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이와츳키 있습니다 !!!!

6400자입니다!






이와이즈미와 츠키시마가 이어지고 난 뒤의 이야기야. 어쩌면 그 전의 내용이 나올 수도 있겠다. 이와이즈미와 츠키시마 덕분에 본의아니게 의기투합하고 있는 두 사람, 투닥투닥 거리면서도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 쿠로오는 익숙해질래야 해질수 없는 오이카와의 변장이 익숙해질 지경이었거든.
 
: 그래서, 언제 까지 따라다닐 건데?
 
쿠로오가 물었어. 쫑쫑쫑 둘을 쫓아 가고 있는데, 어쩐지 이래도 될까 하는 의문이 생겼거든. 예상외로 잘 지내는 거 같고, 이제 그만 해도 되지 않나 싶어. 하지만 오이카와는 극성이었지.
 
: 쿠로짱은 몰라서 그래, 이와짱은 ....
 
자기가 말해놓고도 뭔가 이상하지. 흥, 머리를 털어 정리해. 오늘까지만, 쿠로오에게 신경질을 내지. 쿠로오는 픽 웃었어. 안그렇게 생겨놓고 되게 집착한대. 오이카와는 그 반응에 성질을 내지. 넌 아닌줄 아냐면서 말이야.
 
: 나야,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알길이 있겠어? 오이카와 -
: 그야, 그, 그게...
 
겉으로 봐선 정말 모르겠어. 이와이즈미의 성향을 안건 고등학교 때, 오이카와가 먼저 알아차렸지. 말해 줄때까지 꼬박 1년을 기다렸다고,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오이카와도 성향이 그쪽인 것같지만. 오이카와는 완연한 이성애자였어. 아니, 이성애자라고 말했지.
 
: 하긴, 겉으로는 하나도 티가 안나니까.
 
오이카와는 낮게 대답해. 오늘따라 순순히 쿠로오의 말을 받아치는게 영 찜찜해. 쿠로오는 오이카와 몰래 웃지. 저럴 때 보면 꼭 츠키시마같아.
 
: 아, 오이카와, 저기 움직인다.
: 뭐 볼게 있다고 이와짱은 가만히 있는거 싫어하는데.
: 풍경이 좋잖아, 한창 좋을 때지. 안그래? 그만 심술부려.
 
흥, 삐죽 입술이 나와. 여태 이와이즈미의 단짝은 오이카와였으니까. 불쑥 드는 질투심, 그리고 긴장감에 신경이 바짝 곤두 세워져 있어.
 
: 뭐가 좋다는 거야.
 
그제야 주위를 휘휘 둘러보는거야. 그러고보니 봄이라고, 소풍나온 사람들이 꽤 보여. 여긴 이 근방에서 유명한 호수공원이거든. 그래봤자 공원이 공원이지! 오이카와는 심통을 부리지만 막 돗자리를 펴 좋은 그늘자리에 앉은 커플을 몰래 훔쳐봐. 생각했던 것보다 잘 어울리고, 이와이즈미가 휙 뒤를 돌아보니까 오이카와도 휙 나무뒤로 숨어.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어.
 
: 자, 자-
: ...소풍 왔냐?
: 그럼, 아냐? 어차피 오래 있을 거 같은데 그냥 앉지 그래?
 
나무 뒤쪽 그늘, 쿠로오가 이미 돗자리를 펴놨어. 흠흠, 뭐, 다리가 아픈 것도 같고, 별 이유를 다대면서 슬그머니 같은 돗자리 위로 올라와. 신을 벗고 가만히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는 거지. 파란게, 참 예뻐.
 
그리고 이미 털썩 누워버린 쿠로오를 힐끔 쳐다봐.
 
: 쿠로짱
: 왜 -
: 넌 아무렇지도 않아?
: 왜, 뭔가 있어야 해?
: 뭐?
 
쿠로오는 가지고온 가방을 베개 삼아 눕더니 휙 앉아있는 오이카와를 올려다봐.
 
: 오이카와 - , 너무 깊게 생각 하지마.
: ...무슨...
: 넌 가끔 보면 츠키시마랑 닮았다니까.
 
그렇게 픽 웃지.
 
: ...넌 이와짱이랑 완벽히 다르거든?
: 알아 – 누가 뭐래?
: 그렇게 있다간 피부도 타고, 얼굴에 주름생긴다 – 너도 그냥 눕지그래?
 
