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색의 머리카락에 남색의 눈을 가진, 늙고 늙은 고목에서 태어난 요정. 그 이름을 아이든 헌터라고 칭했다.



성배라고 칭하는 보물이 있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쌍둥이 여신, 두 개의 왕국을 창조하고 하나의 성배를 내리니, 첫 5년은 언니의 왕국이 보관하고, 후의 5년은 동생의 왕국이 보관하여, 15년 마다 성배와 여신을 찬미하는 축제를 벌이자.

허나 인간의 욕심과 탐욕은 끝이 없고, 자신들이 우월하다 믿는 이들의 광적인 신봉은 기어코 두 여신 중 하나를 지워버리기에 이르니. 성배력 963년, 언니의 왕국 윈즈와 동생의 왕국 리즈는 기어코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하여 그 모습을 본 평화를 수호하는 거목, 라클라즈는 그 불과 광기의 바다를 보다 못해 한 요정을 왕국의 광야로 파견한다.


고서는 그 이름을 아이든 헌터라고 칭하고 있다.





생명의 남신 아말피아는 무고한 이들의 죽음이 쌓여 하늘에 닿을 때 비를 내린다고 한다. 빛나는 여섯 장의 날개를 단 요정의 선봉, 아이든 헌터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핏자국 위에 내려앉아 말했다.


[그대들이 이 전쟁을 끝내기 전까지, 비는 결단코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하여 나, 라클라즈의 사자가 선언하건데 오늘 이후로 화약에 불을 당기는 이, 활에 시위를 매기는 이, 검을 검집에서 꺼내는 이를 용서치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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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먹구름 아래, 우수수 내리는 빗줄기가 죽음을 목전에 둔 인간들의 땀과 피를 씻어내렸다. 철갑이 녹슬어가고, 인간들이 투구를 하나 둘 벗어던졌다. 창칼에 다시는 시선을 주지 않기로 다짐한 병사들이 하나 둘 일어난다.

이윽고 구름이 반으로 갈라지고, 하늘에서 내려온 광명이 빛나는 대지를 비춘다. 모든 죽음을 추모하라, 모든 죽은 자들을 추모하라. 그들의 가엾은 죽음은 종전이라는 영광 아래 묻힐 터이니, 우리야 말로 그들을 기억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편안히 잠드소서, 죽어간 영혼이여. 이제 지금이야말로 잠에 들 시간이 되었으니, 그대들의 원한이 더 이상 하늘에 닿지 않길 바랍니다.]

하늘로 흩어져 날아가는 향의 불빛을 바라보며, 여섯 장의 날개를 접은 요정이 추모사를 읊었다. 이후 500년, 윈즈와 리즈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니. 늙어가는 예언자들은 언제고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라클라즈의 요정이 아말피아의 먹구름을 등에 지고 내려와 모든 탐욕스러운 이들을 심판할 것이라 말하였다.


그러니 이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한은, 요정의 아이를 위한 신전 아래에 사람들의 공물이 끊기는 이는 더 이상 없지 않겠는가.









1215자, 16분 컷

지구가 망해도 밥은 먹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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