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붕어(崩御)한 것이라 소문을 내거라.”

“네? 폐하, 어찌 그런 불길한 말씀을 하십니까?”

이제 제법 기운을 차린 민현은 가장 먼저 영춘을 불러 은밀히 명을 내렸다.

“혜비와 그의 아비가 살아있지 않느냐. 죄에 비해 죽음은 무거워 살려둔 것이지만 싹을 잘라두지 않으면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허면….”

“황제가 위중하다고 하나 사실은 죽었다고 소문을 내면 반드시 군사를 움직이는 이가 있을 것이다. 금위군과 용금위에게 은밀히 명을 내릴터이니 이를 지켜보다 의심 가는 이들이 있다면 바로 처단해야 한다.”

황제의 묘수에 영춘이 감탄하며 명을 받들고 물러났다.


대장군과 용금위 수장에게 각각 칙령이 전해지니 두 군대가 무장을 하고 불손한 무리를 치기 위해 기다렸다. 황제가 숨을 거두었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퍼져나간다. 환관들은 소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황궁 곳곳에 걸어두었던 검은 천을 거두지 않았다. 모든 이들에게 하얀 옷이 하사되고 신료들 역시 수의를 입고 황제를 위한 곡을 하기 위해 대기하였다.


황제가 숨만 붙었을 뿐 산 송장이라는 소문이 돌자 기다렸다는 듯 이중억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민현이 죽은 것에 큰 확신을 가졌는지 대담하게 도성 한가운데서 용병들이 활개 치며 올라온다. 준비하고 있던 금위군과 용금위가 그들을 모두 몰살하였다. 먼 곳에서 작전을 지휘한 이중억은 물론 이에 가담했던 모든 이들이 즉시 참형에 처해졌다. 사가(私家)에 유폐되었던 혜비는 아비의 죄로 인해 사약을 받고 죽었다. 젊은 황제는 건재히 살아있고 그를 물려 했던 늙은 구렁이들이 떼 지어 죽으니 도성 내 피비린내가 가득하다.


민현은 대외적으로 반송장으로 알려졌으니 숙청이 끝날 때까지 침전에서 나올 수 없었다. 그것을 빌미로 오직 종현하고만 시간을 보내었다.

“얼른 드십시오.”

“약이 너무 쓰구나.”

“드셔야 쾌차하십니다.”

아프고 나니 어린아이라도 된 듯 마음껏 투정을 부린다. 종현이 황제를 달래었는데 아이처럼 사탕으로 달래지면 좋으련만 매번 민망한 것을 요구하였다. “입술에 단 것을 물려주면 마실 수 있겠구나.” 황제가 말하는 단 것은 옥춘과 같은 다과가 아닌 종현의 입술을 지칭한 것이다. 종현이 민망하여 달아오른 얼굴을 숙였다. 얼른-이라고 보채자 못 이긴 척 황제의 입술 위에 입을 겹친다.

민현은 비로소 만족하며 탕약을 단숨에 마셨다. 약을 먹었으니 또 단 것을 달라며 조를 때 환족 촌장이 들어온다. 민현의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기에 회임에 관한 것을 설명하려 온 것이다. 연 씨가 황제에게 회임 방법을 설명하고 종현이 이에 대한 결심을 말하였다. 당연히 뛸 듯이 기뻐할 황제를 상상했건만 정작 민현의 표정은 미동이 없다. 더하여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을 하였다.


“나는 반대한다.”

뜻밖의 말에 종현은 깜짝 놀랐다.

“폐하, 어찌….”

“너는 출산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모르느냐? 내 사람이 아플 수 있으니 허할 수 없다.”

“폐하….”

황궁은 수많은 회임과 출산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민현은 어린 시절부터 선황의 비빈들이 난산 끝에 목숨을 잃는 경우를 여럿 보았다. 둘만 있어도 충분하다. 아니 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을 정도로 모자라다. 조금이라도 종현이 아플 가능성이 있다면 무엇이든 배제하고 싶다.

