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로장露仗] 여행 시작




 날이 좋네. 얼렁뚱땅 약속을 잡은 것까지는 좋았다. 졸업 후 처음으로 떠나는 남과의 여행은 설렘 반 탐탁지 않음 반이었다. 동행하는 자가 누구냐에 따라 즐거움의 척도가 정해졌을 터. 죠스케와 함께 길을 떠나게 된 이는 키시베 로한,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남자였다. 상반되는 둘이 함께한다는 놀랄만한 소식은 빠르게 친구들의 귀를 타고 퍼져나갔다. 서로 싸워서 죽이나 되지 말라는 오쿠야스의 건성한 말, 진심으로 걱정하는 코이치의 말. 어째서 로한과 함께 가야 하는가?

 비밀스럽게도 로한과 죠스케는 사귀고 있었다 ̄라는 뻔한 말은 사실이었다. 주먹다짐을 통해서 사랑하게 됐어. 이런 말을 한다면 누구건 비웃지 않을까. 말 그대로의 비밀이었다. 캐리어에 한가득 옷을 담아 약속장소에 도착한 죠스케는 자신보다도 먼저 와있던 로한을 불렀다. 로한! 물론 로한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예상했던 대로.




 “왜 이제 오냐.”

 “엑. 아직 약속 시간 10분 전이라고. 당신이야말로 왜 이렇게 빨리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슴까?”

 “네놈이랑 여행을 가는 건데.”



 아마도 뒷말은 늦을 수야 있겠어. 죠스케는 멋대로 상상했다. 성격상 솔직히 대답할 수 없는 걸 이젠 진저리나도록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죠스케의 짐보다 심플한 화구 가방과 여행 가방 뿐인 로한은 힐끔 죠스케의 짐을 바라보았다. 쯧 혀를 차던 그는 손을 내밀었다. 자연스럽게 캐리어를 넘기라는 그의 표현과 숨겨진 표정은 연인들의 상냥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행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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