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금 한 말. 다시해봐."
"무슨 말....요."
"누가. 어딜. 찾아와?"
정이의 입에서 들려오는 순간 우진은 아차 싶어 두 눈을 질끈 감고, 막 내뱉는 우진이 불안했던 제하와 시진은 애써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린다. 일순간 공기가 멈춰지고, 공간의 모든 것이 움직이지 않고 정지된 기분. 좋지 않은 분위기 속 의도치 않은 상황으로 셋만 알고있던 비밀이 풀려버리고, 정이가 알게된 지금 할 수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어...그게 내가 아니, 저도 모르게 나온거라..그런적 없습니다..."
"..........."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해보려하지만, 한 번 분위기를 잡기 시작한 정이의 앞에서 태연하게 행동하는 것은 불가한 일이다. 우진이 그냥 한 말이라 대답해보지만 이미 흐르는 기류와 제하의 눈빛을 읽은 정이 아무런 말 없이 제하에게 시선을 돌린다.

"..괜찮습니다."
누워있는 상태에서 대답을 할 수는 없는 제하가 신음을 속으로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한다.
"오늘 같은 일. 또 있었냐고"
"그게..심했던거 아닙니다...아무 이상도 없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번째 묻는다. 있어?"
"......있습니다."
앞에 놓인 의료기구. 하다 못해 옆에 놓인 리모컨이나 던질 수있는 무엇인가가 날아올 것이라 생각한 제하가 고개를 푹 숙이지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침묵이 유지된다. 그럼에도 차마 고개를 들수는 없는 제하와 우진. 그리고 시진. 황당하고도 어이가 없는 대답에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정이의 손이 감정을 참듯 부르르 떨린다.



그리고, 그 때 시안이를 제우고 상황을 살피기 위해 내려온 것인지 탄이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온다. 계단을 다 내려오고 거실을 향해 몸을 틀고서야 분위기 파악이 된 탄이 멈칫. 걸음을 멈춘다. 싸한 공기의 흐름. 그 가운데 끓는 화를 주먹을 쥐는 것으로 대신하는 듯한 정이와 그 앞에 나란히 선 세명까지. 거실에 존재하던 네명의 남자 중 탄이를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정이었다. 정이와 눈이 마주치자 탄이 또한 제가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기에 눌려 애꿎은 손가락만 꼼지락거린다.
정이가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고 발을 내딛는다. 발이건 손이건 무엇이 날아와도 지은 죄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할 세명. 하지만, 정이는 그대로 지나쳐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하아...."
동시에 터져나오는 숨소리. 그리고 다가오는 탄이의 발걸음.  
"내가 형 그 입으로 사고칠 줄 알았어. 이제 어쩔꺼야?"
"몰라..아 그냥 때리지. 저렇게 아무짓도 안하면 더 불안한데."
"머리는 좋은 놈이 눈치는 없지."
"좋겠다 눈치는 좋은데 머리는 나빠서."
"머리도 좋은데 어쩌냐."
"아아. 그래서 지금 이 사단을 만들었냐?"
"아니, 형들이 왜 싸우는데, 둘 다 똑같거든!?"
시진의 소리에 제하는 쇼파 위에 누워 머리를 짚고, 우진은 시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발을 동동 구른다. 그 사이 바로 앞까지 다가온 탄이 조심스럽게 제하의 옆에 앉아 상처를 살핀다.




