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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타기를 하는 풍경을 본 적 있어? 


발 하나도 겨우 닿을듯한 밧줄에 

공중을 오가며 펼치는 동작들을 

보다 보면 물론 감탄하겠지. 


줄을 타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린 모를 거야. 


다만 그건 궁금하긴 하더라. 


해야 할 동작들을 끝내고 

땅을 내디딜 때 그 감각이 어떤지. 


공연을 끝내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그때 

줄을 타는 사람에 생각은 

어떻게 작성되고 있을지. 


“사람에 인생에서 

땅을 내딛는 감각이란 게 어떤 걸까.” 

“축하를 하고 응원을 해주는 

사람들에 표정을 보는 감각은 뭘까.” 


“넌 어때. 너무 낯선 장면이려나.”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냐. 

넌 인생이란 길을 걷고 있지.” 


“균형만 잡는다면 추락할 일은 없어.” 

“밧줄보다 훨씬 넓은 길을 넌 확실히 보고 있지.” 


“말해줘. 너는 뭘 보고 있는 거야?”

  


위를 쳐다보면 하늘과 같은 빛, 

아래를 보면 가득히 채워진 암흑. 


내가 두려워한 건 

빛에 닿지 못하는 것도 

암흑으로 추락하는 것도 아니지. 


그래. 나는 줄타기를 타는 게 아냐. 

너의 말대로 길을 걸을 뿐이지. 


단, 내가 이 길을 걸었다는 사실을 

모두가 잊게 될까 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부러 남겨둔 흔적들이 전부 사라질까 봐. 


그 순간은 분명 

나의 원동력도 아침을 알리는 악몽도 

아님에도 계속 떠올리고 있어. 


근데 그렇게 해야만 해. 


내가 보는 세상은 더는 색이 없어. 

내 마음에 남은 건 빛과 어둠뿐이야. 


무관심은 기억에 각인될 정도로 많아. 

길 끝에 누가 있을지도 모르겠어. 


기억에 남는 사람이란 건 

내 마음에 그나마 남아있던 

자비까지 갉아먹은 존재들뿐이야. 


세상을 이기고 싶었어. 

이런 존재도 인생에서 

생존했다는 걸 작성하고 싶었어! 


사람들의 응원을, 

축하라는 걸 받고 싶었어! 

내겐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인 거야? 


내가 걷는 이 길에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며 

떨어지게 되기 전 단 한 번이라도! 


나를 움직이려면 

넘어진 순간에도 일어나려면 

그 생각을 망각할 수 없어. 


매일 그걸 부정함으로 

나는 나 자신을 지탱하니까. 


이렇게.. 해야만 하니까. 


내가 말을 끝내기 전, 

이미 넌 내 손을 잡아 

걷는듯한 자세를 취해 보이더라. 


그 자리에 내가 끼어도 될까. 

라며. 


상기된 얼굴을 억지로 웃어 보이며 

속으로 이렇게 작성해 본다.  

‘그래. 좋을 대로.’


By Self(셀프)



무관심에 너무도 익숙해지고

제대로 사과를 받아본 기억이 없는 존재가

홀로 인생을 지탱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냐.


10대에 시작은 환각이었고

20대에 시작은 자신을 이용한 사람들을

마주한 존재도 있으니까.


긍정과 수긍이 자신을

지탱하는 방법에 전부는 아니더라.


처절하게 살아남은 존재에

곁에 머무르면 알게 돼.


모든 사진에 저작권은 

셀프(Self)저와 

re : sonorit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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