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에 아무도 없네. 이제 신입생들도 다 갈만한데가 생겼나보다.”

“그나저나 당일 휴강 뭐야 진짜. 아 짜증나.”

“그래도 솔직히 수업하는 것보단 휴강이 좋잖아?”

“그건 그렇지.”

“지훈이 늦는다는데 잘됐네. 지각도 안 걸리고.”

“걔 또 너한테만 연락했어? 아 존나 너무하네. 올 때 떡볶이 사오라고 그래.”




민현이가 애한테 유치하게 굴지 말라며 과방에 널부러진 담요니 전공서적이니 하는 것들을 제자리에 차곡차곡 정리하던 상황이었다. 문이 열리고 불청객이 들어온 건. 아니 엄연히 말하면 다 같이 쓰는 과방이고 우리 과 사람이니 불청객이라 하긴 뭐하지만 어쨌든 그 상황엔 불청객이었다. 으, 꼴도 보기 싫은 새끼 이병철. 얼굴도 존나 꼴뚜기처럼 생겨가지고 지가 수작 걸던 애랑 내가 사귀기 시작한 시점부터 헤어질 때까지 걸핏하면 시비 걸고 안 좋은 일 있을 때마다 형이 모범을 보였어야죠 형이 애들 더 신경 썼어야죠 하며 날 소환 못해서 안달이던 찌질이. 과대가 뭐라고 싫어하는 사람을 콕 집어 그렇게 들들 볶을 수 있는 자리였다는 걸 알았다면 내가 먼저 꿰어 찼을 것이다. 아무튼 연지가 나랑 안 사귀었어도 너랑은 절대 사귈 일 없었다 병신아.




“어? 성우형?”

“어, 안녕.”




떨떠름한 인사에 과방 구석에 있는 책꽂이에 전공서적을 분류해 꽂아 넣던 민현이가 손을 탁탁 털고 일어서서 뒤를 돌아봤다.




“병철아 안녕!”

“오, 민현선배도 계셨네요? 아직 졸업 안하셨구나.”

“다들 왜 이렇게 나만 보면 졸업 얘기를 꺼내냐. 나 그렇게 빨리 보내고 싶어?”




나야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이지만 민현이에게야 그냥 수많은 후배 중 1인일 뿐일테니 분위기가 딱히 나쁠 리 없었다. 인사도 했겠다, 민현이가 아직 정리하지 않은 담요 중 하나를 집어 들고 소파위에 누워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소파가 작아 다리가 팔걸이 밖으로 한참을 튀어나왔고 담요 역시 내 정강이조차 오지 못할 길이였다. 마지막으로 세탁한 게 언제일까 싶은 담요에서 퀴퀴한 냄새가 났지만 퀴퀴한 면상을 보는 것보다는 나았다. 오랜만에 만나면 다들 하는 인사치레가 오갔다. 취업 준비는 잘 하고 있는지, 학점 관리는 잘 하고 있는지, 결론은 언제 밥 한 번 먹자는 형식적인 마무리. 이병철은 과방에 꽂아두고 깜빡한 충전기를 회수하러 왔다고 했다. 다시 신발을 신는 소리가 들렸다. 웬 개소리와 함께.




“근데 성우형 요즘 18중에 게이랑 같이 다니지 않아요? 이름이 박지훈이랬나. 선배 진짜 사람 좋으시다. 어떻게 그런 애들이랑 맞춰주면서 지내요?”




......지금 당장 일어나서 저 새끼 얼굴에 죽빵을 날려도 될까? 아니 근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애들’ 이라고 같이 싸잡혔으니까? 박지훈은 당연히 이런 경험들을 하며 살았으려나? 걔라면 어떻게 대응했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또 한편으로는 놀랍도록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머리가 하얘진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하지만 나를 더 당황하게 한 건,




“병철아,”

“네?”

“내가 얼마 전에 남친이랑 헤어져서 기분이 좆같은데 좀 나가줄래?”




황민현의 반응이었다.










***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도 나는 바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방금 내가 뭘 들은 거지? 설마 내가 자는 줄 알았나? 저런 얘길 막 하고 다녀도.... 하긴 내가 아는 민현이는 워낙 평판이 좋아서 저런 얘기가 돈다고 해도 다들 개의치 않거나 안 믿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아니 그래도.... 아아 이런 게 바로 충공깽이라는 것인가. 대한민국에 게이가 이렇게 흔하다니! 아니 근데 민현이는 여자친구 사귄 적도 있었는데? 그럼 바이인가? 어쩐지 사람이 너무 좋더라니 박애주의자라 그런 거였니?!




“자는 척 하지 말고 일어나 옹성우.”

“......”

“아니니까 놀랄 거 없어.”