“나는 허락할 수 없다.” 황제가 의외의 고집을 부리자 연 씨는 자신의 소임은 다하였다 생각하고 물러났다.


“폐하, 어찌 그러십니까. 황제에게 후사가 얼마나 중한지를-”

“나를 위한 것이라면 더욱 필요 없다. 나에게는 오직 너만 중하니까.”

민현은 종현의 손을 잡아 올려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나에게는 오로지 너뿐이니, 너 역시 나 외에는 생각지 말아다오.”


그 마음은 황공하나 종현도 꼭 황제의 후사를 위해 회임을 결심한 것은 아니다. 민현을 닮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시도하는 것이 옳다고 보았다. 종현은 침상 위에 걸터앉아 민현의 품에 안기었다.


“폐하, 사랑하는 이를 닮은 아이는 얼마나 어여쁠까요?”

그 말에 민현이 움찔하였다.

“황제의 후사는 둘러댄 말입니다. 저는 그저 연모하는 분의 아이를….”

이번에는 종현이 민현의 손을 들어 손등에 입 맞추었다.

“폐하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습니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민현의 손이 종현의 뒷머리를 감싸며 입을 맞추었다. 가벼운 입맞춤이 아닌 타액이 섞여 질척일 정도로 농염한 행위였다. 한참을 정신없이 입술을 탐하다 숨을 쉬기 위해 잠시 떨어진다. 자신의 아이를 낳고 싶다 말하는, 고통도 감내하겠다는 종현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 몸 상태를 잊고 앞에서 수줍게 웃는 이의 고름을 풀어헤치고 싶다. 아마 조금 더 회복된 몸이었다면 민현은 분명 이 곳에서 일을 치렀을 것이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환족의 촌장을 들라 일렀다.

“혹시 내가 대신 회임할 수는 없는가?”

일단 허락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여린 종현이 출산을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촌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고하였다.

“폐하, 하늘이 내린 체질을 바꾸는 일입니다. 밭을 갈아엎고 새로운 곡식을 심어야 하는데 누가 돌산을 엎으려 하겠습니까? 갈아엎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땅이 비옥하지 않아 씨가 뿌리 내리지 못합니다.”

한눈에 봐도 황제의 몸은 양기가 가득하여 바뀔 체질이 아녔다. 그런 사람이 종현을 대신하여 회임하겠다 고집부리니 웃음이 나올 수 밖에- 바꿔말하면 황제가 종현을 그토록 깊게 생각하는 것이니- 촌장 연 씨도 종현에 대한 시름이 덜어졌다.


황제가 죽은체하며 반역자를 처단하는 동안 종현은 경인궁 문을 걸어 잠그고 권이 외 나인들은 모두 내보내었다. 황궁 사람은 황제와 권이, 영춘, 선오만 출입이 허해졌고 환족 촌장이 수시로 종현을 살피러 왔다. 환족 대대로 내려오는 탕약에 매일 몸을 담가 양기를 누르고 음기를 충만하게 한다. 환약을 먹어 장기 내 태아를 위한 공간을 생성하고 침을 맞아 위치를 잡았다. 단시간에 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모든 이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또한 현비가 회임까지 가능하다 소문이 나면 암살시도가 있을지 모르니 비밀리에 환족의 시술이 진행되었다.


***


정호인은 비서랑에 위치한 자로 눈치는 빠르나 담이 약하여 정파 싸움에 끼어들지 않는 이였다. 그의 부친 정순호는 선황이 환족 몰살 정책을 표했을 때 유일하게 반대를 한 인물이었다. 환족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선황의 눈 밖에 나 관직에서 물러나고 집에서 요양을 하게 되었다. 정호인은 부친이 하루아침에 벼슬을 잃는 것을 보고 크고 원대한 야망을 갖기보다 가늘고 길게 여생을 사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혜비의 아비가 정호인에게도 함께 할 것을 종용하였으나 그는 여러 차례 거절하였다. 결과적으로 그는 참화를 피할 수 있었고 말단 관직을 붙들고 조용히 궁을 들락거렸다.


