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이시 케이지 생일 축하해!

* 하이큐 2차 연성 : 보쿠토 코타로 X 아카아시 케이지


 1월 14일, 우편으로 작은 다이어리가 배송되어 왔다. 깔끔한 군청색의 하드케이스가 마음에 들어 종종 기록하기로 했다. 근데 왜 볼펜은 캐릭터 볼펜인 거야.


 2월 14일, 락커 한 가득 투박한 모양의 초콜릿이 쌓여있었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꽤 맛있어서 놀랐어. 엉성하게 놓인 빨간 상자 속에는 라이터가 들어있었는데, 아무리 내가 일반적인 고등학생처럼 생기지 않았다고는 해도 비행청소년은 아니라고. 배구에 지장 있고. 조금 울컥했다.


 3월 14일, 신발장을 열자 단 내가 코끝으로 달겨들었다. 사탕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슬쩍 하나를 집어 혀 위로 천천히 굴리자 아, 역시 달다. 주황 쇼핑백을 열자 부엉이 모양의 열쇠고리가 반짝였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열쇠를 쓴다는 건지. 대충 가방에 달아두었다.


 4월 14일, 책상 서랍에 짜장라면 봉지가 들어있었다. 설마 먹으라고 가져다 둔 거야?


 5월 14일, 182cm의 건장한 운동권 남학생에게 장미 꽃다발이라니. 처음으로 선물의 발신인이 궁금해졌다. 아들의 손에 들린 꽃다발을 보고 놀란 어머니께 차마 선물 받았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어머니 생각이 나 사왔다고 거짓말 해버렸다.


 6월 14일, 투박한 카드에는 노란 목걸이가 붙어있었다. 아니, 나 목걸이 같은 거 안 하니까.


 7월 14일, 덥다. 초록으로 물든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한여름에 장갑이라니 보통 그런 생각 하는 거냐고. 은빛 자수가 수놓인, 나뭇잎의 색과 꼭 닮은 장갑을 떠올리니 기가 차 조금 웃어버렸다.


 8월 14일, 지금까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았다. 플레이어에 CD를 집어넣고 가만히 눈을 감자 잔잔한 음악 소리가 귀를 감쌌다. 하늘색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기분이 좋아졌으니 모자 정도는 써줘도 될 것 같다.


 9월 14일, 파란 봉투 속 사진들은 제법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전신주 위의 참새 무리부터 식당가의 낡은 우체통까지. 익숙한 장면들을 사진으로 보니 퍽 신선해서 앨범 한 켠을 내주었다. 처음부터 제 것이었던 것 마냥 감겨오는 시계도 싫지는 않았다.


 10월 14일, 오늘은 와인병 모양의 향수다. 뭐, 요즘은 남자애들도 많이 뿌리고 다니니까. 상쾌한 녹차향이 마음에 들었다.


 11월 14일, 쏟아지는 과자 더미에 머리를 맞았다. 빼빼로 데이는 이미 지났다고! 난장판이 된 사물함을 수습하느라 쉬는 시간을 통째로 날렸다. 귀가 후 뜯어 본 남색의 포장지 밑에는 제멋대로 구겨진 잠옷이 들어있어서 어쩐지 한숨이 났다.


 12월 5일, 정체 모를 발신인은 선물 장난을 그만두기로 한 것 같다.


 아카아시는 제 왼손, 그러니까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밋밋한 은제 링 한 가운데에 박힌 보라색 큐빅이 빛을 따라 색을 바꿨다. 생일 축하한다, 아카아시! 똑같은 반지를 나눠 낀 연상의 연인은 씩 웃으며 하루의 첫 번째 축하를 건넸다. 조심스레 맞닿은 입술과 겹쳐진 손의 온기가 부끄러운 열여덟의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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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 다이어리 데이

2월 : 발렌타인 데이 (라이터/당신은 나의 첫사랑입니다)

3월 : 화이트 데이 (열쇠고리/당신께 행운이 가득하길)

4월 : 블랙 데이

5월 : 로즈 데이

6월 : 키스 데이 (목걸이/내 마음의 반을 당신께 드립니다)

7월 : 실버 데이 (장갑/좀 더 제게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8월 : 뮤직 데이 (모자/나를 감싸주세요)

9월 : 포토 데이 (시계/우리의 만남을 소중히 생각해주세요)

10월 : 와인 데이 (향수/나를 잊지 마세요)

11월 : 빼빼로 데이 (잠옷/당신의 사랑을 느끼고 싶어요)

12월 : 아카아시 케이지의 생일, 반지의 의미는 '청혼'


이상으로 장장 11개월에 걸친 보쿠토의 절절한 사랑 고백 되겠슴니다

하 안 늦었다 아카아시 생일 축하해!

에반게리온 / 겁쟁이 페달 / 하이큐 - 카오신 - 토도마키 신아라 - 이와오이 히나우시 츠키야치 * 구독 위주 * 가끔 연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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