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그의 집안 모든 것을 태우고 지독한 연기냄새와 새까만 그을림만을 놔두고 사라졌다. 그는 보험이 없었고, 애초에 화재 또한 그의 멍청한 실수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에, 아무도 그를 동정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늘 멍청한 실수만을 반복했다. 처음 잡은 일터에선 중요한 거래처의 연락을 싸그리 말아먹고, 자잘하고 커다란 실수를 반복했다. 심지어 한번은 지나가다 발을 헛디뎌 소화전을 건드리고 오후 3시에 사무실 사람 모두를 하얀 가루를 뒤집어 쓰게 했다. 그의 마음씨 좋은 상사는 그에게 사과 한 번 요구하지 않았으나, 그는 수치심과 동료들의 눈초리에 떠밀려 자진퇴사했다.

늘 잘못된 것은 그였고, 그건 단념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였다. 그의 작은 고양이, 캘리는 몸통에 커다란 화상을 입었다. 그는 자신의 몸통과 얼굴의 피부가 죄다 벗겨질 때도 보이지 않았던 눈물을 붕대를 칭칭감은 캘리 앞에서 보였다.

 

“오늘은 정신과에 가야겠어.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병이야.”

 

그는 그의 유일한 가족인 검은 고양이 캘리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캘리는 그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짧게 울음소리를 내며 답해주었다. 그는 윤기나는 검은색 털에 얼굴을 부비며 깊게 한숨쉬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하는 소리는 항상 같았고, 그의 고양이는 그 말에 맞춰 그의 밥그릇 앞으로 향했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다 바로 옆 탁자에 무릎을 박았다. 이번으로 다섯 번째였으나, 그는 항상 그 탁자의 위치를 옮기거나 그 자리에 탁자가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그의 무릎은 멍투성이였다. 소리 하나 없이 다리를 문지르며 고통을 잊어보려 노력하는 그에게 냐옹, 고양이의 재촉이 들려왔다. 그는 오늘도 다시 탁자를 잊고 빠르게 방을 빠져나왔다.

 

그는 찬장에 올려둔 시리얼과 찻잔, 그릇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떨어뜨렸다. 그러나 그의 자그마한 부엌에 달리 그것들을 둘 수 있는 공간은 없었기에, 그는 무거운 고양이 사료를 내리려 매일 고군분투해야했다. 그는 늘 고양이 사료 봉지를 잘 밀봉해야한다는 사실을 잊을만큼 부주의했다.

 

우수수 떨어지는 고형의 알갱이들이 어쩐지 중력의 속도보다 느리게 쏟아지는 듯 보였다. 그럴리 없음을 알았음에도. 그는 멍하니 싱크대와 조리대 곳곳에 끼인 고양이사료들을 쳐다보다 오도독 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내렸다. 캘리는 뜻밖의 만찬에 기뻐하며 작은 입으로 바닥을 청소하고 있었다. 그는 멍청하고 느렸지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는 잘 알고있었다. 그는 고양이가 배탈할만큼 먹기 전에 그를 들어올려 다른 방에 옮겨주었다. 그에게는 운좋게도 나가기전 청소할 시간이 남아있었다.

 

두 번째로 구한 직장은 다행히 그에게 잘 맞는 듯 보였다. 그는 아무 생각도 할 필요 없었다. 그저 상사가 시키는대로 단순하고 의미없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일이 끝나고, 그는 아무에게도 인사할 필요없이 마치 원래 없었던 사람마냥 사라질 수 있었다. 그는 새 일을 아주 마음에 들어했다.

 

그렇다고 그가 어이없는 실수를 하지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저 받은 종이에 적힌 숫자를 그대로 컴퓨터에 입력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럼에도 변명을 하자면 키보드에서 숫자들은 서로 너무 가까이 있었다. 그의 실수로 그의 회사는 끔찍한 피해를 입었다. 고용계약서와 노동법은 그를 어마무시한 배상금에서 지켜주었으나, 어찌됐든 그는 회사를 나가야했다.

 

그는 그럼에도 정신과에 가지 못했다. 혹시라도 그가 ‘정상’일까봐 두려웠다.

 

그렇기에 그는 계속 실수를 반복한다.

 

그의 유일한 장점은 젊고 건강하단 것이었으나, 이제 그는 충분히 늙었고, 연기로 가득 찼던 폐는 다시는 그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 할 것이다. 그는 약하게 쿨럭거리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하염없이 걸었다. 거칠거칠하게 흉이 진 고양이의 뱃가죽은 그의 얼굴과 비슷한 색깔이었다. 검은색 모자를 더 깊게 눌러쓰며, 그는 속으로 거울을 볼 화장실이 그에게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아 기쁘다며 자신을 비웃었다.

 

“그 고양이는 어떻게 된건가요? 너무 불쌍하네요.”

자애로운 표정의 노부인은 눈썹을 끌어내리며 그의 동정심을 표현했다.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노부인의 눈동자를 피했다.

 

검붉은 작은 몸이 숨을 쉬느라 부풀었다 줄었다. 그는 여린 살 바로 위, 여전히 윤이 나는 검은 털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넌 완벽해.”

 

그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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