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고요한 달빛 아래 넓은 공터를 둘러싼 물의 흐름을 따라 애처롭게 몸을 움직이는 한 무희가 있다. 홀로 서 있는 이 무희는 가만히 달을 쳐다보다가 눈을 감는다. 입 주변을 가린 천은 무희의 숨소리에 맞추어 팔랑거린다. 그녀는 한쪽 귀에만 걸어둔 보석 귀걸이를 어루만지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금색의 낮은 신을 신은 오른발로 공터에 큰 원을 그리며 자세를 잡는다. 고운 선의 팔뚝과 손목을 감싸는 하얀 옷과 그 뒤를 둘러싸는 핑크빛의 불투명한 천이 바람에 흔들리자 마치 한 떨기의 꽃이 바람에 이끌려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과 같았다. 이 무녀의 춤은 그 어느 때보다 경건했고 손은 떨고 있었다. 평소에 자유롭게 춤을 추었다면 이번에는 어딘가 과격하고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두 손은 하늘을 뻗어 달을 받치고 그대로 큰 파도를 그리듯 팔을 크게 휘둘렀다. 발은 까치발로 움직이며 가끔씩 앉다가 일어나고 위 아래로 뻗으며 이 무희만의 유연성을 보였다. 가느다란 팔은 몸을 둘러싼 핑크빛 천을 자유자재로 다루었고 허리를 감싼 금색의 장식품들은 박자에 맞추어 맑은 소리를 냈다. 하체를 감쌌던 하얀 바지는 흙 때문에 이미 더러워졌고, 상체를 감싼 연한 핑크빛의 옷은 달빛에 비춰져 그 어느때보다 빛나고 있었다. 이 무희는 다른 조명이 필요없었다. 이미 달빛이 오직 이 무희만을 비춰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달빛에 반사된 무희의 고우면서도 강단있는 몸짓은 주위를 몽환적인 분위기로 만들어냈다. 하늘은 보라빛으로 그리고 주위는 연한 안개로 자욱하게. 무희의 춤은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몸을 돌리며 팔은 나비처럼 허공을 휘젓고, 다리는 스탭에 맞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허리까지 꺾어가며 팔과 다리로 애절한 마지막 춤을 추고 있었다. 무희의 어린 꽃봉오리가 꽃을 피우기 위해 망울이 생기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팔을 올려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아리따운 춤이 끝났다. 끝나자마자 무희는 두 무릎을 꿇고 한쪽 귀에 걸려있던 귀걸이를 빼내어 두 손으로 꼭 감싼다. 

춤을 추기 시작할 때부터 눈물을 글썽이던 보랏빛의 청량한 눈은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가 춘 춤은 어두운 미래를 앞둔 자신에게 바치는 마지막 춤이였으리라. 다른 귀걸이 한 짝을 가지고 있는 상대는 이미 울고 있겠지.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고 있는 무희 앞에 어두운 그림자가 달빛을 타고 내려오리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두 눈을 질근 감았다. 달의 부름은 받은 그녀는 자신의 꽃을 달에서 피울 것이다. 밝은 달빛이 그녀를 비추고 번쩍이는 보랏빛 하늘과 함께 그녀의 몸을 조심히 감싸는 어두운 그림자를 마지막으로, 이 무희는 원래 있던 곳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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