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불능 천지를 흔드는 감각을 경험하고 난.. 내가 고장났음을 인정해야했다.

몇달전부터 읽고 싶었던 데이비드 이글먼의 더 브레인을 미국인 친구에게 부탁해 원서로 이제 막 도착해

이제 막 첫줄을 읽기 시작하려는데 도통 집중이 되질 않는다.

아무래도 한국어가 영어보다는 서툴고 작가가 미국사람인만큼 오역등의 실수등 크나큰 실수가 있을수도 있고..

설렁 큰 실수가 없다해도..아무래도 국가간의 언어적 미묘한 늬앙스등은 차이가 난다.

특히 전문적인 용어에서는 더더욱..

그래서 신간책이 나오면 최대한 그나라 언어로 읽으려 노력한다.

그래서 일부러 읽고 싶어도 참고.. 원서로 친구가 보내줄때까지 기다렸다가 셀레는 마음으로 첫 앞장을 폈구만..한글자도..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머리속을 털어버리듯 한손으로 가볍게 머리를 툭툭 친다.

뇌의 이랑들과 고랑들의 전반적인 모양은 개인차가 없다... 다시 집중해 보지만

생각의 고리는 꾸준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곧 삼천포로 빠지며 방금 뭘 읽었는지 다 까먹고 만다.


책장위에도 책상위에도 심지어 일이 안풀려 짜증난다는 듯이 머리를 북북 긁으며

올려다 본 천장위에도 꾸준히 떠오르는 이미지.. 하얀 얼굴..

복도에서 울려퍼졌던.. 그녀석의 숨이 끊어질듯.. 깔깔대는 웃음소리..

코를 찡끗댔던 그 순간..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하하..살풋 감기는 결좋은 길고 긴 속눈썹 사이로..

쉽게 사르르 접히는 큰 눈.. 중학생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말간 얼굴..

그 사이로 남들보다 지나치게 빨간 입술.. 건조한지..윗 입술선을 따라 햝는 그의 젖은 분홍빛 혀끝..

다시 눈이 마주치자 젖은듯이 반짝이는 커다란 푸른 눈동자

아아.. 머리를 헝크리며 아무리 털어내려해도 내 의지를 무색하게 그녀석의 얼굴이 자꾸 떠오르고 만다.


내 시야의 그가 어느새 기억을 타고 넘어와 가지각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단정한 목에 하얕게 서있던 솜털까지 통으로 순식간에 다 캡쳐해버리고만 난 인정해야했다.

난 고장났다고....


내 마음을 지배하는 감정이 내가 의도한 것이 전혀 아니게 되었을때..난 처음으로 이성적인 사고를 포기하게 되었다.

어제까지 절대적이였던 우주가 갑자기 그렇게 재미가 없어진 것이다.

왜냐하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가 어쩔지 못할 정도로.. 그가 너무나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그의 얼굴을 보며 매해 감탄을 한다.. 내가.. 저런 형태의 눈을 좋아했구나..

코끝이 높아 조금 갈라진.. 저런 콧망울를 좋아했구나... 저런 모양의 입술선을 좋아했구나.. 심지어 저런 말투를 좋아했구나..하고 보통의 경우는 반대인데.. 나는 먼저 좋아하고.. 그 이유를 나중에 발견하고 만다..

그래서 그 이유는 수십 수백가지가 된다.

이전에 책속에서 발견한 지적 탐구보다도 그의 말할때 입을 모아 살짝살짝 내미는 버릇 발견하는게

오만배 더 짜릿하고 흥분됐다.

여전히..그녀석으로 인해 인생 처음으로 경험하는게 많았다.

그 대부분 연애에 관한 감정이라서 급격한 변화라서 괴로울 정도로 힘든 경험이였지만

그만큼 희열에 가득찼다. 그를 생각하면 심장이 아플 정도로 간지러웠다.


백미터 전력질주 하듯..나의 심장에 더운 피를 뿜어줄 수 있는건 오직 그뿐이였다.

