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 사토시. 어느 덧 데뷔4년차인 아이돌이였다. 맑은 목소리와 예쁜 춤선 그리고 비주얼로 이미 탑을 찍고 있는 그런 아이돌. CF도, 드라마도, 영화제의도 많이 들어왔지만 오노는 자신이 뜨면 뜰수록 점점 자신이 하고 싶어하던 음악과 멀어짐을 느꼈다. 반짝 데뷔를 한 후, 노래나 춤보다는 연기력과 얼굴로 좀 더 언론을 탄 오노는 탑 아이돌이지만, 뭐랄까- 오노 사토시하면 딱 떠오르는 그런 히트곡이 없었다. 다들 오노 사토시 라고 하면 그가 찍은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 그의 노래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음원이 팔리지 않는 것은 아니였다. 그의 두꺼운 팬층 덕분에 항상 음원도 랭킹에 들었지만 오노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노는 드라마보다도, 영화보다도 간절한 것이 있었다. 바로 작곡가S의 곡이였다.


일본, 아니 전세계적으로 음악을 듣는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것같다.아니 확신한다. 그가 만든 노래중에 안 뜬노래 하나없고 그가 곡을 준 사람 중 안된 사람 하나 없었다.그가 만든 노래라면 누구나 믿고 바로 다운받기까지 하니까.가히 전설이라고 불리는 사내였다. 지금의 최고의 히트곡도,작년의 최고 히트곡도 재작년 최고 히트곡도 전부다 그의 손에서 나온것이였다. 장르를 가리지않고 모든 자신의 스타일로 바꾸지만 그게 어색하지 않은 남자. S라는 이름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는 천재작곡가-. 본명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TV에 가끔씩 천재 작곡가로 출연하는 그의 얼굴을 제외하고는 그의 정보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엄청난 미남이라는 것. 지독히도,오노 사토시의 취향이라는 것.

물론 사심은 없었지만.


사실 오노는 몇번이고S에게 작곡을 부탁했었다. 히트곡이 너무나도 절실했기에. 하지만 오노의 바람처럼 되지는 않았다. S에게서 오는 대답은 항상 같았다. 아이돌에데 음악을 써 줄 시간은 없다고. 그 말에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 지금은 체면보다 그의 곡이 급했으니. 가수로써 자리에 서고 싶었다. 다른 수식어는 필요 없었다. 아주 어렸을 때 부터, 그 지옥의 구렁텅이 속에서 원했던 것은 하나였기에. 반짝반짝 빛나는, 희망을 노래 하는 가수. 오노는 몇번이고S에게 부탁했다.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기도 했도 구슬려보기도 하고 협박아닌 협박도 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거절 메세지 뿐이였다.


이렇게까지 자존심이 상한 적은 처음이였다. 만회 할 수도 없이 자존심을 잘근잘근 짓밟힌 오노는 결국 가장 친한 소속사 직원인 니노미야와 무작정 술을 들이켰다.


“아 형 미쳤어? 작작마셔! 어디가서 사진 같은거 돌까봐 겁나네.”

“야 그게 준요해? 지금? 지금 이 오노 삿토시! 이 오노 사또시가!! 퇴짜를10번째 마잤다자나!! 이게 그냥 너머어갈 일이야? 너 나를 위해 일하는거 아냐? 왜!! 왜!!내가 모가 몬나서!!!!”

“아 진짜 좀 닥쳐 제발.”


니노는 잔뜩 취해 혀가 꼬인 오노를 진정시키며 눈치를 보았다. 룸형식인 술집이라 보는 눈이 없어 다행이였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이 형 집에서 마시는건데, 중얼거리며 니노는 오노의 짐을 챙겨들었다. 이 이상 마시면 위험해. 니노가 오노를 일으키려고하자 오노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가게 일어나. 정신 좀 챙기고.”

“벌쏘?”

“형이 비운 술을 좀 보고 말해라. 그리고 형과 다르게 나는 내일 출근하거든?일어나시지?”

“힝... 알겠어. 그럼 화잔실!”


혼자갈 수 있어? 라고 묻는 니노에 오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니노는 따라가려했지만 룸을 치우고 계산하는게 먼저라고 생각해 직원을 호출했다.