"으으...형 많이 아파?"
"...안잤어?"
"응. 근데 보스 왜 저러셔?"
"무서워서. 저러니까 이 미련한 곰탱이가 비밀을 만들지."
"우리 일단 갈게. 탄아 보스 잘 부탁해. 알았지?"
"부탁은 무슨. 내일 아침에 올테니까 물 묻히지 말고, 적당히 잘. 알아서 씻어."
"한 두 번 다쳐보냐."
"자랑이냐!!"
"아, 형 좀!!"
시진이 우진을 타박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둘이 집을 나가자 조용해진 집 안. 제하만 두고 다시 올라가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제가 제하를 안아들고 2층으로 올라갈 수 도 없기에, 너저분한 거실을 대충이나마 치워보자 싶어 움직인다. 다행이 천을 깔아둬 바닥에 피가 흘러 닦아야 하는 수고는 없었지만, 여기저기 피로 물든 천들과 주사가 흩어져있다. 주변을 청소한 탄이 제하의 앞에 앉아 가만히 바라본다.
다친 제하의 모습을 본 적은 여러번이었다. 그 중에는  총상 또한 포함이었다. 어렷을 때라 잘은 기억 나지는 않지만, 제하 뿐 아니라 정이 또한 총상을 입은 모습을 본 적이있는 듯 탄이 미간을 찌푸려가며 생각한다. 아무리 오랜시간을 이 사람들과 같이 생활했다고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시간도 반이었기에 탄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지 못했다. 그 반이라는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기에 더 그랬다. 방금도 그러했다. 정이 화가 난 이유를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은 '무서워서.'였다. 걱정도 아니고, 화도 아니고, 짜증도 아니고, 다른 감정이 아닌 무서워서. 다른 조직원들이 들으면 비웃을 수 도있는 말. 겉으로 보는 정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답. 이런 날이면 궁금하기도 했지만, 굳이 묻고 물어 파헤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에게 답해주던 우진의 얼굴에 보이던 답답함과 그를 말리던 시진의 얼굴에 보이던 슬픔, 여전히 눈을 감고있는 제하의 얼굴에 보이는 죄책감과 걱정. 그리고, 정말로 아까 자신의 눈으로 본 정이의 표정엔 두려움이 있었으니까.




 
'탁-'
생각에 잠긴 탄을 깨우는 소리.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방으로 들어가려는지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는 제하였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탄이 다가가 부축하여 몸을 일으켜 세우게 도와주고, 팔을 제 어깨에 둘러 한 발을 내딛는다.
묵직하게 다가오는 통증에 작게 신음을 내뱉는 제하의 얼굴에서 땀방울이 떨어진다.


"탄아."
"응?"
"미안한데 형 씻는 것 좀 도와줄래."
"당연하지."
"고마워."


'달칵-'
희미하게 웃어보인 제하가 다시 발을 내딛으면 씻고 나온 것으로 보이는 정이 문을 열고 나온다.


"오늘은 내 방에서 씻고 자."
"..괜찮습니다."
"말 들어."
다시 한 번 거절하려는 제하를 눈치 챘을까. 말을 다 듣지도 않은 체 계단을 오르는 정이의 모습에 작게 한 숨을 내쉰 제하가 탄일 밀어내고 방으로 들어간다. 순식간에 혼자 남긴 탄이 정이와 제하를 번갈아 보더니 계단을 밟아 정의 뒤를 따른다. 씻는 것을 도와달라 했으니 일단은 갈아입을 옷이 필요했다. 정이 또한 제하의 방으로 향하고, 방 문을 열고 들어간다. 뒤따라 들어간 탄이 제하의 옷장을 열고 갈아입을 옷을 찾으려하지만, 그보다 정이 한 발 빨랐다.


"내려가봐."
"..보스가 가실래요?"
"아니."
손을 내저은 정이 제하의 침대에 눕는다. 단칼에 거절 당한 탄이 입을 삐죽이고는 불을 끄고 방을 나온다. 정말이지 알 수 없는 행동인 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 탄이었다.