웃거나 무표정이거나 두가지 표정밖에 없던 나에게 처음으로 다른 미묘한 표정이라는것이 생겼다.

위험한 감정이지만 조절할 수 없다면 벗어날 수 없다면 차라리 그를 내것으로 만들어 버리자 결심했다.

내가 이렇게 뭔갈 간절히 원하던 것이 있었는가?

미국에서 20년 조금 안되는 세월동안에도 인생에서 전혀 경함하지 못한 강렬한 자극을 한국에서 극적으로

딱 한번 만났는데 나에게 또 만나리라는 보장이 없다. 아니 확률자체가 극도로 낮다.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다.

이녀석이 아니면 안되겠지라는 마음은 금세 이녀석이 아니면 절대 안돼..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나는 다행히 신중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참을성도 꽤 있는 편이였다.

조절할 수 없는 감정이라도 그 감정으로 인한 섵부른 행동으로 일을 망치진 않겠다..


막말로... 첫눈에 반했어도 아니고.. 첫눈에 발기했어...할 수는 없지 않는가..?

그럼 그는 그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양손바닥을 뺨에 된채..

까악~ 미친 변태가 나타났다 상변태가 나타났다.. 비명을 지르듯 외치며 뒤도 안돌아보며 나에게서 도망칠것이 아닌가?

신경이 그에게로 온통 자글자글 끊는 느낌이지만 나는 온전히 그가 내손으로 완전히 떨어질때까지 인내하고 인내할 것이다.

치밀하게 온전한 그를 가질 것이다. 절대 나에게 도망치지 못하게 서서히 다가가 그를 내품으로 단단히 옭가맬것이다.


우선 그의 성향을 알기 위해 학교 교내 도서관 컴퓨터를 간단히 해킹했다.

그는 꽤 많은 책을 읽었는데 그중 많은 비중이 동성애 관련 책이었다.

그의 책 목록을 봤을때 최소한 호모포비아는 아니였다..


그리고 경미.. 그의 배냇동무 물론 남녀사이에 친구는 존재한다..

하지만 20년을 그리 아무런 탁한 감정 하나 없이 마치 샴 쌍동이처럼 지내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성적낙차로 인한 미묘한 감정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둘은.. 정말 그런 방면으로는 전혀 1프로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그가.. 남자를 좋아하는 쪽이라고..어느정도 확신이 들었다.


"피이땅~ 선배 우리가 무슨 운명이야.. 이건 악연이지..

난 형처럼 현란한 남자 안 좋아해~~"


어여 여기 하는 경수형의 부름에 난 단골 술집 이미 그 패거리가 점령한 테이블에 자연스럽게 앉는다..

익숙한 고음의 앙증맞은 목소리 보니 문창과 술독 삼인방중.. 하나의 그가 가까운 다른 테이블에 다른 남자와 둘이 앉아있다.

간간이 그 독특한 고음으로 아이고오.. 하면서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며 곡소리를 낸다...

순간.. 차분한 눈썹이 가늘게 뒤틀렸다.

뭐야.. 하면서 고개짓을 그쪽으로 까딱하며 경미선배를 보니..

날 향해 요상한 웃음을 짓는다..


"알지.. 신방과.. 사이먼?"


일순간 얼굴을 구기며 대답했다..


"그 노츨증 있는 무지개 변태?"


그 선배가 입학식때..형광 무지개색깔로 머리를 물들여 그것만으로도 튀었는데..

뭐 그것쯤은 워낙 프랑스 입시가 고되고 강압적이니 그에 대한 반발로 반항을 표현하는거니 했다..

한데... 문제는 학부 건물안에 들어서자 시작했다... 건물안에 들어서자마자..입고온 패딩점퍼를.. 프리덤이라고 큰소리로 외치며 벗어던졌는데...그 안은 나체였던것이다..

빨주노초파남보..바디 페인팅만 현란하게 한 나체를 하고 속옷도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마치 독립투사라도 된냥..

프리덤..외치면서 학부내를 돌아다녔다는 것이다..