오노는 어질어질한 머리를 붙잡고 화장실에서 일을 본 후 다시 룸으로 돌아왔다. 이 방이던가? 이 방? 문 앞에 다달아서 두 방을 고민하던 오노는 갸웃거리다가 이내 오른쪽 문을 벌컥 열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조용한 룸에 오노는 고개를 들었다. 자기가 마셨던 방과 같은 구조였지만 분위기가 달랐다. 너무 자유롭던 그 방과 달리 조용하고 차분한 그 방에는 큰 룸임에도 불구하고 두사람이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노는 어라라 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 앞에서 흔들거리던 인형을 이내 초점이 맞춰져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어! 너 모야! 그 재수없는 새끼랑 똑가치 생겨짜나!”


오노는 흔들거리는, 그 재수없는 작곡가와 같은 얼굴을 한 사내에게 삿대질했다.남자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같이 있던 남자는 일어나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오노는 그에 굴하지 않고 성큼성큼 재수없는 얼굴을 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에서 보니까 더 똑 닮았네. 재수없는 작곡가랑.”

“재수 없는 작곡가라면 오노 사토시씨 작곡을 오늘부로10번째로 거절한S를 말하는 겁니까?”

“엥 어또케 알어! 모야! 너 정체가 모야!”


남자는 그런 오노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접니다. 닮은 놈이 아니라. 재수없는 작곡가S요.”


오노는 그대로 사고가 정지했다.누구라고? 오노는 남자, S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그리고는 아! 하며 삿대질했다.


“맞네!! 재수없는 놈!”

“초면에 무례하시네요.”

“무례?? 무우우례? 장난하냐? 네가 할 말이야!?”


오노는 울컥하고 올라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S에에 당당히 말했다.


“내가 못난게 몬데! 대체 몬데!! 어?! 몬데 니가 날 까냐고오오”


S는 거의 주저앉아 울 것 같은 오노를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리고 오노를 바라보며 술을 홀짝이며 말했다.


“당신보다 내가 못난게 없어서.”

“모!?”

“외모도, 노래 실력도, 춤도 내가 당신보다 못난게 없어. 그래서 주기 싫은거야. 아이돌 따위한테.”

“...뭐?”

“특히 당신 같이 노래하는 가수가 아니라 재롱피우는 류의 인간에게는 더더욱.”


S는 그렇게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이상 볼 일 없다는 듯이. 오노는 부들부들 거리며 서있었다. 수치심에 술이 깼다. 오노가 너무 오지 않아 오노를 찾던 니노는 살짝 열려있는 문틈으로 보이는 오노에 후다닥 달려 들어와 사과했다. 하지만S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비릿하게 웃으며 오노를 스쳐지나갔다.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 자신은 노래보다 저 남자 말대로 ‘재롱’을 피우고 있었다. 아는데, 아니까 그러니까 더욱 저 남자의 노래가 필요한건데. 오노는 악에 차 뒤로 돌아S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웠다. 그리곤 말했다.


“들어봐. 한번.”

“뭐?”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들어보라고. 네가 말하는 ‘재롱’ 밖에 부릴줄 모르는 내 노래, 내 목소리 한번이라도 들어보라고.”


S가 무언가를 말하기도 전에 오노는 품에서 명함을 꺼내S의 마이 포켓 안에 넣었다. 그리곤S와 같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연락해. 안하면, 네가 나보다 못나서 도망가는줄 알께.”

“그게 시간 낭비면?”


그 말에 오노는 피식 헛웃음을 지우며 조금 높은S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무릎 꿇고 싹싹 빌어줄께. 이 싸가지 없는 새끼야.”


오노는 그렇게 말하며 니노의 팔목을 붙잡고 룸에서 나왔다. 수치심에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오노의 주먹을 보고 니노는 한숨을 쉬었다. 일 쳤구먼. 그것도 거하게.


사쿠라이는 오노가 나간 곳을 어이없단 듯이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남자, A음반 대표 타케루는 괜찮냐고S에게 물었다. 하지만S는 대답하지 않고 아까 주머니에 넣어진 명함을 꺼내 들고 조용히 읊조렸다.



“오노, 사토시라-”


S의 아니, 사쿠라이 쇼는 간만에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듯 웃어보였다.