“뭐어?!”

“아, 병철이가 말을 너무 막하잖아. 나도 모르게 욱해서 거짓말 한 거야.”

“아니, 거짓말을 무슨 그렇게 해?”

“지훈이가 신입생이라 만만하니까 그러는 거잖아. 내가 게이라고 하면 암말 못할게 뻔하니까 그랬지 뭐.”

“와... 너 진짜......”

“그래도 걔가 철이 없어서 그렇지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니니까 어디 가서 또 이런 얘기 하지는 말고. 병철이 안 그래도 과에서 욕 너무 많이 먹어서 오래 살겠더라.”




순간 내 몸에 박지훈이 빙의된 것 같았다. 아니 내 눈에 빙의된 것 같았달까. 민현이가 그렇게 멋지고 잘생기고 왕자님처럼 보일 수가 없었다. 훗날 면접 볼 때 누가 존경하는 인물을 물어보면 황민현이라고 대답해야겠다고 다짐한 순간이었다. 남들이 모두 부모님이나 세종대왕, 김연아 같은 뻔하디 뻔한 대답을 할 때 나는 한국대학교 12학번 황민현을 말할 것이다. 이 얼마나 특별한가.




“그나저나 지훈이는 왜 이렇게 안 오냐, 배고픈데. 어디쯤인지 연락 좀 해봐.”




하지만 박지훈은 내 전화를 받지 않았고 삼십분이나 지나서야 과방에 들어왔다. 어제 밤새서 오버워치를 하는 바람에 늦잠을 잤다고 했다. 어쩐지 눈이 토끼마냥 새빨갛게 충혈 되어있었다.










***










원래 나는 오늘 공강이다. 꿀 같은 공강날인데... 공강날인데... 족 같은 교수면담! 개 같은 진로상담! 뭐라고 씨부렸는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아직 졸업학년도 아니고 인턴이든 뭐든 꽂아줄 것도 아니면서 도대체 쓰잘데기라곤 눈에 씻고 찾아봐도 없을 면담 때문에 왜 내가 황금 같은 휴일에 학교를 나와야 하는 것인가. 아무튼 그런 것들은 이제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나는 지금 당장 집에 갈 것이다. 빨리 집에 가서 치킨마요 덮밥을 해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평온하게 낮잠을 잘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교수동 뒷문을 지나 인적이 드문 샛길로 발걸음을 옮길 때였다. 올해 들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예쁘고 잘생기고 돈도 많으신 순정파 게이후배님의 목소리가 내 고막을 자극한 것은.




“왜요? 왜 싫어요?”

“아니, 니가 싫은 게 아니라 형은 너랑 사귈 생각이 없다는 거야 지훈아.”

“그게 그거잖아요!”

“아니, 어떻게 그게 그거야......”

“어떻게는 제가 할 말이란 말이에요! 어떻게 저처럼 예쁘고 귀여운 사람한테 그럴 수가 있어요?”




평소에 나에게 히스테리를 분출하던 것과 똑같은 목소리로 민현이에게 억지를 부리고 있는 박지훈이었다. 한껏 멋을 냈는지 평소보다 때깔이 고와보이는, 양쪽이 서로 다른 컬러의 형광 핑크와 형광 오렌지 운동화 끈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지나가던 사람이 보면 고백이 아니라 깽판을 치려는 건가 하고 생각했겠지만 상당한 시간을 박지훈과 함께 보낸 나는 알 수 있다. 이 새끼 오늘 신경 좀 썼구나.
그리고 그런 운동화를 신은 발로 애새끼가 떼를 쓰는 것 마냥 바닥을 쿵쿵 발 구르기하며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물이 그렁그렁한 박지훈 앞에는 대형마트에서 로보카 폴리를 사달라며 드러누운 아들새끼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곤란해 하는 초보 엄마의 심정을 그대로 담은 듯한 황민현이 서 있었다.
그래 내가 저 목소리를 잘못 들을 리가 없지. 천삼백팔십만원이 아직도 귀에 선한데....


아무튼 나름대로 심각한 것 같은 상황에 차마 그 사이를 당당하게 지나갈 수가 없어진 나는 건물 뒤쪽에 숨어 그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치킨마요 덮밥은 좀 천천히 먹어도 맛있을 것이다. 사실 박지훈은 그동안 나에게만 온갖 패악을 부리고 민현이에게는 착한 척 철든 척 등 가지가지 척은 다 해댔기 때문에 이런 박지훈의 진면목을 처음 접하는 황민현의 반응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리고 원래 남의 연애사 개꿀잼. 팝콘 캬라멜 치즈 반반 먹고 싶다.




“형 스트레잇도 아니잖아요!”

“무슨... 소리야?”




