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넬 김태형, SS등급 판정]


숨을 몰아쉬며 타오르는 불꽃에서 시선을 뗐다. 쉬이익- 소리를 내며 사그라드는 불. 한꺼번에 어지러움이 몰려온다. 


-고생했어 김태형. 와, SS등급이라니, 대단하다.


지민이 건네주는 알약을 물도없이 삼켰다.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일반인으로 살았다면 고등학교에 올라갈 나이. 적응을 잘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다른 센티넬들이 가이드를 찾아 매칭하고 임무에 나갈동안 나는 등급 테스트도 보지 않았고 임무에도 출전하지 않았다. 왜 해야하는지 몰랐으니까. 내 능력과 등급에 관심도 없었고 누굴 위해서 싸워야하는지도 몰랐으니까. 센터에서도 임무를 강요하진 않았다. 의무인 이론수업과 훈련에만 수동의 자세로 참여할 뿐이었다. 


반면 박지민은 열심이었다. 나와 6개월 차이로 센터에 들어왔지만 지민은 들어오자마자 등급 테스트를 받아 A등급을 받았고 훈련을 열심히 받으며 임무에도 자주 출전했다. 지민의 부모님이 모두 센티넬이라고 했다. 너는 왜 그렇게 열심히 해? 언젠가 지민에게 물었었고, 돌아온 대답은. 우린 선택받은거야. 우리가 열심히 하는 만큼 많은 민간인들을 살릴 수 있어. 의미있는 일이지. 웃어보이는 지민을 바라만 봤다. 민간인을 살리기 위해 센티넬로 발현되어 부모를 죽였다라. 나 자신이 괴물같이 느껴져 토기가 올라왔으나 지민에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와 등급 테스트를 받은 건, 심정에 미묘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센티넬로 발현되며 폭주가 찾아와 부모님이 죽게 된 것에 탓할 수 있는 대상은 없었다. 원치 않은 불미스러운 일이었지만 어린 마음에 센티넬 센터에 비난의 화살을 돌린 거였고, 그래서 센터에 비협조적으로 행동한 거였다. 센터에서는 이런 나를 이해하는 듯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 둔 거고….


박지민은, 어둠만 내뿜던 시기 나에게 유일하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준 애. 모든 훈련을 함께 받으며 곁을 자처하던 애. 금방이라도 시들어져버릴 듯 구는 내가 눈에 밟혀 그냥 둘 수 없었다고 했다. 그건 아주 나중에 들은 말이었다. 지민인 그런 애였다. 태생부터 밝고 맑은 애. 걔 영향을 받아 어느 정도 활력을 찾아갔다. 언제까지나 쳐져있을 순 없는 일이었다. 나를 살리고 희생한 엄말 위해서라도 살아내야 하니까. 열심히 뭔가를 해야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는데까지 7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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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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