해마다 높은 입시 문턱으로 정신이 헷가닥 하는 똘아이 한명쯤은 나타나곤 하는데 그해 똘아이니..당연 저 선배였다.

색깔에 한이 맺혔는지 주단위로 색깔을 바꿔가며 입곤 했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가지 색이였다..

예를들면 일주일간 빨간색 머리에 빨간색 속옷에 빨간색 바지에 양말까지 싹 다 맞춰서 온통 시뻘겋게 하고 다니는것이다.

게다가 노츨증도 심해서 T팬티 입고 엉덩이가 훤히 보이는 시스루 반바지를 입고 다니기도 했다.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머리가 돌았다고 소문났던데.. 내가 보기엔 미쳤다기보다는 그냥 튀고 싶어하는 싸이코 같았다.


"루카 저녀석 살짝 변태를 끌어들이는 체질이잖아.. 변태한테 고백받은게 한두번이 아냐 ㅋㅋㅋ

우리 고딩때 저 녀석 바바리맨한테 장미꽃 받은건 우리 학교 전설로 남아있을만큼 유명하지..

희한할 정도로 저녀석한테 변태가 꼬여?"


"선밴 왜 그 얘기를 나만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하는데..?"


"그러는 넌 지금 왜 날 노려보는데...?"


뭔가를 안다는듯..실실 능글맞게 웃으며 대꾸하는 폼이.. 저 여자 보통이 아니다..


"야.. 둘이 웬..쓸데없는 신경전이야? 야 그러지 말고.. 경미야 그래서

그때 루카 저녀석이 그때.. 뭐라했는데?"


"저 녀석... 아이고~ 아저씨 이거 살 돈으로 빤스나 사입으세요.. 그랬지.."


경미 선배가 그의 흉내를 똑같이 내며 말하는 바람에 셋이 피식거리며 웃고 있는데..

뒤쪽에서.. 그 말투 똑같이 아이고오.. 전생에 우리가 무슨 이루지 못한 사랑이였다고....?

현생이나 신경써요 현생에선 우린 옷깃도 스치면 안되는 악연이라니깐.....이라는 이제는 푸념섞인 소리가 들린다.

경미선배 말로는 자기과 대자보마다 이상한 낙서가 씌여 있었다고 한다.

루카스 뢀멍과 사이먼 코웰는 그렇고 그런 사이다.

어제 사랑의 숲길에서 찐하게 키스하던데 루카와 사이먼 같았다.

이런식의 낙서말이다.. 교묘하게 걸리지 않게 과홈 게시판에다 이런데다 남기는게 아니라

대자보에 저런식으로 낙서처럼 쓰나보다..

그가 대자보에 지우다 지우다.. 참지 못하고 저리 대면을 하는것이다.

누군가의 언쟁시 가장 곤란한 사람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어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떼/쓰/는 사람이다.

그래도 그는 나 좋다는 사람 그래도 좋게 말하자..시작했다하지만 아까부터

머리를 손으로 짚으며 속 터지는듯 아이고 두야 아이고 혈압!! 나 혈압!! 만을 연발한다...


"저 변태새끼 저래뵈도 그런 방면으로는 눈치가 귀신이거든..

내가 가봤자 아니란거 금방 눈치채고 이도 안 먹힐거고..

아마 니가 가면 먹힐꺼다.."


능글맞게 실실 웃는 선배를 조금 노려보다가..그의 아이고 소리에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

뒷목을 짚고 넘어갈듯 아이고 나 진짜 혈압올라..하는 그 옆자리에 덜썩 앉았다.

그의 허리를 당겨 최대한 바싹 붙어 앉고는 허리에서 그 손을 풀어..그의 어깨를 꽉 끌어 앉았다.

훈훈한 녀석의 체온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어리둥절해 얼굴을 내쪽으로 돌려 그의 뽀얀 얼굴이 코끝에 닿을락 말락..생긋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야 달링"


달링..나는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힘든데 얘는 이게 무슨 개소리여하던..그의 썩은 표정에서

나의 한쪽눈이 찡끗하는 순간 눈이 번쩍 크게 뜨이면서 꽤 구성진 음성으로

그렇취..그렇취 달링달링 맞네 달링을 한다.

