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겐 누구나 비밀스러운 정원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정원은 아무나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자기 자신도 보기엔 어려운 그곳은 죽어야만 갈 수 있다고 전해진다.






지금 당신에게도 어디선가 당신만을 기다리는 정원이 있을 것이다.











#2. 해바라기: 기다림











 이승과 저승의 중간 세계 있어도 시간은 이승의 시간대로 흐르는 듯 돌아오니 벌써 새벽이었고 곧 있으면 동이 틀 시간이었다. 정국은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시계를 보고선 한숨을 푹 내쉬었고, 조금이라도 더 자려는 듯 침대로 향했다. 하지만, 아까 침대 위에 올려둔 피리를 보고선 다시금 고민에 빠졌다.




 "...수호자..? 그런 이상한 건 하기 싫은데"




 이 피리때문에 내가 수호자가 된거라면 피리만 없애면 자신은 다시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 정국은 수업이 끝나면 다시 그 정원에 찾아가 태형에게 이 피리를 돌려주기로 결심했다. 그리곤 정국은 잠에 빠졌다.









 "야 전정국 왤케 표정이 구리냐"




 같은 고등학교에 대학교도 같은 곳으로 가게 된 정국의 친구 석진이 정국과 밥을 같이 먹으면서 초췌한 정국을 보며 뭐라고 했다. 정국은 그냥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석진과는 항상 서로 비밀은 없을 정도로 스스럼없는 사이였는데, 어제 겪은 일은 말하기가 애매했다. 이후, 밥을 먹으면서 석진은 대학 생활도 좋지만, 앞으로 취업도 걱정이 된다며 정국에게 나중에 어디로 취직하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정국은 하는 수 없이 돌려말하기로 했다.




 "석진 나 사실..취업했어"



 "ㅇ..엥? 갑자기? 어디로??"



 "그냥...꽃집?"



 "아아 잘됐네. 너가 꽃에 대해선 거의 박사지"



 "근데 안하고 싶어."



 "에????"



 "사장이 좀 괴팍하다고 할까, 이상한 컨셉을 잡는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좀 그래"



 "아아 그렇지 사장이 좋아야 직원도 일 할 맛이 나지.."




 하하..맞아.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고선 정국과 석진은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오후 수업을 들으면서도 온통 정국의 생각은 태형이라는 남자와 그 정원이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보던 사후세계를 직접 경험하니신기하기도 했고, 아직까지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피리가 있었기에 금방이라도 정원으로 갈 수 있었지만, 피리를 불 용기는 쉽게 나질 않았다. 게다가 그 태형이라는 남자는 정국의 입장에선 매우 수상했다. 어제 자신에게 했던 말들이 어딘가 묘하게 거짓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오후 수업이 끝나고 정국은 집으로 돌아왔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어제처럼 피리가 자신을 불어달라고 거실 탁자 위에 올려져 있었다. 정국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고는 이걸 그 태형이라는 남자에게 돌려주고 오기 위해 피리를 불었다. 다시 청명한 소리가 집 안에 울려 퍼졌고, 거실엔 덩쿨에 쌓인 비밀스럽게 생긴 문이 생겼다. 정국은 그 문을 보고선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감탄을 하고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왔네?"



 "아..."




 어제와는 다르게 이 문으로 정원에 가면 바로 태형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들어가니 태형은 티켓에 도장을 찍고 있었다. 바빠보였지만 정국은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곧장 태형의 옆으로 걸어가 피리를 태형에게 건네주었다. 태형은 피리를 보고선 왜? 라고 물었고, 정국은 여기서 일 안할테니 이걸 돌려주려고 왔습니다. 라고 말했다.




 "이 피리는 내가 보관하지 뭐"



 "정말입니까?"



 "하지만, 넌 이 피리때문에 도망치려고 해도 다시 이 정원으로 오게 될껄"



 "이제 피리가 당신한테 있지 않습니까? 근데 왜 내가 다시 여기로 온다는 겁니까"



 "이게 다~ 그 잘난 신이 한거지"




 너에게 이 피리를 붙여둔 것도, 너가 이 피리를 불게 해서 정원으로 오게 된 것도, 여기의 수호자가 된 것도 다 이미 신이 계획하고 행한 일들이지. 태형은 담담한 말투로 정국에게 말을 했고, 정국은 그니깐 도데체 왜 자기인 거냐고 태형에게 화를 냈다. 태형은 너가 피리를 불었잖아. 더이상 묻지 마. 라며 단정지었다. 




 "이래도 관둘꺼야? 하긴 사장이 괴팍하고 이상한 컨셉 잡아서 일하긴 좀 그렇겠네"



 "....ㅇ..어떻게 아십니까"



 "내가 여기에만 있는 줄 아나본데. 사실 몰래 너의 뒤를 밟긴 했지"



 ".....사장이 직원 사생활을 침해해도 되는 겁니까?"



