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성이다. 27살이고. 와우. 나이를 실제로 말하니까 무게가 다가오는구나. 이때까지 칠렐레 팔렐레 살아오다가 (거짓말이다. 나름 피똥 쌀 만큼 치열하게 살았다) 스물 일곱 여덟이 되는구나. 아무튼. 학력은 대졸, 인문계를 나왔다. 2년간 전공과 상관없는 시험을 준비하다가 걸려 넘어져서 무릎에 피가 난다. 자꾸 피 이야기를 하게 되네. 지금 내 정서에 피바람이 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중간에 질질 짜던 이야기를 생략한다면 나는 다가오는 하반기 공채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 되시겠다. 

 목표하고 있는 바는 마케팅 분야의 취직인데, 오늘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다가 무슨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마케터가 될지에 대한 생각을 못 해봤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 친구 왈, 네가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오므라이스랑 짬뽕이랑 냉면을 동시에 팔고 있으면 이 식당 애매하다 싶지 않겠어? 했는데 그렇게 내 영혼을 치는 비유는 오랫만이었다. 하지만 내가 무엇에 흥미가 있을지에 대해선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래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고 지금 내가 관심있는 분야를 써 보기로 했다. 맞다. 이건 노하우 공유 게시물이 아니라 어떻게든 돈을 벌어보기 위한 나의 여정이다. 


1. 게임 업계 

2. 명품/화장품 업계 (하지만....내가?)

3. 미디어 업계 

4. 영어를 쓸 수 있는 업계....후... 

5. 영화 업계 (하지만 여기는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한시 퇴근과 주말 출근의 기적을 일으켜 보이기 싫다)


정말 노답이네.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걸 다시 써 보자. 

1. 유튜브 보기 

2. 엣시 같은 쇼핑몰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거 좋아요 해 놓기 (그러고 음 난 참 exquisite 하군 하면서 좋아하기 ^^)

3. 트위터 눈팅

4. 책 보기 

5. 영화 보고 이상한 데서 눈물 흘리기 (드래곤 길들이기 보고 눈물 흘리는 사람) 

6. 새로운 악기 배우기 

7. 손을 써서 만들기 

8. 글 쓰기 (세계관 만들고 어쩌구)

9. 만화 보기. 아니 왜이렇게 문화를 소비하는 게 많지 

10. 허황된 꿈 꾸기 

11. 친구랑 만나서 만화방에서 닌텐도하면서 누워 있기 

12. 사진 찍기. 촬영하기. (편집은 잘 못함)

13. 영어로 다른 나라 사람들이랑 소통하기 

14. 다른 나라 말 배우기 

15. 감탄하고 기억하기 

16. 재밌는 거 있다 싶으면 열광하면서 추천하기 


위 단락에서 나의 막막함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언젠가 이 연작의 끝이 성공으로 끝나서, 다른 사람들도 내 케이스에서 희망을 얻을 수 있었으면. 아니 이게 무슨 말이람, 지금 내 코가 석 잔데 엄청 쿨한 척 하고 있네. 내가 뭘 할 수 있는지에 맞추어서 생각하다 보니 내가 취업을 꿈꿀 수 있는 반경이 좁아진다. 진짜로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좀 생각해 보자. 마케팅이 하고 싶기는 한 건가?

사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재미를 느끼고 관심이 많아서, 뭘 해야할지 더 헷갈리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영도 아저씨가 피를 마시는 새에서 그랬지, 모든것이 될 수 있는 건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무것도 아닌 채로 꽤 오랜 시간을 살아왔으니 이제 어떤 것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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