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witter.com/han_umum/status/1382611379253780485?s=20 


이것도 트위터에서 짧게 한번 풀어봤었던 썰인데...

설정 조금 더 추가해서 조각으로 한번 써봤습니다..

살면서 이런..시대물 처음 써봐서 띠용스러운 부분도 있겠지만 그냥 재미로 쓴거니

아무 생각 없이 재미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도윤이가 ♨ 공 ♨  이고 황제(희성)가 수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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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등하하자 나라에는 반란이 일었다. 황제의 자리를 놓고 수많은 이들이 서로에게 검을 겨누었다. 피비린내만이 가득한 싸움에서 모두를 누르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은 선황이 살아생전 총애를 아끼지 않았던 희성이었다. 선황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자라왔던 희성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형제들의 목을 베었고 전신을 적신 피와 함께 새로운 황제가 되었다.

 

희성은 황제의 자리에 오른 뒤 며칠을 밤새 일을 하고도 힘든 티를 내는 법이 없었다. 힘든 기색을 내비추려고 모두를 누르고 올라선 자리가 아니었다.

 

 

희성은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8살이 되던 해에 했었던 정혼을 순식간에 없던 일로 만들었다. 일방적인 파혼이었으나 상대방은 순순히 그 결정을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8살에 어른들 간의 약속으로 이어졌던 정혼이었고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둘은 손을 잡아본 적이 없었으며 정혼자라는 수식어를 달고도 입맞춤 한번 해본 적이 없었다. 희성은 자신을 찾아오는 상대방에게 항상 황제가 등하하는 날 우리의 사이도 끝이니 그렇게 알라 명하곤 했다. 처음에는 농인 줄로만 알았으나 해가 지나도 같은 말만 반복하는 희성을 보곤 깨달았다. 진심이구나. 처음에는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도 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시선과 무관심이었으니 상대방도 서서히 지쳐갔다. 그리고 선황이 정말로 등하했을 때, 희성은 기다렸다는 듯 파혼을 요구했다.

 

 

 

황제는 어좌에 앉아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대신들에게 자신은 혼인을 할 생각이 없으며 후궁을 두지 않겠다고 일렀다. 순간 대신들이 고개를 들어 황제를 봤지만 얼른 고개를 숙여 바닥을 쳐다봐야했다. 폐하, 그 말씀만은 거두어주십시오. 곳곳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는 말이 튀어나왔지만 새로운 황제는 단호했다.

 

그 소동이 한해 전 이야기였다.

 

 

 

* * *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다 못해 흘러내렸던 계절이 모습을 감추고 나뭇잎이 색을 달리했다. 뜨겁기만 했던 바람은 서늘했고 옷차림도 함께 달라졌다. 희성은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잠행을 나와 있었다. 그의 곁에는 금군대장과 그를 따르는 금군들이 함께했다. 상인들은 자신의 물건을 보고 가시라며 떠들고 있었고 희성은 무미건조한 눈으로 물건을 보며 걷다가 화려한 장신구를 파는 앞에서 멈춰 섰다.

 

기녀로 보이는 여인들이 화려한 장신구를 들고 자신의 머리나 옷에 대보고 있었다. 희성은 물건을 훑던 시선을 올려 장신구를 팔고 있는 이를 보았다. 희성은 순간 가슴이 뜀을 느꼈다. 장신구를 들고 웃고 있는 사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내는 여인들에게 장신구를 골라주다 여인들의 짓궂은 장난에 장신구를 머리에 꽂고 민망한지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희성은 그 꽃 같은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까딱 손짓을 해 금군대장에게 일렀다.

 

 

‘저 사내를 내일 오시까지 나에게 데려오너라. 반항한다면 기절시켜도 좋으나 얼굴은 건드는 일이 없도록.’

 

 

 

* * *

 

 

도윤은 늘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장에 나갈 준비를 하곤 했으나 오늘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오늘 도윤이 찾은 곳은 장이 아니라 궁이었다. 대체 무슨 연유에서 자신이 궁으로 가야하냐고 물어도 그저 황명이라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낯선 궁에 들어온 도윤은 궁녀들에 의해 몸을 씻었고 옷을 갈아입었다. 이것이 다 무슨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질문을 해도 역시 받아주는 이가 없었다.

 

그 상태로 얌전히 앉아있었으나 마음은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았다. 자신이 대체 왜 궁에 들어와 이러고 있으며, 대체 왕께서 자신을 왜 찾는 것인지도 궁금하고 또 두려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못했던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황제를 기다리다 지친 도윤이 허리를 숙이고 앉아 바닥을 보았다. 손가락으로 문질러보기도 하며 한숨을 쉬었다. 집에 가고 싶었다. 배가 고프기도 했고 부모님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황제폐하 납시오.’

