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버스는 학교 정문을 지나 내부에 있는 정류장에 멈춰 섰다

정류장에 내린 뒤 오르막길을 통해 우리 학과 건물이 있는 곳까지 약 5분정도 걸어가야 한다.

“성민아!”

건물에 도착하여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어, 진원.”

녀석은 나를 보자마자 달려들어 내 양 어깨를 잡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노려보며 말했다.

“내 로사와 로이는?!”

그 박력에 놀라 잔뜩 웅크려 들었고, 질문에 의해 식은 땀이 흘러나왔다.

“지…집에….”

왈칵!

“알았어! 미안해! 미안해! 울지마. 제발!! 쪽 팔리게 길 한복판에서 울고 그래?!”

진원이 자신의 클린로이드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폭포수처럼 눈물을 마구 쏟아내었다.

그 모습에 당황하여 일단 사과부터 하며 진정시켰다.

아차…매일 같이 오라고 했었던 말이 잊고 있었네.

축 쳐진 진원의 어깨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더해졌다.

“일단 들어가자. 강의시간 늦겠다.”

입구를 막고 움직이지 않는 녀석의 등을 밀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강의는 실습실에서 이루어진다.

실습실에는 어디에 쓰이는지 모를 여러 가지 기기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기다란 책상 위에 종류별로 놓여있다.

한 책상에는 최대 4명까지는 앉을 수 있지만, 보통은 2명에서 3명만 앉는다.

먼저 와 있던 동급생들이 테이블에 앉아 앞에 실습용으로 놓여있는 기기를 열심히 만지고 있었다.

그 기기는 오실로스코프(oscilloscope)라는 장치다.( 시간에 따른 입력 전압의 변화를 화면에 출력하는 장치. 전기진동이나 펄스처럼 시간적 변화가 빠른 신호를 관측한다. *네이버 참조)

오실로스코프를 열심히 조작을 하고 있길래, ‘웬일로 동기들이 공부를?’ 이라고 생각했다.

“뭐해?”

“악! 깜짝이야!!”

통칭 ‘A군’ 이라 부르는 동기 안현이 흠칫 놀라며 나를 돌아보았다.

현이 조작하던 오실로스코프의 화면을 보니 익숙한 그래프가 출력되고 있었다.

“이거 테트리스 아냐?”

“뭐야? 왜 테트리스가 돼?”

나와 진원이 화면을 보고 놀라 하자 현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우연히 알게 된 건데 이런 게 숨겨져 있더라. ‘이스터에그’ 같은 건가 봐.”

‘이스터에그(부활절 달걀)’은 요즘에 게임에서나 쓰는 단어 아닌가…그걸 왜 전자기기 기능에 숨겨놔…

…이 기기 만든 사람도 어지간히 심심했나 보다.

“야야, 여기도 게임 된다. ‘운석 피하기’ 인가 봐.”

“강의 중에 휴대폰도 못쓰는데 잘됐다. 가끔씩 하자.”

철컹

친구들끼리 이런 대화나 하고 있을 때, 교수님께서 문을 열고 실습실 안으로 들어오셨다.

“응? 웬일로 다들 모여서 실습을 하고 있네요?”

“교수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교수님~”

친구들은 태연하게 인사를 하며 기기의 전원을 껐다.

…역시 안 좋은 쪽으로는 빨리 배우는 녀석들이다.


오늘 강의는 기기를 사용하는 실습이 아닌, 이론 수업이었다.

교수님께서는 앞에 마련된 거대한 화이트보드에 빽빽하게 글과 그림을 적으시며 열심히 알려주셨다.

우리는 지금 쓰여지고, 그려진 그림이 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일단 노트에 받아 적었다.

요즘은 보통 조금 젊으신 교수님은 빔프로젝터에 PC와 연결해서 화면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진행하시는데, 오늘은 교수님께서 나이가 좀 있으신 편이라 화이트보드에 글을 쓰면서 강의를 하시는 게 더 익숙하신 모양이다.

열심히 칠판을 보며 노트에 옮겨 적었고, 글을 다 쓴 교수님은 자신이 쓴 글에 밑줄과 중요 표시를 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나름 집중해서 설명을 들었지만, 간간히 잡생각이 떠오르는 건 막을 수 없었다.


클린로이드는 어떻게 만든 것일까?

청소로봇을 왜 인간 모형을 한 로봇으로 만들었을까?

바닥 청소만 하는 둥글고 납작한 1세대 로봇청소기하고 뭐가 다를까?

원래 기술의 발달은 거의 대부분 군사목적으로 개발된다던데, 클린로이드도 사실 군사 개발을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사실 민간에게 공개한 것은 청소라는 것을 내세운 기기 테스트가 아닐까?

그러고 보니 클린로이드의 소프트웨어 안쪽에 전투시뮬레이션이 내장되어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일까?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이 뒤 내용은 과제입니다. 다음 시간까지 제출하세요. 성적에 반영되니까 꼭 제출하세요.”

“아…”

“교수님 제발….”

“안돼~”

학생들의 작은(?) 항의가 있었지만, 쿨하게 무시하시고는 강의실을 나가셨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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