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의자

"압빠!"

"왜."

"반썽의짜! 가서 안자라!"

"...뭐?"

대뜸 반성의자에 가서 앉으라는 석민의 말에 석진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압빠 썩미니테!!! 아이코 저노모 썽질머리 하코! 나쁜 말 해찌!"

"..아닌데?"

"마꺼든?!"

석진이 작게 중얼거린 말을 용케 알아듣고는 그대로 읊조리며 얼른 반성의자에 가라고 성화였다. 이 집에서 함께 지낸지는 반 년. 석민이의 책상 의자에서 반성의자로 승격(?)이 된지는 이제 막 한 달이 되어가는 반성의자는 예상보다도 더 석민이 앉기 싫어했다. 아직 어려도 혼난다는 것을 안다는 듯 말이다. 석진이나 지민이 거의 억지로 앉힌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정도로 제 발로는 절대로 걸어가서 앉는 법이 없었다. 그런 반성의자를 제 입에 먼저 거론하는 것도 놀라운 데. 그 목적이 아빠의 나쁜 말버릇 수정이라니. 석진은 기가 막혀 코웃음이 터져 나왔다.

"야, 김석민."

"왭!"

석민을 나직하게 부른 석진은 도끼눈을 뜨고 저를 바라보는 아들 녀석에 고개를 가로 내저었다.

"너 장난감은 놀이방에서만 가지고 놀기로 했어, 안 했어? 놀이방이 왜 놀이방이야? 장난감 가지고 노는 곳이라서 놀이방이지?"

"압빠!"

"어. 왜."

"압빠능 압빠능!"

"어."

"왜애~ 소빠에 누워이써! 소빠는 안는 고신데. 압빠 맨날 누워이찌. 잠은! 잠은 압빠암마방에서 자는 곤데!"

"아빠가 언제 누워 있었어."

라고 말하며 석진은 소파에 늘어져 있던 몸을 일으켜 앉았다.

"촘전에 누워이쓰짜나!"

"야, 김석민."

"왝!"

"얌마. 아빠가 부르는데 예쁘게 좀 말해라."

이 자식 이거. 아빠가 부르기만 하면 아주 승질 내듯이 대꾸를 하네?

"압빠!"

"왜."

"압빠 압빠두!"

"아빠 뭐."

억울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두 주먹까지 야무지게 쥐고는 항의하는 투의 모습에 석진은 피식 피식 새어 나오는 코웃음을 그대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암마테랑 썩미니테 다르지!"

"뭐가 달라."

"디미나앙. 디미나앙."

"너 엄마 이름 그러게 부르지."

콧소리를 가미해서 디미나앙 하고 간드러지게 제 엄마 이름을 부르는 석민을 석진이 제지하고 나서려는데 석민의 눈빛이 희번득 바뀌며 석진을 노려봤다.

"엄마악! 부르 때!!! 압빠! 디미나아앙 디미나앙 하찌! 썩미니 부르때 야! 킴썩민! 하디!"

아빠부터 차별하지 않냐. 아빠도 차별하는데 나도 내 맘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다! 라는 뉘앙스의 말에 석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저 놈의 시키 성질머리 대체 누구 닮았냐, 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투닥이는 사이에 석민의 주먹이 석진의 뺨에 꽂혔다.

"너 이렇게 사람 때리는 건 안 된다 했어."

석민을 종아리 사이에 가둬두고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 석진에 석민의 입꼬리가 바닥을 향해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입꾹꾹이를 몇 번 하는 것 같더라니 바르르 떨리는 입술에 석민을 바라보는 석진의 표정이 조금 더 가라앉았다.

놔달라는 듯 몸부림을 치던 것도 이내 멈추고는 눈물방울을 톡톡 흘리기 시작한 아들에 석진은 얼른 반성의자에 가서 앉아, 김석민. 하고 단호히 말했다.

그렇게 석민이 반성의자에 앉아 10분간 벽을 바라보고, 김석민 일어나. 반성 좀 했어? 아빠 잘못했습니다. 때려서 죄송합니다, 해. 얼른 이라는 말에 억지로 데동함미다 라는 말을 내뱉고서야 풀려난 석민은 지민에게로 곧장 달려가 안겼다.

"압빠는 썩미니 안 사랑해."

"아빠가 석민이를 왜 안 사랑해~. 엄청 사랑하는데? 엄마가 아는데?"

"안냐. 압빠. 썩미니 안 사랑해. 아가가 아라."

부루퉁한 표정으로 아기가 안다는 말에 아이고오. 곡소리를 내며 지민은 석민을 꼬옥 끌어안았다. 아니야, 석민아. 아빠가 석민이 엄청 사랑해요. 아빠가 장난기가 좀 많아서 그래. 응? 아빠가 석민이 얼마나 좋아하는데. 응응? 거짓말 하지 말라는 석민의 반박에도 지민은 한참이나 석민을 끌어안고는 석진의 석민 사랑론을 펼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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