 "어? 그럼 날 사장으로 생각해주는 건가? 오케이! 따라와 당장 일하자"




 막무가내인 태형의 행동에 정국은 기가 차다는 듯 태형을 째려보았고, 그런 정국의 표정을 보지 못한 태형은 정국을 데리고 정원의 안쪽으로 데려갔다.




 "여긴 어딥니까"



 "조금 이따가 단체로 죽은 분들이 오실텐데 그분들께 드릴 꽃다발을 만들어줘"



 ".....당신이 마법으로 만드는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난 좀 바빠서~"




 정원의 안쪽엔 파란 장미가 가득 피어있었다. 파란 장미는 기적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었기에 정국은 죽은 사람들에게 기적이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에 파란 장미로 꽃다발을 만드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이후, 정국은 태형이 말한대로 꽃을 몇 개씩 꺾어 꽃다발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몇 분동안 계속 꽃다발을 만들다보니 분명 자신은 정원 일을 관두려고 했는데 보기좋게 정원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어이가 없는지 정국은 헛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너 미쳣냐?"



 "ㅇ..언제부터 거기에 있었습니까?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다 큰 남자가 쭈그려서 꽃다발 만드는게 좀 웃기네"




 자신의 모습이 웃기다는 태형의 말을 애써 무시하고선 정국은 묵묵히 꽃다발을 계속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 곳에 태형이 왜 있는지 궁금해진 정국은 태형에게 왜 당신이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저기 저 꽃 보여?"



 "해바라기...? 입니까?"



 "그래..넌 똑똑하니깐 해바라기의 꽃말이 뭔지도 알지?"




 기다림. 해바라기의 꽃말은 기다림이었다. 정국은 해바라기의 꽃말대로 태형은 이 정원에서 어떤 이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한 정국은 궁금함에 더욱 태형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잠깐 바라본 태형의 눈빛이 어딘가 슬퍼보여서 더이상 질문하는 것은 관두기로 했다. 이후로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곧 꽃다발을 다 완성했고,태형은 역시 쓸만한 인재라면서 정국에게 수고했다고 했다.




 "저..태형 씨. 하나만 더 질문해도 됩니까?"



 "뭔데"



 "저 말고도..인간이 여기의 수호자였던 적이 있었습니까?"



 "....있었지. 아마 너 말고도 9명? 있었어"



 "그 사람들도 신이 선택한 사람들입니까?"



 "....아니. 그 자들은 내가 선택했어"




 신이 선택한 사람이 수호자가 된건 너가 처음이야. 태형의 의외의 말에 놀란 정국은 더이상 질문을 하지 말라는 태형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만 가봐. 내일은 조금 일찍 나와"



 "태형 씨. 죄송하지만, 전 여기에서 계속 일 할 수 없습니다."



 "어어~ 그래 니 마음대로 하세요"




 이젠 피리까지 태형에게 주었기에 다시는 정국이 이 곳에 올 수는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잡지 않는 태형에 정국은 어딘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이젠 정말 자신을 놓아주려는 것 같아 정국은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이제 그만 나오시지?"



 "이젠 피리가 너한테 있는데 어찌할 것이냐"




 모습을 감췄던 할머니 모습을 한 신이 나타나선 태형에게 어떻게 정국을 이 정원의 수호자로 있게 할 것인지물었다. 




 "이젠 피리가 없으니깐..내가 가봐야지"



 "....무슨 방법인지는 알겠지만, 명심해라 넌 같은 실수를 더이상 해선 안된다는 것을"




 순간 신과 태형 사이에 아까와 같은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살짝 강한 바람이 불어 꽃들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태형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어차피...날 이렇게하기 위해서 그쪽들이 수를 쓴게 아닌가"



 "어리석구나. 유성아"



 "아 그 이름으로 좀 부르지마 김태형이라는 이름이 뻔히 있는데"




 됐어 나 바쁘니깐 이만 가시기나 하세요. 태형은 신이 뭐라하든 하나도 아무렇지 않은지 오히려 신에게 짜증을 냈다. 그리곤, 정국이 나간 방향을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전정국...이번엔 놓지 않아"



















 ".....태형아"






 보름달이 유독 환하게 뜬 날. 달이 호수를 비추고 있었고, 그 호수 근처엔 태형과 한 눈에 보아도 높은 신분임을 알 수 있는 옷을 입은 어느 한 남자가 있었다.