-


오노는 풍족하지 못한 인생을 살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불우한 인생의 연속이였다. 젖을 떼고 조금씩 걷기 시작했을 때 어머니는 자신을 버리고 떠났고,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하루벌어 하루를 살았다. 번 돈은 거의 대부분 아버지의 술값으로 빠졌다. 항상 취해있던 그 아버지는 오노를 때렸다. 사랑보다 구타가 더욱 익숙했다. 먹는 것 보다 굶는 것이 더 익숙했다. 세끼 중 두끼를 먹은 날은 마치 생일이라도 되는 마냥 행복했다. 그런 어두운 생활에 속에서도 오노에게는 꿈이 있었다. 어머니를 찾는 것. 자신을 버리고 간 그 어머니는 오노에게 원망의 대상이였던 적이 없었다. 그저 항상 그리운 사람이였다.그렇기에 오노는 TV에 나와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술에 취한 아버지에게 들은 몇 안되는 어머니의 이야기에는, 어머니 노래 솜씨하나는 끝내줬다라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였르니까. 그러니까, 당신의 자식은 이렇게 잘 성장해 당신이 가장 잘 한 노래로 밥을 먹고, 그 술주정뱅이 밑에서 그와 비슷한 인생이 아닌 다른 반짝이는 인생을 살고있다고. 그러니, 돌아와달라고.

오노는 이런 인생을 살며,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연예인이 되었다. 가히 미친개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악착같은 인생을 살았다. 그렇기에 아무리 힘든 일이나 당황스러운 일이 있어도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물론S의 경우에는 자신도 모르게 욱했지만. 여튼, 그런 인생이였을터인데- 오노는 인생을 되돌아봤다. 이렇게 당황할 줄 몰랐다. 그리고 자신이 술에 취해 그런 짓을 했을지는.


오노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오후12시가 넘어가고있었다. 침대에서 잔뜩 헝크러진 머리를 하고 자고있던 자신을 깨운건 다름 아닌 휴대폰 알림소리였다. 띠링 하고 울리는 알람음에 오노는 아 뭐야,하며 침을 닦으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아직 술이 덜깼는지 눈 초점이 잘 맞지 않았다. 오노는 더듬거리며 문자를 읽었다


[오늘3시까지 주소로. -S]


오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은 문자를 읽고 또 읽다가 이내 번뜩 하고 떠올랐다.


‘가까이에서 보니까 더 똑 닮았네. 재수없는 작곡가랑.’


이렇게 말하는게 누구야, 라고 생각을 하다가 이내 자기 자신임을 받아들였다.미친놈, 오노 사토시 이 미친놈. 오노는 자리에서 벌떡일어났다. 급한 마음에 니노에게 전화 했지만 니노는 전화를 받지 않고 문자를 남겼다.


[알아서 해. 형이 저지른 일이야.]


매정한 놈. 오노는 중얼거리며 어제 일을 떠올렸다.


‘내가 못난게 몬데! 대체 몬데!! 어?! 몬데 니가 날 까냐고오오’


저런말을 했다고? 내가? 오노는 머리를 퍽퍽 소리나게 치자다 이내 이불에 얼굴을 파묻었다. 술먹고 이런 실수를 한 적은 처음인데.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오노는 이내 마지막 기억을 떠올렸다.


‘외모도, 노래 실력도, 춤도 내가 당신보다 못난게 없어. 그래서 주기 싫은거야. 아이돌 따위한테.’

‘특히 당신 같이 노래하는 가수가 아니라 재롱피우는 류의 인간에게는 더더욱.’


오노는 싸해지는 느낌을 느꼈다. 그리곤 거짓말 처럼 차분해졌다. 그래, 저런 말을 듣고 안나설수는 없지. 잘했네 사토시. 더 잔뜩 퍼부었어야지 미친놈아. 오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을 대강 계산해보니 아슬하게 도착할 것 같았다. 오노는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온 몸을 박박 닦았다. 디졌어, S.


-라며 호기롭게 도착한 저택 앞에서 오노는 잔뜩 망설이고 있었다. 이걸 열어 말어. 들어가자마자 일단 사과을 해야하나. 오노가 초조하게 버벅거리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톡 쳤다.


“저기-”

“악 깜짝이야!”

“아 놀라게 했으면 죄송해요. 앞에서 서성이시길래. 무슨 일 있으세요?”


