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뿐인데, 귀에 이상한 소식이 들려왔다. 야 갑자기 네이버가 안 된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그저 안되나보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야 부도났대! 어디가? 네이버가! 네이버가 부도났다고? 순간 좀 놀라긴 했지만 조금 불편할 뿐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던 것도 잠시, 그럼 카카오는? 카카오도 망한 거야? 카톡이랑, 내 사진들, 사용하던 멜론도? 그렇게 큰 기업이 망하다니 어떻게 된 일이지? 나는 카톡을 접속해보았다. 먹통이었다.

좋아하던 단톡방도 열리지 않았다. 네이버 때문이었다. 그게 그렇게 쉽게 망할 수 있는거였나, 실소가 터져나왔다. 별로 신경쓰고싶은 일들은 아니었지만 커다란 서비스가 이렇게 쉽게 어느날, 비상체제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건 좀 충격적인 일이었다.

단톡방의 스쳐가던, 저장도 해두지 않았던 인연들이 생각이 났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괜찮은 사람들이었는데, 보고싶기도 했는데 트위터 계정이라도 받아 둘 걸. 

갑자기 블로그도 생각이 났다. 쓴 글을 모아두던 소중한 공간이었다. 들어가보니 백업도 되지 않은 채로 죄송합니다. 서버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하는 창만 떠 있었다. 나는 순간 멍해졌다. 내 포트폴리오들. 내 소중한 글들마저 다 날아갔다는 허망함이 들었다.

그러다가도 곧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다. 텔레그램 쓰면 되고, 글도 새로 쓰면 되지, 별다른 아쉬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경제가 어떻게 되려고 그러나, 나는 그냥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늘 모든 일에 무신경한 탓인지, 금방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별 일 아니지, 하는 마음이 되었다.

집에 도착하니 늘 그렇듯 고양이들이 나를 반겼다. 부엌에서는 밥하는 소리가 한창이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나왔어- 하고는 오늘의 주제마냥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물었다. 네이버 부도났다며? 어 그래? 나도 봤어. 오늘 별 일은 없었어? 응 그냥 오늘 회사에서- 


이렇게 일상은 흘러간다. 아무런 생각도 별일도 아니라는 듯, 내게는 별 영향 없으니 상관없다는 듯.

치열한 상상력을 1000자에 꾹꾹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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