-
탄이 내려가고, 조용한 방 안. 깜깜한 방. 눈을 떠도 감아도 캄캄하다. 제하의 방은 주인을 닮아 재미가 없다.
옷장 안에는 기본 정장 옷 뿐이며, 사복이라고는 잠옷과 운동복, 옷 몇 벌이 전부다. 그것마저도 꾸역꾸역 사준 것이 다였으니 더 이상 말 할 것도 없다. 책상은 필요가 없다며 두지 않았으면서 책이나 다른 무엇인가를 올려 놓을 수 있는 선반이있다. 침대 옆에 위치한 작은 협탁과 그 옆의 작은 냉장고가 전부다. 그리고, 화장실. 이 집에서 두번째로 큰 방임에도 불구하고, 들어있는 가구는 제일 적어 더욱이 휑하게 느껴지는 그런 방. 시계도 없어 시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방에 헛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아까 전, 우진이 했던 말을 되짚어본다. 자신만 모르고있었던 사실. 물론 자신에게 숨긴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일을 기억해내며 괴로워 할 모습을 걱정해서 였을 테였다. 비록 딱딱했을지는 몰라도 가족이었던 아빠도, 자신만을 생각해주던 엄마도 모두 자신의 앞에서 총을 맞고 돌아가셨으니까. 그렇게 차갑게 식을 때까지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힘이 없었던 어렷을 때나 있었던 성인이 되었을 때 모두 그저 바라보는 것 밖엔 할 수있는 일이 없었다. 그 뒤, 자신의 앞에서 피를 토해내면서도 끝까지 괜찮다 말하던 부모는 언제고 자신의 앞에 나타났다.





"하아...."
그 생각을 하면 숨이 막혀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저 내뱉으며 이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제하가 총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고나서는 과거의 생각이 머리를 휘저었다. 또 다시 잃을 것 같은 기분. 그러면서도 자신의 부주의함을 탓했다. 왜 진작 알아채지 못했을까하는 그런 생각. 어디까지 성장하고, 얼만큼의 시간이 더 지나야 옛 생각에서 벗어날 수있을까. 하는 생각.
그 누구도 지금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함을 알지만 그럼에도 가리고 싶어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린다.



그렇게 몇 십분이 흘렀을까. 의식의 끈이 멀어지는 순간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 자신의 옆을 파고든다. 그리고는 올렸던 팔을 내려 그 사람을 끌어 안는다.



















#.
"어. 왔냐."
"안 잤냐? 꼬라지 봐라."
"시끄러."
"보스는?"
"거실"
"아니 거실에있으면서 왜 환자가 문을 열어준데?"
"들려."
"들으라고 하는 소린데 그럼 들려야지. 옷 벗어봐."
언제 무서워했냐는듯 들린다는 정이의 말을 가볍게 응수한 우진이 가져온 의료품을 꺼내어 치료를 시작한다.


"와.....진짜 멋있다."
정이의 옆에 앉아있던 탄이 TV에 나오는 오토바이 광고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곧 빨려 들어갈듯 바라본다. 옆에서 시안이 칭얼거려도 모르는 탄의 모습에 다른 이들의 시선이 탄에게 쏠린다.


"빠졌네. 빠졌어."
"탄아."
"네?"
"보스 오토바이 진짜 싫어하시는거 알지?"
"아, 응! 형들 사고났었잖아."
"그러니까 꿈 꾸지말자? 너 그거로 사고치면 나도 못 말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저것을 간절히 원하는 탄이의 눈빛을 알아챈 정과 그런 정이에게 어제의 일을 복수하듯 말하는 우진이다. 우진의 말에 정이 우진을 쳐다보지만 어깨를 으쓱이며 치료를 마무리하고는 일어선다.
"간다. 다섯시간 후에 또 올게."
"오지마."
"그럼 너가 할래?"
"꺼져."
