오이카와는 아직도 나무에서 손을 떼지 못해. 그리고 이어진 후우- 후우 호흡소리, 쿠로오의 눈은 감겨있어. 살며시 나무에서 떨어져 자리를 펴고 앉는 오이카와야. 쿠로오의 말이 다 맞아. 뭐, 친구가 연애할 수도 있는 건데. 이상하단 말이야. 뭔가, 뭔가가.
 
: 쿠로쨩, 자?
 
쿠로오의 옆에 옆으로 누워. 빤히 자는 걸 바라보지. 진짜로 자? 한번더 묻다가 몸을 돌려 엎드리는거야.
 
: ...내가 이러는 건, 이와짱 때문이 아니야.
 
고개를 푹 숙이고 엎드려. 쿠로오의 말대로 좀 쉬어야 겠어. 안 그래도 경기다 뭐다 스트레스 받고 있으니까. 그래, 그것 때문이야. 변장 안경도 벗어버리고 점점 눈이 감겨. 나른한 오후야, 햇볕도 적당하고, 바람도 솔솔 불지.
 
잠시 시간이 지나고, 오이카와가 잠이 들 무렵, 쿠로오는 살며시 눈을 뜰거야. 반응은 못하지만 조금 입술을 깨물어. 하필이면, 이렇게 될게 뭐람. 쿠로오는 다시 눈을 질끈감아. 누가 들으면 비웃을 거야. 같은 게이도 아니고, 이성애자라니. 하필이면 이성애자에게 마음이 간다 했어.
 
그리고 지금은 더 비참한 기분이지. 차라리 이성애자라면, 거절당할 이유가 분명하잖아.
 
쿠로오는 감이 좋은 편이거든. 오이카와는 절대, 이성애자가 아닐거야. 하다못해 바이겠지. 같이 있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티 났거든. 처음엔 이와이즈미와 오래 지냈으니 그러는 건가 했어.
 
: ...
 
둘을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같이 지내는건 좋았어. 하지만 점점 좋아질줄은 몰랐단 말이야. 말투도 경우없는 편에 성격도 나빠보여. 그런 오이카와가 너무 신경쓰인다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은 쿠로오였어.
 
오이카와가 완전히 잠들고 나서야, 몸을 일으켰지. 나무 사이로 아까 있던 자리를 바라봐. 츠키시마와 이와이즈미의 뒷통수가 보여. 참, 잘어울려서 기분이 울적해질거야.
 
그 둘이 자리를 뜰 때까지 아무말도 하지 못해. 이마만 문지를 뿐이야. 못된 생각이 들었어. 오이카와가 저들을 따라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
 
:...뭐야...?
 
한참 느긋하게 잠을 자고 난 뒤,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와 츠키시마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어. 쿠로오에게 말이야. 어차피 자기가 일어났을 때 그 둘은 사라진 뒤였다고. 그래서 깨우지 않았대.
 
: ...
 
뭐라고 화라도 낼 줄알았는데. 픽 토라졌어. 오이카와는 뭔가 불만이 가득했지.
 
: 됐어. 이제.
: ...그래?
: 어차피, 오늘까지 하기로 한 거니까. 그냥 땡치지 뭐.
 
어, 어?, 뭐 잘못한 사람처럼 얼떨떨하게 말하는 쿠로오, 오이카와는 도리어 차근차근 말할거야.
 
: 네 말이 맞더라.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씨익 웃는데, 쿠로오는 잠시 눈을 깜빡여. 고개를 살짝 털고 시선을 내릴거야.
 
: 밥이나 먹으러 갈까? 쿠로짱?
 
멍하니 있다가 놀라 후다닥 일어나. 오이카와도 이어 일어나고, 돗자리를 정리하지. 한쪽 어깨에 든 돗자리 가방,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두사람이 나란히 걸어. 시간이 약간 지나서그런지 주위엔 커플들이 가득해.
 
: 이런덴, 애인이랑 와야되는데. 이와짱 때문에 이게 뭐야 -
: ... 그러게, 다 누구 때문에...
 
누구 때문에. 서로 다른 곳을 보면서 각자 다른 사람을 생각해. 풍경이 예쁘긴 하네. 그렇게 한발자국 한발자국 지나가면서 점점 구체적으로 변해가는 거야. 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결국 너밖에 안 보이는 구나. 깨달을 때도 됐지.
 
둘은 공원을 지나쳐 작은 술집에 도착해.
 
