쩜오어워드 돌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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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너머에는 술이 있다. 그 밖에도 많은 것이 있었지만 술이 있다는 것은 무시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이다. 먹고 살기 근근한 사회에도 술이 있었고 조금이라도 문화가 생기기 시작한 단계라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게 바로 술이었다. 언어가 아무리 다른 세상이라도 그 모습은 신기할 만큼 흡사했다.


“왜지?”

“뭐가.”

“왜 우주에는 술이 있지?”

“뭐라고?”

“술이 없으면 내가 안 마셔도 될 텐데! 있으니까 마실 수밖에 없잖아!”


그리고 커크는 손안의 잔을 비웠다. 크. 벌써 몇 번째 같은 소리를 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옆자리의 맥코이는 십 여분 전부터 여기가 얼마나 위험천만하게 끔찍한 곳인지 불평하느라 바빴고 사실상 한 시간은 족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그 앞의 상대가 계속 바뀌는 덕에 별다른 시비에 걸리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이곳에선 그렇게까지 눈에 띄는 모습이 아니기도 했다. 우주 너머에서 먹고 사는 게 해결된 모든 사회에는 술이 있었으며, 그것은 요크타운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스타베이스 요크타운은 연방의 다양한 종족들이 일상을 함께 하는 몇 안 되는 장소였다. 정치성을 최대한 배제하며 만들어진 이곳에는 인적이 적은 우주의 가장자리에서 일을 하거나 생활을 하는 수많은 지성체와, 지나가던 길에 들리기를 학수고대한 수많은 방문자가 존재했다. 그런 장소이니 당연히 술집이 있었고, 술집이 있으면 취하는 게 당연한 법. 아는가, 혼자 마시는 술과 둘이 마시는 술과 셋이 마시는 술은 모두 맛이 다르다는 걸?


“맛없는 건 어디서든 맛없죠.”

“술루! 아니야! 세상에 맛없는 술은 없다고!”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래! 자넨 특별히 맨 정신으로 가는 걸 용서해 주겠어 왜냐면 공주님이 기다리니까!”


커크는 그 뒤로도 한참이나 딸은 참 좋은 거라고, 사내 녀석들은 다 나처럼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며 중얼중얼 말을 이었지만 그의 용서 따위 필요 없던 술루는 이미 술집의 문을 빠져나간 지 오래다.


그래도 커크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그는 최근의 사건에서 요크타운의 모두를 구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무려 맨몸으로 해낸 인물이었다. 그런 일이 바로 직전인 상황이니, 이곳에서 그의 인기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치솟아 있을 수밖에 없다. 원래도 괜찮은 인기였지만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웃어줄 사람이 여기저기에서 대기하는 수준이다. 물론 예전처럼 아무에게나 껄떡대고 되는대로 치고 박는 짓은 하지 못할 장소였으나 그것 역시 괜찮았다. 그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꼭 그렇게 마구잡이로 굴지 않고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줄 알았다. 마음이 맞는 친구와, 믿음이 가는 동료와, 진실 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남들과 함께 그는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 일주일 정도는. 모처럼 생긴 여유를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한다며, 어느 정도는 고집을 부리며 노력한 게 고작 그 정도였다.


커크가 어서 빨리 우주에 나가고 싶어 유난을 떠는 건 아니었다. 새로운 엔터프라이즈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다른 동료들과 얼추 비슷한 마음이었다. 단지, 제대로 된 포상휴가를 받은 게 그뿐이라는 것이 차이를 만드는 요소였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그들에게는 약 3주간의 갑작스러운 공백이 생겼지만 대부분의 대원들에게는 이삼일의 짧은 휴가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그들 모두에게는 할 일이 많았다. 새로운 우주선을 공부하고, 각자의 부서 교체를 인수인계하는 등으로 모두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할 일이라면 커크에게도 많겠지만, 1 그는 정말로 큰일을 해낸 영웅이었고 2 사실 함장정도 되면 자잘한 일은 신경 쓸 필요가 없었고 3 몇 번이나 큰일을 해치운 녀석이 우주 구석까지 와서 또 큰일을 해냈으니 스타플릿도 뭔가 보상을 주기는 해야 했으며 4 이곳엔 사실상 그보다 높은 직위의 상관도 몇 없었기 때문에.


그런저런 이유들로 그는 자신의 친구나 동료보다 한가했고, 채 열흘도 되지 않아 정말로 오랜만에 맞이한 비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모르게 됐다.


요크타운은 멋진 곳이었지만 결국에는 거대한 우주선이었다. 종류가 좀 늘어났다고 해도 결국에는 이제까지 해오던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자꾸만 크게 느껴지는 유일한 차이는, 이 우주선은 아무 곳에도 가지 않으며 기다리는 게 임무라는 것이, 그것만이 다른 점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함교에 있지 않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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