#.
"아. 맞다. 아주머니. 내일 미역국이요."
"누구 생일이야? 이맘 때는 없지 않았나?"
"올해부터 같이 다니는 앤데 내일 생일이에요."
"그렇구나. 알았어."
"감사합니다-"
저녁이 한 참인 때, 미역줄기볶음을 먹던 생각난 탄이 밥을 먹다말고 식사를 차려주는 아주머니에게 부탁을한다. 미역국을 챙기는 것은 생일이있음을 뜻하는 말이었다. 어렷을 때, 생일에는 미역국을 먹는 것임을 알려 준 후부터 생긴 버릇 아닌 버릇이었다. 생일은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며 주변인들을 불러모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쓸떼 없는 짓이라며 하지말라고도 말해보았지만 정 자신만을 제외하고 좋은것 같다며 동조해오는 이들의 행동까지 무시해가면서 거절 할 이유는 없었다. 가끔은 이렇게라도 모여 밥을 먹는 것이 나쁠 것은 없었으니 말이다.


"김민석?"
"네. 괜찮죠?"
"안 괜찮으면 안 할거고?"
"아뇨...히히. 밥 먹고 연락해야지."
"시끄럽겠네."
"칫. 보스도 좋으면서 괜히 그러신다. 그쵸 제하형"
"(끄덕)근데, 걘 좋데?"
"싫어할걸."
".....아니거든요!"
"퍽이나."
"아 진짜.....! 보스 사랑한다구요."
약올리듯 말을 하는 것은 정이었지만 언제나 을인 탄은 끝까지 개기지 못하고 꼬리를 내리고, 둘의 장난치는 모습이 좋은 제하는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린다.









-
"아 야아..왜 싫은건데 어?"
'...좀...그래"
"기사형이랑 형식이형도 오는데 주인공인 너가 안 온다는게 말이 돼? 내일 너 올 때까지 다 기다릴거니까 늦으려면 늦어봐."
'아...야! 무섭단말야.'
"절.대! 아무도 안 무서워. 진짜로! 응??"
'....아 진짜. 언제까지 가면 되는데...'
"학교갈 준비해서 7시 30분!"
'알았어. 근데 진짜 형들도 오는거지?'
"당연하지!"
어떻게 보면 당연한 모습. 형식이 또한 처음엔 그랬었다. 불편하다. 무섭다. 싫다 등등 하지만, 그런 말에 질 탄이가 아니었다. 한 번 먹은 탄이의 고집을 꺾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정이 뿐. 하루종일 달달 볶고 볶아도 안되니 제하를 시켜 형식을 불렀었다지. 울며 겨자먹기로 나타나서 그 날 밥을 먹는둥 마는둥 했었으면서도, 나쁘지는 않았다는 말에 탄은 더욱이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생일날 다같이 모여 밥을 먹는 것은 좋은것이다. 라는 그런 확신.
민석이의 답을 받아낸 탄이 기분 좋게 다른 이들에게도 문자를 보내고, 쪼르르 제하에게 달려간다.




"보스. 케잌 사러가요!"
가자고 한 것도 아님에도 저 혼자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탄이 정이의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마음 같아서는 제하랑 같이 갈까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혼자 남아있을 시안이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제하가 남는게 좋을 것 같다는게 탄이가 내린 결론. 자기는 정이나 제하나 불편한 사람들은 아니기에 정이를 택한다. 사실, 정이가 운전해주는 차를 타고 싶은 것이 또 다른 이유겠지만, 탄이의 요구에 읽던 책을 덮은 정이 위에 걸쳐입을 옷을 들고, 차키를 챙겨 나오고, 그 뒤를 쫄래쫄래 따르는 탄. 오랜만에 드라이브라며 즐거워하는 것도 잠깐 시끄럽다며 핀잔을 주는 정이 덕에 입을 삐죽거리지만, 빵집에 다다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시 즐거워한다.












#.
'띵-동.'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준비해서 형식이에게 꼭, 같이 가야한다며 전화를 한 민석이 제일 앞에는 기사형을, 그 뒤에 형식이. 그리고, 맨 뒤에 숨어 조심스럽게 집 안에 발을 들인다. 겉으로만 보던 집. 안에는 한 번도 들어와 본적이 없어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들어선다.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아침을 차려주는 아주머니. 그리고 내려오는 제하. 멍하니 집안을 둘러보다 계단을 내려오는 제하와 눈이 딱 마주친 민석이 바싹 긴장한다.



