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란 '고결한 그대' 후원해주신 익명의 후원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거 처음 받아봐서 신기해요!!!
*맞춤법, 퇴고 조차 하지 않은 글 입니다.
*캐붕이 존재합니다!
*그냥.. 보고 싶어서 썼습니다.
*언니의 눈을 피해 또 다시 연성하러 오겠습니다..
*하얀 장미의 꽃말은 매력입니다. 매력적인 사람이에요 자오윈란!


여러분은 지상에 있는 것들에 마음을 두지 말고 
천상에 있는 것들에 마음을 두십시오.
 
골로사이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3장 2절




"윈란, 정말 괜찮겠어?"

"망할 뚱땡아, 나 못 믿어? 나 자오윈란이야 자오윈란! 무려 특조처 처장 자오윈란!"

"특조처 처장이었던."

"어, 그래."


한때 룽청에서 모두가 우러러 보던 특별조사처 처장 자오윈란 수습 불가능한 사고 덕분에 처장직을 내려놓은지 벌써 6개월이 훌쩍 넘었다. 매일 집구석에 박혀서 아무것도 하지도 않고 노는 눈엣가시같은 자오윈란 때문에 육포 하나 제대로 못 얻어먹은 다칭이 '제발 뭐라도 좀 해!' 하며 매일 같이 귓구멍에 대고 소리쳤다. 그때마다 귀에 검지를 넣고 후비적 거리던 자오윈란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2개월 전부터 꽃을 팔겠다면서 꽃 이름을 달달달 외우질 않나, 꽃꽂이를 예쁘게 하는 법을 배우겠다고 돌아다니질 않나 하더니 부동산 가서 가게 하나를 덜컥 계약하고 왔다. 

꽃 쇼케이스에서 하얀 장미를 꺼내 가시를 제거 하겠다면서 아침부터 팅팅 부은 눈으로 가위질 하다 손가락에 밴드 두개 붙이는 신세가 되었지만 그마저도 적성에 맞는건지, 아님 재미가 있는건지 휘파람을 부르고 있었다. 개업 첫 날이라 특조처에서 같이 일했던 팀원들에게 꽃 좀 사가라고 명령하는 탓에 원래 아침이면 자고 있어야 할 팀원들은 자오윈란의 가게에 들락날락했다.

"오! 샤오궈!"

"ㅈ, 자오처장님!"

"이제 처장 아니라니까 그러네."

"입에 붙어버려서 자꾸 부르게 돼요..."

궈창청은 뒷머리를 긁었다. 아무래도 늘 가죽자켓만 입고 특조처 쇼파에 앉아있거나 누워있던 처장이 분홍색 앞치마까지 두르고 장미 가시를 제거 하고 있으니 어색한 모양인가보다.

"무슨 꽃으로 포장해줘?"

"아, 저, 그게."

"쌍잔한테 옮았어? 왜 이렇게 버벅거려?"

"ㅊ,추형한테 줄 꽃이요!"

"오, 둘이 절대 아니라고 하더니?"

"아니에요! 아무튼 예쁜걸로 주세요!"

"좋아, 추스즈는 장미 주면 기겁할테니까."

자오윈란은 꽃 쇼케이스를 훑어보면서 추스즈에게 어울리만한 꽃을 찾고, 다칭은 궈창청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마도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묻고는 싶은데 궈창청 귀가 빨간걸 보니 물어봤다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서 어디론가로 도망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자! 해바라기 네 송이!"

자오윈란은 빠르게 포장한 노란 해바라기 다발을 궈창청 손에 쥐어줬다. 이게 무슨 의미냐고 묻는 눈빛에 자오윈란은 가볍게 웃으며 "영원한 기다림" 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절대 아니라고 손까지 흔들며 부인하는 궈창청의 모습은 덤이었다.

오전 11시가 되고 손님이 없는 탓에 심심해진 자오윈란은 다발에 꾸미는 나뭇가지를 다듬기 시작했다. 물론 전직 고양이인 다칭을 위해 염색 입힌 코랄색 강아지풀을 작업대 옆에 슬그머니 놔둔건 덤이었다. 다칭은 배고프다면서 먼저 집으로 돌아가고, 시계바늘 돌아가는 소리와 나뭇가지 자르는 소리만이 가게에서 들릴 때 입구에서 방울소리가 들렸다. 
대충 구둣소리를 들으니 젊은 사람이겠거니 하고 자오윈란은 고개를 들었는데 숨이 턱 막히는 건가 싶었다. 자오윈란 타입의 남자였다. 시력이 좋질 않은지 안경을 썼으나 그마저도 시크해보일 정도로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남자는 자오윈란이 입을 떼기도 전에 말을 걸었다.

