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  05










#.
"강선생!"
"유시진씨 퇴원 날짜 잡힌거 알죠?"
"들었습니다...싫은데...'
"윤명주 말로는 이제 행정직이라던데...그럼 좋은거 아닌가?"
"전 c4보다 a4가 무서운 사람이라..그리고 야근이 너무 많아서 별롭니다."
"야근이 많은건 나도 좀 별로네요. 그래도 많이 서운하겠어요."
"그렇기는 한데..새로운 팀장이라는 놈이 잘나서 괜찮습니다. 그리고, 야전만 안도는거지 여전히 특수전에 남는거기도 하구"
"아아...다행이네요. 어디 또 멀리 가면 어쩌나 했는데"
"이제 다시는 강선생 안 떠날겁니다. 약속할게요."
"믿어 말어?"
"진짭니다. 진짜."
"내가 또 이 말을 믿는다 믿어...."







-


"강선생 진료실이 이쯤일텐데....."
아침 회진 때 잠깐 얼굴을 보고는 다시 헤어진 두 사람.
오늘도 역시나. 시진은 가만있지 못하고 병실을 빠져나와 모연의 행방을 찾는데 여념이 없다. 한 번 왔었던 기억을 되살려 찾는데 긴가민가한 것이 찾아지질 않는다. 전화를 할까도 했지만 그랬다가 괜히 방해가 될까 휠체어에 앉아 목이 빠져라 모연의 이름을 찾는 시진이다.






"어! 강모연 남자친구?"
"아...안녕하세요."
누군가 자신을 부르자 누군가 싶어 쳐다보면 익숙한 사람. 모연이 좋아하지 않는 은지다.



"뭐야. 죽었다더니 진짜 또 살아서왔네?"
"하하..."
정말이지 모연이 왜 싫어하는 것인지 만날 때마다 느끼게 하는 그런 여자.





"얼굴만 잘생기면 뭐하냐고. 툭하면 죽고 다치고 강모연도 참 힘든 연애한다. 지가 그렇지 뭐"
"네? 말이 좀 심한 것 같습니다."
"틀린말 한거 없는데, 안 그래요?"
"그래도 무슨 말을...."
시진이 반박하려는 순간이었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모연이 다가와있었고, '야!! 김은지!'라며 꽥하니 소리를 지르자 시진과 은지 둘 모두 깜짝 놀라 모연을 쳐다본다.




"강선생?"
"아씨. 깜짝이야. 뭐!"
"너 뚫린 입이라고 말 그딴식으로 해라? 손만 후진게 아니라 입이며 머리며 뭐하나 제대로 된게 없어!!"
"뭐!? 야!! 강모연! 너 지금 말 다했어!!?"
"다했다 어쩔래!!"
"이씨!! 야!!!!"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가 서로의 머리를 붙잡으며 난투극 아닌 난투극을 벌이기 시작했다.
외과장실에서 서로에 대한 화를 이기지 못하고 싸웠을 때 그 때처럼. 그저 병원 어느 곳의 복도였지만, 먼저 놔라. 너가 잘못했다.라는 말을 내뱉으며 사정을 봐주지 않는 무서운 여자들이었다. 이 두 여자 사이에 끼어있는 것은 다름 아닌 시진.


휠체어에 앉아있는 신세에 일어나 말릴 수도 없고, 하지말라고, 말려보지만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어찌 할 줄 몰라 주위를 살피며 눈치를 보는 중 저 멀리 상현과 자애가보이자 반가움에 소리를 지리는 시진이다.




"어!! 송선생님!! 여기요!!"
시진의 우렁찬 소리에 상현과 자애가 바라보면 시진은 모연과 은지를 가리키며 SOS를 요청한다. 환자들도 지나다니는 복도에서 두 여의사가 머리끄댕이를 붙잡고 싸우는 모습이라니. 기겁하고 달려오는 상현과 자애다.




"야.! 너넨 이제 하다하다 병원 복도냐!? 빨리 안 떨어져!!!?"
그래도 선배의 말은 듣겠다는 것인지. 상현을 선배로는 생각하는 은지였다. 상현의 외침에 씩씩 거리면서도 손을 놓고 떨어지는 모연과 은지였지만, 여전히 서로를 째리고있었다. 둘이 떨어지고나서야 시진이 모연의 옆으로 다가가 괜찮냐며 토닥이고, 자애 또한 모연에게 붙어 괜찮냐고 물어온다. 은지는 자신의 편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또 도시 울컥 화가 치미는 것인지 자신의 분을 참지 못하고 등을 돌려 멀어진다.
그 모습에 이겼다는 듯 승리의 미소를 지어보이는 모연.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머리는 산발에 옷 매무새는 헝클어져 엉망인 모습으로 승리의 미소를 짓고있는 모습을 보자니 절로 웃음이 나오는 시진이었다.




