쳐다보고 말했다. 다이치는 먼지를 손으로 털어내며, 스가와라와 늘 같이 있고 싶어. 라고 말했다. 스가와라는 우린 늘 같이 있게 될 꺼야. 대학도 같은 곳으로 진학 할 거 고. 라고 대답하자 다이치는 그렇게 되면 좋겠다…. 하고 말을 흐렸었다. 다이치는 약한 말을 내뱉고 나서 스가와라를 두 팔로 조용히 끌어안고 스가와라의 어깨에 코를 묻었다. 스가와라는 무슨 일 있어? 라고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다이치는 그냥 이대로 있자. 라고 물러터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변하지도 않고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다. 스가와라.』
     
변하지 않는 건 세상에도 없다. 계절도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 다이치는 이대로, 이 평범함에 길들여져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모른다.’ 상대방을 얼마나 잘 알 수 있을까. 추억의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기억에서 하나 씩 주워서 다이치의 형상을 만든다고 해도 그것은 스가와라의 다이치 일뿐이다. 스가와라 자신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다이치가 생각하는 스가와라와 스가와라 자신은 다르다.  다이치의 체온, 다이치의 굵은 손마디. 굵지만 부드러운 다이치 목소리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알처럼 푸스스하다. 무너지고 아주 멀어져서. 스가와라는 도무지 기억을 돌이켜 다이치를 기억하지 못할 시점이 가까워지는 것이 두려웠다. 감정이 삭고 부스러져서, 만약 다이치가 돌아왔을 때 다이치를 못 알아보는 건 아닐까.
     
다이치는 나를 아직도 사랑할까.
     
스가와라는 눈 위로 두 손을 덮었다.
     
하얗게 날이 서린 햇살이 서러워, 두 눈을 두 손으로 꽉 덮었다. 눈물이 새지 않도록.
     
   














heure entre chien et loup
     
프랑스어 시간에 교수가 분필로 쓴 것은 저 한 문장이었다. 교수는 분필 끝으로 heure를 가리키며,
     
이 단어는 ‘시간’이라는 단어죠.
     
프랑스어 교수가 시간(時間-じかん)을 어눌하게 발음해서 인지 마치 차안(此岸-しがん)으로 들렸다. 다들 프랑스 출신인 교수의 발음에 술렁였다.  하기야 시간(時間-じかん)과 차안(此岸-しがん)은 완전히 다른 뜻이니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승? 이승이라는 건가. 하고 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게 당연했다.  그 소란 사이에서 프랑스어 전공인 한 학생이 바보야, 발음을 잘못한 거잖아 하고 핀잔 어린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 그 교수는 술렁이는 학생들을 신경  쓰지 않은 채로, 이 뜻은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단어에요.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라고 말을 이어갔다.
     
개와 늑대의 시간. 개와 늑대도 구분할 수 없는, 모호한 낮과 밤의 경계선. 황혼을 뜻하는 말. 사전적으로 다부지게 말하자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낭만이 없지 않는가. 스가와라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어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그렇다면…. 스가와라는 불을 담배 끝에 붙이며,
     
사물의 윤곽과 색이 붉게 녹아내리고 꺼멓게 식어버리기 전에 시간. 이라고 말해야 할까…. 이 문장도 낭만을 찾아볼 수 없다. 황혼 무렵의 산은 짐승의 입처럼 컴컴하고 음습하다. 숲의 나무들이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하고 낮에는 푸근했던 새소리와 짐승소리가 거칠고 떫어진다. 스가와라는 타오르는 연기를 올려다보며 렌턴을 켰다. 한 손에 든 총은 스가와라 가 창고에서 뒤지다가 나온 엽총이다. 총알이 딸랑 하나 들어있었다. 총구가 녹이 슬고 거미줄까지 엉겨 붙어, 제 역할은 못하겠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챙겨왔다. 스가와라는 엽총을 한손에 꽉 움켜쥔 채로 사와무라의 저택을 한 바퀴 돌았다. 산새가 낯선 이의 방문을 경계하듯, 쉰 목소리로 울었다. 스가와라는 쭈그려 앉아 담배를 발로 비벼 껐다. 담배가 얕은 연기를 뱉으며 꺼졌다.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스가와라는 고개를 돌렸다. 목도리를 너무 세게 둘둘 감아서 인지 목이 뻐근했다. 겹쳐 입은 옷은 감각을 둔하게 만들었다. 몸을 누가 툭 건들이면 굴러다닐 것처럼.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사박사박. 사브락 사브락.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스가와라는 침을 삼키고 총을 양 손에 쥐고 발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짐승의 소리가 아니라 사람의 발소리 같기도 하고, 짐승의 발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  
     
     
어둠이 길게 퍼지기 시작한다. 빛이 사라진다. 스가와라는 슬슬 무섭기 시작했다. 발소리가 멈췄다. 발소리가 멈추고 더 이상 나아기지 않는다. 아니, 망설이는 듯이 앞으로 다가오지 않고 한곳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듯하다.
     
