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4일에 열릴 디지몬 올스타즈 배포전 Digimon Holiday에서 판매할 니시타이 책의 샘플 페이지입니다.

7월 22일에 있었던 타이른 교류전-태양의 계절, 봄-에서 판매했던 회지이며 이번 행사 때 재판할 예정입니다. 당일에 [부스I7]에서 위탁판매할 예정이에요!



표지는 Lemonlade님(@sun5662)이 작업해주셨습니다.


제목:  당신과의 하루, 추억 한 조각

커플링: 니시지마 다이고 x 야가미 타이치

책 사양: A5 | 중철 |   20p

가격: 2,000원


즐거리: 니시지마와 대학생 타이치가 대학가에서 평범하게 데이트하며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


※본 회지 안에서는 대사와 대사 사이에 공백이 없습니다. 가독성을 위해 웹페이지에서만 엔터처리 하였습니다.




<샘플>


타이치는 오늘 아침 드물게 알림이 울리지도 않은 시간에 눈을 떴다. 다른 때는 알림이 시끄럽게 울리고도 한참 꾸물거리다 일어나는 그가 이러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게다가 학교에 가는 날도 아닌 쉬는 날이라면 더더욱. 스스로도 그 자각은 있어서 작게 웃던 타이치는 다 떠지지 않은 눈으로 손을 뻗어 휴대폰을 찾았다. 손에 잡힌 폰 화면을 보니 예상대로 메시지 알림이 와있어서 타이치는 그 내용을 확인했다.


[좋은 아침, 야가미. 오늘도 덥지만 하늘이 맑아서 데이트하기 좋은 날인 것 같아. 그럼 좀 이따 보자.]


평소와 같은 듯 조금 다른 그 문장에 가슴이 간질거려 타이치는 푸스스 웃었다. 오늘 그가 일찍 일어난 이유는 그 문자를 보낸 사람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그와 만날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웃으면서 짧게 답장을 보낸 타이치는 문자 옆에 찍힌 시간을 확인하고는 오늘도 일찍 일어난 그를 생각하며 내심 작게 동정했다. 지금 시간은 10시를 조금 넘은 시간. 그 반면 문자가 온 것은 7시가 되기 전이었다. 원래는 이 시간쯤 집을 나가야 하지만 급하게 일이 들어와서 약속 시간을 오후로 미룬 탓이었다. 덕분에 늦잠을 자기는 했지만 쉬는 날까지 뛰어다니는 그가 불쌍하기도 하고, 그를 만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 게 아쉽기도 했다. 잠시 망설이던 타이치는 곧 손가락을 움직여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


[더운데 너무 무리하지 말고 일찍 끝날 것 같으면 연락해요. 그럼 이따 봐요.]


메시지를 보내고도 잠시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답장이 금방 오지 않는 것을 보면 아침부터 바쁜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지난 메시지들을 거슬러 올라가며 훑어보다보니 생각보다 양이 꽤 많아서 놀랐다. 그리고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날마다, 대부분 아침에 오는 짤막한 메시지들을 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곤 했다. 아직 시간이 있다는 걸 핑계로 한참을 침대 위에서 뒹굴던 타이치는 문득 아침부터 너무 혼자 웃은 게 아닌가 생각해 애써 나갈 준비를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며 폰 화면을 껐다. 집안에는 자신 혼자뿐이었지만 괜히 쑥스러워서 타이치는 그 묘한 감정을 쫓아내듯 기지개를 키며 욕실로 향하면서 어제 알아둔 약속장소까지의 최단 루트와 시간을 계산했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미뤄둔 집안일을 좀 하다 나가면 대충 시간이 맞겠지. 대학에 와서 자취를 시작한 뒤로 집안일의 귀찮음을 몸소 깨달았지만 그것도 오늘만큼은 귀찮지 않았다. 타이치는 벌써부터 그와 만날 생각에 자연스럽게 콧노래가 나오고 행동이 빨라졌다.

