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부장. 이게 다 뭔가요?"

스티로폼 상자는 히지카타의 품 안에서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걱삐걱 우는 소리를 낸다. 히지카타는 그것들을 옮기면서 퍽 불편한 표정을 하고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장한 남정네 여럿이 바글바글 그의 옆에 붙어있을 수 있던 것은 히지카타의 그러한 불편함이 당혹감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일 터였다. 특히 야마자키는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당차게 둔영 안으로 들어서는 히지카타의 옆에 바짝 붙어 고개를 기웃대고 있었다. 장에서 막 포장해서 가져온 듯 물기가 가시지 않은 아이스박스들은 그 존재보다 히지카타의 손에 들려왔다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구내 식당으로 들어가며 커다란 박스 두 개를 덜컹 식탁 위로 내려둔 히지카타는 즉시 야마자키에게 오늘 저녁 담당을 불러오라고 지시했다. 물론 박스에서 샌 물로 짭조롬해진 손을 야마자키의 외투 자락에 닦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야마자키는 잠시 자리를 지켰다. 네가 갈래? 라고 묻듯 하라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지만, 녀석은 꿈쩍도 않는다. 그 뒤로 또 다시 여럿을 쭉 쳐다보지만… 시간을 끌면 끌수록 히지카타의 시선만 따가워질 뿐이었다. 

잽싸게 인파를 헤치고 밖으로 달려나가면서 녀석은 혀를 차고 궁시렁댔다. 

야마자키가 자리를 벗어나고 난 이후에 히지카타는 테이블에 허리를 대고 기댔다. 아이스박스는 넉살좋은 표정으로 지난 번 도움을 받았다(자세한 내막을 알고 싶었지만 영감탱이는 오늘 내일이라 기억력이 나쁘다고 했다)던 영감이 답싹 안겨준 것이었다. 해산물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허리를 뻣뻣하게 펴는 것이 불편한 기분이 들 정도의 무게감이었다. 대체 그 영감탱이는 어떻게 저걸 거기까지 들고 왔을까, 저게 과연 해산물일까 열어보니 폭탄일 수는 없을까? 시답잖은 생각과 의심들이 식사를 담당하는 대원이 자리에 나올 때까지 생각의 한쪽을 차지하고 전혀 지나치질 않았다. 부엌에서 막 설거지를 끝낸 듯 고무장갑을 끼고 있던 놈은 가물가물한 표정을 지으며 인파를 헤치고 히지카타에게로 다가왔다. 히지카타가 턱짓으로 쌓여있는 아이스박스를 가리켰다. 이걸 좀 뜯어보라는 제스처였다. 녀석은 광택이 나는 앞치마의 작은 앞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며 아이스박스로 다가섰다. 중간에 이런 걸 왜 나를 시키지? 정도의 작은 투덜거림이 들려오자 뭐? 하고 되묻는다. 곧바로 아닙니다. 하는 대꾸가 돌아왔다. 어찌나 꽁꽁 싸맸는지 팽팽한 테이프의 표면을 이리저리 만져보던 그의 손이 박스의 덮개 부분과 몸체 부분이 맞물리는 틈을 찾아 칼을 눕혀 넣었다. 길을 따라 쭉 긋는 걸 네 번 정도 반복하자 손으로 덮개를 비틀 수 있게 되었다. 뚜껑을 열자 안으로 보인 것은 수북히 쌓인 새우였다. 

검지손가락만한 새우들이 수북하게 아이스박스 안에 쌓여있었다. 

"이거 새운데요?"

"뭐, 새우?"

"새우?"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자마자 곳곳에서 함성 아닌 함성이 터져나왔다. 히지카타가 고개를 쭉 들이밀어 아이스박스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놈의 말대로 새우가 꽤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이 크기의 상자에 이만한 양을 때려부었으니 오며 무겁다고 느끼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히지카타가 그런 생각을 할 동안 곳곳에서 새우를 부르짖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하얀 상자를 둥글게 둘러싸고 그 안을 들여다보던 녀석들 중 몇몇이 이럴 때가 아니라며 그 상자를 다급하게 들고 부엌으로 뛰어들어가다 멈춰 선다. 히지카타를 보는 눈은 올망이고 있었다. 

"오늘 저녁은…."

박스를 뜯은 놈이었다. 히지카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걸로 해라…."

"부장이 허락하셨다!"

좋댄다. 아주 좋아 죽겠단다. 험악한 얼굴로 새우를 끌어안고 좋다쿠나 뛰어다니는 꼴을 보니 뒷골이 당길 지경이었다. 저 자식들은 체면도 없지…… 마지막 하나 남은 박스도 가지고 들어가라고 소리를 덜컥 지르고 복도로 걸어나왔다. 한참 구이를 할까 해물탕을 할까 튀김을 할까 그런 것들을 고민하는 차에 제 말에 들렸을지가 신경이 쓰였지만, 복도로 걸어나오자마자 오키타와 부딪힌 덕분에 이제는 신경줄 바깥의 일이 되었다. 오키타는 고개를 숙이고 걷다가 부딪힌 듯 이마를 손으로 짚고 있었다. 울긋불긋 물이 든 얼굴로 저를 가만히 노려보고 있다.

"뭐야. 히지카타 씨가 왜 여기 있지? 야마자키한테 듣자 하니 요코하마 항구에 팔려나갔다던데……."

또다시 기가 차는 소리를 한다. 표정 위로 장난치는 기색이라곤 없다. 더 짓궂게 장난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히지카타가 주먹을 쥐어 가슴께 높이로 들어 올렸다. 오키타를 위협하듯 무뚝뚝하게 그러고 놈을 노려보다 곧바로 정수리에 꽂아 넣었다. 기합 한 번 제대로 들어갔다. 빡 하는 소리와 함께 오키타가 악! 하고 소리쳤다. 고개를 다시 숙였다가 든 놈의 눈꼬리에는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질 듯 말 듯 걸려있었다. 

"앞이나 좀 잘 보고 다녀. 그보다 내가 뭐?"

"진짜 열 받네……. 요코하마 항구의 새우잡이 배에 팔려갔다면서요. 그래서 28시간 열심히 일한 대가로 받은 눈물의 새우 5kg를 진선조에 보내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근데 그런 히지카타 씨가 왜 여기 있지? 내 엄한 머리통을 때려가면서?"

"오냐, 한 대 더 맞고 싶다고?" 

오키타가 꿍시렁댄다. 뭐만 하면 주먹부터 들고 보는 게 조만간 바다를 조심해라. 그런 저주를 퍼붓고 있다. 히지카타는 그걸 못들은 채 했다. 상대해도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 안 쓸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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