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고양이를 키우려고 마음에 두며 이 궁리 저 궁리 할 적에 제일 머릿속을 많이 맴돌던 질문은 고양이는 무얼 먹고 살까였다.  먹고 사는 일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이나 생명이라면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니까 가장 본질적으로 먼저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적어도 내 생각엔 그렇다.  일단은 먹고 사는 일이 해결이 되어야 그 다음 일들이 순조로워보인다.  그러니 그런 내가 뭘 먹을지 골똘히 해본 것은 어쩌면 당연한일이겠지싶다.  고양이는 무얼 먹고 살까?  나는 가장 가까운 지인 중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있을까 찾아보았다.  당연히 없었다.  내 친한 친구주위엔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가장 가까운 동물병원을 방문했다.  아무래도 동물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는 사람은 동물들이 건강에 탈이 날때조차 고쳐줄 수 있도록 배우고 익힌 수의사 선생님이 최고가 아닐까?

공교롭게도 바쁜 시간에 찾아간 동물병원에서 내가 들은 말은 생각보다 아주 짧은 말이었다.

"사료를 먹이시면 되요.  고양이 사료는 이쪽에 있어요.  그리고 이건 간식종류고요.  천천히 보세요."

그렇구나. 사료를 먹고 사는구나.  나는 동물병원에 있는 사료들을 정말 찬찬히 구경하고 나왔다.

사료라는 말은 정확한 말이긴 하지만 지금 내겐 고양이들에게 사용하기엔 좀 미안한 말 같이 여겨진다. 

그만큼 고양이들이 내게 친밀하고 가깝다.  그러나 사료만큼 또 정확하게 고양이가 먹는것을 표현하는 단어도 없으니 사료하는 말을 사용해야겠다.  

고양이 사료는 내가 알고 있는 한 두 가지다.  건식사료와 습식사료.

참고로 나의 고양이들은 두가지를 모두 먹고 지낸다.  

아침엔 캔에 든 습식사료를 주고 밤엔 건식사료를 준다. 


그런데 오래 키우다보니 알게 되었다.  고양이는 일상에서 사료만큼 자주 풀을 먹는다. 

그것도 잔디같은 아주 흔한 풀이다.

어릴적 본, 초가을쯤 길옆에 갈래져 길쭉이 마치 긴 끈처럼 세 네 갈래쯤으로 나뉘어 자라난 뽑아내 우산을 만든다고 애쓰던 들풀이 있다. 그 갈래진 긴 줄기같은 부분을 구부려 꽃인지 열매인지 모를 그 부분으로 매듭을 만들면 수학노트에 삼각자와 캠퍼스를 이용해 그리던 풍선같은 타원형이 만들어지고 그걸 들고 우산이라고 우겨보는 것이다.  그 시절엔 우린 그렇게 풀로 놀이를 만들어 냈는데, 바로 그풀을 고양이가 좋아한다. 

그 풀은  잔디처럼 나는데 일반 잔디와 조금 다르다. 잔디보다 더 넓적한 이파리를 지녔고 색깔도 진하다.  그리고 잔디보다 더 크게 불규칙적으로 자라며 옆으로 뻗어나가지만 잔디에 섞여서 자랄때는 바닥에 주로 엎드려 자란다.   코에 대고 맡아보면 향긋한 풀냄새가 난다.

고양이는 그 풀잎도 좋아하지만, 그 길쭉한 줄같은 줄기에 달려있는 자잘한 씨앗같은 것을 훑어서 먹는걸 또 좋아한다.  고소한가? 먹는 걸 볼때 고양이 표정을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자라나기전에 뭉쳐있는 습기많은 상태로 먹는걸 더 좋아해서 찾아다 손바닥에 올려두면 금세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잎도 잘먹는다.  정말 흔한 풀이라 어디나 잘 자란다. 

고양이 유튜브를 보면 유튜브속 고양이들도 먹는 그 풀이다. 

그리고 욕심내서 많이 먹으면 꼭 토한다.  적당히 먹으면 토하는 법이 없다.

처음엔 가게에서 밀 씨앗을 기른 밀싹을 일부러 사다주었다. 

그러나 이젠 그냥 잔디에서 찾아다 이쁜걸 골라 뽑아다 준다.  그게 훨씬 경제적이고 신선하기 때문이다.

겨울에도 자라는 잔디가 그래서 가끔 고맙다. 


장미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