집을 나오기 전, 현관 앞 거울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머리를 매만진 타이치는 맨션을 나섰다. 전철을 타면서 혹시나 약속 시간에 늦을까 시간을 확인했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약속시간까지는 한참 여유가 있는 시간이었다. 아무리 들떠있었다고는 해도 약속시간보다 너무 일찍 나온 것 같다는 생각에 머쓱해진 타이치는 콧등을 긁적이며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봤다. 약속 시간에 일찍 좀 나오라고 잔소리를 하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나도 일찍 나올 땐 나온다고 뻗대기에는 양심이 찔렸기 때문이다. 타이치는 덜컹거리는 지하철을 따라 흔들리며 멍 때리다가 아침에 받은 문자를 떠올리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며칠 전까지 태풍 소식과 함께 굵은 빗줄기를 쏟아 붓던 하늘은 거짓말처럼 맑게 개어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하늘이 예쁘다고 생각하며 문자를 보낸 그에 대해 생각했다. 약속 전에 다른 일이 있을 때면 모를까 대부분은 그가 먼저 약속장소에 와있는 편이었지만 오늘은 어떨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일이 끝나고 온다고 했었고, 자신도 이 정도 일찍 나가고 있으니 오늘만큼은 먼저 도착하겠지? 먼저 나와 있는 자신을 보면 그는 놀란 표정을 지을까? 그런 상상을 하니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려 해서 타이치는 이곳이 전철 안이라는 것을 떠올리며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하지만 가슴은 장난을 준비하는 아이처럼 두근거리고 있었다.

약속장소에 도착한 타이치는 작은 뿌듯함을 느끼며 상대방에게 어디냐고 문자를 보냈다. 점심 때쯤 한 번 더 문자를 주고받기는 했지만 그 뒤로 감감무소식이기에 혹시 아직 일하는 중일까 걱정도 되었다. 그런데 그 문자를 보낸지 얼마 안 되어 타이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전개가 펼쳐졌다. 벌써 도착했어? 잠시만, 금방 갈게. 그 답장을 받을 때까지는 단순히 이제 일이 끝났나 보다 생각하며 기분이 좋았는데, 그 뒤로 바로 어디선가 모습을 드러낸 니시지마의 모습에 타이치는 기가 차서 입을 벌렸다. 자신의 장난이 실패한 것에 대한 실망감보다도 어이없음이 더 컸다. 그런 타이치의 마음은 모르고 그보다 먼저 와 있던 니시지마는 웃으며 그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야가미, 어서 와. 오늘은 일찍 왔네?”

“쌤은 대체 몇 시부터 나와 있었어요...?”


어이없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 말투와 목소리에 니시지마는 그제야 그의 마음을 안 듯 웃으면서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났다며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약속 시간보다 20분이나 일찍 왔는데도 먼저 와놓고 연락이 없어? 그 생각에 타이치의 입이 부루퉁하니 삐져나왔다.


“일찍 끝나면 연락하라고 했잖아요. 설마 다른 때도 이 시간부터 나와 있는 건 아니죠?”

“그럴리가. 오늘만 그런 거야.”


그 말도 변명 같았다. 왠지 그라면 다른 때도 이 시간부터 나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타이치가 의심 가득한 눈으로 니시지마에게서 한 발자국 멀어지니 그가 쓴웃음 지었다. 모처럼 일찍 나왔는데도 그보다 늦었다는 사실에 조금 미안하면서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부턴 일찍 나오면 그렇다고 연락해요.”

“그 시간이면 이미 집에서 출발했을 텐데 괜히 서두를까봐 조용히 있었지. 그리고 나도 정말 방금 전에 왔어.”


입에 발린 거짓말에 타이치는 그를 한 번 흘겨보고는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은 친구가 준 티켓이 있어 같이 대학 공연을 보기로 했는데, 원래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도 여유롭게 잡았던 거여서 공연이 시작될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있었다. 니시지마도 타이치와 같은 생각을 한 건지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일찍 만나 시간도 있는데, 근처 좀 걷다 갈까? 아니면 더우니까 카페 갈까?”

“카페 가기에는 시간이 좀 애매하니까 그냥 걸어가면서 구경하는 건 어때요? 볼거리 많다던데.”

“그럼 그럴까? 어느 쪽이었지?”

“저쪽이에요.”


분명 전차에서 내린지 얼마 안 됐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날이 꽤 더웠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낸 타이치는 친구가 알려줬던 길을 떠올리며 갈림길 중 한쪽을 가리키며 발걸음을 뗐다. 니시지마도 그 말에 웃으며 그의 옆을 나란히 걸었다. 낮 시간대라 햇볕이 뜨거웠지만 두 사람의 어깨는 가까웠다. 손만 잡지 않았을 뿐, 서로가 바로 곁에 있음을 알 수 있는 거리였다.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큰 거리에서 조금씩 골목 안 쪽으로 들어가니 곳곳에 공연 홍보를 위한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고, 아기자기한 카페나 작은 가게들이 많이 보였다. 대부분 이곳저곳 데려가 주는 것은 니시지마였으며 그 덕분에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한 타이치였다. 그래서 오랜만에 자신이 갈 곳을 정해 온 오늘은 자신이 그를 즐겁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특별할 것 없는 데이트코스라고는 해도 다른 때처럼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는 게 아닌 것만 해도 조금 기분이 좋았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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