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침한 줄은 알았지만, 와. 별 짓 다하고 다니는구나, 오빠."

"폰 내놔."

"전 애인이야? 구구절절하네."

"이리 내."

"형 한번만 다시 생각해봐주세요. 저 다신 거슬리게 안할게요. 밥 같이 안 먹어도 돼요? 헐. 전정국 제대로 깠어. 읽는데 눈물 나."


전민영이 경멸어린 눈빛으로 폰 화면을 읽으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언발런스하고도 기괴한 표정 변화에 절로 기분이 곤두박질 쳤다. 전민영은 세상에 있는 모든 불쾌한 덩어리들을 모아다 빚어놓은 형상이자, 괴물이었다.


"두 번 말 안 해. 내놔"

"오빠 설마 남자랑 그런 짓도 하고 막 그러는 거야?"

"…."

"대박. 에이즈 걸리려고 작정했구나."


1990년대로 돌아간 듯한 전민영의 머리통을 해부해보고 싶었다. 물론 설명하고 싶지도, 그럴 가치도 없었다. 여전히 내 폰을 든 채 비웃음을 띈 전민영을 향해 한 발 다가섰다.


"콘돔은 끼고 해? 에이즈 그거 막 수건 같이 써도 옮기는 거 아냐?"


전민영은 이렇게까지 몰상식하거나 멍청한 편이 아니었다. 그냥 날 열 받게 하려는 목적이 분명한 뻘소리에 불과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왜 이 악마 같은 동생 앞에서 매번 참아낼 수밖에 없는지, 사실 전민영의 말대로 나는 진짜가 아니라서 그런지도 몰랐다.


"마지막으로 말할게. 내놔."

"싫어. 증거 남겨야지. 다 말할 거야."

"누구한테."

"엄마 아빠한테."


머릿속을 팽팽히 지탱하던 얕은 실이 툭 하고 끊겼다. 더 이상 참한 병신노릇을 해 줄 여력이 없었다. 폭발할 것 같은 가슴과는 반대로 차가운 이성이 머리를 잠식했다.


"민영아."

"응?"


전민영이 실실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캡쳐 화면을 누르고 있는 듯 했다.


"넌 말 못해."

"뭘."

"입양아 주제에 너보다 매번 잘나서 사랑만 듬뿍 받고 자란 네 친오빠가 호모 짓 하는 거."

"…."

"너 말 못한다고."


전민영이 폰을 바라보던 고개를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굳어버리는 표정이 장관이었다.


"뭐?"

"입 함부로 놀리다 진짜 내가 집에 불이라도 지르면 어쩌려고 그래."

"…미쳤구나, 전정국?"


그대로 입만 벌린 채 얼어있는 전민영에게 밀착했다. 보드라운 단발이 손가락에 걸렸다.


"그동안 오빠가 많이 참아줬잖아."


귀 뒤로 슬슬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니 긴장해 뻣뻣해진 목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럼 이제 슬슬 주제 파악해야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우리 민영이는 참 한결같네."


흘려보내는 목소리에 전민영의 피부에서 울긋불긋한 닭살이 돋아났다. 전민영의 손에 들린 폰을 잡아 천천히 주머니에 넣었다. 여전히 굳은 채 힘겹게 옆 눈으로 나를 흘겨보는 전민영을 금방이라도 터트리고 싶었다.


"그리고 오빠는 섹스할 때 콘돔 꼭 끼고 하는데 우리 민영이…"

"미친…,"

"말 끊지 마."


버릇이 없어도 너무 없어. 그대로 전민영의 뒤 머리칼을 잡았다. 억. 전민영이 놀란 듯 눈을 더 크게 뜨곤 나와 눈을 맞췄다.


"너는 안 끼고 하는 거 같길래. 남자가 빼고 하자 그래도 꼭 끼고 해야지. 그래, 안 그래?"