뒤에서 자신을 톡 친 남자는 자기도 깜짝 놀라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누구야 이남자는. 오노는 잔뜩 마스크를 끌어 올리며 괜찮단 듯 고개를 까딱였다. 남자는 오노를 잠시 보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


“오노씨 맞으시죠? 안그래도S가 오늘 올거라고 하던데. 왜 앞에 계셨어요. 초인종 누르고 들어가시지.”

“네? 아 그렇긴한데, 누구...?”


오노가 묻자 남자는 화사하게 웃으며 문 앞에 달려있는 카메라에 손을 흔들었다. 문이 자연스럽게 열렸다. 아 뭐야 저걸로 밖에 볼 수 있는거야? 그럼 미리 열어주면 어디 덧나? 오노는 속에 천불이 남을 느끼며 부들거렸다. 그런 오노를 보며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S랑 같이 일하는 아이바 마사키라고 해요. 들어오세요. 더운데.”


아이바는 그렇게 말하며 오노를 안으로 안내했다. 오노는 쭈뼛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넓은 집에 오노는 잠시 당황했다가 아이바가 쭉 들어가면 큰 거실에S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자신은 다른 쪽으로 빠졌다. 오노는 총총 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이렇게 된거 당당하게 가자. 오노는 그렇게 기합을 주고 성큼성큼 걸어들어갔다. 거실은 정말 넓고 밝았다. 빛이 환히 들어오는 테라스는 화려했다. 큰 쇼파와 큰TV. 그리고 놓여져있는 커다란 하얀 그랜드 피아노. 오노는 잠시 거실을 넋놓고 보다가 이내 느껴지는 인기척에 퍼뜩 놀라 고개를 돌렸다.


“왔네. 도망갈 줄 알았더니.”

“그건 이쪽이 할 말이죠.”

“이제는 존댓말하네? 어제는 찍찍 반말하더니.”

“원한다면 다시 말 낮추고.”


사쿠라이와 오노는 기싸움 아닌 기싸움을 하며 쇼파에 앉았다. 다시 돌아온 아이바는 둘이 왜그래~하며 익숙하게 오노에게 차를 건냈다. 오노는 건내 받은 차를 호로록 마시며 사쿠라이를 노려봤다. 사쿠라이는 신경쓰지 않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리곤 짧게 말했다.


“뭐 부를껀데?”

“뭐?”

“노래. 뭐 부를꺼냐고. 나 굉장히 바쁜 사람이라 이렇게 노닥거릴 시간 없더든.“

“아이고 저도 바쁜 사람이거든요? 웃기지도 않아.”


오노는 차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아 하고 목을 풀고 사쿠라이를 보며 말했다.


“시작.”

“시작하게 노래 이름 말하라고.”

“노래! 시작! 노래 이름이 시작이라고! K 데뷔곡! 모르면 걍MR 틀던가.”


사쿠라이는 오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입을 열어 아-하다가 이내 머리를 헝크렸다. 아이바는 옆에서 조금 굳은 표정으로 사쿠라이를 살폈다. 사쿠라이는 머리를 벅벅 긁더니 이내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악보도 없이 매끄럽게 쳐내려가는걸 보니 사쿠라이도 이 노래를 아는 눈치였다.모든 이들의 기대되고 설레는 시작점을 담은 노래, 꼭 자신의 미래가 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에 오노는 연습생 시절 매일매일 듣고 매일 불렀다. 생각보다 떨리는 것도 어느 정도 없어졌고 부드러운 피아노 소리 또한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어 부드럽게 평소 처럼 노래를 불렀다. 오노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 그것에 맞추는 듯 사쿠라이의 피아노도 오노에게 맞추어 주었다. 사쿠라이의 피아노와 오노의 목소리가 하나가 된 듯, 그렇게 성공리에 노래를 마쳤다. 노래를 마치고 오노는 사쿠라이를 슬쩍 보았다. 사쿠라이는 후, 하고 한숨을 짧게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서는 아이바가 짝짝짝 하고 작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사쿠라이는 아무 말도 없이 일어나 냉장고로 가더니 맥주를 따서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오노는 사쿠라이를 계속해서 응시했다. 사쿠라이는 별국 맥주 한캔을 다 마신 뒤 입을 열었다.


“나가.”

“…뭐?”

“나가라고. 무릎 꿇고 비는거는 됐으니까. 그냥 나가.”