스가와라는 입을 열었다.
     
저어기.. 거기 사람 있어요?
     
망설이던 발소리가 스가와라 앞으로 바싹 다가온다. 스가와라는 어둠으로 깊어진 허공에 총구를 이리저리 쑤셔본다. 상대가 바로 앞까지 온 듯, 어둠 속에서 숨소리가 코끝에 닿을 듯하다. 구름에 가린 흐린 달빛이 다시 희붐하게 걷힌다. 어둠 속에 묻힌 형태가 선명해진다. 스가와라는 총구가 누군가의 머리에 향해 있음을 깨달았다. 덥수룩하게 자란 긴 머리칼을 앞으로 늘어트린  사람이 서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긴 머리를 축 늘어트려서 여자인지도 남자인지도 아니, 인간인지 귀신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행색이 기이했다. 그의 손은 몇 년 째 손톱을 깎지 않은 것처럼 길고 날카롭다. 몸은 바위처럼 울룩불룩 단련된 근육으로 잘 다듬어져있다.
     
저기요? 스가와라는 총구를 땅으로 내리고 몸을 살짝 굽힌 채로 앞에 있는 기인의 분위기를 살폈다. 기인(奇人)은 아무런 말도 없이 총구와 스가와라를 번갈아 보는 듯 했다. 머리카락 틈 사이에서 노란빛이 번쩍였다. 스가와라는 놀라 엉거주춤 뒤로 물러섰다.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아닌데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다. 그는 스가와라 앞에 납작 엎드려 기이한 소리를 냈다. 거칠고 쉰 목소리로, 마치 옹알이처럼 으어어으어 하며 간절하게 누구를 부르는 듯했다.
     
저기요?
     
스가와라는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꿈과 현실이 모호한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생각을 했다. 등 언저리에 흐르는 땀이 차갑게 식는다. 총으로 쏠까? 아니, 저건 분명 사람 일텐데. 스가와라는  거친 숨소리와 터져 나오는 기이한 언어에 숨이 막혔다. 저 사람이 갑자기 자신 앞으로 뛰어들어 목덜미를 이빨로 콱 하고 물지 않을까. 겁이 났다. 그는 엉금엉금 스가와라 앞으로 기어오며, 으어 하고 입을 열었다. 그가 바싹 다가올 때 짐승의 냄새가 같이 딸려왔다.
     
비릿하고 무거운 냄새. 개 냄새. 유기견 센터에서 수 십 마리가 풍기던 냄새였다. 스가와라는 두 손으로 코를 막았다. 너무나 지독했다. 스가와라는 총구를 그의 앞으로 들이밀며,
     
더 이상 다가오면 쏠 거 에요. 하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움찔하고 놀라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 스가와라는 총구를 그의 앞에 푹푹 쑤시며 위협을 했으나. 다시 스가와라 발밑에 무기력하게 엎드려 컹 하고 개처럼 짖었다. 스가와라는 어이가 없어 다문 입술이 풀려 웃음이 나왔다.
     
지금 짐승 흉내 내는 거 에요? 아저씨 어디 많이 아파요? 집에 가야죠. 여기서 맨몸으로 그러고 있으면 얼어 죽어요.
 
     
그의 몸이 잘게 떨렸다. 바닥에 툭툭 무언가 떨어졌다. 눈물이었다.  훌쩍이며 가늘고 긴 울음소리가 찬 공기를 뒤흔든다. 꺽꺽 대며 무언가 말하려는 듯이 울면서 옹알거렸다.  스가와라는 총을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리고 그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카락을 걷으려는 순간 그가 스가와라의 손목을 뿌리쳤다.
     
몸에 손대지 말라는 거죠? 알겠어요.
     
스가와라는 왼손을 슬쩍 뻗어 총을 잡으며, 저 집에 갈 거 에요. 얼어 죽어도 전 몰라요. 하고 말을 했다. 스가와라는 슬쩍 아래로 기인을 내려다보다가 자신의 외투를 기인(奇人)의 등에 덮어주었다. 추워요. 날씨. 스가와라는 그렇게 마지막으로 말하고 산에서 내려가려 하는 순간이었다.
     
