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위x헤롱이























“야.. 악마유대위~”

한양은 언제나처럼 나사빠진 말투로 정우를 불렀다.
모두가 잠든 한 밤 중에도 불이꺼지지 않는 6호방의 끝에 누워 안대를 차고 자고 있던 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양의 부름을 무시했다.

“크응.. 야아.. 안 자능거 다 알거등?”

코먹는 소리를 내며 조용히 자신을 부르는 한양의 목소리에 정우는 짜증스런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안대를 올려 한양을 바라봤다.

“..? 왜 웁니까”

승질을 버럭 내려다가 한양의 얼굴 꼬라지를 본 정우는 급 톤을 다운시키며 물었다.
눈물 콧물 범벅으로 훌쩍대는 한양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 모지리는 왜 질질 짜고 난리야...

정우는 생각하며 한양이 말하길 기다렸다.

“아니이.. 크흥.. 그게 잇찌이..”

우물대며 말을 못 하던 한양은 와락 달려들며 정우의 허리에 제 팔을 두르며 안겨왔다.
평소 제혁이 그를 잘 챙기고 봐준다고 생각했는데, 왜 갑자기 자기한테 치대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뭐, 뭡니까..”
“엄마가 오늘 왔능데.. 지원이 겨론한대.. 지원이가 나 버려써..”

제 어깨에 얼굴을 묻고 말하는 통에 자세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대충 애인에게 버림받았다는 이야기인 듯 했다.
얼마나 울어대는지 벌써 정우의 어깨에 물기가 느껴졌다.
진짜 싫은 새낀데.. 이러고 우니 마음약한 정우는 차마 뿌리치지 못 하고 가만히 한양의 정수리를 내려다 봤다.

“...”
“잇찌이.. 크흥..”
“..?”
“나.. 끅, 넘 슬픈데에.. 여기 토닥토닥 해줌 안대?”

가만히 훌쩍이던 한양은 눈물을 주렁주렁 달고 고개를 들더니 제 등 쪽을 톡톡 치며 물어왔다.
어이가 없었다.
정우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자세를 고쳐 누웠다.
한 팔을 베개삼아 베고, 한양을 끌어당겨 제 가슴팍에 얼굴을 묻게하고 등을 토닥여줬다.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한양은 헤- 하는 소릴 한 번 내더니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만 우십시오- 내일 눈 붓습니다.”
“괘, 괘핸챠나.. 이제 못생겨도 돼..”

정우는 그 말에 다시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가, 얼른 표정을 갈무리하고 한 숨을 작게 쉬며 다시 잠을 청했다.


-


“야들, 뭐대?”

다음 날 아침.
민철은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자고 있는 정우와 한양을 보며 어이없어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서로 보면 못 죽여서 안달이더니, 왜 갑자기 들러붙어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뭐긴뭐야~ 또 져 헤둉이가 댜다가 들러 붙엇겟디~”

철두는 그에 안 봐도 뻔하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빽 소리를 질렀다.

“야, 니들 일어나!! 해가 아듀 듕턴이다 듕턴!”

그에 정우가 눈을 번쩍 뜨더니 화들짝 놀라며 한양을 뿌리쳤다.
한양을 끌어안은 채 너무 꿀잠을 자버려 본인 스스로도 당황하는 눈치였다.
벌떡 일어나 앉은 정우는 가만히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스프링처럼 튕겨 일어서며 이부자리를 서둘러 정리했다.
그에 고박사가 웃으며 말했다.

“유대위님, 한양이 때문에 제대로 못 잤겠네요.”
“.. 씻겠습니다.”

정우는 뭐라 대답은 못 하고 얼른 칫솔을 챙겨 화장실로 들어갔다.

“유대위 쪽 제대로 팔리는 갑네 ㅋㅋ”
“으응.. 앗 츄어.”
“?? 아, ㅋㅋㅋㅋㅋ헤동이 댸 눈바 눈!! 아듀 탐댜다 탐댜 ㅋㅋㅋ”

정우가 사라지자 허전해졌는지 한양이 일어났다.
그리고 역시나 정우의 말마따나 한양의 눈은 완전히 부어올라버렸다.
제대로 눈이 떠지지 않자 고개를 몇 번 두리번 거리던 한양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한개두 안보여. 근데 니 목소린 잘 들리니까 좀 조용히햇!!”

그와중에 철두의 위치는 정확히 파악했는지 고개를 홱 돌리며 앙칼지게 말했다.
민철과 고박사, 제혁은 그에 낄낄대며 주변 물건을 슬슬 치웠고, 철두는 그에 욱! 하며 한양에게 달려들었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와중에 철두가 자신을 때리려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그리고 정우가 서 있는 곳은 어떻게 알았는지 한양은 쪼르르 화장실에서 나오는 정우 뒤로 숨으며 말했다.

“유대위 살려조!! 쟤가 나 또 때려어!!”
“뎌게 딘땨!! 야! 헤동이 너 유대위랑 언데부터 틴했다고!! 일로 안와!!”

한양이 정우의 뒤로 숨자 다들 놀란 눈치였다.
그에 한양은 의기양양하게 정우의 뒤에서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말했다.

