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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미디어 믹스 프로젝트 <차세대 걸즈 밴드 프로젝트 BanG Dream!> (원제: BanG Dream! バングドリーム)의 2차 창작입니다. 원작 및 관련 공식 컨텐츠와 무관한 비영리적 목적으로 발매되었습니다. 본 도서의 무단전제와 복사, 재판매를 엄격히 금지합니다.


표지 | Todo , 노트, 라온

글 | Todo






올해 겨울엔 눈이 많이 내린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긴 했었다. 작년에 눈이 너무 적게 내려, 그 반동이라는 모양이었다. 복잡한 과학적 이론과 지구의 현 상태에 대해 진지하게 파고드는 뉴스를 대충 흘려들으며 밥을 먹었기 때문에, 다른 내용은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올해는 계속 집 안에서 놀아야겠다.

옆에서 그렇게 말하며 웃던 소꿉친구를 잠시 보다가, 미나토 유키나는 아무 대답도 없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었다. 희뿌연 성에가 덕지덕지 붙어 제대로 보이지 않는 하늘이지만 연한 회색빛 구름이 불투명하게 보였다. 괜히 소꿉친구가 아니다. 그 정도로 굴하지 않은 이마이 리사는 오늘도 눈이 오겠다고 중얼거리곤, 오늘부터 방에서 놀까? 라며 부드러운 호선의 눈매와 입술을 유키나에게 향했었다.

“…….”

원래라면 한창 작사나 작곡을 하고 있어야 할 시간이지만, 오늘은 꼼짝없이 숙제를 붙잡고 있었다. 이게 영어인지, 일본어인지 구분하기도 힘든 끔찍한 글자의 나열 속에서 한숨을 연이어 쉬며, 펜을 움직였었다. 리사가 골라준 펜은 써본 것 중에 제일 부드럽다는 추천 평에 어울릴 만큼 매끄럽게 생각대로 움직였다. 너무 잘 움직여서, 잠시 다른 생각을 하며 적은 부분은 미묘하게 차이가 났다. 점점 글자의 모양이 어그러지는 것을 깨닫고, 아예 펜을 내려놓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

등 뒤에는 침대 위를 뒹굴뒹굴하며 소설책을 읽고 있을 리사가 있었다. 평소에도 아침, 저녁을 가리지 않고 이 숙제는 했니, 저 숙제는 했니, 귀찮을 정도로 물어오는 아이였다. 같이 저녁을 먹고 방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확인한 것도 유키나의 숙제였다. 잊었어. 안 했다는 말을 해봤자, 길고 긴 잔소리밖에 돌아오지 않으니까 돌려 말해봤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 있지도 않았다. 다 하고 나서야 놀 거라는, 단호한 태도에 마지못해 숙제를 시작했었다.

3학년이 되어서야 같은 반이 되고, 눈에 띄게 기뻐한 리사 못지않게 유키나도 기뻐했다. 문화제가 지나고 한참 뒤에야 리사는 잘 즐겼냐고 묻는 일 같은 건 없을 테니까. 리사가 겪었던 일들을 한참 뒤에야 들으며 부러워하거나, 도움이 되지 못해 아쉬워하는 일도 없을 것 같았다. 리사와 같은 반으로 생활하는 건 생각보다 즐거웠다. 하기 싫다는 유키나에게 막무가내로 체육복을 입히고, 손을 잡고 운동장까지 끌고 가는 걸 이마이 리사가 아니면 누가 할까. 수업을 들을 기분이 아니라며 습관처럼 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서는 앞에 눈썹을 꿈틀거리며 어디 갈 거냐고 가로막는 사람 역시 리사가 아니면 없었다. 시험을 망쳤다며 속상해하는 리사를 눈치채고 위로할 수 있는 사람도, 과자를 친구들에게 양보하고 정작 자신은 빈손인 리사의 입에 제 몫을 반으로 나누어 넣어줄 수 있는 것도 유키나뿐이었다. 소꿉친구니까. 정말 소꿉친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반 친구들의 장난을 질리도록 들어온 1년이었다.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는 법. 시도 때도 가리지 않는 잔소리를 듣기 싫어하긴 했지만, 너무 리사에게 의지하게 되어버린 것도 사실이었다. 1학년과 2학년까지는 각자 반이 떨어져 있던 탓에 모든 걸 스스로 해결했다. 잊고 있던 숙제를 부랴부랴 해서 내는 것도, 하기 싫은 시험공부를 전날 밤새워서 해결하는 것도 전부 유키나 자신의 몫이었다. 이제는 전날 리사의 연락이 와야만 시험공부를 하고, 리사가 달달 볶아야만 숙제를 했다. 이제껏 잘해오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라 리사가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유키나~ 졸업은 해야지!

나는 유키나랑 같이 졸업할 거란 말이야. 리사가 요즘 달고 사는 말이었다. 다시 겨울이 되돌아오고, 새로 짰다는 목도리를 별거 아니라는 듯이 둘러주는 계절이 되며, 리사의 걱정은 그것뿐인 것 같았다. 같이 졸업장도 받고, 졸업식에서 같이 사진도 찍을 거라는 말들 속에 이따금 자신이 없는 학교생활을 즐기는 건 싫다는 투정 아닌 투정이 섞여 있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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