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올라가 내가 갈 때까지 2층 서재에서 대기하고 있어.’
아까 한성이 있던 자리에서 제가 연우에게 했던 말이 뒤늦게 떠오른 까닭이었다. 예령은 폰을 놓고 벌떡 일어났다.
이런 바보…! 설마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리 생각하면서도 연우가 집으로 돌아갔음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아 예령은 슬리퍼를 신은 채 화급히 저의 개인 서재로 달려갔다. 그리고 묵직한 호두나무문을 벌컥 열었다. 열린 서재 안은 어두웠다.
당연히 집으로 돌아갔을 거야. 벌써 8시간이나 지났으니 당연히….
심장이 크게 뛰었다. 예령은 쿵쾅거리는 가슴을 내리누른 채 떨리는 손으로 더듬거리며 서재의 불을 켰다. 그리고 그녀는 어둠이 물러간 환한 서재 한가운데서, 회초리들이 꽂혀 있는 기다란 통을 옆에 고개 숙인 채 가지런히 꿇어앉아 있는 연우를 보고 말았다.
“오빠…!”
최초의 놀람이 지나간 자리에 뼈저린 자책감이 고개를 쳐든다.
오늘 낮에 겨우 퇴원한, 얼굴만 멀쩡해 보일 뿐이지 아직 곳곳이 아프지 않은 구석이 없는 환자에게 자신이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이는 흡사 성탄 전날과 같은 상황 아닌가. 고지식한 연우가 저의 명령 앞에서는 요령 따위 피우지 않음을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가장 잘 알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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