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읽기 전 주의 사항! (별별별별별표!) -

 이 글은 헌터의 지극히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정리한 것입니...


"헌터 여기는 이기적인이 아니라 개인적인이 맞지 않을까?"

 하얀 바탕에 노란색 귀여운 병아리가 삐약이는 노트를 든 타이탄이 첫 장도 넘기지 못한 채 말을 꺼냈다. 그는 "정말? 그래! 어디어디!" 라며 총총 걸어온 헌터에게 허리를 약간 숙여 그 부분을 손으로 짚어주었다. 헌터는 보더니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고마워! 이따 고칠게! 아니다, 지금 할래. 이따가는 까먹을 거 같아!"

"응."

 타이탄은 노트를 넘겨주고 옆에 있던 소파에 앉았다. 거구의 타이탄이 앉자 소파에서 바람이 빠지며 약간 내려앉았다. 조금 기다리자니 뒤에서 뾱!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찌익- 하는 소리도. 그러니까 글을 수정하는 소리가 들렸다. 헌터는 금방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소파의 등받이를 가볍게 뛰어넘어 타이탄 옆에 앉았다. 소파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헌터는 웃으며 노트를 건네주었다. 타이탄은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귀여운 병아리 표지를 넘기며 읽어내려갔다.


- 글을 읽기 전 주의 사항! (별별별별별표!) -

 이 글은 헌터의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러니 재미로만 봐주시고 혹여나 이 글을 워록에게 보여주지 마세요. 한심한 눈초리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며칠간 상대해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 자신의 워록이 낫다며 싸우지도 마세요. 워록은 신경도 쓰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 주의사항으로는 모두가 그렇듯 자신의 워록이 최고라는 점, 명심하세요!


 타이탄은 웃으며 한 장 넘겼다.


<워록에 대한 관찰기록_000>

001. 워록은 화를 잘 낸다.
: 그들을 관찰해 본 결과, 워록들은 일단 화가 많다. 특히나 옆에 헌터가 있다면 그들은 항상 화가 나있다고 보는게 좋다. 혹여나 워록 앞에서 실수로 평소처럼 행동했을 경우, 그래서 그들이 화났을 경우,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타이탄을 데려오는 것이 좋다. 이유는 모르나 워록은 타이탄에게 화를 잘 못낸다. 오히려 김이 식 듯 초연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그렇게 자주 날 데려갔구나."

 타이탄이 깨달음을 얻은 듯 탄식했다. 헌터가 쑥쓰러운 듯 볼을 긁적였다.

그래서 워록이 머리를 짚거나 한숨을 쉬거나 손을 휘젓는다면 화가 한 꺼풀 꺾인 것이므로 일단 안심해도 좋다. 그럴 땐 자연스럽게 웃으며 타이탄 뒤에 서서 일단 잘못했다고 말하면 상황이 무마된다. 그러나 주위에 타이탄이 없을 경우, 혹은 절대 보아선 안되는 미소를 보게 된다면 무조건 도망쳐라. 이 때는 사과고 뭐고 웃는 워록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살고싶으면 튀어라. 헌터의 구르기는 이 때 쓰라고 만들어진게 분명하다! 물론 워록에게 들킬 확률 99.98%의 도박이지만. 우리는 이런 것에 겁먹을 헌터가 아니다! 대장도 내기로 된 판에! 그들은 이미 우리가 내기에 미친놈들이란 것을 다 안다. 그러니 안심하고 도망쳐라!


 웃으며 읽던 타이탄이 말했다.

"헌터, 물어볼게 있는데 여기 이 말도 안되는 확률 말이야. 왜 이렇게 높은거야? 솔직히 난 너가 마음먹고 숨으면 절대 못 찾겠던데."

 헌터가 어깨를 으쓱였다.

"찾길 바라나 보지 뭐."

 어쩐지 이해가 가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계속 읽었다.