그러더니 그가 진지하게 목소리를 깔아 시몬(정액)아니 사이먼에게 말한다..


"우리 사실 사겨 사귄지 좀 오래됐어.."


사이먼는 스토커짓도 좀 했나 널 지켜볼때 그런 낌새 전혀 없었다고..그런 거짓쇼 하지 말라고

도리어 우리가 하는짓이 가소롭다는듯이 비아냥거렸다.

경미선배말대로 돌은놈이긴 한데 꽤 치밀하고 만만치는 않은 놈인거 같다.

어깨에서 손을 내려 아예.그의 맞은편 옆구리까지 손을 집어넣어..그를 감싸잡았다.

우리 진짜 사귀는데!!! 그를 향해 픽 한번 비웃으며 입과는 달리 웃지 않는 차가운 눈으로 사이먼을 노려봤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세운채 녀석의 뒷목을 감싸쥐고 장난스럽게 마주보며 웃어줬다.

마치 뽀뽀라도 하는듯 서로 입모양을 쪽! 거렸다.

선배 사실.. 우린 이미 갈때까지 간 사이야... 그가 진지하게 목소리를 깔고 사이먼에게 말했다.

사이먼은 순진한척 하더니..루카 니가 이럴 줄 몰랐다 나에게 다신 연락하지마..애꿋은 의자만 박차고 나가버렸다.

연락은 무슨.. 핸폰번호도도 모르는구만..황당해하는 그의 읍쪼림에 나도 모르게 큭.. 웃음이 나왔던거 같다.

아이고 이쁜놈.. 그는 두손으로 날 감싸고 나의 얼굴을 잔뜩 뭉개더니.. 내 볼에 쪽 소리가 날 정도로 꽤 진하게 입을 맞춰주곤 본래 문창과 일행이 있던 테이블로 가버렸다..

나도 일어서야 했지만.. 한동안..그러지 못했다... 선배의 기습뽀뽀에 방심하다가 또 섰다..

변태가 꼬이는 체질이라고 했던가... 귀에서 순간 변태맞네 변태 낄낄거리며 조롱하는 경미선배의 목소리가 순간 들리는듯했다.


루카는 이제 막 웨이터가 가져다 준 치즈를 한조각을 손까지 이쁘게 받쳐서 내 입에 넣어주었다.

껄떡대는 놈 물리쳐 줬다고 오늘따라 서비스가 좋다.

어머니는 가족 식사는 프랑스식으로 고집하셨지만 그래도 재료부터 다른 미국에서 먹던 프랑스식과 프랑스에서의 프랑스식은 다르다.. 나에게 훨씬 느끼한 맛이였다. 그래서 프랑스식을 좋아함에 불구하고 본토에서 먹는 프랑스식은 좀 부담스러웠다.. 특히 꼬리꼬리한 냄새를 피우는 치즈 요리는 더더욱..

하지만.. 내 입에 넣어준 치즈 한조각은 그야말로 꿀맛이였다.. 사랑을 하니 입맛도 고장났나..

아무래도 그의 손에 닿는건 모든게 달콤한 걸로 변하는것 같다.

이러는 나도 내가 어처구니 없어서 녀석에게 치즈 한조각을 더 받아먹으면서 씩 웃었던거 같다.


술집에서 키스를 나눈후 사귀고 난 뒤 오히려 성급하게 다가 온건 그였다..

난 당장이고 덮치고 싶을걸 참느냐 내숭떤거고.. 그도 처음으로 연인이 생긴지라

약간은 무모하면서 충동적이였는데 근데..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하는 행동들은 너무나 신선하고 사랑스러운 것들이었다.

사귀고 난 다음날.. 경대에 경미선배는 그를 달고 왔는데 정말.. 그가 경미선배를 달고 온게

아니라 경미 선배가 그를 달고 온것이다.


