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마츠 시점진행.




1. 자몽하다가 생각하는 반마피.


"반~~~~장~~~~니이임~~~~"


이치마츠는 베개로 귀를 틀어막았다가 아직도 문을 콩콩 두드리는 소리에 결국, 베개를 낡고 녹슨 문을 향해 집어던졌다. 잠깐 베개가 부딪치는 소리에 멈춘 두드리는 소리는 반장님 집에 있구나! 하는 말소리와 함께 이제 좀 더 위협적인 쿵쿵거리는 소리로 바뀌었다. 열어줘요오~ 반장니임~ 안열어주면 쳐들어간다~ 아, 저 망할 양아치 마피아.


이미 무시하기엔 들켜버린데다가 저 상태로 문을 열어줄 때까지 몇 시간이나 대기타며 문을 두드릴 것을 이미 저번에 체험해봤던 이치마츠는 신경질을 내며 5개나 걸어놨던 잠금쇠를 풀었다. 마지막 잠금쇠를 풀자마자 기다렸다는듯 문이 확하고 열리더니, 문 앞에 있던 풀어헤친 검은 양복에 둥근 선글라스를 쓴 사람이 이치마츠를 덥썩 끌어안아올렸다. 붕-, 발끝이 바닥에서 닿을 듯 말 듯 하다. 여전히 무식할 정도의 힘바보. 이치마츠는 아예 포기한 표정으로 몸에 힘을 뺐다.



힘껏 껴안고 이치마츠의 더러운 상의에 고개를 부비던 사람은, 그대로 이치마츠의 침대에 이치마츠를 눕히고는 목을 껴안고 수염난 볼에 키스를 날리기 시작했다. 눈을 가리던 선글라스는 어느새 침대 옆 작은 서랍장 위에 올라가, 새하얗고 고운 그 얼굴을 남김없이 보여줬다. 얼굴을 뜯어보던 이치마츠는 쌍커풀진 예쁜 눈꺼풀이 들어올라가자 서둘러 시선을 피했다. 


"으응, 반장님 냄새난다."

"...떨어지시던가."
"아니, 그래서 좋다고."

"...귀찮은 마피아."


내가 뭐랬어? 난 반장님의 모든 것이 좋다니까~ 응응, 반장님 냄새 하아. 혼자서 뭘 상상했는지 야한 얼굴로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숨을 헐떡이는 것을 보고 이치마츠는 슬그머니 붉어진 고개를 돌렸다.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가라앉혀서, 오늘 정말 피곤하니까 좀 냅둬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면 남자는 화들짝 고개를 들고 고운 얼굴과는 비슷한 하얗고 커다란 손으로 이치마츠의 얼굴을 꼭 잡았다. 코 근처에 닿은 엄지 손가락에선 미묘한 탄내가 났다. 아마도 화약이겠지.


"반장님, 힘들어? 오늘도 내가 다 해줄까? 허리짓 몇번 하면 금방 풀,"

"이색골에로마피아!!! 졸리니까 냅두라고!!!"

"에."


결국 터질 듯이 새빨개진 얼굴로 소리를 버럭지르고 몸을 돌려 아까 다시 주워온 냄새나는 베개에 다시 고개를 처박으면 뒤에서 작은 짐승처럼 등에 머리를 부비며 낑낑,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돌아본다. 안돌아본다. 무시! 갈 때까지 무시! 


"반장니임, 반장님 얼굴보여줘요. 응? 하자고 안할테니까~ 나 문도 안부쉈고, 얌전히 잘 기다렸잖아. 반장님, 반장니임... 이치마츠."


아, 망할. 결국 베개에서 확 고개를 뗀 이치마츠는 몸을 돌려 그대로 남자의 얼굴을 품에 콱 껴안았다. 바, 반장님 코가...! 조금 열 받아서 웅얼대는 목소리를 무시했다. 이치마츠는 한숨을 쉬었다. 자신은 이 남자에게 불리는 자신의 이름에 너무 약했다. 결국 또 졌다. 순진한 척하는 교활한 바보마피아 같으니.