스… 스ㄱ…가 오 와라…
     
스가와라는 발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기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인은 다시 뭔가 말하려는 듯이 꺽꺽 비명을 질렀다.
     
ㅋ 커… 코…우..시..
     
내 이름 알아요?
     
스가와라는 그의 앞에 쭈그려 앉아 내 이름 알아요? 하고 다시 물었으나. 그는  뭔가 쥐어짜 말하듯 발음을 했다. 발음은 거칠고 뭉툭해서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는 답답하다는 듯이 기이한 울음을 쥐어짜다가 엉금엉금 기어 사와무라 저택 쪽으로 향했다. 스가와라는 그를 뒤 따라 갔다. 그는 땅을 쥐어 파듯이 맹렬히 네 발로 뛰었다. 그가 멈춘 곳은 사와무라 저택의 현관 앞이었다. 수풀과 넝쿨이 집을 장악하고 있었다. 스가와라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듯이 엎드렸다.
     
여기는 왜?
     
그는 사와무라 문패를 코로 킁킁 맡으며 스가와라 쪽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무언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처럼….
     
설마….
     
스가와라는 설마 라는 말을 한 번 더 내뱉고 말을 뒤이었다.
     
다이치니? 다이치 맞지?
     
그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고 사와무라 라고 써진 문패를 손톱으로 긁었다. 그는 꺽꺽 거리는 울음소리를 몇 번 내뱉은 뒤에 ㅅ 사…사…와 무라.. 라는 발음을 말라붙은 입술에서 이끌어내었다. 그는 한숨을 뱉듯이 다이치. 라고 명확히 발음을 한 뒤, 나무 밑으로 달려가 손톱으로 땅을 긁어 파기 시작했다. 손에서는 살이 까져 피가 흘러내렸다. 무언가 찾는 것처럼…. 스가와라는 울음을 집어삼켰다.
     
아, 아. 그곳은
     
다이치와 함께 타임캡슐을 묻은 자리다. 그곳을 아는 건 스가와라와 다이치 단 둘뿐 이었다. 스가와라는 울컥 울음이 터져 나왔다. 4년 동안 이 마을을 찾아와도 찾을 수 없던 다이치를 여기서, 이 시간에 만났다. 스가와라는 땅을 파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더 이상 파지마. 너 인 줄 알아.
     
스..스 스..가...
     
어디 갔었어? 라는 물음을 던지며, 스가와라는 왼손으로 그의 긴 머리칼을 뒤로 젖혔다. 달빛에 비친 얼굴은 틀림없이 사와무라 다이치 이었다. 짙은 눈썹, 단정한 눈매. 이 얼굴을 잊을 리 없다. 스가와라는 코를 그리고 입가를 손으로 부드럽게 쓸었다.
     
다이치, 다이치. 어디 갔었던 거야. 하루아침에 네가 없어져서….
     
스가와라는 눌러 온 울음이 터졌다. 스가와라의 긴 손가락이 다이치의 엉킨 머리카락 사이를 스친다.
     
놀랐잖아…. 아니, 미치는 줄 알았어.
     
널 이제 더 이상 얼굴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지나서 만날까봐…두려 웠어…. 다이치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고 코 밑에 콧물이 흘러내린다. 눈물이 흘러내린다. 다이치, 다이치. 스가와라는 다이치를 두 팔로 끌어안았다.
     
ㅅ 스 …스…가와라... ㄴ 나…는…
     
스가와라는 포옹을 풀고 다이치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다이치가 맞다. 이렇게 손에 닿는다. 눈앞에 있다. 그 사실만으로 기뻐서 스가와라는 다이치의 손과 발을 매만졌다. 다이치는 정말 어디에 갔다 왔던 걸까. 매끈한 피부는 거칠어진데다가 손은 굳은살 때문에 울퉁불퉁하고 딱딱했다.
     
다이치, 어디 있었어?
     
     
다이치는 입을 닫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가까스로 입을 떼어 어눌한 말투로 대답한다.
     
여…여…기. 이 곳에……
     
여기? 스가와라는 놀란 눈으로 다이치의 얼굴을 응시한다. 어디에 갇혀있었던 거야? 머리도 뭐야 머리도 엄청 길고 손톱도 몇 년 째 자르지 않은 것처럼 길고 날카로워서.. 어디에 납치 되었는데 빠져 나온 거야? 응? 다이치 대답해줘..
     