오이카와는 아직도 변장안경을 쓰고 있지. 쿠로오가 넌, 안경이 안어울린다고 핀잔을 줘도 끄덕 없었지. 그렇게 이와짱없는 오이카와는 쿠로오와 있어. 술을 시키고, 간단한 안주에 자꾸 웃음이 나.
 
실실 웃다가, 다시 한잔.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잔뜩 취해서, 술을 시켜. 왜인지 취하는 것 같지 않아서 계속 술을 마시는거야. 눈커풀이 점점 무거워지고 이상하게 목소리가 베베 꼬여. 둘은 잔뜩 취해서 술집을 나올거야. 그러다 안되겠다 싶어서 근처 보이는 모텔에 들어갔지. 머리가 어지럽다고 생각했는데, 오이카와는 쿠로오을 쓰다듬어.
 
: ...
 
말 없이, 마치 꿈인 것처럼 굴지.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갑자기 입술부터 부딪히기 시작하는거야. 한번 키스하고 나서 깨닫는 거지. 아, 이거 너무 좋은데.
 
...
(씬생략)
 
...
 
 
아침이 되고 나니, 햇살이 들어와. 눈을 뜬건 오이카와, 주변은 아무것도 없었지. 간밤에 꿈이라도 꿨나 싶은데 기분이 묘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이게... 꿈인가.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라도 할거야. 모든게 정돈되어있어서 지짜 꿈이라도 되는건가 했거든.
 
짐을 대충 정리하고 나가려는데, 지이이이잉 – 하고 울리는거야. 핸드폰을 보니 오이카와 껀 아니고, 그럼 누구껄까. 침대의 이불을 살짝 들추니 핸드폰이 보여.
 
‘ 지 – 잉 ’
 
쿠로오의 폰이 울리고 있었어.
 
오이카와는 젖은 머리를 싹 정돈해. 축 쳐진 머리카락은 오이카와랑 어울리지 않으니까. 일단은 핸드폰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그리곤 착착, 일정을 정리하지. 시간이 언제 나더라, 왁스로 머리카락을 싹 정리하고 다시 나올거야. 그동안에도 줄기차게 쿠로오의 핸드폰이 울리길래 충전까지 해놨어.
 
이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왜그렇게 아무도 없는 것처럼 굴었는지, 꼭 물어야겠어. 오이카와는 평소보다도 더 신경써서 옷을 골라. 사진이라도 찍히면 곤란하다며 얼굴이고 몸이고 가리고 다녔던 오이카와가 데이트를 나갈 것처럼 말이지.
 
그게 아니면, 좀 화가 난 걸 수도 있어.
 
: ...쿠로오 테츠로...
 
오이카와는 쿠로오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 하지만 그 뒤로 전화든 뭐든 오질 않을 거야. 피하려는 의도가 너무 드러나니까 , 이 쪽도 막 화가 나려 해. 그날 밤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 감히.. 나를 피해?
 
부글부글 끓어 넘쳤던 거야.
 
:...그래서 오셨다는...말씀이세요?
: 네 사장이랑 볼일이 있다니까! 츠키시마!
 
알다싶히 쿠로오의 직장엔 츠키시마도 함께야. 츠키시마가 쿠로오의 비서니까. 그 말은 곧 쿠로오를 만나기 위해서는 비서인 츠키시마를 거쳐야 한다는 뜻이었지.
 
:..그, 사장님은... 지금 안계시는...
: 거짓말 치지마!
: 일단, 진정하세요 오이카와씨.
: 진정? 진정하게 생겼어?
 
오이카와를 막아서는 츠키시마, 고개를 갸우뚱하는 거야.
 
: ...혹시 돈이라도 떼먹은건...
: 뭐?
 
이렇게 까지 화를 내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그 이유를 츠키시마가 물었지.
 
: 알고 싶어?
:...뭐 알고 싶지는 않지만 제가 여기 비서라서요. 듣긴 해야할 거 같은데요
 
심드렁한 말투야. 둘이서 뭐 또 사고라도 쳤나 라는 표정이지. 뭐...... 그러긴 했지만.
 
: 난 말이야. 어릴 때부터 한 가지, 꼭 지켜오던 게 있어.
: ...지켜요?
: 그래, 난 말이야. 혼전순결주의거든?
 
츠키시마의 안경이 삐끄덕해.
 
:..예?
: 너네 사장이 내 순결을 다 부셔버렸으니까, 빨리 부르라고!
: 에, 그, 그러니까
 
순식간에 츠키시마의 얼굴이 붉어지고, 한숨을 푹 내쉬어. 어림짐작 했던 것보다 더 큰 건수야. 이건 꼭 보너스 쳐서 받아야겠어.
 
