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원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이 집안의 어른으로서 새 며느리에게 보여야 할 위엄이나 본보기 따위의 것들이 자꾸만 떠올랐지만 그것을 혜랑에게 내보일 방법을 알 수 없었다.

 

“이유, 가 뭔데요?”

 

결국 희원이 제 허리를 감싼 혜랑의 팔을 두드리며 물었다. 희원의 관자놀이가 팍팍 튀었다. 투명한 피부를 수놓는 선명한 핏줄이 희원의 이마 위로 솟아났다. 혜랑이 식은땀이 흐르는 희원의 뺨과 목을 부드럽게 손으로 훑었다.

 

“와인은 서열이 존재하거든요. 어머님.”

 

혜랑은 차분했다. 실로 느긋하게 말을 이어갔다. 숨을 헐떡이는 희원과는 몹시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명성이 높을수록 가격은 비싸지고 상품은 터무니없이 적은데 그럼에도 원하는 사람들이 넘쳐나죠.”

 

희원이 뒤를 흘끔거리려 고개를 비틀자, 혜랑이 몸에 힘을 주어 희원의 등을 지그시 눌렀다.

 

“수십 년을 버티며 숙성해가는 최고급 와인은 무척 드물잖아요. 그런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건 일종의 특권이죠. 부와 명예 그리고 인내를 상징하는, 기념품처럼요.”

 

희원의 허리를 감싼 혜랑의 팔이 은근히 움직였다. 희원의 옆구리를 더듬고 골반을 기웃거렸다. 넋이 빠진 희원은 혜랑의 그런 움직임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나무 난간에 짓눌려 깊이 신음하기에 바빴다.

 

“오래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는 거 정말 멋진 일이지 않나요,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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