하루는 그가 입궐하는데 처음 보는 이가 현비의 심복과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심복 옆에 있는 이가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종현이 여러날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황제가 몸을 회복하니 반대로 현비가 죽을 지경이 되었더라’는 소문이 파다할 때였다. 정호인은 호기심이 일어 뒤를 밟아 가니 경인궁 앞에서 태의가 합류하여 셋이 함께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경인궁은 출입이 금지된 지 오래인데, 어찌 태의와 낯선 이가 들어가는 것일까? 그는 평소 친분이 있던 태의에게 묻기 위해 귀한 술 한병을 준비하여 찾아가 넌지시 물었다.

“현비께서는 차도가 어떻소?” 술을 보고 기뻐하던 태의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것이 왜 궁금하시오?”

“에이, 우리 사이에 무슨- 내 오늘 대인과 현비의 심복, 그리고 낯선 이를 보았는데 한눈에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니었소. 그는 누구요? 현비가 정말 죽어가는 것이오?”

태의는 입을 꾹 다물고 말하지 않았으나 정호인은 궁금한 것은 못참는 성미였다. “그저 궁금해서 묻는 것이오. 나를 잘 알지 않소? 태의를 곤란케 할 세력도 없고 궐 내에 친한 무리도 없소이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태의는 정호인의 귓가에 손을 대고 나직이 말하였다.

“그자는 환족일세.”


환족! 정호인은 어린 시절부터 부친이 말하는 환족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부친인 정순호는 환족에게 일종의 경외심을 가지고 있어 언제나 그들이 멸해진 것을 안타까워 하였다. 호인은 퇴궐하고 즉시 부친에게 문안을 드렸다.

“아버지, 오늘 제가 환족을 보았습니다.” 그 말에 반쯤 누워있던 정순호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네 무엇이라 했느냐?”

“틀림없이 환족이라 했습니다.”

정호인은 오늘 본 것과 태의에게 들은 것을 알렸다. 정순호는 그것을 주의 깊게 듣더니 아들에게 말하였다.

“현비에게 선물을 보내거라.”

“네? 지금 현비는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그런데 어찌 선물을 보내라 하십니까.”

“시든 꽃에 물을 주는 이는 없다. 허나 이럴 때 내리는 비야말로 꽃의 입장에서 잊지 못하지. 현비는 사경을 헤매지 않을 것이다. 환족이라면 죽은 이도 살리는 법! 필시 다른 속셈이 있으니 미리 친분을 다지도록 하여라.”

이에 정호인이 부친의 말에 따라 쾌차를 비는 서신과 함께 귀한 산삼을 경인궁으로 보냈다.

“이것은 누가 보냈느냐?”

“비서랑 정호인이 보내온 것입니다.”

정순호의 예상은 적중했다. 경인궁 서안 위 올려진 산삼 보따리를 황제가 발견한 것이다. 모두 현비가 죽을 날만 남았다며 외면하기 급급한데 서신과 선물까지 보내어 쾌차를 빌다니- 민현은 정호인의 이름을 기억하였다.


굳게 닫힌 경인궁 안에서 종현은 회임을 위한 몸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체질은 모두 변화되었고 이제 아이를 가지는 시도만 하면 되었다. 덕분에 황제는 얼굴에서 미소꽃이 지지 않았다. 매일 경인궁에 들러 회임을 위한 시도를 하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었다. 현비가 위중하여 죽을 지경이 되었다는데 황제의 안색은 나날이 좋아져 모두가 의아하게 여겼다.


“폐하, 폐하…!… 천, 천히….”

