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한구석 빈 공간이 있다.
딱히 이상할 것 없고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지만,
무언가 놓아야 할 것 같았다.
근사한 테이블을 놓아보고
모던한 협탁을 놓아도 보았다.
한참을 두어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아
편안한 초록빛 화분도 들였지만
어느 것 하나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다시 빈 공간으로 두었을 때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빈 공간은 텅 비어있어
공허함을 낳는 곳이 아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공간으로서
자신의 책무를 다하는 법이다.
빈 공간을 꼭 무언가로 채우려
노력하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도 마음에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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