"아잇. 뭐 잘했다고 웃어요 웃길?"
"예? 아니..내가 뭐 어쨋다고 그럽니까아"
"김은지 쟤도 여자라고 가만히있었던 거에요? 아니 그런 소리를 들으면 여자고 뭐가 말을 막 하던가 어? 한대 쥐어박던가. 그것도 안되겠으면 그냥 무시하던가! 그냥 앉아서 멍하니 듣고있어요 듣고이길!?"
"하려고했는데 강선생이 먼저 선수친 거지말입니다"
"흥. 그냥 가만히 병실에나 들어 앉아있을것이지 왜 나와서 날 이꼴로 만드냐구요오. 어?"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겁니까...? 난 그냥...강선생이 너무 보고 싶어서...그래서.."
"야야. 너네 지금 뭐하니? 싸움은 내가 말렸는데 뭐 느끼는거 없어? 응? 그래?"
"아. 선배. 아니 김은지 저년이..아후.."
"됐다. 간다. 싸우려거든 복도에서 말고 저기 진료실로 가던가. 아님 저 위 병실로 가던가"
"괜히 말렸어 아주. 자애야 가자 가."


상현과 자애가 자리를 떠나고나서야 주변을 둘러보면 많지는 않지만 몇몇의 환자, 손님들이 자신들을 바라보고있음을 느낀 모연과 시진이다. 그제서야 창피함을 느끼는 것인지 모연은 시진을 뒤로 하고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며 자신의 진료실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시진은 그런 모연의 뒤를 슬금슬금 쫓는다.











#.
"그거 압니까?"
"뭐요?"
"나 강선생 진료실 처음이지말입니다."
"진짜? 그런가? 왜지?"
"되게 신기합니다."
모연이 진료실로 들어선 시진은 신기함에 두리번 두리번거리기 바빴고, 그 옆에서 모연은 거울을 보며 처참했던 싸움의 흔적을 없애기 바빴다.



쭈욱 둘러보고 책상 위. 위에 놓인 익숙한 양초에 손을 뻗어 집어 올린다. 시진이 작전을 나가기 전 모연에게 선물했던 양초다. 오기 전까지 생각나면 태우라며 선물했던 그것. 선물한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 다 타지 않은듯 한 초. 태우자니 시진이 더욱이 생각 날 테였고, 버리자니 시진이 계속 눈에 밟혔을 모연이었다.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더욱이 모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는 시진은 잘하고 또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들고있던 초를 내려놓고 옆을 보면 작은 액자에 담긴 사진 한 장. 그 예전 겨울의 어느 날. 사진은 엑스레이 사진 뿐이라며 사진을 찍어대던 난파선의 그 날. 그 때 찍은듯 보이는 시진의 사진이 끼워져있다. 흰색 셔츠에 세운다고 세운 머리. 나름 취한다고 취했던 포즈까지.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 시진은 모연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줄도 모르고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아,"
"뭘 그렇게 봐요? 그래봤자 자기 사진인데?"
"잘생겨서 봤습니다. 질투합니까 지금?"
"해서 뭐해요. 저 남자나 이 남자나 어차피 내껀데"
"흐흫. 근데 계속 그런 눈으로 쳐다 볼 겁니까?"
"눈? 아, 눈을 못 떼겠는 눈이요?"
"아닌데?."
"그럼요?"
"키스하고 싶은 눈. 그래서 말인데..."
"해도돼요. 허락 할게요."




시진이 무슨 생각을하는지 읽는 것은 모연에게있어 쉬운 일이었다.















#.
모연의 일터는 언제나 시끄러웠고, 그 시끄러움의 원인은 가지각색이었다. 기상천외한 것들이 부지기수라는 것.







그리고, 이것들 사이에는 예상치 못한 만남 또한 존재했다.



"어!! 강선생님! 응급환자요!"
시진과 진료실에서 내려오던 모연이었다. 급하게 들어오는 환자에 베드를 끌던 민지가 모연을 발견하고는 부른다. 척 봐도 바빠 보이는 상황에 모연이 바로 뛰어가자 얼떨결에 혼자 남은 시진은 잠깐 당황하지만 병원으로의 첫 예약진료 때가 생각난 시진은 기분 좋게 모연의 뒤를 쫓았다. 비록 그 때처럼 베드를 잡고 같이 뛰어주지는 못했지만, 그 때와 다름 없이 제 눈에 들어온 모연은 한결같았으니 상관 없는 일이었다.





너무 가까이있으면 걸리적 거려 방해가 될까 싶어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는 시진이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이 깨끗하던 모연의 가운은 그새 군데군데 피로 얼룩져있었다. 그리고 베드에 누워있는 사람.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은 기분에 얼굴을 쭈욱 빼고 바라보면 '어..'우르크에서의 그 사람. 진소장. 진영수다.