“어찌 더디게 하겠느냐. 이토록 빠르게 해야 우리 아이가 빨리 찾아오지.”


제법 능글맞게 종현의 귀를 씹으며 절제했던 욕망을 풀어낸다. 양기를 누르고 음기를 채운 탓에 종현의 허리는 더욱 잘록해졌다. 황제는 손으로 가느다란 허리를 붙잡고 연신 아래를 움직인다. 힘이 넘치는 탓에 종현의 몸이 앞으로 쏠려 침상 머리 부분까지 닿을 정도였다. 그러면 황제는 손을 뻗어 종현의 정수리를 감싸막아 부딪히지 않게 해주었다. 잠시 멈추고 아래로 내려주시면 좋으련만 절대 안에 든 것은 뺄 수 없다는 듯, 허릿짓은 쉬지 않는다.

때로는 종현이 받아내기 버거워 밀어내려 해도 이런 방식이 회임이 잘된다고 구슬려 옷을 벗기었다. 종현이 환족 연 씨를 붙잡고 하소연하여 아예 하루 횟수를 정해주고 이상을 넘지 말라 권할 정도였다. 황제께서 도를 지나치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 덕인지 종현은 순조롭게 아이를 가졌다. 환족 연 씨가 맥을 짚고 뱃속 아기가 들어앉음을 알리자 이어 태의가 들어와 맥을 짚었다. 두 사람 모두 회임이라는 의견이 일치하니 황제가 종현의 얼굴 이곳저곳에 입맞춤하며 수고했다 말한다. 지켜보던 영춘과 권이까지 함께 기뻐하며 종현을 축하하였다.


***


“조심조심-천천히-”

“아직 멀었습니까?”

“거의 다 왔느니라- 발밑을 조심하거라. 옳지.”

늦은 밤, 황제가 손으로 현비의 눈을 가리고 어디론가 데려간다. 회임은 했지만 태내 용종이 안정될 때까지 공표하지 않기로 하였다. 다시 몇 달을 경인궁에 있어야 할 종현을 위해 황제는 어두운 때를 골라 데리고 나왔다. 손을 맞잡고 한참 걷다 갑자기 눈을 가리더니 절대 뜨지 말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제 되었습니까?”

“그래, 이제 눈을 떠보거라.”

민현이 손을 거두자 눈앞에 반딧불이 수십마리가 빛을 내고 있었다. 반딧불이가 머무는 곳마다 아름다운 꽃과 진귀한 나무들이 심겨 있었는데 처음 보는 광경임에도 어딘가 익숙하다.

“이곳은….”

자세히 살펴보니 오래도록 종현이 갇혀있던 가시궁이었다.

외부 담벼락에 얽힌 가시덤불은 그대로였으나 뜰에 새로 나무와 꽃을 심어 반딧불이를 풀어놓은 것이다. 민현이 손을 잡아 끌어 처소 안까지 데리고 들어갔다. 언제 단장하였는지 음울한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새하얀 천에 장수를 기원하는 10가지 생물들이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어 방안 곳곳에 걸려있다. 바닥은 폭신한 동물 털이 깔려있어 한기가 들지 않았다. 천장 역시 우중충한 먹색이 아닌 황금빛으로 빛나고 정교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이곳을 허물까 했는데…. 머문 곳이 사라진들 네 마음속 상처가 지워질까 싶어서….” 민현은 종현을 부드럽게 안으며 침상 위에 앉혔다. 마주 보고 앉은 후 다정스레 뺨을 쓰다듬었다.


“이곳을 너와 우리 아이를 위한 별궁으로 삼으려 한다. 아픈 기억을 지울 수 없으니 그 위에 행복한 기억을 입히는 것은 어떠할까.”


언제부터인가 황제의 손은 따뜻하다. 종현은 그 손길에 얼굴을 맡기고 포근한 기분이 들어 눈을 감은 채 대답하였다.