빨갛다 못해 주황빛을 띄는 전민영의 목덜미와 귀에서 열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민영아. 오빠 걱정돼서 그래."


내가 방에 있는 줄도 모르고, 겁도 없이 섹파를 불러 방에서 열심히 그 짓을 하던 전민영의 신음이 떠올라 되려 불쾌해졌다. 통쾌한 순간에도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인간은 전민영이 유일무이했다.


"…와…와 진짜 미친 거 같아 너. 네가 어떻게…"

"콘돔 많이 남았으니까 좀 줄게. 우리 동생 에이즈 걸리면 큰일 나잖아."


그대로 전민영의 머리칼을 붙잡은 채 방문을 열었다. 놀란 전민영이 야악!! 하며 이상한 괴성을 질렀다. 정작 불쾌한 내 기분은 생각지도 못하는 눈치였다. 머리칼을 쥔 손을 놓으며 침대에 전민영을 내던졌다. 전민영이 이젠 놀라다 못해 울 것 같은 눈으로 내 얼굴을 흘겨봤다. 짓밟혀 죽기 직전의 모기 같았다.


"오늘은 이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마."

"흐…존나…다 말,어 내가 말하는데…."


그 때부터 전민영의 입에서 알 수 없는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붙잡혔던 머리칼이 아픈 듯 뒷목을 연신 문질렀다. 전민영의 어깨가 조금씩 떨려왔다. 일어서려는 전민영의 어깨를 다시 꾸욱 눌러 침대에 앉혔다. 오빠 말 안 들려 응? 전민영을 모기처럼 짓눌려 터트리고 싶었다. 다시 머리를 휘어잡고 싶은 욕구를 초인적인 힘으로 참아냈다.







정상인

writer.라이트








딱딱해지다 못해 꼭 맞춘 듯 구멍을 쿡 찌르는 전정국의 성기가 슬랙스 위로 느껴졌다. 입이 벌어졌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해괴망측한 감촉이었다. 형언할 수 없는 기분과 함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저 웃고 있는 면상에 주먹을 날리기까지 몇 초밖에 남지 않았다.


"얌전하네."


전정국이 주먹을 꽉 쥔 내 손을 못 본건지 그대로 내 허리를 잡아 자신의 몸을 빼냈다. 잠시 들렸다가 바닥에 놓여진 채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다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금세 말아 쥔 주먹을 활짝 폈다. 하나, 둘, 셋.

찰싹! 잠시 몸을 옆으로 비켜낸 전정국의 왼쪽 볼에 묵직한 싸대기를 날렸다. 머리통과 볼을 함께 밀어내듯 쳐냈다. 상대방의 기분을 최악으로 떨어트릴 수 있는 고난도 스킬이었다. 맞을 생각은 전혀 못했던 건지 전정국이 헛. 하는 웃음을 내질렀다.

주먹을 약간 그러쥐고 묵직한 손 싸대기를 2차로 날렸다. 차알싸악. 한 3초 간격으로 두 번 날려주면 연속으로 맞는 것보다 기분이 곱절은 더 씹이었다. 그래도 속이 안 풀렸다. 이번엔 작정하고 주먹을 말아 쥐었다. 전정국이 그제야 내 손을 본건지 빠르게 양 손을 결박한 채 벽에 밀쳐냈다. 오늘 아침에도 느낀 거지만 이 새끼 악력이 장난 아니었다.


"놔. 너 한대만 더 처 맞자."

"주먹은 좀 아닌 거 같아, 지민아."

"친한 척 하지 마. 씹새꺄."


전정국이 내 팔을 붙잡은 채 그대로 일어섰다. 순식간에 딸려 일어난 채 전정국의 정강이를 빡! 소리 나게 찼다. 어흑. 전정국이 오른쪽 다리를 들며 콩콩 뛰었다. 근데 더 열 받는 사실은 이 새끼가 맞으면서도 미친놈처럼 실실 쪼개고 있다는 거였다.