“나 이제 얘랑 친구 할꼬야. 팽부장이 그래써 얘 사람 안주겨때! 조은애래써~!”

한양의 말에 당황한 건 정우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팽부장은 이 모지리한테 무슨 말을 한 것인지..
거기다 어젯 밤엔 그렇게 우울해하던 한양은 왜 지금은 또 이렇게 밝은건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생각으로 자신에게만 우울함을 내비친건지 모르겠다.

“팽부장이 머라꼬 했길래 그라는데?”
“그건~”
“배시익!!!!!!!”

민철의 물음에 대답하려는데 소지가 쩌렁쩌렁하게 소리를 지른다.
아침 메뉴는 카레라는게 그렇게 중요한 정보인지 쩌렁쩌렁 소리를 치며 음식을 넣어주는 소지.
그래도 다들 카레가 마음에 드는 메뉴였는지 바로 관심을 돌리며 음식을 받아들었다.


-


각자 수업, 직업 활동 등이 끝난 여가시간.

정우와 한양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운동장으로 나갔다.
매번 제혁이 야구 연습을 할 때 따라나갔던 한양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가지 않고 가만히 앉아 명상하는 정우 앞에 엎드려 십자낱말 퀴즈를 풀고 있었다.

“...”
“이찌~”

조금 신경쓰였지만, 무시하기로 한 정우는 뜬금없이 말을 거는 한양에 눈을 슬쩍 떴다.

“우리 칭구하쟈!”
“... 아까 마음대로 친구라더니..”
“어? 그럼 칭구 조아?? 나랑 칭구해??”

한양은 정우의 빈정거림에 화색이 되며 그 말을 덥썩 물었다.
오른쪽 볼에 보조개가 패이며 좋아하는 얼굴을 보자 정우는 빈정대던 마음이 작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갑자기 이러는거야.. 기분 애매하게..

정우는 문득 팽부장이 한양에게 무슨 얘기를 한 건지 궁금해졌다.
어떤 소릴 했길래 맨날 쓰레기라고 시비를 트던 놈이 이렇게 된 건지..

“일삼육오번. 대체 팽부장한테 무슨..”
“하냥이야.”
“예?”
“으응~~ 예가 아니고, 응? 해.”
“... 무슨 얘길 들은겁니까.”

앙탈을 부리는 한양에 잠시 멈칫 한 정우는 다시 생각을 가다듬고 물었다.

“어? 아아- 팽부장이 얘기 해중고 아냐~ 사실 접견 끝나구 드러가다가 들어써.”
“뭘 말입니까?”
“아이씽- 반말써 반말~~”
“.. 뭘 들었는데?”
“히히, 너랑 너네형아 대화하능거- 그.. 그.... 명단얘기라앙- 하튼 그거!”

정우는 그걸 듣고 다 기억한다는 소리가 잘 믿기지 않았지만, 지난 번 골든벨 때 1등을 한 사람이 저 모지리와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한양은 정우가 자신에게 반말을 해준 것이 마냥 좋았는지, 키득대며 다가와 정우의 무릎을 베개삼아 베고 퀴즈를 다시 풀기 시작했다.

“뭐, 뭐..”
“으응~~!! 나 이러고 이쓸꺼야. 근데 유대위는 근육이 딴딴해서 좀 불편하당.. 웅? 왜?! ”
“.. 하... 됐스.. 아니, 됐다..”

정우는 포기한 듯 벽에 머리를 기대며 다시 눈을 감았다.


-


그 날 이후, 처음엔 다들 이상한 눈초리로 봐왔지만, 예상외로 다들 적응이 빨랐다.
무심하게 어깨나 다리를 내어주는 정우와 그에 꺄르르 좋아하며 치대는 한양.
모두가 한양의 애인타령이 어느 새 사라졌다는 것을 느낄 때 즈음, 한양에게 접견이 왔다.
지원이었다.

“왜.. 왜 왓찌.. 왜..”

한양은 불안한 듯 접견 직전까지 발을 동동 굴렀다.

“아 뚐!! 그냥 뚐 나가! 뎡딘 댜나워 듁껫네!!”
“마, 헤로이 그라고 보니 애인 얘기 많이 안 하대? 와, 싸웠나?”
“... 아니야아.. 이번엔 진짜 나 버림받앗는뎅.. 왜 왓찌..”
“.. 이리 와.”

한양이 우물쭈물 어쩔 줄 몰라하고 있자, 화장실에서 나온 정우가 한양을 불렀다.
그에 강아지 주인 쫓 듯 한양은 쪼르르 정우에게 가 찰싹 붙었다.
이젠 익숙한 듯 제 팔을 꽉 끌어안은 한양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정우는 읽던 책을 들어 마저 읽기 시작했다.

“한양이가 이제 유대위를 많이 따르네요.”

바닥에 앉아 아령운동을 하던 제혁이 말했다.

“하여간~ 요듬 애드른 알 뚜가 업떠..”

철두는 혀도 뜻뜻 차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에 반해 민철은 아빠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 수는 없어도, 보기는 좋지 않나. 만날 천날 으르렁 댈 때 보다야 낫지.”
“맞아요.”