“폐하와 함께라면, 어디인들 좋을 것입니다.”


사랑스러운 대답에 뺨을 쓰다듬던 손이 머리카락을 넘겨준다. 종현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민현의 손길을 느끼다 차가운 감촉에 감았던 눈을 뜬다. 어느새 금가락지가 종현의 손가락 마디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몸체는 모두 금으로 이루어졌고 안쪽은 민현과 종현의 이름이 한자로 새겨져 있었다. 은으로 세심하게 만든 장식을 테두리에 둘러 한눈에 봐도 귀한 물건이다. 민현의 손이 종현의 손등을 쓰다듬는다. 이제 보니 황제의 왼손에도 같은 가락지가 끼워져 있었다. 민현은 쑥스러워하며 헛기침을 두어번 하더니 몸을 일으켜 종현 앞에 한쪽 무릎을 세워 꿇어 앉았다. 황제가 무릎을 꿇은 것에 놀라 종현이 만류하려 하자 진정시키며 다시 앉히고 두손을 마주 잡은 채 눈을 올려다보며 말하였다.

“종현아, 네게 아직 못한 말이 있구나.”

“그것이 무엇입니까?”

민현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인다. 그래도 긴장이 되는지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더니 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나의, 황후가 되어다오.”


하나뿐인 정실부인이 되어달라는 말에 종현의 눈이 커졌다. 분명 미소 짓고 있는데 볼은 어느새 눈물로 젖어있다. 종현은 목이 메이는지 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가 꿇었던 무릎을 피고 허리를 살짝 숙여 자신의 황후에게 입을 맞춘다. 빛나는 반딧불이 떼가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눈치챈듯 호들갑을 떨며 날아다닌다. 뜰에 빛이 가득하니 하늘의 별을 옮겨다 둔 듯 아름다웠다.


***


모든 이가 분주히 움직인다. 황후 책봉식을 위해 수많은 비단과 장신구가 이곳저곳 옮겨다닌다. 궁궐 곳곳을 화려한 천과 꽃으로 장식하고 황제와 황후가 입을 대례복이 완성된다. 태화전 앞 예복을 입은 황제가 계단 아래 정중앙에 서 있고 문무대신과 나인들이 좌우로 정렬하여 한 사람을 기다린다. 화려한 가마가 들어오더니 황제 앞에 멈춰서 앞을 가리던 천을 걷어내었다. 시중드는 이가 가마 주인에게 손을 내밀자 고운 손이 나와 잡고 일어선다. 붉은 천에 봉황을 수놓은, 대례복을 입은 종현이 천천히 가마에서 나온다. 작은 발을 담은 비단신이 땅에 닿고 황제에게 걸어온다. 점점 가까워짐에 민현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손을 뻗어 내미니 종현이 그 위로 손을 포갠다. 황제와 황후가 손을 마주 잡고 태화전 계단을 오르자 만인이 절하며 둘을 칭송하였다.


해가 떠 있는 동안 의식을 치르고 조상들에게 황후를 맞이했음을 고한다. 밤이 되면 수만개의 등불을 켜 낮처럼 밝히고 본격적인 연회가 시작된다. 모든 이들이 풍족하게 먹고 마시며 무희들의 가무를 즐기었다. 배가 제법 부른 황후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함께 자리를 하다 슬며시 빠져 나갔다.

“신방으로 드시겠습니까?” 권이가 물었다.

“아니다, 잠시 걷고 싶구나.”

권이가 종현을 부축하려 하는데 어느새 황제가 따라와 물러가라 명하고 종현을 직접 부축하여 걸었다.

“많이 피곤하느냐?”

“괜찮습니다. 폐하께서 어찌 자리를 비우셨습니까?”

“황후가 없는 연회는 영 흥이 나지 않아서-”

종현이 살포시 웃자 어둠속에서도 얼굴이 빛난다. 민현은 손으로 황후의 얼굴을 감싸 안더니 입을 맞추었다.

