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 pensiero sull'ali dorate




너를 찾아서




W. 이소루





 비로소 완벽히 버려졌다. 무너진 바이프로스트의 끝이 로키의 마른 허벅지를 아프게 찔러왔다. 탁한 녹색 눈동자는 광활한 우주 그 어딘가를 멍하니 유영했다. 여기서 떨어지면 죽을 수 있을까. 아마 쓸데없이 질긴 목숨은 어디서든 살아남겠지. 망국의 둘째 왕자는 폐허가 된 세계의 끝에서 그저 존재할 뿐이었다. 헬라도 수르트도 전부 한 줌의 재로 사라진 후에서야, 아스가르드는 입양된 둘째 왕자를 제 품에 안아주었다. 만물이 붕괴되어 완벽한 무의 상태인 곳에서, 로키는 비로소 로키 자신이 될 수 있었다. 슬프게도, 그런 로키를 바라봐 줄 생명체는 남아있지 않았다. 잔혹함뿐인 욕망이 휩쓸고 간 잔허에 둘러싸여, 로키는 오롯이 홀로 로키였다. 화려한 금빛 문명이 꽃피웠던 아스가르드는 이제 황량한 터만 남아 역사 속으로 사그라졌다.


 자신의 손으로 수르트를 부활시켜 라그나로크를 일으킨 이후 겨우 궁을 빠져 나온 로키의 눈앞에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함선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아스가르드의 백성들과 그들의 새로운 왕을 태운 커다란 비행선은 이미 까만 우주 건너 어딘가로 사라진지 오래였다. 요툰헤임의 차가운 바닥에 버려지며 시작된 신의 인생은, 아스가르드의 죽음과 함께 버려지며 끝을 맞이했다. 주인을 잃은 땅은 쉬이 매말라 그 어떤 것도 베풀지 못했다. 라그나로크 이후, 몇 주가 흐를 동안 로키는 물 한 모금조차 입에 댈 수 없었다. 창백하던 로키의 피부는 이제 파리하게 질려있었고, 그의 몸에 딱 맞던 전투복은 어느새 한 품이 남아돌았다. 외롭게 마른 등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로키, 거기 앉아있으면 위험하다 하지 않았느냐."



 이미 우주 저 편으로 사라졌을 제 형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다정했다. 로키는 뒤를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영원한 어둠이 펼쳐진 발밑을 말가니 쳐다보았다.



"로키."



 낮은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로키를 호명했다. 휘발된 그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텅 빈 공간을 울렸다. 무덤 속 영면한 시간들이 때를 잊고 뛰어나와 한바탕 춤을 추고 사라진 거리는 처절하게 무너진 벼랑이 되었고, 수년 전 그 거리에서 떨어져 낙사한 로키는 살아 돌아왔다. 그리고 로키의 옆에는, 잘린 혀로 거짓된 꿈을 노래하는 그가 있었다. 이제는 습관이 된 한숨을 내뱉은 로키가 마른세수를 했다. 까끌해진 피부는 손가락 아래로 뭉개졌다.



“로키, 뒤를 돌아보아다오.”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하세요? 포스트를 구매하고 이어지는 내용을 감상해보세요.

  • 텍스트 3,306 공백 제외
1,00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