"나 진짜 항복할게."


전정국이 다시 입을 여는 순간 참지 못하고 그대로 달려들었다.

뜯어 말리는 박지호를 밀쳐내고 정신없이 전정국에게 엉겨들었다. 심각함을 느꼈는지 요리저리 피하던 전정국이 진정하라며 그대로 날 들쳐 매고 내 방까지와 침대에 내리 꽂았다. 한 판 해보자는 뜻으로 알아듣고는 또 다시 달려들었다. 전정국이 발악하는 내 팔과 다리를 결박한 채 침대에 그대로 눕혔다. 어디가선 힘으로 안 꿀리는데 이 새끼 진짜 몸이 돌덩이인지 꼼짝을 안했다. 그 모습에 또 자존심이 상해 발악을 해댔다. 몇 십 분을 서로 짓눌리고 발악해대다가 옆에서 뜯어말리는 박지호의 눈물을 보고나서야 진정이 되기 시작했다.


"지미나…그마…그마해. 어어엉. 흐끅 형이 잘모해써. 어흐으그…."


엉엉 우는 박지호의 목소리를 들으며 거칠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 와중에도 연신 입 꼬리를 올리고 있던 전정국이 박지호가 통곡하는 모습에 당황한 듯 표정을 지웠다. '지호씨. 미안해요. 내가 장난을 심하게 쳐서 그래요. 울지 마요.' 박지호는 그제야 내 허벅지를 붙잡고 있던 팔을 떼어내곤 고개를 숙였다.

후…. 둘 다 내 방에서 나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침대에 그대로 누우며 조용히 말했다. 힘겹게 일어난 박지호가 전정국의 부축을 받은 채 문을 닫고 나갔다. 탁. 순식간에 조용해진 방안에서 들숨 날숨을 의식적으로 내뱉었다.

개 씹 변태 호로 새끼가. 진정된 듯하더니 화가 또 솟구쳐 올랐다. 한대만 더 때리자. 한대만 진짜 힘 실어서 주먹 날리면 속이 풀릴 것도 같았다. 누워있던 몸을 다시 일으켰다. 가뜩이나 긴장으로 굳어진 몸을 일으키는데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목 언저리를 빳빳하게 만들었다.


"…개…."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모를, 반 쯤 발기한 성기가 슬랙스 위에 봉긋하게 솟아 있었다. 자각하는 순간, 몸이 더 세차게 굳어갔다.

 

한바탕 난리는 난리도 아닌 건지, 전정국은 평소와 다름없는 완벽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그게 뭐라고 더 열이 받았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안방에만 박혀 지내던 전정국이 티비를 보겠다며 소파 위를 제법 차지하고, 눈만 마주치면 쓸데없는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슬슬 불신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나한테도 세웠던 고추를 박지호한테 안세우리란 법은 없었다. 박지호 건들면 진짜 내 손에서 칼부림 날수도 있었다. 게이들은 원래 아무한테나 아랫도리를 세우는지 관찰하기 위해 박지호랑 전정국이 함께 있을 때나, 대화를 나눌 때 전정국 아래를 뚫을 듯 응시하기 시작했다. 전정국이 하루는 그 시선을 느꼈는지 웃으며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는 굴하지 않고 전정국의 아래를 뚫어지게 탐색했다. 그러고 나선 집게손가락을 만들고 내 눈과, 전정국의 눈을 번갈아 찌르는 시늉을 했다.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한 번에 말아 쥐고 아래를 잡아 뜯는 시늉을 냈다. 그럴 때마다 전정국은 아픈 척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 새끼 약간 즐기는데 지금. 직접적으로 부딪히든 안 부딪히든 전정국과 관련된 모든 일에는 필연적으로 화가 수반됐다.

 

 

 





 



전정국이 집에 온지도 두 달 째에 접어들고 있었다. 금요일 오후였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전정국이 한숨을 쉬었다. 딱 봐도 남이 들으라고 쉬는 한숨이었다.