다이치의 눈동자에 스가와라의 얼굴이 고스란히 비친다. 다이치는 입을 열어 대답한다.
     
여…기… 있…었어. 네가… 날 … 무서워할까봐…
     
무서워한다니? 무슨 말이야.. 스가와라는 다이치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다이치는 뭔가 두렵다는 듯이 자꾸만 스가와라의 시선을 피했다. 다이치는 자신의 손과 발을 번갈아보다가 고개를 들어 달을 응시했다. 스가와라는 다이치의 말이 너무나 모호해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납치당해서 갇혀있었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다이치의 몰골은 초췌했다. 몸은 근육이 붙어 튼튼했으나, 다듬지 않아 엉켜 떡 진 긴 머리와 코 주위에 지저분하게 자란 수염, 씻지 않았는지 올라오는 비릿한 살 냄새는 ‘사람’다운 생활을 하지 못한 모양새였다. 경찰은 다이치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는데 다이치는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 스가와라는 앞뒤 정황이 꿰어지지 않아 머리가 아팠다.
     
다이치, 정말 여기 있었어? 그럼 어디에 갇혀있었어? 스가와라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급히 찾아 경찰서 번호를 누르려고 했으나, 다이치는 황급히 스가와라에게 달려들어 휴대폰을 빼앗았다. 스가와라를 손목을 붙잡는 악력이 굉장히 세서 뼈를 으스러뜨릴 기세였다. 스가와라는 아파.. 다이치..라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다이치가 힘이 그렇게 셌었나.
     
다… 다 말…해도 믿…어 줄 거야? 라고 다이치는 단어 한 글자 한 글자를 힘을 주어 발음했다. 스가와라는 그래. 어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줘 라고 묻는 순간, 다이치의 눈빛이 노란 빛으로 빛났다. 스가와라는 섬뜩해서 몸을 움츠렸다.
     
스가와라...
     
다이치는 그 한 마디를 외치고 몸을 떨었다. 다이치의 발에서부터 뻣뻣한 털이 자라나고 발톱이 갈고리처럼 굽기 시작했다. 다이치의 얼굴이 일그러져 역삼각형 모양 띄었다. 눈은 위로 솟아 날카롭고 눈동자는 아몬드 모양을 띄었다. 스가와라는 두 입에서 새어나오는 비명을 틀어막았다. 다이치의 몸은 급속도로 털이 자라고 몸집이 커졌다. 마치, 변신 하는 것처럼. B급 공포영화 분장이라도 한 것처럼 인간의 형태가 짜부라지고 짐승의 몸으로 변모했다. 그 자리에는 다이치가 없고 전에 본 적 있는 커다란 늑대 한 마리가 서 있다. 늑대는 길게 목을 빼고 울기 시작한다. 차가운 밤공기가 떨린다.
     
말도 안 돼... 다이치...
   














『어느 날 아침, 잠을 자고 있던 그레고르는 뒤숭숭한 꿈자리에서 깨어나자, 자신이 한 마리의 흉측한 벌레로 변했음을 깨달았다.』
     
사와무라 다이치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의 첫 구절 같은 상황이 자신에게 찾아올 줄을 몰랐다. 다이치가 늑대로 변한 다는 것을 알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어느 여름밤이었다. 극적인 상황일 수도 있었으나. 다이치는 그것이 자각몽이라 넘겨짚었다. 저녁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보니 꼬리와 머리 위에 귀가 생겼다니. 누군가에게 말해줘도. 헛소리라고 취급당하기 좋은 이야기 거리였다. 사람이 동물로 변한다니. 소설이나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이야기다. 다이치는 처음 늑대로 변했을 때 비친 자신의 모습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꿈이겠지. 현실감 있는 꿈. 다이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다이치가 변화 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다이치는 그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꿈이 똑같을 리가 없다. 큰 늑대로 변하는 꿈이 반복되다니. 그처럼 기이한 일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이치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날, 밤을 뜬 눈으로 새기로 마음먹었다. 결론은 다이치가 겪었던 환상이 현실이라는 걸 명백히 증명했다. 날이 밝자 다이치의 몸은 인간으로 다시 돌아왔다. 다이치는 혼란스러웠다. 자신은 당연히 인간이라고 믿고 살아왔었다. 한 순간에 그 믿음이 무너졌다. 다이치는 인간도 동물도 아닌 ‘무언가’가 자신이라는 것이 무서웠다. 어디에도 속할 수도, 어디에 그 현상에 대해서 물을 수 없다. 겁이 났다. 밤이 되면 털이 자라나고 어금니가 뼈도 씹을 만큼 단단하고 날카로워 진다. 그런 말을 누가 믿어주겠는가. 믿어주더라도 얼이 빠졌다던 지, 정신이 아픈 것이 아니냐. 걱정 어린 시선만 던져질 뿐이다.
     