 

 

그 말에 도윤은 벌떡 일어나 어쩔 줄 몰라 했다. 황제를 기다리는 내내 궁녀와 상궁들이 황제께서 질문을 하면 ‘아뢰옵기 황송하오나’를 말하라며 귀띔해준 것을 떠올렸으나 입술이 덜덜 떨렸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도윤은 문이 열리고 옷을 펄럭이며 들어서는 황제의 모습에 얼른 엎드려 바닥에 이마를 박았다.

 

 

‘황, 황제폐하를 뵙, 뵙습니다.’

‘일어나거라.’

‘아, 아뢰옵기…황…송하오나….’

‘일어나라 하지 않았느냐.’

‘아….’

 

 

쭈뼛거리며 일어난 도윤의 고개는 여전히 푹 숙여진 채였다. 도윤의 머리통을 보던 황제가 말했다.

 

 

‘고개를 들거라.’

‘네? 아, 아뢰….’

‘내 고개를 들라하였다.’

 

 

손이 벌벌 떨렸다. 도윤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황제의 가슴팍을 바라보았다. 감히 황제의 눈을 마주할 수는 없어 이것이 최선이었다. 황제의 입이 벌어졌다. 역시,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황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름이 무엇이냐.’

‘저, 저는…. 도, 도윤이라 하옵니다.’

‘도윤…. 도윤이라.’

 

 

도윤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황제는 흥미롭다는 시선을 보내다 입을 열었다.

 

 

‘그대는 오늘부터 이 궁에서 머물게 될 것이다.’

‘…네?’

 

 

도윤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쳐들어 황제를 쳐다봤다. 황제는 목이 탔다. 황제의 시선을 똑바로 받아치던 도윤이 숨을 참았다.

 

 

‘그대는 앞으로 나의 소유로, 내 허가 없이는 궁 밖으로 나갈 수도, 누군가를 만날 수도 없을 것이다.’

‘그, 그게 무슨….’

‘허나 급하게 닦아낸 궁이라 누군가를 담기에는 확실히 초라하군. 그대는 당분간 희수궁에서 지낼 것을 명한다.’

 

 

폐하! 황제의 뒤로 상궁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황제는 아랑곳 않고 도윤을 보았다. 도윤은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는지 넋이 나가있었다.

 

잠시 후 궁 앞으로 황제와 도윤을 희수궁으로 안내할 꽃가마가 도착했다. 도윤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를 내었으나 황제는 무시했다.

 

그것이 도윤과 희성의 첫 만남이었고 도윤의 불행 시작점이었다.

 

 

 

* * *

 

 

아무것도 모르고 입궁을 하게 된 도윤은 남들에게 차마 말할 수 없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황제는 새로운 궁이 세워질 동안 도윤을 자신의 처소에 두고 밤낮으로 탐했다. 황제에게 감히 싫다는 말을 하며 발버둥을 치고 제발 자신을 놓아 달라 울었다. 하지만 도윤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황제의 입안이 바싹 말랐다.

 

자신을 폐하라고 부르라 명했더니 초반의 도윤은 그러지 않겠다며 입을 다물었다. 결국 황제는 도윤의 입에서 ‘폐하’라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밥은 물론 물도 주지 말라 일렀다. 입궁한 뒤 도윤은 매일 울었고 말라갔다. 그러다 현기증이 나 쓰러졌던 도윤의 입에서 그토록 바라고 또 바라왔던 ‘폐하’ 소리가 흘러나왔다. 황제는 도윤의 입에서 나오는 폐하라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그동안의 노력이 허무하게도 폐하라고 부르자마자 도윤의 앞으로 미음이 놓아졌고 다음날부터는 진수성찬이 펼쳐졌다. 평생을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들이 상에 가득했다. 황제는 도윤이 밥을 먹는 것을 지켜보았고 도윤은 눈물과 함께 음식을 삼켜냈다.

 

황제는 도윤의 주위에 사람을 여럿 붙여두었다. 혹 도망이라도 갈까봐 붙여둔 것도 있었다. 도윤의 시간은 모두 황제에게 전달되었고 황제는 온 정신을 도윤에게 쏟았다. 도윤은 대부분 생활을 희수궁에서 했고, 잠깐 창밖을 내다보며 날아다니는 새들을 부러워했다. 부모님이 보고 싶었다. 밖에 나가고 싶었다.

 

 

황제는 옆에 도윤이 없으면 식사도 물렸다. 도윤이 자신의 옆에 있어야만 식사를 이어갔다. 식사를 하는 내내 도윤의 몸을 만지고 손을 잡았다. 도윤은 그 손길이 끔찍했으나 참았다. 황제의 그릇에 반찬을 올려주고 황제가 그것을 먹으면 그제야 자신도 식사를 했다.