002. 워록은 매우매우매우 똑똑하다.
: 다른 워록은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내 워록은 매우매우매우(매우많음) 똑똑하다. 특히나 임무수행 때 빛을 발한다. 그는 임무수행 작전도 잘 짜지만 내 수신호를 기가막히게 알아차린다. 한 번은 너무 다급한 나머지 '워록!! 그거그거그거!' 를 연발했음에도 '미친놈아, 네가 그거라고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먹어!' 라며 완벽하게 호응해주었다. 역시 내 워록은 최고다!


 헌터가 말했다.

"신기하지? 다른 헌터에게 물어봤는데 전부 그런건 아닌 모양이야. 우리 워록이 유독 똑똑한게 틀림없어."

"헌터. 내 생각에는 말이야. 그건 워록이 널 좋."

"둘이 나빼고 뭐 봐요?"

 어느새 소파 뒤에 서있던 워록이 놀랍도록 빠르게 타이탄의 입을 막았다. 그는 눈웃음을 지었다.

"아. 내 일기 보고있었어. 정확히는 관찰일기? 근데 무슨 말을 하려던거야? 조?"

 노트를 쳐다보던 워록이 무심히 말했다.

"좆같다고요."

"아."

 순간 워록이 멈칫햇다. 하도 헌터가 지은 죄가 많아 습관적으로 욕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이번엔 가만히 있는 헌터에게 자신이 먼저 시비를 턴게 되었다. 타이탄과 워록이 눈빛을 교환했다. 둘은 평소처럼 헌터가 상처받았다며 옆구르기로 집을 뛰쳐나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의외로 멀쩡했다. 입을 막은 워록의 손을 잡아내린 타이탄이 물었다.

"괜찮아?"

 헌터가 태연하게 말했다.

"뭐, 맞잖아?"

 워록은 입을 꾹 닫았다. 타이탄은 어쩐지 측은한 마음이 들어 헌터를 쓰다듬었다. 헌터는 올망졸망한 눈으로 둘을 쳐다보다 아직도 돌처럼 서있는 워록을 끌어당겼다.

"같이보자!"

 그렇게 지은 죄가 있는 워록은 자신을 중심으로 왼쪽에 헌터, 오른쪽에 타이탄이라는 양 손의 수호자를 얻게 되었다. 워록은 한숨을 쉬며 다리를 꼬았다. 그는 느린 손짓으로 오른쪽 무릎 위에 노트를 펼쳤다.


003. 워록은 생각보다 죽음에 초연하다.
: 나는 엄청난 발견을 했다. 이건 모든 헌터가 알아야 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다. 워록을 지켜본 바로, 그들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지옥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수호자들이었다. 그것이 진리로부터 비롯된 결과라면, 호기심의 대가가 죽음을 불러온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은 죽음앞에 누구보다 초연했다. 특히 그 진실이 낭떠러지를 사이에 둔 절벽 끝이라면 더욱 그랬다. 그들은 절벽앞에서 수도 없이 자살을 감행했다. 그렇다. 워록은 점프를 더럽게 못했다. 심지어 그 타이탄도 잘하는걸! 


 타이탄이 말했다.

"내가 뭘!"

 워록은 흥미롭게 읽다 한 마디 했다.

"저도 못하는게 하나쯤 있긴 해야죠."

 헌터가 키득거렸다.


내가 직접 세어 본 바로 워록은 임무 중 협곡에서만 마흔 아홉번에 달하는 낙사를 했다. 그 외에서는 나와 타이탄의 실수로 각각 한 번씩, 겨우 두번이었다. 이것은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타이탄과 나는 워록의 기념비적인 행위를 기억하기위해 이를 '천다죽(천천히 다가오는 죽음)'이라 이름지었다.


004. 워록에겐 숨겨진 능력이 있다.
: 나는 깨달았다. 워록에겐 우리보다 특별한 능력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그렇지 않고서야 워록의 말 하나에 이렇게까지 신경이 곤두설리가 없다. 날이 선다기 보다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게 된다는 것에 더 가깝다. 워록의 목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계속 듣고 싶어지는 힘이 있다. 나는 그 이유에 대해 고민했고 드디어 알아냈다! 워록에게는 사람을 조종하는 특별한 힘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헌터 그거..."