악몽이 현실이라고 깨닫는 순간. 다이치는 자신의 일상에 불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언제 늑대로 변할지 모르는 불안감이 일상에 차츰차츰 균열을 만들었다. 스가와라 곁에 늘 같이 있을 수 있을까. 스가와라가 자신이 늑대로 변해도 그 자체로 사랑해줄까. 고민이 망설임을 만들고 스가와라와 거리를 만들어가는 것 같았다. 스가와라는 사람이고, 나는 사람이 아닌데.
     
나는 도대체 무엇이지?
     
다이치는 자신의 손을 햇볕에 비춰보았다. 밤이 되면 이 손이 짐승의 발로 변한다. 자기 자신도 그 과정이 너무 끔찍하다. 아니, 어느 게 나일까? 사람? 짐승? 짐승이 사람으로 변하는 건가? 사람이 짐승으로 변하는 건가? 다이치는 도무지 정리가 되질 않았다. 짐승으로 변하는 저녁 시간에는 짐승의 방식으로 살아야하나? 다이치는 자신에게 자신이 쏟아 붇는 질문들은 무겁고 날카롭다. 다이치의 번뇌는 끊이지 않았다. 다이치는 컴퓨터를 켜고 늑대로 변하는 사람을 검색 창에 떨리는 손으로 쳤다. 늑대인간, 늑대인간 소재로 한 영화, 소설들이 줄줄이 연관되어 나왔다. 다이치의 물음에 대답해 줄 사람은 없다. 다이치는 뼈가 아프게 느껴졌다. 아무도, 다이치가 늑대로 변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조언해 줄 사람이 없다. 고작 참고하라고 이 세상이 다이치에게 정보라고 던져준 건 늑대인간을 모티브로 한 동화나 설화 또는 영화 소설뿐이다.
     
미녀와 야수.
     
다이치는 그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틀어서 보았다. 정보를 얻을 것은 없었다. 그저 본질이 인간인 왕자가 저주에 걸려 야수로 변했을 뿐이다. 나는? 다이치는 멍하니 결말까지 보다가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나는? 평생 짐승이었다가 사람이었다가. 번갈아 살아야 하는 나는? 나는 저주에 걸린 걸까? 긴 악몽을 꾸는 걸까. 다이치는 종종 스가와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스가와라, 만약에, 아주 만약에 내가 저주에 걸려서 무언가로 변한 게 아니라 아예 본질이 사람이 아닌 것이라면 그래도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어?』
     
다이치는 다이치 인 걸.
     
스가와라의 대답은 늘 한결 같았다. 다이치는 다이치 라고. 스가와라가 자신의 진짜모습을 보게 되어도 스가와라는 다이치는 다이치야. 라고 대답해 줄까. 사랑한다고 말하고 안아주고 나와 늘 같이 있고 싶다고 해줄까. 짐승이 사람을 사랑하면 세상이 부조리하다고 비웃는다고 해도. 사람이 짐승을 사랑한다고 세상이 비웃는다고 해도? 다이치는 비상식이잖아. 하고 자신을 자책한다.
     
차라리 저주라면 저주를 풀 방법을 찾아 풀면 그만인데. 다이치는 그 사실이 고통스러웠다. 저주도, 병도 아니다. 이것은 다이치의 몸이고, 다이치의 자신이다. 스가와라와 딱 3년만, 3년만 무사하게 시간을 보내어 추억을 만들고 다이치는 스가와라를 떠날 생각이었다. 스가와라와 같은 대학에 가자는 약속을 끊어버리고 무자비하게 헤어지려고 했다. 다이치는 달력이 뒤로 넘어갈 때마다 기간을 세어보았다. 스가와라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잔여 시간. 그걸 아침마다 셀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그 시간이 이토록 빨리 올 줄 몰랐다. 3학년이 다가왔을 때.  우울이 다이치의 숨통을 죄었다. 3학년이 끝날 무렵, 다이치는 스가와라에게 이별통보를 했다. 건조하게 끝날 줄 알았던 이별은 눅눅했다. 구질구질했다. 다이치는 스가와라의 품에서 무너졌다. 울었다. 스가와라가 하는 말이 가슴을 관통했다. 깊숙이 박혔다.
     
