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가까이 있고 또 언제든 연락하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도, 괜스레 투박하고 어색하지만, 새하얀 편지지에 마음을 새겨 건네주고 싶은 그런 날이. 앰버 루멘에겐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돌발 홍수가 있고 두어 달이 지났고 그녀와 길 드는 매일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아직도 그날의 감정과 마음을 모두 풀어 내어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둘이 어색한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할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고 나면 어떤 점이 좋았는지. 무엇이 좋았으며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감정을 나누었지만 그래도 모자란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산 편지지를 펼친 채 앰버는 펜을 꺼내 들었다. 서두를 무어라 써야 할까? 담백하게 써야할까?  웨이드에게? 아니면… 사랑하는 웨이드에게? 펜촉이 편지지에 닿는 순간부터 앰버는 고민에 빠졌다. 어째서 편지를 쓰고 싶어진 건지 자신도 잘 모르겠지만 평소엔 잘도 꺼내던 사랑한다는 말이 꺼내던 감정들이 턱 턱 막혀왔다.

한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Dear’ (사랑하는 ) 으로 시작하는 말로 펜을 놀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편지에 놀라진 않았을까. 하는 물음부터 그저 갑자기 이렇게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는 말로 변명 아닌 변명으로 서두를 내린 그녀는 망설임 속에서도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정리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마음을 바로 전하는 평소도 좋지만, 이렇게 조용한 밤에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며. 마치 불길이 일면 함께 머무르는 아지랑이 같은 감정들과 마음들을 하나씩 새기는 것이 제법 나쁘지 않았다.

많이 들었고 또 많이 이야기했지만 고맙다는 말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조금 부끄럽지만, 편지기에 오히려 숨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그에게 전하기 위해 펜 끝을 통해 써내려 가는 것은 행복했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과 생각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다듬는다는 것은 그런 기분이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로 생각한 편지쓰기는 망설이던 첫 순간을 제외하고 1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처음엔 묶음으로 되어 너무 많이 있다고 생각한 편지지엔 둘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부터 함께 겪은 이야기들, 그리고 그때의 감정들과 생각. 서로를 향해 조심스럽게 한 걸음 다가서던 것부터 함께 웃던 순간들에 새겨지던 감정의 아지랑이들을 써내려가다 보니 순식간에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를 끝맺음하며 앰버는 편지의 끝 문장을 써내려갔다. 그와 그녀의 이야기이기에 쓸수 있는 말을.

‘함께 세상을 여행하고 탐험할 당신의 앰버 루멘이. 다정한 나의 동반자, 웨이드 리플에게.’

이 편지는 내일 그에게 전해줄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읽어도 괜찮다 할지 아니면 집에 가져가서 보게 할진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한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가 이 마음 역시 사랑해 줄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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