"야.. 너 이 녀석하고 사귀기로 했다며 너 제법이다.." 라며 너스레를 떨며 발칙한 손으로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경미선배옆에서 그는 내 얼굴도 쭈삣쭈삣 쳐다보며 내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다가 계속 자기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놀란듯.. 눈이 땡글해지다가..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나를 보며 생긋 웃는다.

순간 심장이 찌르르 울린다.

야.. 경대 커피가 그리 맛있다며 커피 좀 뽑아와 바라..하는 경미선배의 말에 픽 웃으며 커피를 뽑아주고 얘기를 나누는데... 원래도 낯가림이 있던 그였는데.. 수줍음을 많이 타나 그리고 이런 연애감정이 많이 낯선지

뭔가 간질간질하고 좋긴 한데.. 얼굴보기도 쑥수럽고 뭔말하기도 모르겠는 어색함..둘사이에 감돈다

그러니 대화내내 그는 얼굴을 푹 숙이고 있었다.

나 또한.. 모두 처음 겪는 감정들.... 그를 홀깃 바라볼 뿐 ... 대화는 주로 경미선배와 나누고 있었다.

그가..잔뜩 붉어진 얼굴로 슬쩍 내 손 하나를 잡더니 쪼물대기 시작했다.

두눈으로 뚫어지게 내 손을 보며 두손사이로 넣고 윗손으로 살살 쓰다듦기도 하고..

깍지 끼더니 손가락 마디를 자신의 손가락에 힘을 주어 주물러주기도 한다.

엄지 손가락 밑 볼퉁하게 올라온 살을 자신의 엄지손가락으로 꼭꼭 눌러 주물러주기도 한다..

보다 못한 경미선배가 야.. 너 뭐해.. 하니..

볼이 발그레 붉히고..조금은 달뜬 얼굴을 들고 헤 웃으며 말한다..


"니 손 되게 곱다"


그 모습이......충격적인 정도로.........................................................................

...................................................................................

..............................................................................

..............................................................................

.........................................................귀여웠다.


순간 "아오 이 주책아" 하면서 그의 등짝을 경미선배가 때린다. 앗 따거 앗 따거 그러면서 그가 왜 때려 하자..

"애 충격 먹은거 안 보여? 입 벌리고 저 넋빠진거 봐라

내가 입을 벌리고 있었나..무안함에 얼른 입을 닫았다..

"야 니가 이해해라... 이 녀석 아무래도 연애감정들이 처음이라 서툴러서..너만 보면 막 만지고 싶고

쪼물딱 대고 싶고 그런가 보다.."


그런거 아냐.. 하며 그가 빽 소리질렀다... 다시 한번 홀깃..나를 보더니..

손으로 머리를 짚고 어휴..한숨 한번 내쉬더니..

야.. 나 많이 추했나? 응 좀 많이...이런 대화들이 들린다.

야.. 나 순간..애기동자무당한테 방금 엄청 추잡한 50대 아저씨 혼이 빙의 한줄 알았다..

하는 경미선배의 말에 으아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이젠 잔뜩 얼굴에 열이 올라 괴로워한다.

너무 웃겨서 눈물이 다 났다. 

한손으로 다시 그의 손에 다가가 나보다 좀더 작고 꽤 잘생긴 손에 깍지를 끼었다.

나의 행동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살살 감기는 눈으로 손가락을 감아온다.

깍지 낀 손으로 손바닥을 마주치자.. 이 별것도 아닌 동작으로 가슴이 들썩인다..

내가 원했던 사람이 날 원할때 서로가 서로를 원한다는건 이런게 아닐까 싶다.

20년동안 하찮은 감정이라 무시했던 감정들로 인해 어릴때조차 유치하다 치부했던 감정들로 인해..

나는 충만해진 행복감에 목을 갸르릉 울렸다.

사귄지 하루만에 그 없는 내 인생은 이젠 상상 할 수조차 없다.

깨닫은 후 매일 매일 사랑의 힘은 새삼..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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