"안녕하십니까!"
"어. 형 왔어요?"
짧게 고개를 끄덕인 제하가 거실로 나와 TV를 켜고 쇼파에 앉자 이어서 초인종 소리 없이 현관문이 열린다.


"어. 왔네?"
"안녕하십니까!"
"형 오랜만이에요."
"그런가."
아는 사이인듯 인사하는 기사형과 우진. 그 사이 뻘쭘한 민석이 형식이에게로 한 발 가까이 다가가 붙는다.


"생일 축하한다."
"아, 감사합니다!"
"야. 이제 좀 괜찮아?"
"어."
"잘했나 좀 보자."
"뭐래. 절로가. 아, 쫌!"
그래도 몇 번 봐서 적응이 된 형식이와는 다르게 처음보는 우진이와 다르게 민석은 제하의 모습에 망부석이 되어 서있다. 그런 둘을 데리고 쇼파에 앉는 시진이다.


"아 근데 왜 안나와? 나 배고픈데, 야 너가 가봐."
"아 싫어. 형이 가봐."
"김탄은 또 왜 안 내려와? 다른 때 같으면 문 열어주고 촐랑촐랑 거릴 놈이"
"그러게 자는거 아니야?"
"시안이 때문에 바쁠걸."
"그런가."
우진이를 피해 자리를 옮겨 앉은 제하가 별 의미없이 가볍게 던지면 그것에 반응하는 우진이 올라가봐야겠다고 일어선다. 하지만, 양반은 되지 못하는건지 2층 한 쪽. 달칵하며 문이 열리고, 작은 시안이를 품에 안은 체 탄이 나온다. 졸린 모양인지 하품을하는 탄. 계단을 내려와 오늘 주인공인 민석이를 보고 반가워하는 것도 잠깐 또 다시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한다.


"아 미치겠다. 졸려 죽을것 같아. 형 안자도 안 졸린 약 같은거 없나?"
"있지."
"어? 진짜? 뭔데?"
"이따가 나오면 앞에서 방금 한 말 그대로 해봐. 잠이 확. 깰거다."
"아..그게 왜 약이야...흐아아암. 아 미치겠네. 배고파."
정이의 방을 가리키며 대답하는 우진이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탄이 다시 튀어나오는 하품과 함께 정이의 방문을 두드리자, 곧 이어 문을 열고 나오자 저마다 제각각의 인사를 하며 밥이 차려진 식탁으로 움직인다.


"안녕하십니까!!"
그 누구보다도 큰 형식이와 민석이의 인사.
"안녕하십니까."
그냥 적당한 크기의 기사형과 시진의 인사.
"...."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하는 우진이와 제하의 인사.
그리고 그 사이 '안녕히 주무셨...흐아아..까.'라며 하품이 섞여 다소 이상한 인사를하는 탄이까지. 멋쩍은지 꾸벅 다시 인사를 해보지만 식탁으로 가는 길 탄이의 어깨에 두 손을 올려 주무르는 정이 작게 경고한다.


"또 게임했지. 적당히 해라. 어?"
"아..아아!!ㄱ!! 아픕니다아.."
"내 말이 맞지? 잠 깼지?"
"안 맞거든!..요?"
말을 놓다가도 자신을 바라보는 정이의 시선을 느낀 탄이 끝에 소심한 '요'자를 붙이며 베시시 웃어보인다.