 "흐르는 시간이 너무 빨라서..슬프구나"



 "...걱정 마. 시간이 우릴 앗아가도 난 언제나 당신만을 기다릴테니"






 태형은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유난히 별이 잘 보여 유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하..정원에선 시간이 도데체 얼마나 빠르게 흐르는거야"




 분명히 정원에 오래 있지 않았는데 어느새 자정이 다 되었음을 알게 된 정국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도 이제 내일부터는 그 정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정국을 기쁘게 만들었다. 그렇게 대충 몸을 씻고 나오고 정국은 자기 전에 티비나 볼겸 소파에 앉았다.




 "어차피 내일은 수업이 없으니깐 늦게 자야겠다."




 그렇게 리모컨으로 티비를 키자 어디선가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렸다. 등골이 오싹해진 정국은 등 뒤를 돌아보았다. 뒤를 돌아보니 소파 위에 눈이 시뻘건 귀신이 서있었다. 정국은 화들짝 놀라서 뒤로 넘어질 뻔했고, 귀신은 점점 정국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ㅈ..저리..저리가!!"




 귀신은 정국을 노리고 있는 듯 계속해서 정국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고, 정국은 위험하단 느낌이 들어 재빠르게 도망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빛의 속도로 문까지 간 정국은 빨리 손잡이를 돌렸지만, 밖에서 누군가 맊는 것처럼 문은 꼼짝도 하질 않았다. 어느새 근처까지 온 귀신에 정국의 얼굴은 새파래졌다. 




 "으으...누가 좀.."



 "비켜"




 갑자기 누가 나타나 정국을 옆으로 밀쳤고, 그대로 밀려난 정국은 바닥으로 넘어졌다. 아픈 몸을 일으켜보니 자신을 밀친 사람은 태형이었다. 태형은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사신처럼 검은 옷차림을 하고선 손에는 어디서 얻은 것인지 총을 들고 있었다. 그리곤 태형은 총을 귀신을 향해 겨누었다. 태형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방아쇠를 당기자마자 총구가 빛나더니 은색의 총알이 날라가 귀신에게 명중했다. 귀신은 가루가 되어 밖으로 날라갔다. 태형은 총구에 바람을 한번 불더니 아직도 바닥에 넘어져있는 정국을 한심하게 쳐다보고선 일으켜주었다.




 "ㄷ..당신 그 총 어디서 난 겁니까"



 "21세기엔 역시 칼보단 총이지 않그래?"



 "....우리나라에선 총기 소유 안되지 않습니까"



 "아아 이건 괜찮아. 귀신 전용이거든"




 태형은 이 총은 귀신에게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국은 방금 자신을 해하려 한 귀신이 누구인지 태형에게 물어보았다. 태형은 악귀라고 했다. 자신이 총을 쏘지 않았으면 그대로 정국은 악귀에 씌여 다칠 것이라고 했다. 




 "..ㄱ..고맙습니다"



 "킄 뭘 이런걸 가지고. 그 대신"



 "그래도 정원으로는 다시 안갈껍니다"




 태형의 뒷말을 예상한 정국은 미리 태형의 입을 막았다. 태형은 정국이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듯 웃기 시작했다. 그리곤, 태형은 정국의 볼을 쓰다듬더니 정원에 오지 않으면..위험해질텐데? 라고 말했다.




 "...비겁하네요"



 "어떡할꺼야 이대로 악귀한테 당할래 정원에서 내가 시키는 일이나 할래"




 정국에겐 달리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정국은 할 수 없이 후자를 선택하기로 결심했다. 태형은 정국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곤 태형은 주머니에서 소금을 꺼냈다. 정국은 갑자기 왠 소금인지 물었고, 태형은 악귀와 접촉했으니 부정탈 수 있다며 소금을 몸에 뿌리라고 했다.




 "그런데..당신도 귀신아닙니까?"



 "뭐래."



 "...."



 "...신이 내 시간을 멈추게 했어"




 정국은 소금을 자신의 몸에 뿌렸고, 태형은 정국의 그런 모습이 웃긴 듯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근데 보통 악귀를 만나면 거품물고 기절하는데 넌 기절은 안하네"



 "..귀신이든 악귀든 사람아닙니까 전 그렇게 무섭진 않습니다"



 "역시!"




 태형은 정국이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곤 갑자기 감탄을 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태형의 행동에 정국은 왜 박수를 치냐고 했다.




 "넌 우리 정원의 수호자로 정말 딱이야 괜히 신의 선택을 받은 게 아니네"



 "..나 아니고도 귀신 안무서워하는 사람은 널렸습니다"



 "넌 이 외모가 또 출중하잖아 아무튼 딱이야"




 태형은 정국을 보며 너가 나의 죗값을 치루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굳게 맹세했다.










#국뷔 #후회공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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