: 그러니까 문열어! 열라고!
: ... 오이카와씨.
: 왜!
: 오이카와씨는 쿠로오씨를 잘 모르시는 것같네요.
:....뭐?
 
츠키시마는 오이카와의 앞에 서.
 
: 쿠로오씨가 그렇게 생기긴 했어도, 굉장히 감수성이 풍부하거든요. 고양이처럼. 겁도 많고.
: 무슨...헛소리...ㅇ..
: 그러니까, 그렇게 다그치면 도망가버릴걸요. 영영.
 
오이카와는 잠시 할말을 잃은 채 망설여.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 만나려면, 한풀 죽고 나니 츠키시마는 샐룩 웃어.
 
: 그정도면 충분해요.
 
그리곤 츠키시마가 앉아있던 비서실 탁자를 힐끔 바라보지. 비죽 나온 검은 머리칼, 오이카와는 츠키시마에게 눈짓해.
 
: 오늘은 일찍 퇴근하려구요.
 
츠키시마는 어깨짓을 하며 모른척하지. 그렇게 츠키시마가 떠나간 자리, 고요하게 남은 두사람이야. 오이카와는 팔짱을 끼고, 찬찬히 다가가. 쿠로오는 꼬리를 숨기지 못한 고양이처럼 움찔 하지.
 
: 나와.
 
그 단조로운 어투에, 쪼르르 얼굴을 내밀어. 왜 거기 숨어있어, 하고 물어도 대답은 없어.
 
: 앉아 -
 
오이카와의 한마디에 쿠로오는 의자에 앉아. 츠키시마가 주로 앉던 자리지. 오이카와는 그대로 다가가서 책상 위로 걸터앉아. 방금 전 츠키시마의 말을 떠올리지. 그렇게 다그치면, 영영 떠나버릴거라고. 후, 숨을 내쉬어.
 
: 못됐어. 쿠로짱
 
쿠로오의 눈이 이리저리 움직여. 오이카와가 뒤를 살짝 도니 눈이 마주쳐서 그대로 죄지은 것처럼 바닥으로 시선이 내리깔리지.
 
: 실수였으면, 실수였다고 해. 지금 기회줄테니까. 쿠로짱은 진짜 겁이 많구나?
 
쿠로오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지.
: 나부터 말할까? 나는 꼭 집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
 
이제 잔뜩 일그러져. 그걸 놓칠리 없지. 오이카와는 손가락으로 까닥까닥 쿠로오를 불러. 이리 가까이와, 더, 그래, 시무룩한 얼굴이 아주 가까워. 화났던 마음이 휘리릭 사라지고 픽 웃음이나. 손을 올려 쿠로오의 어꺠를 쓰담거리지.
 
: 나, 이성애자 아니야. 너한테만 말해줄게. 쿠로짱한테만.
 
살짝 떨리는 동공이 귀엽지.
 
: 물론, 혼전순결주의도 아니고. 그러니까, 그날은, 아니. 그래 솔직하게 다 말할게. 이와짱이 신경쓰인게 아니었어. 처음부터.
: 알아.
:.... 알아?
 
오이카와는 쿠로오의 대답에 놀라지.
 
: 아는데 왜 그러는거야? 응?
: 그야 당연히...
 
쿠로오는 살짝 망설여. 그에 오이카와가 답답한 듯 입을 열지만 쿠로오와 동시에 말하는거지.
 
: 너 좋아하는거?
: 츠키시마를 좋아..뭐?
 
눈 깜빡이는 오이카와, 엑!!! 하고 큰소리를 내. 이어 쿠로오가 벌떡 일어나. 둘다 벙찐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는거야.
 
: 내가 왜, 저런 밥맛을.. 좋아하는데?
: 그야... 나는... 아니니까...
: 장난해?
 
얼굴 뻘개진 쿠로오, 차차 그 의미를 알아채는 거야. 그럼 츠키시마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그 대상이 자신이었다는 걸 말이야. 오이카와는 기가막혀서 말도 못하고. 그래서 피한거야? 말해봐 빨리!, 그러면서 쿠로오의 멱살이라도 잡고 있어.
 
서로 오해해버린게 창피해서 그러는걸테지.
 
그렇게 서로 실갱이하다가 눈맞아서 입술박치기부터 해버리는 전개가 좋다. 싸우는 것도 오해하는 것도 그렇게 뜨겁헤 하는 두사람.
 
드디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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