".... 카라마츠, 오늘은 그냥 얌전히 있다 가라."

"....응. 이치마츠."


실실 웃으면서 허리를 껴안는 온기에 눈을 푹 감았다. 그래, 성격은 정말 취향이 아니지만, 이 남자의 체온은 정말 취향이니까. 어쩐지 잠도 푹자게 되고. 정말 버릇되면... 안...되는..데... 이치마츠는 그대로 잠으로 골아떨어졌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고간을 만져도 깨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감았던 팔을 살짝 풀고 몸을 일으켰다. 잠결에 빠져나간 체온이 아쉬운지 손을 움찔거리는 것에 살짝 제 손을 올려놓으면 아기처럼 손을 쥐는 것에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던 카라마츠는 반대편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퍽소리가 나도록 쳤다. 아쉽지만, 오늘은 반장님이 잔다고 했으니까. 사심은 접어둔다.그래도 도드라진 목젖이나, 수염난 숭숭난 피폐한 얼굴, 메마른 등을 한차례 쓸며 쪽쪽 키스하던 카라마츠는 이번엔 자신이 스스로 이치마츠의 손을 꼭 쥐어주고는 몸을 일으켰다.



손이 떨어졌지만 잠시 인상을 찌푸렸을 뿐 역시나, 이치마츠는 깨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한 번 더 몸을 부르르 떨고 벗어놨던 선글라스를 썼다. 가려진 반쯤 내리깐 눈에는 참을 수 없는 욕정과 소유욕이 흘러넘쳤다. 그거 알아 반장님? 반장님, 내가 옆에 있으면 진짜 안깬다고? 얼마나 날 믿고있는 건가? 정말..


"...사랑스러워서 다 먹어버리고 싶다."


혀로 날름, 입술을 핥고 카라마츠는 침대를 나섰다. 그나저나, 오늘 밤은 또 혼자해야하는 건가. 아아, 얼른 반장님 커다란 거 넣고 질질싸고 싶은데~ 카라마츠는 검은 그늘이 드리워진 눈에 키스를 하고 이불을 다시 꼭 덮어준 뒤 문 밖을 나서며 한번 더 이치마츠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다음에 또 봐. 예쁜 나의 이치마츠. 




2.자몽하다가 생각하는 호바스.


"양호쌤. 저, 반창고 좀.."

"...너 그거 오늘 4번째인 거 알고있니?"

"...헤헤."


하얗고 까만 여름 교복을 입고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 어색하게 웃어보이는 어린 아이의 표정에 내면의 이치마츠는 속으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천사냐! 바보! 이제 그냥 납치해버릴까보다!! 젠장!!!! 물론, 겉으로는 전혀 속내를 비추지 않고, 여전히 냉정하고 무뚝뚝한 양호 선생님의 연기를 하고 있었지만.


사실, 이치마츠는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며 보통의 중학생 같지 않게 너무나 해맑게 웃던 카라마츠를 보고 첫눈에 반하고 있었다. 물론,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전혀 표현하지 않았지만. 운동부라서 그런지 자주 다쳐서 오는 카라마츠는 사교성이 좋아, 무뚝뚝하게 대하는 이치마츠에게도 비교적 친근하게 대하던 편이었다. 쌤, 식사하셨어요? 쌤, 오늘 교감쌤이 말이죠, 양호쌤. 이치마츠 선생님! 어쩌지, 더 좋아져버렸다. 


이치마츠는 어색하게 둥근 정수리에 살짝 손을 올려 쓰다듬고는 아끼던 고양이 캐릭터 반창고를 한 개 더 꺼내서(카라마츠에게만 주고있다) 자기보다 머리 한 개는 더 작은 카라마츠에게 건내줬다. 순식간에 화색이 되어 방긋 웃는 카라마츠를 보며 속으로 한번 더 줄줄 울며 천사냐고 찬양하던 이치마츠는 문득 반창고를 어디에 쓰는 건지 궁금해져서 양호실을 나가려던 카라마츠를 붙잡았다. 