“폐하, 아랫사람들이 보겠습니다.”

“본들 어떠하오. 오늘 결혼한 부부를 흉볼 사람이 있겠는가?”

이길 수 없는 말에 종현이 눈을 감는다. 황제의 입술이 오래도록 황후의 얼굴 위에 머물렀다. 서로 입술의 온기를 느낄 때 화산희(火山戱 *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는지 폭죽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위를 바라보니 흐린 별보다 밝은 불꽃이 금가루처럼 밤하늘에 흩뿌려진다. 황제와 황후는 몸을 기대어 안고 화산희를 감상하였다. 화려하고 웅장한 광경을 한참 바라보다 눈이 마주쳤는데 황제의 눈동자에도 불꽃이 일었다. 그대로 황후의 허리를 껴안아 어디론가 데리고 가니 주인을 기다리던 신방이었다.


곧 붉게 치장된 신방만큼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황후는 젖은 신음을 내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숨소리에 간간이 황제의 이름이 섞여 있었다. 황제는 다정스레 황후가 불편한 것은 없는지 확인하면서 움직이는 아래는 멈추지 않았다. 신방을 채우던 신음이 어느새 곤히 잠든 숨소리가 되고 종현과 민현은 알몸으로 부둥켜안고 잤다.


날이 밝아 영춘이 황제를 깨우러 와서 혹시나하여 아주 작은 틈이 생길 정도로만 방문을 열었다. 방 안을 살펴보니 사람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이불이 들썩이며 까르륵대는 웃음소리와 입맞춤하는 소리가 그득하다. 영춘은 기척을 내지 않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폐하께서 피곤하신듯하니 누구도 방해하지 말고 물러가거라.”


나인들은 영춘의 말을 듣고 대문 밖까지 물러났다.


황제가 황후를 맞이한 후 생전 들지 않았던 늦잠을 자니, 때로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침전에서 나오지 아니하더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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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여러분

드디어 끝났습니다!!!!!!!!!끼야


후아...가시궁은 정말 제가 쓸까말까 고민했던 글인데요...이전 많이 사랑을 받았던 김비서와 노예계약 시리즈와 달리 엄격 근엄 고전물이라...이것이 과연 재미가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저는 항상 에로 코믹을 지향했던 사람이라...전혀 다른 장르를 쓸 수 있을까? 했는데 다행히 많이들 사랑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했습니다 ㅠㅠ


저 역시 가시궁은 첫 장편이라 애착도 많고 부담감도 많은 글입니다.

이렇게 보내기 아쉽긴하지만...한편으로는 빨리 털어내고도 싶었습니다 ^^;;

그러니 여기서 우리는 인사를 하도록 하지요...


공개 외전 하나가 올라갈 예정인데요, 민 공자의 과거 이야기가 올라갈 예정입니다.

다른 외전들은 모두 소장본에만 수록될 예정입니다. 

소장본은 늉이들 활동 마무리 후 찍어낼 예정이라 천천히 느긋하게 작업할 예정입니다.


이후 연성도 온통 고전물만 생각이 나서...다들 지겨우시겠지만...새 글인데 새롭지 않은 글을 들고 오면..그것도..잘..봐주셨으면...(굽신)


아! 그리도 그동안 가시궁을 보며 궁금했던 것이 있다면 아래 에스크나 페잉으로 남겨주세요~

Q&A를 모아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ex: 년북 아이 몇이나 낳나요, 선오는 어찌 된거죠, 아들 이름은 뭔가요, 영춘이는 진짜 고자인가요 등등...)


아무도 없으시면 그냥 저 혼자 후기로 떠들어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잉: https://peing.net/en/onlynyunbook?event=0 

에스크: http://asked.kr/onlynyunbook



그럼 다음 후기와 민공자의 외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행복하세요 :)





년북을 주로 파는 ㄴㅇㅅ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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