"지호씨, 지민씨."


전정국은 우리 둘을 부를 때 꼭 씨를 붙였다. 꼴깝이었다.


"네 정국씨?"


박지호가 저녁 준비를 하다말고 국자를 든 채 욕실에서 나온 정국을 바라봤다.


"누구 건지는 모르겠지만 샤워하고 나오실 때 털 좀 쓸어주세요. 부탁드릴게요. 매번 제가 치워내는데 좀 거북해서요."

"어?… 저 정리 꼭 하고 나오는데요! 그 하수구 쪽에 머리카락 말씀 하시는 거죠?"


박지호가 국자를 내려놓으며 다시 전정국을 바라봤다. 전정국이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머리는 수건으로 바싹 말린 건지 물방울이 떨어지진 않았다. 그냥 축축해 보였다. 난 소파에 앉아 아무 의미 없다는 듯 그 꼬라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뇨, 지호씨. 머리카락 말고 꼬부랑털이요."

"꼬…꼬 뭐요?"

"길이가 살짝 긴 거 같아서 겨 털인가 했는데 아무래도 고추 털인 거 같아요. 어떤 부위에서 나온 꼬불 털이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저는."

"녜에??"


박지호가 전정국의 단어 선택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히엑!소리를 질렀다. 어째 잠잠하다 싶었다. 김칫국에 절여진 밥풀이 눈앞에 절로 그려졌다. 감히 세입자 주제에 청소를 하라며 깔끔을 운운하는 저 잘난 면상에 다시금 싸대기를 갈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야. 작작해. 네 몸에선 털 안 나오냐?"


소파에 누워 전정국을 향해 쏘아 붙였다. 전정국이 수건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몇 번 문지르며 대답했다.


"또 흥분하네. 네 털인가 보다. 지민아."

"뒤질래? 내 털 아니거든?"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지민아."


말끝마다 ‘지민아. 지민아.’ 또 열이 두 배로 뻗쳤다. 전정국은 매번 어느 부분에서 날 빡돌게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처럼 굴었다.


"야 내 이름 부르지 마."

"그럼 뭐라고 불러."

"그냥 처 부르지 말라고."

"알았어."

"…."

"키티야."


넌 진짜 오늘 뒤졌다. 순식간에 전정국을 향해 달려드는 나를 박지호가 정신없이 말렸다. 지민아 안 돼! 그만해 또 때리면 안 돼!!!!!

 



박지호가 요리학원 MT를 떠났다. 저녁담당에 대한 책임감이 좀 있는 모양인지 이번엔 꽤 오래 학원에 붙어 있었다. 요즘 학원들 많이 발전했네, 엠티도 다가고. 신나게 짐을 싸는 박지호를 보며 말을 던졌다. 마냥 해맑게 웃는 모습에 난생처음 좀 짠하단 생각이 들었다. 박지호는 학창시절에 제대로 된 친구 한 번 못 사귀고, 똑똑한 머리를 두고도 대학 근처에 발을 못 디뎠다. 신이 난 얼굴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박지호를 바라봤다. 생각이 좀 많아졌다.

하지만 그런 연민도 아주 찰나였다. 여행 짐은 처음 싸본다며 허둥지둥 대용량 샴푸 통을 챙기는 박지호를 바라보자 잊고 지냈던 화가 다시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1박 2일 가면서 대용량 샴푸 통 챙겨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 박지호야. 어? 숙박시설에 샴푸 하나 없을까봐? 손톱깎이는 또 왜 챙겼어. 미치게 하네, 진짜.'


쓰던 기내용 캐리어에 물건을 쓸어 담아 넣어줬다.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었다. 날 빡치게 하는 존재 넘버원 자리는 변함없이 박지호였다. 박지호는 그렇게 폭격 같은 잔소리를 멀뚱멀뚱 받아내다 손에 쥐어준 짐을 받고 엠티를 떠났다.