"혹시 대회에서 우승한 여학생에게 줄만한 예쁜 꽃다발이 있나요?"

"당연하죠.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하고 자오윈란의 눈길이 히아신스로 향했다. 여학생이라니까 파스텔톤의 알록달록한 인공 히아신스도 넣어주고, 저 남자가 그 학생이랑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꽃까지 사다주는 걸 보니 자오윈란은 질투가 난 모양인지 노란색 히아신스 한 송이도 작업대로 올렸다. 

"포장지는 무슨색으로 해드릴까요?"

"회색으로 해주세요."

"잘못하면 칙칙해 보일 수 있으니까 분홍색 띠로 한 번 묶을게요."

"감사합니다."

남자는 시크한 이미지와 다르게 무척이나 예의발랐다. 괜히 그 남자를 빨리 내보내기는 아쉬워 천천히 포장을 하는데 남자가 자오윈란에게 물었다.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사장님 성함을 여쭤도 되겠습니까? 학교가 이 앞이라 자주 올 것 같거든요."

"자오윈란이에요."

자오윈란은 기다렸다는듯이 대답하고는 싱글벙글 웃었다. 그러자 그 남자의 눈꼬리도 예쁘게 접혔다. 보면 볼수록 딱 자오윈란 취향이었다.

"그쪽 성함은?"

"아! 션웨이라고 합니다."

"션웨이? 이름이 좋네요?"

멋쩍은 듯 웃는데 귀까지 빨간걸 보면 어지간히도 부끄러운가보다. 이름까지 알았겠다. 그래도 자오윈란은 아쉬웠다. 그래서 처장 시절 자주 써먹었던 스킬을 사용했다. 물론 문장만 조금 바꿔서.

"모르시겠지만 저희 꽃 배달도 해줘요. 아직 명함이 없으니까 번호 줄게요. 핸드폰 줘봐요."

"제가 핸드폰을 잘 안 써서..."

"그래요? 그럼 그쪽 사무실? 번호라도 괜찮으니까 주세요. 그리고 이건 제 번호에요 이쪽으로 전화하면 돼요."

화려한 언변 솜씨에 넘어간 션웨이는 자오윈란이 건넨 메모지에 번호를 적었다. 꼬부랑 글씨도 아니고 그의 성격처럼 반듯하고 깔끔한 글씨였다. 딱 보니 아무래도 서류를 많이 다루는 직업을 하는 것 같다고 자오윈란은 생각했다.

"5천원 까드릴게요 2만원만 내요."

자오윈란 손에 현금을 쥐어준 그는 꾸벅 인사를 하고 히아신스 다발을 품에 안고 나가는데 무척이나 화보처럼 보였다. 문 밖에서 션웨이의 뒷모습이 안보이자마자 자오윈란은 다칭의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검색창에 룽청대학을 쳤다. 홈페이지 교수진을 털어보는데 '생물공학과 교수 션웨이' 라고 적힌 이름과 사진을 발견했다.

"앗싸! 씨발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왜? 내 새로운 육포 시리즈가 판매된다는 글이라도 올라왔어?"

"입 좀 닥쳐."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들어온 다칭은 자오윈란에게 욕 한바가지를 먹고 입을 다물었다. 5분동안 조용히 있다가 다칭은 손님 많이 왔냐고 물었다. 자오윈란의 대답은 "남편이 왔다간 것 같아." 라고 이야기해서 다칭이 "뭔 소리야?" 묻다가 또 다시 자오윈란에게 "닥쳐"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자오윈란의 꽃집은 룽청대 수업이 끝나는 오후에 가게가 좁아터질만큼 사람이 많이 왔다. 아무래도 누군가 sns에 룽청대 근처 꽃집 사장이 연예인 뺨치는 외모라고 소문을 낸 모양이었다. 손님은 대부분 여학생이었다. 덕분에 자오윈란이 새벽 시장에 가서 엄청나게 많이 사온 안개꽃은 품절 되고, 아침에 가시 자르다가 된통 당했던 여러색상의 장미들도 완판되었다. 

다음날 여전히 자오윈란은 눈이 떠지지 않아 손가락이 고생했다. 다칭이 자오윈란 옆에 의자를 끌고 앉아 잠을 그렇게 많이 자는데 그렇게도 부족하냐면서 잔소리를 귀가 터져라 해댔다. 듣다가 열 받은 자오윈란이 한 대 때릴까 아님 육포를 주고 입을 다물게 할까 하다가 육포를 다칭에게 던져줬다. 먹을게 입에 들어가자 다칭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딸랑소리와 함께 꽃집 문이 열렸다. 구둣소리를 들으니 딱봐도 션웨이였다. 덕분에 다칭은 어제 자오윈란이 말한 '남편'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 그는 딱봐도 자오윈란의 새로운 작업 상대였다. 