제혁은 민철의 말에 동의하는 듯 저 또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헤롱이-! 접견가자!”

끙끙대는 한양을 데리러 팽부장이 왔다.
한양은 복날 끌려가는 개 마냥 울상을 짓고 어거지로 끌려갔다.
엄마에게 전해들은 말이 있었다 하지만, 본인에게 통보받을 자신이 없었다.
근데 또 얼굴은 보고싶어, 차마 거절을 못 했다.
정우는 책에 꽂혀있던 시선을 거두어 한양이 나가고 닫힌 문을 잠시 보았다.

뭐.. 잘 하겠지.

근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정우가 읽는 책의 페이지는 한 참을 넘어가지 못 했다.


-


“미안.”
“진.. 진짜야..?”
“어. 난 너 못 기다려. 집안 문제도 있고. 그냥 너 찌른 개새끼로 기억하며 살아.”

-


접견을 끝내고 돌아 온 한양은 예상 외로 평소와 같았다.
괜찮냐는 질문에도 이상한 댄스를 추며 장난으로 넘겨버렸다.
그에 다들 신경쓰지 않았지만, 정우는 신경쓰였다.
그리고 그 신경은 맞아 떨어졌다.

“크흥.. 끅...”
“하...”

또 제 품에 꼭 안겨 눈물을 흘리는 한양에 정우는 한 숨을 쉬며 한양의 등을 토닥였다.
그러다 한양의 어깨를 살짝 밀어내고 얼굴을 들어 눈물을 닦아주었다.
숨을 작게 몰아쉬며 최대한 숨죽여 울던 한양은 그런 정우를 보며 작게 물었다.

“나 진쨔 쓰레기지.. 내가 약쟁이 쓰레기라 버림받은거지?”
“.. 약은 끊으면 되는거야. 그만 울어.”
“긍데.. 눈물이 계속 나.. 흐으엉..”
“쉬- 다들 깬다..”

설움이 다시 몰려오는지 한양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지며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 쌓이자, 정우는 얼른 한양을 끌어당겨 안고 다시 등을 토닥여줬다.
다행히 이 작은 소란에 누구도 잠이 깨지 않았고, 한양은 다시 한참을 울었다.
또 한참을 울던 한양은 눈가가 벌개진 채 다시 고개를 들어 정우를 바라보았다.

“...”
“왜, 왜..”

눈물로 범벅 된 채 입술까지 번들거리는 얼굴로 한양이 저를 올려다보자, 정우는 당황했다.
심장이 지끈거리는 것 같아 제대로 눈을 못 보고 시선을 피했다.
그에 한양은 제 팔을 더 세게 끌어안아 정우에게 밀착해왔다.

“...”

기분이 이상했다.
눈물에 발개진 눈가가 애처로워보였고, 번들거리는 입술이 야릇하게 느껴졌다.
정우는 어느 새 저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숙여 한양의 얼굴 쪽으로 내밀었다.
한양은 여전히 눈을 꿈뻑 거리고 있었다.
그 깜빡임에 맺혀있던 눈물 방울이 하나 또르륵 흘렀다.
등을 토닥이던 손으로 그 눈물방울을 닦아 준 정우는 그 손으로 한양의 얼굴을 감싸쥐었다.

“...?”

그에 제 볼 쪽을 한 번 정우를 한 번 쳐다보는 한양.
그리고 저 또한 분위기에 취해버렸는지, 찌푸려져 있던 미간을 풀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입술이 닿았다.
입술이 닿자마자 둘은 잠시 멈칫 했다가, 머뭇거리며 입을 살짝 벌려 고개를 돌렸다.
자기 전 양치로 서로의 입 안에선 민트향이 났다.
같은 치약을 써서 그런지 이질감이 별로 없었다.
말랑한 서로의 혀가 닿고,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서로의 입 안을 핥고, 탐했다.

“...”

한참을 물고빤 뒤 둘은 입술을 떼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양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가만히 정우를 쳐다보았고, 정우 또한 자신이 방금 뭔 짓을 한 건지 깨닫고 할 말을 잃어 꿀먹은 벙어리마냥 가만히 눈만 껌뻑였다.

“뭐지?”
“... 어, 어?”
“되게 좋아.”

한양은 숨길 줄을 몰랐다.
방금까지만 해도 지원이 자신에게 확인사살을 했다며 엉엉 울던 놈이, 뜬금없이 한 입맞춤에 지원을 잊은 듯 정우에게 매달렸다.

“또 해죠. 또”

그러곤 제 입술을 다시 쭉 내밀었다.
정우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방금의 입맞춤으로 번들거리는 그 입술을 보자 또 다시 제 입술을 겹칠 수 밖에 없었다.
한양은 자신이 감옥에 들어온 것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이 순간 만큼은 정우와 살을 섞고픈 마음에 약을 한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사회에 나가면 바로 정우와 모텔부터 가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정우 또한 현재 더 더욱 크게 억울해졌다.
내가 그 병장새끼만 아녔으면.. 한양과 떡을 쳤을텐데, 정말 아쉬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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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뭐 먹음.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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