 

도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황제와 관계를 가지는 일이었다. 처음엔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관계를 가지는 것이 싫었고, 아무리 싫다고 울어도 봐주지 않는 황제가 미웠다. 황제는 도윤의 입에서 신음이 쏟아지면 그 소리를 남이 듣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을 틀어막았다. 자신의 위에 앉아 홀로 쾌감에 젖어 즐거워하는 황제가 싫었다. 황제는 도윤이 정신을 잃을 때까지 몰아붙이는 것을 좋아했다. 한참을 울다가 정신을 놓고 또 눈을 떠보면 황제는 아직도 자신의 것을 품고 있었다. 도윤은 그저 울기만 했다.

 

 

궁에 있는 사람들은 도윤을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말을 걸어도 무시했고 겨우 말을 건다 싶으면 황제의 명이었다. 이 넓은 궁에서 도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먹고 자고 씻고, 희성의 밑에서 우는 것밖에 없었다. 나중에는 겨우 부탁해서 얻은 책을 읽기도 했고 창밖을 구경했다. 궁 앞에서 꽃이나 나무를 키우기도 했으나 도윤이 지나치게 관심을 두자 황제는 망설임도 없이 그것들을 모두 치워버렸다. 도윤은 유일하게 즐거웠던 시간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도윤이 입궁한지 한해가 지날 무렵, 황제는 도윤에게 귀비라는 자리를 내어주겠다 명했고 궁이 뒤집어졌다. 도윤은 사내였고, 황제는 지금의 자리에 올라 자신은 혼인을 하지 않겠다며 일렀던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독 도윤의 입궁을 반대하고 황제에게 꾸준히 불만을 내비쳤던 대신 하나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목이 잘린 후, 그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도윤은 그렇게 손쉽게 귀비가 되었다.

 

 

 

* * *

 

 

 

황제는 도윤에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꽃과도 같다하여 루화궁이라는 궁을 선물해주었지만 도윤이 주로 지내는 곳은 희수궁이었다. 궁인들은 도윤이 우는 모습이 얼마나 예쁘면 그런 이름을 지어주었겠냐며 궁금해 했다.

 

황제에게 부탁을 해 받은 재료들을 만지작거리며 장신구를 만드는 것이 최근 도윤의 유일한 취미였다. 꽃을 가꾸는 것도 안된다하니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었다. 황제는 도윤이 만든 장신구를 좋아했다. 비록 자신이 쓰지는 않았지만 만드는 것을 보는 걸 좋아했다. 도윤이 만든 장신구는 따로 모아두곤 했는데 황제는 예쁜 장신구를 보면 항상 도윤의 머리에 꽂아주거나 옷에 달아주었다. 도윤의 머리카락을 만져주며 귀 위로 화려한 떨잠을 꽂아준 황제가 웃으며 도윤의 볼을 쓰다듬었다. 도윤은 그 손길이 싫어 고개를 살짝 틀며 눈을 내리깔았다.

 

 

“역시 예쁘구나.”

“…….”

 

 

희성이 도윤의 볼을 잡아 올렸다. 도윤은 황제의 가슴팍만 내려다보았다. 도윤은 얼굴이 워낙 하얗고 입술이 붉어 분을 따로 칠하지 않아도 예뻤다. 황제는 도윤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붉은 입술에 황제의 입술이 닿았다. 도윤은 내리깔았던 눈을 올려 주변을 살폈다. 구석에 있던 궁인과 눈이 마주치자 도윤은 눈을 꾹 감았다. 남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황제의 입술이 벌어지고 혀가 도윤의 입술을 가르고 들어섰다. 도윤은 어깨를 움찔거렸다. 입안으로 들어선 혀는 익숙하게 도윤의 혀를 옭아매고 가슴팍을 더듬어 옷고름을 풀어냈다. 살을 만지는 손에 도윤이 몸을 떨며 고개를 틀었다.

 

 

“폐, 폐하….”

“싫으냐.”

“…….”

“도윤아, 내 꼭 말을 왜 두 번씩 해야 알아듣는지 모르겠구나.”

“…싫, 습니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네 입에서 좋다는 말이 나올지….”

“…신첩은…폐하가, 싫…습니다.”

“이 궁에서 그 사실을 모르는 이도 있더냐.”

“제발…저를, 읏, 놓아주시면…아…!”

“난 너를 황후까지 올릴 생각이다.”

“폐하, 손, 손을, 아! 흑, 아프, 아파….”

“그러니 네가 포기하는 것이 더 빠르겠지.”

 

 

황제가 눈물을 떨어뜨리는 도윤을 내려다보며 머리카락을 놓아주었다. 도윤이 얼굴을 가리며 울었다. 황제는 서럽게 우는 도윤의 얼굴을 잡아 다시 입을 맞추었다. 우느라 떨리는 입술이 황제에게까지 느껴졌다. 혀가 섞이고 도윤의 시야가 바뀐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도윤은 눈 꼬리를 타고 옆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혀를 받아내다가 목덜미로 향하는 황제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눈을 감았다.





BL 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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