"근데, 어디에 쓰려고 가져가는 거니?"

"에."


순식간에 아까보다 훨씬 빨개져서는 어버버한 카라마츠를 보며 의아해하던 이치마츠는 갑자기 눈물을 뚝뚝 떨구기 시작한 카라마츠를 보고 깜짝 놀랐다. 허둥지둥 당황하여 어색하게 주변을 맴도는 손이 웃겼던지 살짝 웃던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손을 이끌고 아까 앉았던 자리에 다시 앉았다. 훌쩍거리는 아이에게 휴지를 건네주자 꼬박, 코맹맹한 감사의 인사가 들려와서 이치마츠도 조금 웃고 말았다.


 "...쌤, 고민상담해도 되요?"

"너, 여기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안돼요...? 죄송합니다..."


더 시무룩해진 머리통을 톡톡 두드려 뒤를 보게하면 양호실 한 구석에 걸려있는 고민상담소 간판이 보인다. 물론, 이치마츠의 분위기가 무시무시해서 상담하러 오는 아이들이 전혀 없어서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카라마츠는 눈물 고인 눈을 더 휘둥그렇게 뜨더니 다시 이치마츠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이치마츠 선생님 감사합니다!


잠시, 이치마츠가 심장을 부여잡고 흘러나오는 코피를 수습하는 시간을 가진 뒤 카라마츠의 고민 상담이 시작됐다.


"그래서 울 정도의 고민이?"

"어, 저 그게.. 저, 말로하기 부끄러워서.."


보여줘? 뭘, 이치마츠가 카라마츠가 작게 중얼거린 말의 의미를 이해한 것은 하얀 하복 상의 속 검은색 이너가 까만 교복바지 속에서 빠져나와 하얀 배가 보였을 즈음이었다. 목젖이 꿀꺽, 울렸다. 옷이 조금씩 올라가고 드러나는 가슴엔, 이치마츠가 줬던 고양이 반창고가. 


'카!!!!!!!!!!!!!!!! 라!!!!!!!!!!!!! 마!!!!!!!!!!!!!!! 츠!!!!!!!!!!!!!!!!! 신이냐!!!!!!!!"

"네?"


속으로 외쳤던 말이 너무 극도의 흥분 때문에 육성으로 튀어나왔지만 이치마츠는 그대로 카라마츠를 들어 침대에 휙 눕혔다. 서, 선생님?! 흘러내려간 옷자락을 다시 휙잡고 올리면, 정말 선정적이고 파괴적인 장면이 다시 이치마츠의 코를 후려쳤다. 뚝,뚝, 새하얀 배에 붉은 핏방울이 떨어져 흘렀다. 아, 오늘 반찬은 이거다. 이제 뽑다가 죽어도 좋아. 침대 옆 협탁에서 티슈를 뜯어 떨어진 핏방울을 훔쳐내며 매끈한 배를 몰래 더듬고 다시 코를 틀어막고서 이치마츠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가다듬었다.


"...그러니까 이게 뭐?"

"그, 그게.. 가, 가슴이.."

"가슴이?"


카라마츠는 이제 토마토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새빨개져서는 울먹였다. 가슴이 가려워서 긁었더니 교복이 닿을 때마다 아파서.. 근데, 안나아요. 자꾸 가렵기만하고.. 병일까요? 병원에 어떻게 가죠? 말하기 너무 창피한데..  쌤은 양호쌤이니까 아시죠? 약 좀 알려주시면 안되요? 쌤? 이치마츠 쌤? 이치마츠는 피로 젖어들어가는 휴지도 눈치채지 못하고 새하얀 가슴에 가로 놓여진 고양이 반창고만 멍하니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혼자 종알거리다가 피가 멎지 않는 이치마츠를 눈치챘는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치마츠의 얼굴에 손을 댔다. ...이치마츠 선생님, 어디 아파요? 