 워록은 왼손을 들어 타이탄의 입을 지긋이 막았다.


 들어보라. 여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1. 임무에서 작전 지휘하기 : 이 경우 매우 높은 확률로 임무를 완수했다. 2. 나와 타이탄이 실패한 거미와의 거래를 교섭하러가기 : 이 경우에도 높은 확률로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3. 선봉대와 휴가 문제로 협상하러가기 : 이 경우는 특별해서 확률로 단정짓지 않았으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셋 중 누군가 불안정해질 때, 워록은 반드시 휴가를 얻어왔다. 4. 타이탄 활용하기 : 워록의 임무 중 타이탄 활용은 정말 기가막히게 멋지다. 화력팀의 지원을 받기위한 조명탄이 다 떨어졌을 때, 워록은 지체 없이 천둥충돌을 써달라고 말했다. 나는 눈 앞에서 하늘로 비상하는 한 마리의 타이탄을 볼 수 있었다. 또 시야가 한정적인 어둠 속에서 함부로 고스트를 꺼낼 수는 없게 되자 워록은 고민 없이 타이탄의 빛나는 방벽을 활용했다. 나는 이상하게 여겼으나 생각보다 밝은 빛에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워록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이상 네 가지의 증거와 두 가지의 예시를 들어 워록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음에 대한 증거제출을 마친다.


 워록은 소리없이 미소지었다. 타이탄의 눈매가 심히 떨렸다. 그는 할 말이 있는 듯 무언의 눈길을 보냈으나 워록은 보는 척도 하지않고 페이지를 넘겼다. 타이탄은 풀이 죽었다.

 

005. 의외로 보물찾기를 좋아한다.


"음?"

 워록이 타이탄의 입을 막았던 손을 거두며 의문의 소리를 냈다.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고민했다. 타이탄은 아직 미완성인 글을 보며 말했다.

"워록 보물찾기 좋아했어?"

"어? 아니야? 그럼 나보고 왜 같이 가자했어?"

 워록은 말이 없었다. 타이탄은 헌터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다 무언가 깨달은 듯 소리를 냈다. 워록은 세 번째로 타이탄의 입을 막으려 했으나 다행히 그럴 필요는 없었다. 헌터 쪽에서 먼저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워록에게 몸을 부비며 말했다.

"모야모야 와로기이~ 나랑 그렇게 놀고 싶었어? 말을 하지이~ 흐흫"

 순간 둔탁한 파열음이 들렸다. 헌터는 숨을 들이키며 외쳤다. "내 노트으!!!!" 워록은 두 갈래로 나뉜 노트를 흔들리는 눈으로 바라보다 사이좋게 한 갈래씩 쥐어줬다. 타이탄의 새된 소리가 들렸다. "무마하려 했어..!" 워록은 양 옆에서 반 쪽의 노트를 쥔 채 굳어 버린 둘을 내버려두었다. 그는 그대로 일어나 외투를 걸쳤다. 어안이 벙벙한 두 사람 중 타이탄이 먼저 정신을 차렸다.

"워록 어디 가게?"

"네. 잠깐."

"나도 따라갈게. 헌터가 진정하고 나면. 그 때 거기?"

 워록은 슬쩍 뒤를 돌아보더니 대답했다.

"...부탁해요."

 타이탄은 워록이 매우 당황했음을 알았다. 그리고 헌터가 심히 상처받은 듯 보여도 사실 멀쩡함을 알았다. 그는 작게 웃으며 어서 가라고 손짓했다. 워록이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리고 나자 헌터가 훌쩍였다.

"또 미움받았나봐..."

 눈새 타이탄도 그건 아님을 알았지만 굳이 정정해주지는 않았다. 대신 헌터의 머리를 쓰담았다. 그는 헌터가 조잘대는 사죄계획 아흔 아홉가지를 들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



 "워록."