 

"야 너는 집돌이도 정도가 있지, 좀 안 나가냐?"

"네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한마디를 안지는 전정국에 괜히 소파 앞 협탁에 올려두었던 발을 소리 나게 쿵 쳤다. 노잼 예능이 한창이었다. 예능도 유행을 타는지, 온통 요리대결. 요리먹방. 요리예능이 판을 치고 있었다.


"밥 뭐 먹지."


전정국이 소파 밑에 기대 앉아 요리예능을 보고 있었다.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박지호 없으면 못 먹냐? 아무거나 시켜 먹어."

"키티야."

"오늘 나 말려줄 박지호 없다. 잊지 마라."


전정국이 킥킥 대고 웃었다. 원래 이렇게 실없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전정국은 급격히 웃음이 많아졌다. 학교에서 마주쳤던 이미지와 완전 딴 판으로 가고 있었다.


"오늘도 샤워하고 나오면서 꼬부랑 털 봤어."

"아악!! 그놈의 꼬추털 얘기 좀 그만해. 정신병 걸릴 거 같아."

"네 거 맞잖아."

"아니라고. 아니라고. 내꺼 아니라고. 박지호라고 몇 번 말해. 씨바야. "


화를 꾹꾹 눌러 참으며 티비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조만간 계약서를 찢고 내쫓아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받아주니 한도 끝도 없었다. 전정국이 웬일인지 조용했다. 티비를 보던 시선을 거두고 아래쪽에 앉아있는 전정국을 바라봤다. 전정국이 내 가랑이 사이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눈 안 거두냐?"

"털 있는 게 부끄러운 건 아니잖아. 왜 자꾸 부정하지?"

"털이 없으니까 부정하지 미친놈아. 빠질 털이 없는데 그게 어떻게 내 털이야 어?"


전정국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왁싱 했어?"

"…."

"원래 털이 없는 편?"


tmi를 건넨 건 나였지만, 그걸 이끌어 낸 건 전정국이었다. 그러니 지금 내가 전정국의 얼굴을 갈겨도 내 탓은 아니었다. 손에 힘을 빡 주었다. 두 달 부대껴 살았다고 그걸 놓칠 리 없는 전정국이 다급하게 소파 위로 올라와 내 팔을 붙잡았다. 순식간에 올라탄 전정국이 위에서 날 빤히 바라봤다. 악력이 너무 강해 쥐어진 손목의 뼈가 뻐근해졌다.


"하. 세입자 놀이 그만하고 너 이제 집에 좀 들어가라. 나 화내기도 지친다."

"난 너랑 있으면 재밌는데."

"난 노잼."

"아냐. 너도 재밌을걸."


전정국이 또 킥킥대며 웃기 시작했다. 잡힌 손목이 저리다 못해 아려왔다. 오른다리로 전정국의 가랑이를 찰 준비를 했다. 전정국이 또 눈치 챘는지 자신의 다리로 내 다리를 막았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붕 떠있던 자신의 몸을 내 위로 밀착했다. 온몸이 닿는 느낌에 놀라 허리를 들썩이자 전정국의 얼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민아. 너는 위랑 아래랑 너무 따로 논다. 저번에도 그러더니."


전정국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뻣뻣한 로봇처럼 고개를 움직여 아래를 내려다봤다. 터질듯 부풀어 있는 전정국의 앞섬과 그에 상응하는 내 앞섬이 맞닿아 있었다. 전정국의 얼굴이 다시 한 번 눈에 담겼다. 성기가 쿵쿵 소리를 내며 뛰고 있었다.









(7,9,13화는 성인편이므로 성인인증이 안되셨거나 기간이 만료되신 분들은 목록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성인인증 완료 후에 목록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안 보이시는 분들은 포스타입 고객센터에 문의 부탁드려요 ㅠㅠ)

라이트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