사쿠라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오노의 말을 더이상 듣지도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뭐야, 저런 미친새끼가 세상에 어디있어. 오노는 잔뜩 억울했다. 노래는 정말 자신이 불렀던 시작 중에 최고의 시작이였다. 대체 뭐가 문제인건데. 오노가 부들거리며 그 자리에 서있자 아이바는 천천히 다가와 오노에게 말했다.


“오노씨. 노래 정말 너무 좋았어요…”

“근데 저새끼는 왜그러는건데요. 옆에 게속 있었으면 알꺼아냐. 말을 좀 해봐요. 저새끼는 뭔데 저렇게 자기만 잘났는데.”


오노의 물음에 아이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미소를 지으며 미안해요, 라고 답했다. 오노는 씩씩거리며 그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바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그 먼거리 까지 사쿠라이를 만나러간 자신의 시간 낭비였다. 거기다가 감정낭비까지. 오노는 자꾸 비집고 나오는 눈물을 신경질적으로 닦아내며 운전을 계속했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니노에게 좆같아 라는 문자를 남기고 바로 냉장고로 향해 맥주를 들이켰다. 맥주를 다 들이키고 캔을 찌그러뜨린 후 새 맥주를 들고와 쇼파에 앉았다. 기분이 너무 꿀꿀했다. 앞으로의 걱정보다 사쿠라이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 기분 전환이라도 시키자며 노래를 틀려고 했지만 자신의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대부분의 노래는 사쿠라이가 지은 노래 뿐이였다. 이 노래도 저 노래도 뭐하나 빠짐 없이 사쿠라이가 만든 노래들. 오노는 휴대폰을 던져버리고는 새로운 캔을 땄다. 조용한 집이 더 짜증났다. 오노는 옆에 있는 리모콘을 잡아들었다. 영화라도 볼까 싶어 다시보기를 몇바퀴를 돌렸지만 끌리는 것이 없었다. 아 진짜 다 죽이는 그런 고어한 영화 없나를 한참 찾다 이내 그냥 정규방송 채널을 틀었다. 틀고 계속해서 채널을 올리던 중 갑자기 훅 하고 나타난 그 잘난 사쿠라이의 얼굴에 오노는 흠칫했다. 한시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있던 그 집에서 천재 작곡가S의 집에서 이루어지는 밀착 라이브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인터뷰어와 사람 좋게 웃으며 인터뷰를 하는 사쿠라이에 오노의 인상이 팍하고 찌푸려졌다.아 진짜 기분 좀 풀어보려고 튼TV에서까지 이렇게 저새끼의 얼굴을 봐야하나. 욕짓거리가 절로 나왔다.


[S씨 이번에 작사작곡을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어라 벌써 소문이 거기까지 났나요? 네 맞아요. 아직 시작한건 아니고,일단은 예정에 있습니다.]


뭐야 이미 작사작곡을 하기로 해준 사람이 있었단말이야? 오노는 더욱 화가났다. S는 한번에 한개의 노래를 작사작곡하기로 유명했다. 그럼 자기를 가지고 논 꼴 밖에 되지 않았다. 오노는 씩씩거리며 그 잘난 가수가 누구인지 귀를 쫑긋 열고 집중했다.


[오노 사토시씨에요. 이번에 노래를 드리기로 한 가수분.]

[어머 아이돌 노래는 처음 아니세요?]


오노는 그대로 굳었다. 저 입에서 나오는 이름에 큰 이질감을 느꼈다. 누구? 지금 저새끼가 누구를 말한거야? 오노는 들고있던 맥주를 그대로 떨어뜨렸다. 맥주로 카페트가 점점 젖어갔지만 상관없었다. 상황파악이 전혀 되어지지 않았다.아는지 모르는지 사쿠라이는 여전히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안그래도 저도 그래서 더 떨리네요. 오노씨한테 잘 부탁한다고 이자리를 빌려서 말해야겠어요.]


오노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아까 그렇게 매섭게 나가라고 했던 그 인간이 이제와서 왜저러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자신이 그를 움직였다고. 자존심은 상하지만 그래도, 작곡가S라는 타이틀을 가진 노래를 드디어 부를 수 있다고. 더이상 재롱을 피우는 가수가 아닌, 정말 노래만 할 수 있는 가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오노는 피식하고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휴대폰이 울려되었지만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지금을 즐기고 싶었다.

사쿠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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