『약속이 그렇게 너에게는 가벼웠구나? 다이치?
어디서 뒈져버려도 난 널 찾지 않을 거야.』
     
분함과 슬픔으로 평온함이 으스러진 스가와라의 표정. 다이치는 울음을 되삼키며 하는 말은 고작, 키스가 하면 저주가 풀린다는. 말이었다. 저주가 풀린다니. 다이치 자신도 왜 그런 말이 터져 나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별과 동시에, 다이치는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날이 밝아 해가 솟을 때도 늑대의 모습이 유지되었다. 다이치는 당황스러웠으나, 며칠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모습에 포기했다. 산기슭 깊숙한 곳에 숨어, 짐승의 삶을 살았다. 몇 시간이, 며칠이, 몇 달이, 몇 년이 지난지도 세어보지 않았다. 아침이 오고 낮이 오고 저녁이 드디어 찾아오는 세 가지의 시간만 기억하기로 했다. 짐승처럼 다른 짐승을 사냥하고 낮에 자는 삶. 숲의 생태계는 인간과 다르니까. 다이치는 더 이상 자신이 인간이었던 기억을 잊기로 했다. 이따금 꿈에서 스가와라와 인간이었던 자신이 나왔다. 아늑한 꿈이다. 그 꿈은 저녁에 부서진다. 달빛이 동굴에 침범한다. 다이치는 그 때부터 움직인다. 발톱으로 찍어 작은 짐승의 목덜미를 물어뜯는다. 살기위해서 어쩔 수 없다. 인간은 그 과정을 직접 하지 않는다. 단지 각자 역할로 분담하고 완전히 가공해서 먹는다. 어차피 인간이 먹는 것도 사냥행위와 채집행위를 간단하게 만들어 식탁에 바로 올 수 있도록 할 뿐이다.
     
다이치는 처음에 사냥을 하지 못했다. 마치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는 것 같아서. 며칠을 굶었다. 동굴에 있던 다람쥐가 다이치 옆을 힐끔힐끔 맴돌았다. 다이치는 엎드려서 주린 배를 잠으로 눌렀다. 다람쥐가 이따금 다이치의 등위에 앉아 도토리를 까먹었다. 다이치는 바닥에 고인 물을 핥았다. 물을 먹어도 배가 고팠다. 다람쥐가 몇 개 놔둔 도토리를 씹어봤지만 떫고 텁텁했다. 마을에 내려가서 쓰레기를 뒤질 수도 없었다. 마을에 한 집 건너 한 집씩 엽총을 소지했다. 마을에 무턱대고 내려갔다가는 그 엽총에 언제 맞아 죽을지 몰랐다.
     
다이치가 처음 사냥한 것은 동굴에 찾아오던 다람쥐였다. 다이치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다이치는 발톱으로 찍어 눌렀다. 다람쥐는 놀란 듯이 눈을 굴리며 버둥거렸다. 다이치는 힘을 주어 다람쥐의 목덜미를 꽉 눌렀다. 움직임이 점점 느려지더니 눈동자가 허공을 향했다. 다이치는 입 안에 다람쥐를 넣었다. 털도 뽑지 않은 날 것을 씹었다. 피 맛이 이렇게 달았던가. 다이치는 으적으적 씹어 삼켰다. 뼈는 뱉어냈다. 나무 밑에 뼈를 파묻었다. 사냥 할수록 죄책감이 옅어졌다. 당연히 배를 채우기 위해서 저녁에 움직여야 했다. 토끼, 고라니, 멧돼지, 산새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점점 대담해져 가끔씩 늦은 저녁에 슬쩍 농가로 내려가 닭장에서 닭 한 마리를 낚아채어 먹었다.
     
다이치는 가끔 늦저녁에 사와무라 저택을 한 바퀴 돌았다. 아키라 할아버지가 초저녁에 일찍 잠드는 걸 알고 있기에 다이치는 그 시간에 맞춰 그 주위를 조용히 산책했다. 아키라 할아버지가 겨울에 돌아가셨다. 다이치는 아키라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저녁에 깨어있는 아키라 할아버지와 눈을 마주쳤다. 아키라 할아버지는 안경을 바싹 올리며, 늑대로구나. 하고 한숨이 섞인 혼잣말을 뱉었다. 다이치는 멍하니 앉아 아키라 할아버지를 내려다보았다.
     
손주가 몇 년째 돌아오지를 않는구나. 소식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는데.
     