 막 도착한 그가 구석에 혼자 앉은 워록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고개를 든 그는 이미 술을 꽤 들이켰는지 볼이 벌겠다. 타이탄은 자신 몫의 술을 시키며 마주보고 앉았다. 스탠드 의자가 작게 삐걱거렸다. 워록이 그가 온 것을 확인하자 크게 한 숨을 쉬었다.

 "고생했어요 타이탄. 오늘도 못 볼 꼴을 보였네요."

 타이탄이 소리없이 웃었다. 그 웃음에 워록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타이탄도 제가 한심하죠. 겉으로는 매정한 척, 고상한 척. 온갖 척이란 척은 다해놓고 이렇게 찌질한 인간일 수 있다니..!"

 워록은 잔에 담긴 술을 벌컥 들이켰다. 타이탄은 티슈로 입가를 닦아주고 시원한 물을 쥐어주며 만취를 향해 달리는 워록을 익숙하게 추슬렀다.

"괜찮아. 나도 가끔 내가 답답하거든."

"당신이요?"

"응."

 워록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는 알듯모를듯한 미소를 짓는 타이탄을 빤히 쳐다보았다. 타이탄은 그 시선을 모른채하며 자연스럽게 바텐더가 건내주는 잔을 받았다. 그는 술잔을 들었다. 워록은 시원하게 잔을 비우는 타이탄을 향해 말했다.

"혹시 아까 당신을 이용했다는 것 때문에 그런가요...?"

 타이탄이 살짝 뿜었다. 그는 작게 콜록이며 손사래를 쳤다.

"그건 신경쓰지마! 아주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니까. 나는 그냥... 조금 놀랐을 뿐이야. 그 뿐이야."

"그런가요..."

 워록의 말꼬리가 늘어졌다. 타이탄은 그의 옆의 비어진 잔 수를 훑었다.

"평소보다 많이 마셨네."

"네에. 그냥 마시고 싶었어요..."

 타이탄은 자신의 잔을 쓸었다. 그는 시선을 내린 채 말했다.

"워록, 헌터가 그렇게 좋아?"

 그의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워록이 살풋 웃었다.

"네 좋아요."

 타이탄은 워록을 바라봤다. 그의 웃음이 아주 귀하다는 걸 알지만 특정인 앞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음을 알았다. 입가에 힘을 준 타이탄이 목을 축였다. 요즘따라 바텐더의 실수가 잦아진 것 같았다. 술이 너무 썼다. 타이탄이 말했다.

"워록. 그 내가 만약에... 으음... 아니야."

"뭔데요?"

 워록이 고개를 기울였다. 하지만 술에 취해서인지 행동이 과격해져 결과적으로 잔에 머리를 박았다. 쿵하는 소리 다음으로 워록의 앓는 소리가 났다. 그는 욕을 짓씹었다. 타이탄은 이 상황이 그저 웃겨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 속으로 안도했다. 실수할뻔했다고. 워록은 꼬부라진 혀로 잘도 욕을 했다. 그러면서도 목이 말라 술로 목을 축이니 그는 금세 인사불성이 되었다. 그는 죄 없는 술잔을 욕하다가 마찬가지로 죄 없는 자신을 욕하다가 마지막으로 죄 있는 헌터를 욕했다.

"의쒸.. 눼가 지룰 을매네 스앵각 헸눈뒈.. 쓰읶쒺.. 그으거똫 믈뤠주거어..!"

 타이탄은 생각했다. 

'아마 다 알지 않을까!'

 그는 엎어진 워록 대신 술값을 치루고 제대로 걷지못하는 그를 부축하며 집으로 걸었다. 타이탄은 집 문을 열며 깜짝 놀라는 헌터와 어색하는 웃는 자신과 이미 꿈나라인 워록을 보며 허허로이 웃었다. 모든게 평소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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