스트레잇? 스트레이트? 내가 아는 그 스트레이트? 이게 무슨 소리야. 흥미진진하군. 울먹이며 내뱉어진 박지훈의 말에 민현이가 금시초문이라는 것처럼 눈을 땡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저 그때 다 들었단 말예요.... 형 남자친구랑 헤어졌다면서요......”




헐. 박지훈이 그 얘길 어떻게 알지? 그때 문 밖에 있었나? 이병철이 주둥이를 털었나? 결국 훌쩍거리며 애새끼마냥 눈물을 뚝뚝 흘려대는 박지훈에 민현이가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민현이가 가방에서 곱게 접힌 하늘색 손수건을 꺼내 건네주자 박지훈은 더 서러운지 꺽꺽대며 뭐라뭐라 몇 마디 말을 더 했다. 울음에 묻혀 부정확한 발음과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 때문에 무슨 내용인지는 들을 수가 없었다.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걸 계속 보고 있어도 되는 걸까.


박지훈이 손수건을 받아들지 않아서 민현이는 직접 손수건으로 박지훈의 눈가를 계속 닦아줬다. 아니, 저 인간은 정말...... 저러면 나라도 포기 못하겠다. 저거저거 어장관리 아녀? 황민현이 계속해서 박지훈을 설득하는 소리가 드문드문 들렸다. 지훈아 나는 그냥 니가 내 취향이 아닌 것뿐이다, 뭐 이런 내용의. 아, 박지훈 또 소리 지른다.




“그러니까 어떻게 내가 취향이 아닐 수가 있냐구요! 우리학번 여자애들까지 다 합쳐도 내가 제일 예쁜데. 거기다가 저 애교도 엄청 많은 거 몰라요? 누나들이 맨날 저만 보면 귀엽다고 하는데! 형도 나 귀엽다고 자주 그랬잖아요. 그건 다 거짓말이었어요? 그리고 저 돈 많은 것도 알잖아요. 데이트 비용도 내가 다 낼 수 있는데! 어떻게 날 안 좋아 할 수 있어?!”




뭐라는 거야 저 또라이가... 아무튼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도저히 모를 저 자신감.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안다면 어디서 맘대로 김칫국을 퍼마시냐며 박지훈이 날 죽이려 들겠지만 난 쟤가 나한테 반하지 않았다는 게 정말정말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어떻게 저 성격을 데리고 살아......
그나저나 민현이는 왜 그게 거짓말이었다고 해명하지 않는 걸까. 도대체 이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 지어질지 짐작도 가지 않는데... 않는데?! 히에에에에에엑? 미친 지금 박지훈이 민현이를 덮쳤어?!! 지금 둘이....?!! 어?! 어??? 어?!! 내가 지금 본 게 혀야?!! 지금 둘이 키??? 어??? 키 그 그 그거 하는 거야?!


야 황민현 너 뭐하는 거야?! 빨리 박지훈을 밀쳐버리라구! 박지훈이 요즘 살이 좀 찌긴 했지만(본인은 행복살이라고 주장했다.) 밀어내지도 못할 정도는 아니잖아! 설마 미안해서 망설이는 건 아니지? 니가 착하긴 해도 그 정도로 호구면 안 돼! 야 걔는 너 아니라도 잘 먹고 잘 살 재벌 3세라고! 이번에 너한테 차이는 게 19년 인생에서 첫 시련일 수도 있단 말야! 왕자 걱정해서 니 인생 말아 먹는 거 정말 아니다? 어?!


세상에... 고개 각도가 바뀌었어.... 민현이가 이제 박지훈 뒤통수를 잡고 있어.... 아니 저기요 황민현씨 눈은 왜 감는 거예요...... 박지훈도 눈 감았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나도 눈 감아버리고 싶다.... 아 현기증.......



 

맙소사. 민현이랑 눈이 마주쳤다.










***










박지훈에게 카톡이 왔다.




-형, 아까 봤다면서요?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할 거죠?




안 해.... 같은 성별을 가진 내 가장 친한 선배와 가장 친한 후배가 마치 미성년자관람불가 퀴어영화에 나올 법한 수위로 혀를 섞었다는 얘기를 내가 어디다 하겠니.... 별로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아 마음 같아서는 그딴 광경을 목격한 두 눈을, 아니다 망막에 맺혔던 상이 기억에 남은 게 문제니까 뇌내 해마를 식염수에 세척 좀 하고 싶을 정도란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다시 선명하게 떠오르는 잔상에 핸드폰을 던져버리고 컴퓨터를 켰다. 게임을 하면서 잊어야겠어......



.......아오, 이 미친놈이 전화를 몇 통이나 하는 거야? 결국 나는 녹색 통화키를 누르고 소리를 질러댈 수밖에 없었다.