-
"짜잔!! 케잌! 먼저 노래부터 부르는거 알죠!? 이거 내가 어제 저녁에 보스랑 같이 가서 사온거다?"
"아, 감사합니다."
시안이까지 무려 9명이 모인 식탁. 옹기종기 모여 앉아 비좁을 만도 한데 워낙에 큰 식탁이라 불편함이 없는 이들이 세팅된 케잌과 자리에서 일어나 진행하는 탄이를 바라본다. 노래를 부른다는 소리에 됐다며 탄이를 잡아끄는 민석이.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는 다짜고짜 노래를 시작하는 탄. 옆에 앉아있던 시안이는 아는 노래라며 흥얼 거리고, 나머지는 거의 박수만치는 수준. 독창인듯 독창아닌 축하 노래가 끝나고, 모두의 시선이 민석이에게로 향한다. 자신에게 쏠리는 눈빛에 부담이 가득한 민석이 벌떡 일어나 후후 불을 끄면 다시 들리는 박수소리. 이어서 케잌이 치워지고 잘먹겠다라는 인사와 함께 아침 식사를 시작한다.



"민석아 맛있지."
"어? 어..어. 맛있어."
"역시. 생일 날은 다같이 먹는 미역국이 최고야."
"근데, 둘이 나이가 같아? 아닌걸로 아는데?"
"아, 한 살 많기는한데 같은 학년이고해서 그냥 친구 하기로했어요."
"........."
"예. 그렇습니다."
훅 들어오는 탄이의 질문에 한 번, 탄이의 말을 확인하고자하는 정이의 눈빛에 한 번더. 밥을 입으로 먹는건지 코로 먹는것인지. 눈 앞에 놓인 반찬들에는 젓가락질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민석은 체 할것 같은 기분이다.











-
"잠깐만있어. 나 가방 가지고 올게."
안고있던 시안이를 민석이에게 맡기고 계단을 올라간 탄. 민석이 밖에 나가서 기다릴까 싶다가도 그새 후식으로 받은 커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있는 기사형과 우진이의 모습에 그냥 형식이와 시안이를 보며 탄이를 기다린다.



"가자! 시안아 가방, 헐! 와....."
다다다 내려오는 탄이 민석이에게 안겨있는 시안이에게 가방을 매주다 말고, 익숙한 광고 소리에 고개를 돌리고 빠져든다.
얘가 가다말고 뭘 보고 그러나 싶어 모두의 시선이 켜져있기만 할 뿐 아무도 보지 않는 TV로 시선이 움직인다. 어제 아침에도 보았던 오토바이 광고. 우진과 제하는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에 들린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고, 이상하게 불안한 시진은 찝찝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린다.



"야. 저거 진짜 멋있지."
"어? 어..."
이제 긴장이 다 풀린건지 민석이 또 한 탄이 바라보는 광고를 입을 벌려가며 바라본다. 하지만, 광고가 다 끝나기도 전에 뚝. 꺼지는 TV.
갑자기 꺼진 TV에 누가 그랬나 싶어 고개를 돌리면, 무표정한 표정의 정이와 그 손에 들린 리모컨이 보인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탄이 꾸벅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다.









-
"쟤 불안하다."
"뭐가."
"탄이. 애마냥 뭐에 빠지면 무조건 해야되잖아. 직진 김탄."
"쟤 애야."
"애는 애지. 근데 넌 애 취급을 안 하니까 애는 아니지"
"............"
"아니 무슨 애를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패냐고."
"안 죽어."
"그럼 안 죽지 죽겠냐? 하튼 이상해."
"하....너 안가냐?"
"갈건데, 시진이 가자. 제하야"
"응?"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너가 수고가 많다."
"...킄.."
"..........."
"그리고 탄이! 주의 줘. 조만간 사고친다."








-
"아...진짜 체 할 뻔."
"되게 잘 먹던데?"
"...그거야, 맛있으니까.."
"그치! 우리 아주머니 음식 진짜 잘하셔."
"근데 기사형은 팀장님도 그렇고, 다들 아는 사이에요?"
"왜?"
"막 닥터가 형이라고 했잖아요. 보스랑도 K2랑도 대화하고, 어떻게 알아요?"
"..그냥 알아."
더 이상의 대답을 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아 묻던 민석이 또한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고, 옆에서 장난치는 시안이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모든 것을,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대충은 알고있는 형식이 화제를 전환하여 시시콜콜한 대화를 이어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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