다이치는 아키라 할아버지 앞에 바싹 다가왔으나. 아키라는 그래, 네가 배가 고픈 모양이구나 하고 집으로 들어가서 생고기 몇 덩어리를 들고 나와 다이치 앞에 던졌다. 다이치는 고개를 양옆으로 휘젓고 꼬리를 내렸다.
     
배가 안 고프니?
     
다이치는 컹 하고 짖었다. 인간의 언어를 발음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여기 있다고. 당신의 앞에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 사실을 알면? 다이치는 온갖 것이 상상되었다. 하늘이 점점 농도가 낮아져 청초한 푸른빛에서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다이치는 뒤를 돌아가려는 순간이었다. 아차. 다이치는 햇살을 받은 순간, 자신의 발이 서서히 털이 사라지고 매끈한 인간의 손으로 다리로, 팔로 변했다. 다이치는 당황스러워 멍하니 몇 년째 돌아오지 않으리라 믿었던 인간의 모습이 돌아와 당황했다. 아키라도 눈에 펼쳐진 기이한 광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다이치?
     
아키라는 다이치? 다이치 맞지? 하고 물으며 다이치 앞으로 다가왔다. 다이치는 뒤로 슬슬 물러섰으나, 아키라는 다이치의 손목을 붙잡았다. 다이치는 잘못 봤어요. 라고 말을 하려했지만 어...어어.. 하는 비명소리만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키라는 다이치의 얼굴을 손으로 쓸고는, 이게 꿈인가? 다이치 유령인가? 하고 힘없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다이치는 숨을 죽여 울었다. 갑자기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기분이 묘했다. 악몽이었을까. 앞으로는 그런 악몽은 돌아오지 않는 걸까 싶었다. 아키라의 손에 이끌려 저택에 들어갔다. 어디 갔느냐고 더 이상 묻지 않고 입을 옷을 건네주고 따뜻한 밥 한공기와 국을 다이치 앞에 차려줄 뿐 이었다. 다이치는 그 날 오랜만에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웠다. 아득한 악몽이 끝났다는 안도감이 밀려와 잠이 들었다. 새벽에 깼을 때, 다이치는 다시 한 번 절망했다.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늑대로 다시 돌아 와 버렸다. 이제 인간의 삶을 버릴 수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다이치는 숲으로 돌아가려고 창문을 연 순간, 뜰에 나와 산책하는 아키라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아키라는 다이치를 슬쩍 보다가, 시선을 하늘로 돌리곤,
     
살아있으면 됐지. 네가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겠니. 라고 말했다. 다이치는 걸음을 멈추고 아키라 할아버지를 다시 봤지만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다른 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다이치는 뒤를 돌아 숲으로 재빠르게 숨었다. 인간의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며칠 뒤에 아키라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다이치의 4년간은 짐승으로써 살았다. 인간의 말을 하는 법도, 삶의 방식도 무뎌져갔다.
     
스가와라를 만났다. 처음에는 산기슭에서 내려와 근처에 가축들을 사냥하려 가는 참이었다. 하필 지나가던 자리가, 스가와라 가축병원 근처였다. 조심해서 피해가려고 했으나, 스가와라와 몇 년 만에 마주친 순간 반가워서 스가와라 라고 부르고 싶었다. 보고 싶었다고. 그리웠다고. 다이치는 자신의 모습이 ‘늑대’로 변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만큼. 다시 산기슭에서 마주칠 는 자신이 스가와라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다. 스가와라는 총구를 자신에게 들이밀며, 떨고 있었다. 다이치는 자신의 행색 때문이라는 걸 이해했으나, 인간의 말 쓰지 않은 지 오래라 입이 잘 열어지지 않았다. 가까스로 부른 스가와라의 이름은 뭉툭하고 정확하지 않았다.
     
스...스..가와...라 ㅋ..코우시..
     
스가와라의 이름을 부르지 말았어야 했다. 스가와라 라는 이름을 부르자, 스가와라에게 이 사실을 자신의 정체를, 왜 사라졌는지를 설명하고 싶었다. 저택으로 달려가서 자신이라고, 여기에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다이치, 다이치지?
     
스가와라가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뱉었을 때. 다이치는 스가와라를 끌어안았다. 짐승으로 다시 변해도 스가와라는 무슨 말을 해도 믿어줄 것 같았다.
     
다… 다 말…해도 믿…어 줄 거야?
     