“말 안 해 안 한다고 절대 안 한다고!”










***










내 주변에 게이커플이 생긴 것 같다. 박지훈은 곧 죽어도 아니라고 하지만 맞는 것 같다. 아마도 비밀연애 중인 것 같다. 아니, 빼박이다. 지구가 둥글고 자전에 의해 해는 동쪽에서 뜰 수밖에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도 강의를 들으면서 계속 서로의 노트에 필담을 주고받고 있다. 나와 박지훈 사이에 앉아있는 황민현의 몸은 박지훈 방향으로 45도 틀어져있다. 이건 교수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수님께서 저렇게 열심히 수업을 준비해오셨는데, 비싼 등록금 내고 다니면서 말이야. 어? 이게 말이 돼? 박지훈은 환멸을 가득 담은 표정의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필사적으로 아니라며 고개를 흔든다. 내가 병신이냐.




“요즘 둘이 진짜 자주 붙어 다니네? 정말 뭐 있는 거 아냐?”

“아, 아니거든요?! 지연누나는 맨날 그런 생각 밖에 안하죠?”

“그치만 볼 때마다 둘이 같이 있는 걸. 성우오빤 이제 없을 때가 더 많은 것 같고...”

“우, 우연히 마주친 거예요! 우.연.히. 그, 그럼 저 먼저 갈게요 형 내일 봐요!”




박지훈이 희대의 발연기를 펼치며 사라지자 황민현이 웃었다. 아 저거저거... 이제 세트로 눈에 양봉치네.




“오빠 진짜 진지하게 지훈이 어때요?”

“귀엽고, 잘생겼고, 예쁘고, 사랑스럽지.”

“.....네?”

“아니야?”

“둘이 진짜 사귀어요...?”

“글쎄?”




아니 그러니까 내가 병신이냐고.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그 날 이후로 누가 봐도 그 둘은 커플 내음새를 뿜뿜하고 다녔다. 근데 인정만 안함. 사실 그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도 거의 박지훈 한정이지 싶고 황민현은......




“야, 민현아. 너 박지훈이랑 다니면서 진짜 이상해진 거 알지? 박지훈 이자식이 도대체 우리 민현이를 뭘로 홀린 거야?”

“홀리긴 뭘 홀려. 욕은 풋풋한 스무살 꾀어낸 내가 먹어야지. 지훈이한테 뭐라고 하지 마.”




숨길 생각이 1도 없는 것 같은데.




“황민현, 우리 둘만 있으니까 까놓고 얘기 할게. 그냥 공개 하시지?”

“그랬으면 좋겠는데. 지훈이가 안 된대.”

“아 왜? 그리고 걘 그동안 나한테 온갖 상담은 다 해놓고 정작 사귀게 되니까 아니래? 사귀는 거 진짜 맞긴 한 거지?”

“말 못해.”

“아 다 말해놓고 뭘 말 못한대?!”

“지훈이가 말하지 말래.”

“환장하겠네 정말!”

“귀엽잖아, 내 생각해서 그런다는데.”




역시 결국은 그거였다. 박지훈은 자기가 먼저 좋아했고 자기가 사귀자고 했으니 괜히 민현이에게 불똥이 튈까봐 불안한 거였다. 아오 정말 세기의 사랑꾼 납셨네! 그럼 뭘 하냐고 정작 상대방은 눈곱만큼도 그 상황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데! 염병 커퀴들 너네끼리 다 해 드세요!




“오늘은 글쎄, 밖에서 손잡았더니 깜짝 놀라면서 빼는 거야. 그래서 난 원래 친구들하고 손 잘 잡고 다녀서 애들이 이상하게 생각 안한다고 하니까 정말요? 하면서 바로 손 주는 거 있지.”

“안 궁금한데......”

“비밀로 해야 된다고 나 봐도 안 부르고 지나간 다음에 카톡 올 때도 있다? 이거 봐봐. 아까는 형 학관에서 친구들이랑 밥 먹는 거 봤는데 일부러 말 안 걸고 몰래 지나갔어요 저 잘했죠? 이러고 왔어. 진짜 귀엽지.”

“아니 그니까 안 궁금하다고.”

“너 아니면 누가 들어주냐 성우야......”




황민현이 에버랜드 사막여우 같은 불쌍한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봤지만 나는 게이커플의 연애사 따위 관심 없다. 전혀 듣고 싶지 않습니다. 박지훈이 귀엽고 나발이고 과제도 끝났겠다 단호하게 가방을 챙겨 자리를 일어서려고 했는데,




“지훈이가 그러던데. 천삼백팔십만원이라고 하면 된다며? 그게 뭐야 성우야?”




도서관에 들러서 경청의 기술을 대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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