"팬지도 있나요?"

"팬지? 당연히 있죠."

"그 사람이 팬지를 좋아해서 다발로 포장해주세요."

이번엔 또 학생일까? 저렇게나 예의바른 사람이 진짜로 학생을 좋아할리는 없다. 하지만 팬지의 꽃말은 '나를 생각해주세요.'였다. 게다가 학생이 좋아하는 꽃까지 알고 있다니.  팬지다발을 포장하는 자오윈란의 얼굴은 먹구름이 가득했다. 작업 상대니까 냉큼 뺏어오면 그만이긴 하지만 저 사람을 어떻게 유혹하냐가 문제였다. 어제 여학생들이 잔뜩 칭찬해준 잘생긴 얼굴도 안 먹힐 것 같았다. 온갖 생각이 자오윈란의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는데 션웨이는 "오늘도 손가락 베셨네요?" 하면서 주머니에서 밴드를 꺼냈다.

"소독하고 붙이세요. 안 그러면 덧납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알고 계셨나요?"

"가시자마자 검색했죠."

"아... 그러셨구나."

자오윈란이 또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육포를 뜯던 다칭이 '야옹' 하고 울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션웨이의 시선도 다칭으로 향했다. 뚱뚱한 검정 고양이는 션웨이를 꿰뚫듯이 쳐다봤다.

"고양이가 얌전하네요? 사장님 고양인가요?"

"얌전하다니요? 얘는 그냥 뚱땡이에요. 매일 같이 울어대죠."

션웨이는 천천히 손을 뻗어 다칭의 머리를 쓰담했다. 고양이는 얌전했고, 기분이 좋은지 갸르릉거렸다. 자오윈란은 어이가 없는지 다칭을 한 번 째려봤다. 다칭은 아예 눈까지 감고 갸르릉거렸다. 본인은 손도 못 건들게 하는 그 고양이가 맞나 싶은건가 해서 냉큼 손을 뻗어 다칭을 만졌다. 만지다보니 션웨이의 손가 부딪혔다. 손은 엄청 차가웠다.

"손이 차가우시네요?"

"아...네."

"아무튼 포장 다 됐습니다. 고양이 털이 묻어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 여학생에게 건네줄 때 떼고 건네주세요."

"감사합니다."

팬지를 건네 받은 여학생이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자오윈란은 기분이 퍽이나 나빴다. 분명 션웨이가 그 사람이라고 했어도 끝까지 여학생이라고 생각하는 자오윈란이었다. 


한편 션웨이는 팬지 다발을 들고 학교가 아닌 집으로 향했다.
사실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오윈란을 몰래 짝사랑 해왔었다. 그가 특별조사처 처장이 되기 전 꼬꼬마 시절부터 지켜봤었다. 그의 주위를 맴돌면서도 한 번도 자신을 나타낸 적은 없었다. 다만 그가 특조처에서 일할 때 다칠까봐 걱정은 수도없이 했고, 밤마다 빌었다. 그러다 신이 도왔는지 그가 우연히도 룽청대 근처 건물에서 꽃집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분홍색 앞치마는 그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화려하게 핀 꽃들 사이에서 그는 마치 인간이 아닌 신처럼 보였다. 

그가 꽃집을 한다길래 서점에 가 꽃말들이 적힌 백과사전도 한 권 사서 달달 외웠다. 전자기기 사용법 책도 있었지만 그런 책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 학생을 핑계로 히아신스 다발을 샀다. 분홍색, 보라색, 흰색 히아신스 사이에서 노란색 히아신스는 눈에 띄었다.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다. 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으면 대학가에 여학생이 많다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그를 그 자리에서 쏙 빼서 데려오고 싶지만 참아야했다. 그의 단순한 성격도 늘 봐왔던 것 만큼 션웨이 눈에는 귀여웠다. 윈란이 질투한 오늘 사온 팬지도 줄 사람은 없었다. 윈란이 예쁘게 포장해준 팬지 다발을 풀어 침대 옆 탁자에 올려진 히아신스가 꽂힌 물병에 넣었다. 

내일은 또 어떤 꽃을 사서 윈란을 당황하게 할지 션웨이는 고민을 했다.






계정 로그인은 하지만 최근 덕질을 안해서 쓸만한 연성이 없다...ㅠ

이취향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