다이치는 두 눈을 스가와라와 마주쳤다. 스가와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하필 늑대로 변했다. 말로 설명하려고 했지만, 변하는 걸 조절할 수 없었다. 발톱이 급속도로 자라 갈고리처럼 굽고 발이 커지고 크고 날카로운 이빨로 변하고 털이 부숭하게 나고 얼굴은 인간의 형태가 무너지고. 그 과정을 스가와라가 설명 없이 봐버렸다. 다이치는 당황스러워 말을 잇지 못했다.
     
말도 안 돼... 다이치...
     
스가와라는 뒤로 주춤 물러서며 바닥에 내려놓은 총을 떨리는 손으로 부여잡았다. 다이치는 스가와라, 나야. 라고 외쳤지만, 컹컹 우짖는 늑대 울음소리만 반복될 뿐이다. 스가와라의 얼굴이 창백하다. 이거 꿈이지? 그렇지? 스가와라는 웃음을 힘없이 흘리면서 비틀비틀 뒤로 물러섰다. 다이치가 분명 여기 있었는데. 다이치가..
     
아니면, 이게 다이치 인걸까? 어째서?
     
다이치도 스가와라와 같이, 어째서? 라고 누군가에게 묻고 싶었다. 자신이 왜 이런 꼴로 변해서 스가와라와 자신의 삶이 이상하게 뒤틀려지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런 것 따윈, 동화책이나 소설 속에만 있어도 충분한데.
     
다이치, 그래서 네가 믿어주겠냐고 그랬던 거야? 그 때 그래서 헤어지자고 말한 거야?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진 것도? 대답해 다이치.
     
다이치의 입에서는 짐승의 울음소리만 나올 뿐이다. 해가 밝으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올까. 인간으로 돌아온다 해도 언제 짐승으로 변할지 모르는 몸이다. 스가와라 옆에 있고 싶은데 있을 수 없다. 스가와라가 인간도 아닌 자신을 받아 줄 리 없다. 체념이 몸을 짓눌렀다. 무겁다. 다이치는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스가와라 앞에 가깝게 다가간다. 인간의 언어를 늑대의 입으로 발음할 수 없지만 발이나, 코로 문장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다이치는 코끝으로  한 글자, 한 글자를 썼다.
     
스가와라, 사랑해. 미안해. 이게 내 모습이야.
     
다이치는 다음 말을 쓰려고 했지만 눈앞이 가물거렸다. 다이치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다이치는 올려다보았다. 차가운 눈물이 다이치의 털 사이에 스민다. 스가와라가 자신의 목을 끌어안고 울음을 끅끅 참아냈다 내뱉었다.
     
다이치, 나를 봐.

스가와라의 젖은 목소리가 맑게 퍼진다. 다이치는 혀로 스가와라의 얼굴을 핥았다. 짠맛이 났다.
     
너를 좋아하고 그리워했어. 바보야. 네 멋대로 헤어지고, 네 멋대로 사라지고.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몰라..
     
그러니까...
     
앞으로는 두려워하지 마. 나는 네가 이렇게 변해도. 널 좋아해.

다이치는 다이치 이잖아?
     
스가와라가 웃는다. 훌쩍이며. 슬픔을 밀어내듯이, 안도하듯이.
     
   














     
빛이 어둠을 사각사각 갉아먹기 시작한다. 빛이 나뭇잎, 새의 털, 땅, 강물에 붉게 퍼지고 어둠에 파묻힌 풍경이 사르르 드러나기 시작한다. 안개가 햇빛에 반짝인다. 새소리가 가까워지고 다이치를 끌어안고 잠든 스가와라의 머리맡에도 빛이 머문다. 따스하다. 다이치의 수북한 털도 서서히 사라지고 매끈한 피부로 변한다. 짐승의 머리 보였던 얼굴이 서서히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다.
     
아침이 왔다.
     
스가와라는 눈을 살그머니 뜬다. 사와무라 저택 벽난로에 불씨가 조그맣게 숨을 뻐끔뻐끔 쉬고 있다. 스가와라의 옆에 다이치가 누워있다. 스가와라는 미소를 지었다. 다이치도 눈을 뜨며 웃는다. 다이치의 눈썹을 손으로 훑다가 목덜미로 내려간다. 스가와라는 다이치의 코 끝에 자신의 코를 붙이고 킬킬 거렸다. 다이치는 왼팔로 스가와라를 껴안는다. 스가와라의 이마에,코에,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입이 입을 먹고 혀가 얽히고 숨을 조용히 나눈다. 서로의 열기가 손끝에 몸에 감긴다.
     
잘 잤어? 다이치? 돌아온 걸 환영해.
     
긴 악몽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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