"뭐에요. 이 환자? 그 때 그 사람 맞죠. 다이아몬드"
"네."
"근데 죄수복 입고있는데 어쩌다 사고난거래요? 설마 탈옥?"
"선배 너무 블록버스터다...! 그게 아니고 교도소 옮기는데 추돌사고 난거래요. 그래서 저기 교도관도 같이 왔잖아요."
"아아..그치? 근데 뭐 다이아몬드도 훔치는데 탈옥이라고 못 하겠어? 아니지. 혹시 그 사고 일부러 낸거 아닐까?"
"선배!!"
"아, 깜짝이야. 그냥 그렇다는거지 난."
"저기 유소령님 기다리시네요. 안 가보세요?"
"진영수 환자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콜하고, 그럼 난 간다-"
"네~데이트 잘 하세요!! 병원 넓은거 아시죠!!?"
치훈의 말에 무슨 소리인가 싶은 것도 잠깐. 조금전 진료실에서의 일이 떠오른 모연은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끼며 괜스레 혼자 뜨끔해 얼굴을 가리고는 종종종 응급실을 빠르게 벗어난다.
시진을 지나치는 것도 모른체 말이다.





"어, 어!! 강선생 같이 갑시다! 왜 그러는데!!"












#.
시진의 퇴원이 하루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모연의 마지막 회진도 한 번 밖에 남지 않았다.


시진의 퇴원을 맞춰 휴가를 낸 모연이었다.


어디로 놀러가야잘 놀러가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는 것도 잠깐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야 같이 생각하는 것이 낫겠다 싶은 모연이 연구실을 벗어나 시진이있을 병실로 올라간다.





'똑똑-' 예의상의 노크와 함께 병실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보면 노크소리는 듣지 못한 것 처럼 무엇인가에 푹 빠져있는 시진의 모습에 보인다. 뭘하느라 저리 진지한 얼굴을 하고있나 싶어보면 웬 서류뭉치를 들고 읽고있다. 여직 사귀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은 시진의 책 읽는 모습에 모연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한 장 찍어본다.







'찰칵-'하는 소리가 꽤 컸을까. 시진이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면 빙긋이 웃고있는 모연이 보인다. 그제서야 모연의 방문을 알아챈 시진이 읽고있던 서류를 덮어 옆에 두고는 모연을 향해 손짓한다.


"이리와요."
"뭐하는데 내가 들어오는 줄도 몰라요?"
"그냥 공부 좀 하고있었습니다."
"공부? 유시진씨도 공부해요?"
"어어-? 이거 반응 뭐지?"
"그렇잖아요. 나 유시진씨 공부하는거 완전 처음 보는데? 설마 야한거 그런건 아니죠?"
"그런거 봐서 뭐합니까아. 진짜 야한 사람이 여기있는데"
"그죠? 그럼 뭔데요?"
얼굴을 쭈욱 내밀어 시진의 옆에 놓인 서류뭉치를 보면 뒤집어 놓아 보이는 것이라곤 하얀색 종이 뿐이다.



"복귀하기 전에 공부하는 겁니다. 근데 무슨 일입니까?"
"아! 유시진씨 내일 우리 어디로 놀러갈래요?"
"휴가냈습니까?"
"당연하죠. 퇴원은 해도 여전히 발은 불편하니까 걷고 뛰고 그러면 안될건데..."
"그쵸...그냥 강선생 집에가서 뒹굴고 그러면 안되나?"
"오! 좋은생각!"
"진짜!? 허락해주는 겁니까!"
"유시진씨 집에가요! 이제 집에 들어가야 할거 아니에요. 그러고보니 유시진씨 집에는 한 번을 못 가봤네요. 거기가요"
"그...우리집이요? 나 집 없지 말입니다...관사는 이미 다른 사람한테 넘어갔는데..."
"뭐야 이 사람. 모르는거야 모르는 척 하는거야? 아님 내가 모를 줄 안 건가?"
"뭘...말입니까."
"부대 복귀하면서 관사 다시 배정 받은거 알거든요!?"
"...으음....어떻게 알았습니까?"
"저번에 알파팀 왔을 때. 묻지도 않았는데 술술 말해주던데? '우리 팀장님 관사 새로 받으셔서 집들이 가기로했습니다. 그 때 강선생님도 오시지 말입니까.'라고 초대도 해주던데요?"
"하, 참! 누가 그럽니까? 아니 왜 남의 여자한테 그런 말을...그렇게 말한 사람 누굽니까. 에?"
"말하면, 뭐 달라지나?"





모연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낼 방법은 많고 많았기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그 사람이 누구인지 빨리 확인을 하고 싶은 것일뿐. 모연 또한 그 사실을 알지만서도 궁금하다며 자신에게 꼬치꼬치 물어오는 시진의 모습이 좋아 꾸욱 입을 다물 뿐이다.










우주인 : 끄적끄적 내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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