-뚝.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아마도, 모럴, 인내심, 법전 ....알게 뭐냐?


"....카라마츠. ....선생님이 도와줄게."

"에?"


이치마츠는 그대로 고양이 반창고에 고개를 처박았다. 히히힉, 카라마츠 가슴 최고!!!!





3. 자몽하다가 생각하는 토라카라 일상물


개똥마츠가 작은 짐승이 됐다. 아니 뭐라고 해야하나, 호랑이 축소판? 새끼 호랑이? 근데 얼굴은 사람이라 괴상할 것 같지만 의외로, 평범한 개똥마츠보다 엄청 귀엽달까. 평소 같으면 거부했을 그 괴로운 얼굴이나 말투도 꽤나 견딜만했다. 고양이과라서 그런가. 이치마츠는 강아지풀을 흔들었다.


"이~~치~~마~~츠~~? 오우, 브라더! 난 리틀 키티가 아니라고~?"

"시끄러워. 닥쳐. 얌전히 잡아. 토라냥."

"에."


그러면 저 멍청한 카라마츠는 울먹거리며 결국 강아지풀을 향해 손, 아니 앞발을 어설프게 흔들었다. 옳지. 옳지. 잘한다. 잘한다. 서서히 강아지풀을 따라 다가오는 작은 몸을 확 잡아채니 온몸의 털을 고양이처럼 확 부풀리는 것에 옆에서 사진을 열심히 찍던 토도마츠가 그런 이치마츠를 보며 띠꺼운 표정을 지었다.


"뭐야, 이치마츠 형 혼자 치사하게!"

"히힛,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지."

"나도 토라냥 만질거야!"

"오~ 마이 브라더즈? 내 의사는, 우윽!!"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억센 손아귀들에 토라냥(前카라마츠)의 애처로운 비명소리가 거실에 울려퍼졌다. 브라더!!! 브라더 아프다!!! 아프다고오오~!!! 애처롭게 질러대는 비명이 들리지도 않는지, 푹신푹신한 모피를 마구잡이로 만지작거리는 두 동생들의 표정은 매우 즐거워보였다.


"이거, 토라냥 모피 진짜 탐난다. 엄청 푹신푹신해. 목도리로 하기 딱 좋은 크기고. 혹시 벗기면 카라마츠형으로 돌아올지도~"


눈을 빛내며 꼬리를 쭉 당기는 토도마츠의 손길에 창백해진 카라마츠는 몸을 부르르 떨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토, 톳티 설마, 내 가죽을 벗길려고? 널 믿었는데! 그때 불퉁해진 표정의 이치마츠가 토도마츠의 손에서 강한 힘으로 카라마츠를 당겨 끌어안았다.


"...토도마츠, 동물의 모피를 벗긴다는 생각은 좀 나쁘지않아? 잔인해. 드라이 몬스터. 토라냥도 엄청 겁먹었잖아. 이 살호(虎)미수자."

"아, 아니! 내가 언제 벗긴댔어! 안그래! 토라냥! 안죽, 아니 안벗겨! 응? 나 나쁜 생각 안했어!" 

"....브라더즈, 내 이름은 토라냥이 아니다."


카라마츠가 작게 중얼거린 말은 무시됐다. 곧이어 착한 척 커다란 눈망울을 초롱거리며 이리오라며 손을 뻗는 토도마츠의 손길을 이치마츠가 슬쩍 피했다. 토도마츠의 얼굴이 구겨지려는 순간 이치마츠는 평소엔 절대 볼 수 없는 속도로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거실을 탈주해 밖으로 뛰쳐나갔다.


"토라냥하고 산책갔다올게!"

"아!! 이 치사한 암흑마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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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는 없습니다 ( ◜◡◝)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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